===13:1-14:45
이 부분은 가나안 여정의 분기점을 이루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기록한 부분이다. 이스라엘이 가데스에 이를 때까지를 가나안 여정 중 오르막길(비록몇몇 범죄 사건이 발생했지만)이라 한다면, 이후 부터는 절망과 회한의 내리막길이라 할 수 있다. 실로 12정탐꾼 파송 사건 이후 진행된 일련의 불행한 결과(구세대의 가나안 입국 금지와 광야에서의 죽음 및 40년 뒤로 보류된 가나안 입국 등)는 불신앙과 불평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잘 보여 준다.
===13:2
가나안 땅을 탐지하게 하되 - 가나안 정탐은 백성들의 요청(신 1 : 19-23)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신명기 기록을 보면(신 1 : 19-23), 모세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백성들로 하여금 바로 올라가 취하도록 하였으나 백성들이그 땅을 먼저 정탐하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모세가 이 요청을 받아들여 하나님께 물었고, 하나님께서는 그리하도록 명령하셨던 것이다(Keil). 그러므로 사실상 백성들은가나안을 기업으로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거듭된 약속(창 17 : 8 ; 50 : 24 ; 출 3 :8, 17)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그들의 신앙에 이상(異常)이 생겼음을 반영한다(히 11 : 1, 2). 그러나 하나님은 연약한 이스라엘을 책망치 않으시고 정탐꾼을파견케 하여 그들에게 당신이 약속한 그 땅을 친히 목격하게 하심으로써 모든 의심을떨쳐 버리도록 인도하셨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성도를 위해 베푸시는 모든 조처는 궁극적으로 성도의 신앙 성숙과 유익을 위한 것이다(요 16 : 7 ; 18 : 14 ; 히 12 :10). 한편 '탐지하다'(* , 투르)란 말은 '장사나 정탐을 위해 먼저 알아보러보내다'란 뜻으로, 목적한 지역의 사정을 면밀히 조사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각 지파 중에서 족장 된 자 - 여기서 '족장'이란 각 지파를 대표하여 특별한 과업을 수행하던 유력한 인물을 가리킨다. 그리고 3절에서는 '족장'이란 말이 '두령'으로대치되고 있는데, 이 두 호칭은 각 지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식 직함의 소유자(1: 5-15 ; 2 : 3-31)가 아니라 비정규적으로 '일'을 위해 각 지파의 종족들의 두령들가운데서 선임된 지도자급 실무자를 가리킨다<1 : 16>. 그런데 본장에 언급된 대로그들이 수행해야할 직무는 긴 시간 동안 정탐하는 일로써 힘과 용기와 신앙과 지혜가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나같이 힘과 신앙적 열정과 기상(氣像)이 넘치는 젊은이들로 구성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13:3
모세가...그들을 보내었으니 - 모세가 각 지파 중에서 선출하여 보낸 족장들은 1 : 4-16에 명기된 바 인구 조사를 위해 하나님께로부터 지명받았던 족장들과는 구별된다.
===13:4-15
본문에는 가나안 정탐 임무를 부여받은 12지파의 족장들이 그들의 이름과 함께 열거되어 있다. 그들 12명은 모두 거룩한 백성의 길잡이로서 중책을 부여받았으나, 안타깝게도 갈렙과 호세아(여호수아)를 제외하고는 누구의 이름도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앙의 위인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신앙의 노예로 전락하고말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는 자는 적다'(마 22:14)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연상케 해준다. 한편 12정탐꾼의 명단을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지 파 명 이 름 이 름 의 뜻
르 우 벤 삼 무 아 알 림
시 므 온 사 밧 재 판 관
유 다 갈 렙 공 격 자
잇 사 갈 이 갈 그가 속할 것이다
에 브 라임 호 세 아 구 원
베 냐 민 발 디 구 속
스 불 론 갓 디 엘 하나님의 기쁨
므 낫 세 갓 디 복 됨
단 암 미 엘 하나님의 백성
아 셀 스 둘 감추어진 비밀
납 달 리 나 비 숨 기 다
갓 그 우 엘 여호와는 도움이시다
위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레위 지파'에서는 정탐꾼이 선발되지 않았다. 이는 레위지파가 지니는 특수성<1 : 47-53 ; 3, 4장> 때문인 바 곧 가나안 땅 분배시 레위 지파는 그들만의 영토를 분배받지 않고, 각 지파 영토 내에 얼마간의 거주지를 할애받아거주해야 하는 특별한 신분과 직능 때문이었다(35 : 2). 즉 그들에게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신하여 성막에서 봉사하고, 백성을 교육시키며, 여호와의 영광을 보존하는등의 더 중요한 직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나안 정복 전쟁 및 땅 분배를 위한 정탐 활동이 요구되지 않았던 것이다.
===13:6
갈렙 -성경 다른 곳에서는 그나스(그니스) 사람(Kenizzites) 갈렙이라고 나타난다(32 : 12 ; 수 14 : 6). 그런데 그나스 족속은 일찍부터 팔레스틴 주변에 거주하고있었던 에돔족속 중 하나(창 36 : 11, 15)로, 아마 이들 중 일부가 이스라엘의 유다지파에 합류되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갈렙도 순수 히브리 혈통은 아니었다. 그러나갈렙을 통해 보듯이 유다 지파 내에서 이들의 역할은 컸다.
===13:11
요셉 지파 - 정확히 표현하면 '요셉 자손'(1 : 10 ; 34 : 23)이다. 보통 '요셉 자손'이란 '므낫세'와 '에브라임' 두 지파 모두를 포함하는 말이지만, 간혹 한 지파만을 지칭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겔 37 : 16 ; 계 7: 8).
===13:16
호세아를 여호수아라 칭하였더라 - '여호수아'(* )란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란 뜻으로서, '구원'을 뜻하는 '호세아'(* ) 앞에 언약의 하나님을 강조하는 칭호 '여호와'(* )의 첫자(字) '예'(* )가 붙어서(그리고 모음 'e'가 'u'로바뀌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한편 출 3 : 14, 15에는 이 '여호와'란 이름의 의미('스스로 있는 자')가 밝혀져 있는데, 곧 하나님은 타인에 의해 존재하거나 피조된 존재가아니라, 영원토록 스스로 존재하는 인격적인 존재이자 모든 존재의 근원 되심이 밝혀져 있다. 특별히 이 단어가 언약과 연관되어 쓰일 때는, 그 약속하신 바를 영원히 지키시는 분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므로 모세가 '호세아'를 언약의 하나님과 연관된이름인 '여호수아'로 개명(改名)한 것은 향후 가나안 정복 전쟁의 지휘자로서 호세아(여호수아)가 앞으로 수행해 나가야 할 책무가 어떠함을 보여 준다(출 24 : 13 ; 33 :11). 한편 히브리인들의 이름은 각 개인의 품격과 그 신분 및 그 삶의 방향과 연관된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본문의 개명 사건은 여호수아의 생애에 일대 전환기를 맞았음을 의미한다. 즉 그는 한 지파의 지도급 인사에서 이스라엘 전체의 지도자로서 서서히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난제가 있다. 그것은 본절에 앞서이미 성경 여러 곳에서 '호세아'는 개명된 새 이름인 '여호수아'로 불리워지고 있다는점이다(출 17 : 9 ; 24 : 13 ; 32 : 17 ; 33 : 11 ; 민 11 : 28). 따라서 문서설 학자들은 여기서 성경 저자의 다양성을 주장하나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고 앞서 언급된'여호수아'란 이름이 미리 예상하여 사용된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따라서 '시간상으로' 호세아의 개명(改名) 사건은 그가 여호수아란 이름으로 처음 언급되는 아말렉전투(출 17 : 8-13) 전후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Keil & Delitzsch, Vol.I- . pp. 85-86). 그런데 그 개명 사건을 본절에서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각 지파를 대표하여 선발된 정탐꾼들의 이름이 그 지파 및 족보에 따라 명부에 등재되는 과정에서, 여호수아의 본 이름이 호세아로 나타나는 점에 유의하여, 그의 개명(改名) 사실을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Pulpit Commentary).
===13:17
남방 길로...산지로 - 여기서 '남방'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네게브'(* )는 가나안땅의 광활한 남부 지역을 총괄적으로 가리키는 말인데, 문자적으로는 '메마르다''건조하다'란 뜻의 '나가브'에서 유래하였다. 다시말하면 가나안 남부 지역은 그 메마른 풍토 여건으로 인해 '네게브'(건조한 곳)라 불려졌다(Keil). 그러므로 이곳은소위 수목 대신 작달막한 관목 및 잡초들만 자라나는 스텝(Steppe) 기후 지대로서 농경지로는 별로 사용되지 않고, 우기(10-4월)에 목초지로 사용된다. 그리고 산지는 가나안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는 산악 지역을 가리킨다. 이 지역은 약 900m에 이르는 남쪽의 유대 산지로부터 중앙 고원 지대인 에브라임 산지 및 서쪽으로 뻗어가는 에스드렐론(Esdraelon) 평원, 그리고 동쪽으로 뻗쳐있는 이스르엘(Jezreel) 계곡이 있다.그리고 이곳에는 막강한 철기 문화로 무장한 헷 족속, 여부스 족속, 아모리 족속등이거주하였다(29절). 결국 모세가 '남방 길'과 '산지'로 올라가라고 명한 것은 요단 동편으로 우회하여 들어가 탐지하지 말고, 가나안을 가로지르고 있는 산지를 타고 바로북상(北上)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접수하게 될 가나안 땅의 실상을 똑똑히 알아보라는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3:18,19,20
모세는 12명의 정탐꾼을 가나안 땅으로 파견하면서 다음 여섯 가지를 알아 보도록명령하였다.
(1)그 땅 거민의 강약 - 가나안 원주민들의 군사적 능력을 알아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강대하다 할지라도 하나님께로부터 가나안 땅에의 약속을 허락받은 이스라엘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2)다소(多少) - 즉 그 땅의 인구 밀도와 그로 말미암아 전쟁에 나설 수 있는 남자의 숫자가 많을 것이냐 혹은 적을 것이냐를 살펴보라는 것인 듯하다.
(3)땅의 호불호(好不好) - 가나안의 지대와 지형이 어떠하며 그리고 그 땅의 기후조건이 살기에 적합한가의 여부를 조사하라는 뜻이다.
(4)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 - 여기서'진영'은 군사적 방어물이 없는 마을이나 자연 촌락을, '산성'은 군사 시설로 방어가 완비된 도시를 가리킨다. 즉 원주민들이 사는 곳에 방어 울타리가 쳐져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라는 것이다.
(5)토지의 후박(厚薄) -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의 지질(地質) 정도 곧 농사가 잘되는 옥토인지 그렇지 않은 박토인지도 조사해야 했다.
(6)수목(樹木)의 유무 - 나무의 생태에 관한 조사로서 나무가 자랄 수 있을 만큼수분이 충분한 지역인지를 알아보도록 했다.
===13:20
담대하라(* , 히테하자크템) - 이는 '지속적인 용기를 가져라','(승리를 확신하고) 용맹스럽게 행하라'는 뜻으로써, 곧 그들이 탐지하는 모든 사물을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바라보라는 의미를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정탐꾼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이는 것만 보는 현상적(現象的)인 시각이 아니라, 그것을 모두 주시기로 약속하신 하나님을 의뢰하고 믿는 믿음을 통해 보는 신앙적 시각이었다(히 11 : 3).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그 땅을본 자는 여호수아와 갈렙 둘 뿐이었고, 나머지 열명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그 땅을 보았다.
그 땅 실과를 가져오라 - 포도, 석류, 무화과 등(23절)의 실과를 통해 모세는 그땅이 과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지를 정탐꾼들에게 확인하게 했으며, 그리고 그 증거물을 백성에게 보일 수 있도록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 - 팔레스틴에서는 포도를 몇 차례 걸쳐 수확하는데, 그 첫수확기가 보통 7, 8월(빠르면 6월에도 가능)이며, 가장 수확이 많을 때가 9, 10월이라고 한다(Robinson).
===13:21
신 광야에서부터 하맛 어귀 르홉 - '신 광야'는 팔레스틴 남쪽, 사해(死海)와 아카바 만 사이의 광활한 광야 지대로서 가나안땅 제일 남쪽 경계를 이룬다(34 : 3). 그리고 '하맛'과 '르홉'은 약속의 땅 가장 북쪽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수 13 : 5 ; 삼하10 : 8). 특별히 르홉(Rehob)은 사사 시대 이후 '단'이라고 불리우던(삿 18 : 28,29) 라이스(Lais) 성읍 주변에 있는 도시이다. 결국 본절은 12명의 정탐꾼들이 팔레스틴 지역을 남쪽부터 북쪽까지 철두 철미하게 정탐했음을 보여 준다. 한편 정탐꾼들의 거쳐간 진행로를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13:22
또 - 이 말은 정탐꾼들이 르홉까지 갔다가 다시 방향을 바꾸어 남방으로 갔다는 뜻이 아니다. 21절은 먼저 전체적인 정탐 과정을 총론격으로 말한 것이며, 뒤이어 나오는 본절은 보다 상세히 그 정탐 여정을 언급하기 위해서 '또'라는 접속사를 붙인 것이다.
헤브론 - 이 도시는 아브라함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족장시대에 자주 언급된 것으로 보아 고대 세계의 문화 중심지로 이해할 수 있다(창 13 : 18 ; 23 : 19). 한편'헤브론'보다 7년 뒤에 세워졌다는 '소안'은 애굽 나일강 삼각주 동쪽의 한 지류에 위치했다(Keil). 그 지명의 뜻이 '낮은 땅'이라는 사실에서 그곳은 나일강 뚝보다 저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후일에 타니스(Tanis)로 불리워졌는데 힉소스(Hyksos) 왕조 때 건설되어 애굽의 수도 내지는 바로의 거처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여기서 모세가 어떤 이유로 '헤브론'과 '소안'을 연결시켰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그렇지만 이는 헤브론 성읍의 오래된 역사성을 지적함으로써 그 성읍의 견고함을 미리 암시하려는 듯하다. 아울러 이는 결과적으로 모세가애굽의 도시 '소안'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는 것도 암시하는데, 아마도 그는 애굽 궁중생활에서 그러한 학문을 배웠으리라 추정된다.
아낙자손 - 가나안 족속 보다 훨씬 전에 그 땅에 존재했던 원주민을 가리킨다.이들은 헤브론을 중심하여 생활했다. 아낙의 아비 아르바(수 14 : 15)가 아낙 자손의창시자로 여겨지지만(수 15 : 13), 그 기원에 대해서는 불명확하다. 즉 이들이 살고있던 헤브론의 옛 명칭이 '기럇아르바'로 되어 있었던 점으로 보아 '아르바'가 아낙자손의 창시자로 생각될 뿐이다. 한편 아낙 자손은 신체가 크고, 강한 거인 족속이었다(33절).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은 이들로 인해 기가 눌릴 수 밖에 없었다(신 9 :2). 하지만 믿음의 용사 갈렙은 후일(약 50년 후) 이들을 몰아내고 이스라엘 영토를확장했다(수 14 : 12 ; 15 : 13, 14).
아히만과 세새와 달매 - 거대한 아낙 자손의 강력한 세 지도자 였다. 그러나 12지파의 영토가 각기 분배되고 헤브론이 갈렙의 기업으로 돌아갔을 때, 갈렙은 담대한 신앙과 굳센 믿음으로 이들을 용감히 쫓아내었다(수 15 : 14 ; 삿 1 : 20).
===13:23
에스골 골짜기 - '에스골'(* )은 '포도 송이'라는 뜻을 지닌 곳으로, 헤브론에서 가까우며 과일 농사에 적합한 곳이다. 그리고 '골짜기'(* , 나할)란겨울 우기(10-4월)에만 생기는 골짜기의 개울, 곧 '와디'(Wady)를 가리킨다. 이 '와디'는 종종 건기(乾期)에는 지표면에 물이 말라버리지만 땅속에는 과수(果樹)가 자라기에 충분한 수분을 품고 있다. 결국 '에스골 골짜기'란 이스라엘 백성들이 직접 확인하고 감탄했던 만큼(24절) 포도 농사가 잘되던 곳이었다. 지금도 이곳은 가나안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Robinson).
포도 한 송이...둘이...메고 - 이것은 가나안 땅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이 매우 풍요로왔음을 대변해 준다. 지금도 팔레스틴에서는 무게가 4-5kg 정도 나가는 포도 송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Tobler Denkblatter). 한편 포도 송이를 '막대기에 꿰어' 운반한 것은 그 무게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을 손상시키지 않고 운반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석류와 무화과 - 정탐꾼들이 포도 송이와 더불어 이것도 운반한 것은 가나안 땅의실과를 가져 오라는 모세의 명려에 충실했음을 보여 준다. 아울러 이것은 그 땅이 각종 농산물에 적합한 옥토(沃土)임을 증명해 준다.
===13:24
에스골 골짜기라 칭하였더라 - '에스골 골짜기'란 옛날 이곳을 통치했다는 족장'에스골'(창 14 : 13, 24)의 이름과 연관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이 이름은 또한 풍성한 '포도 송이'와 관련하여 비옥한 약속의 땅 가나안에 대해 경탄을 발했던 이스라엘의 기쁨을 반영한 이름임에는 틀림 없다.
===13:25
사십 일 동안 - 약속의 땅 가나안의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를 보통 160km정도로 보고 있다. 이 거리는 일반 성인(成人) 남자가 산악 지역을 감안한다 할지라도일주일이면 충분히 주파(走破)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므로 왕복 기간이 '40일'을경과했다는 것은 가나안 곳곳을 충분히 정탐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성경 문학적 표현으로 '40'이란 숫자는 충분한 기다림과 인내의 기간을 뜻하므로(출 24:18;눅4:1,2),12정탐꾼들이 자신들의 정탐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3:26
회보하고 - 여기서 '회보(回報)하다'(* , 다바르)는 말은 '진술하다', '대답하다', '사물의 원인을 말하다'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12정탐꾼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바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낱낱이 보고했음을 가리킨다. 그리고 자신들의보고를 더욱 신빙성 있게 하는 자료로 '그 땅 실과를' 백성에게 내보였다.
===13:27
젖과 꿀이...흐르고 - 약속의 땅 가나안에 대한 수사학적 표현으로(출3:8;렘11:5).곧 '풍요롭고 기름진 땅'을 의미한다<신 11 : 9>.
===13:28
그러나(* , 에페스 키) - 이 말은 매우 강한 반의(反意) 접속어로써 KJV에는 '그렇지만'(nevertheless)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므로 이는 뒤이어 나오는 정탐꾼들의 보고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32절), 그들의 불신앙적 견해를 단적으로 보여 준말이다. 강하고...견고하고...
클 뿐 아니라 -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이 기름지고 풍요로운반면에 매우 강력한 방어 진지와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실(fact)대로 보고했다. 그러나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10명의 정탐꾼은 그 '사실'을 근거로 '악평'(32절)함으로써, 가나안을 반드시 기업으로 주시겠다던 하나님의 약속을 업신여기고말았다. 이처럼 10명의 정탐꾼들은 2명의 정탐꾼(여호수아와 갈렙)과 동일한 '사실'을 놓고도 '믿음'의 결핍으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아낙 자손 - 22절 주석 참조.
===13:29
아말렉인...헷인과 여부스인...아모리인...가나안인 - 이 족속들은 가나안 땅의 강력한 족속들로서 이스라엘이 가나안 정복 전쟁 당시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던 그곳 원주민들이었다<수 서론, 가나안의 여러 족속들>.
===13:30
갈렙이...안돈시켜 - 여기서 '안돈(安頓)시키다'(* , 하사)란 말은 '잠잠하게만들다'는 뜻으로(삿 3 : 19). '조용히 !', '쉿 !'(hush)을 뜻하는 감탄사 '하스'(* )에서 유래한 것이다. 갈렙은 정탐꾼들의 겁먹은 보고와 그에 동요하는 백성들을 진정시키고, 그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환기 시키며 믿음을 재무장시킬 의향이었다. 이처럼 그가 백성 앞에 나서서 담대히 외칠 수 있었던 근거는 인간적인 회유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한 '믿음' 때문이었다. 한편여기서 여호수아 대신 갈렙이 대표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백성들의 눈에 모세의 수종자 여호수아 보다는 갈렙이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있는 것으로 비쳐졌기때문인 듯하다(Pulpit Commentary).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 - 갈렙의 이 말은 결코 만용(蠻勇)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니라, 여호와의 약속을 굳게 믿는 신앙에 기초한 말이다. 이와 같이 참 신앙인은 환경을 초월하여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기에 항상 담대히 전진할 수 있다(요 16 :33 ; 히 11 : 1).
===13:31
그와 함께 올라갔던 사람들 -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10명의 정탐꾼을 일컫는다. 한편 백성들의 설득 작업에 '여호수아'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은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14 : 6의 정황으로 보아 이때 여호수아는 분명 갈렙과 견해를같이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여호수아는 모세의 부관 으로서 모세의 입장을 대변해야 했기에 공정성을 지니기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갈렙이 전격적으로 나서서 긍정적인 보고를 주도한 것으로보인다.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니라 - 노예의 신분을 막 벗어난 이스라엘 백성들로서는 막강한 군사력과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던 가나안 원주민들을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수행해야 할 전쟁은 단순히 무기와 병력에만 의존하는 일상 전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건설이라는 거룩할 목적을 지닌 영적인 전쟁이었다. 더욱이 그들에게는 군대의 대장으로 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셨기에 주저하거나 낙담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임을 확신하지 못했던(삼상 17 : 47)그들에게는 자신들의 미약함과 상대의 강함만 보일 뿐,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13:32
탐지한 땅을 악평혀여 - 여기서 '악평'(* , 다바)이란 '은밀한 행동'이라는뜻의 '다바브'(* )에서 유래한 말로써 '모욕', '중상', '나쁜 소식'이란 의미를지닌다. 그러므로 그들은 약속의 땅에 대해 나쁜 평가를 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들어가 살 '기업'으로서는 부적합한 곳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것이다. 즉 그들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약속에 대해 불신하며 모욕했던 것이다.
그 거민을 삼키는 땅 - 이는 가나안 땅이 원래 생존 불가능한, 즉 박토(薄土)이거나 기후 조건이 나쁘다거나, 각종 질병이 만연하는 땅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앞의 보고대로(26, 27절) 그 땅이 매우 비옥하고 군사적으로도 요충지이기 때문에, 그로인해 열국들이 그곳을 서로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펼칠 것이며 따라서 수많은희생자가 계속 발생될 곳이라는 뜻이다(Rosenmuller, Gerlach).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 - 여기서 '장대한 자들'(* , 아느쉐 모도트)이란 '장신(長身)의 사람들', '두 사람 크기의 사람들', 곧 '키가 매우 큰 자'란뜻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몸집이 크다는 뜻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감히 대적할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족속들이라는 의미이다.
===13:33
네피림 후손 아낙 자손 대장부들 - '네피림'은 노아 시대로부터 그 명성을 떨치던강폭한 거인족으로서<창 6 : 4주석 참조> 정복과 수탈을 일삼던 난폭한 무리들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여기서 10정탐꾼들은 아낙 자손들의 위용에 기가 질려 그들을 고대 세계의 '대장부'(네피림)를 연상하여 묘사하였던 것이다(아낙과 네피림과의 연간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후에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 과정에서 무찌른 바산 왕 '옥'<신 3 : 11>의 신장이나 다윗이 죽인 블레셋 거인 골리앗(삼상 17 : 4-7)등을 보더라도 몇몇 가나안 원주민들의 육체적인 탁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0명의 정탐꾼들이 32절에서 말한 것처럼 그 땅의 '모든 백성'이 그와 같은 장대한 체격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0정탐꾼들의 보고에는 불가능을 미리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보고가 과장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메뚜기 같으니 - 이는 전쟁도 하기 전에 이미 정신적으로 패배한 자들의 연약한 소리이다. 10정탐꾼들의 보고에는 신앙적인 요소가 한 마디도 첨가 되지않았다. 그러므로 모든 정탐 결과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그들의 회의와 불신은 계속되는 14장에서 전 이스라엘 백성에게 파급되어 끝내 여호와의 진노를 사고 말았다. 이처럼 '여호와 신앙'을 내팽개친 자들에게 남는 것은 절망과 비탄 뿐이다.
음식과 나쁜 환경으로 인한 백성들의 원망(11장), 지도적 인물들의 추악한 질투심
(12장) 등에 의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뼈저린 아픔을 경험했던 이스라엘은 본장
과 다음 장(14장)에서 그 부정적이고 불신앙적인 모습의 극치를 보이게 된다. 즉 13,
14장은 이스라엘이 기나긴 광야 40년 생활을 하게 된 원인, 곧 가데스 바네아 불신앙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본장은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겅을 다루고 있는데, 먼저 가나안 정복
전쟁에 앞서 그 땅을 정탐하게 될 정탐꾼 파견 결정과 12정탐꾼의 명단(1-16절)이 제
시된다. 그리고선 모세가 그 정탐꾼들에게 내린 지시 사항(17-20절) 및 40일 동안의
정탐 경로의 개략(21-24절)이 언급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성들을 소요케 했던 정
탐꾼들의 상반된 보고 내용(25-33절)이 제시됨으로써 불신앙의 죄를 범하게 되는 14장
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있다.
사실 12정탐꾼들에게 목격된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던 대로(출
3:8,17;13:5) '젖과 꿀이 흐르는'풍요한 땅이었다. 즉 그 땅은 분명 하나님께서 이스
라엘 백성을 위해 일찍부터 준비하셨던 복된 땅이었으므로 이제 백성들이 용기를 내어
진입(進入)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10
정탐꾼들의 부정적 보고는 백성의 마음을 위축시켰고 따라서 풍요한 땅의 증거물로 가
져온 각종 실과는 그들에게 정복 불가능이라는 판단을 굳히는 준거가 되고 말았다. 이
와 같이 동일한 대상에 대해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을 축복으
로 소유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고통스러운 것으로 내팽개쳐 질 수도 있다. 하나님의 말
씀에 입각해 살아가는 자에게는 그분이 약속한 바를 온전히 신뢰하는 믿음이 필요하다
(히 11:1). 이러한 담대한 믿음이 없이는 결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없다(히
11:6).
1. 가나안 12정탐꾼(13:1-16)
출애굽 이후 가나안 행군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척박한 광야를 내내 가로질러 가야
하는 어려운 여정에 점점 회의(懷疑)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연 그곳이 약속받은 대로
축복된 땅인가? 이런 물음은 결국 가나안 땅의 정탐을 추진하게 만든다<2절, 주석>.
본문은 바로 이 같은 내용을 근간으로 펼쳐지고 잇다. 즉 본문에는 하나님께서 의심
하는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을 직접 목격할 수 있도록 정탐꾼 파견을 명하신 장면(1,
2절)과 그 정탐꾼으로 선발된 12명의 명단이 제시되었다(3-16절). 결국 가나안 땅 정
탐의 주된 동기는 하나님의 약속(출 13:5)에 대한 백성의 불신앙의 결과로 되어진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정탐이 실제 추진될 수 잇었던 까닭은 연약한 믿음을 소유한 백성
을 질책하지 않으시고 그들의 성숙한 신앙과 가나안에 대한 소망을 독려키 원하셨던
하나님의 자상한 배려 때문이었다.
이처럼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오래 참으시며, 그
들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사랑으로 돌보신다(눅 15:14-19). 이러
한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이야말로 자신의 실수와 죄악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엡 2:1)
우리가 천국을 목적하고 내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밑받침이 된다(요
3:16;13:1).
* 가나안 정탐의 동인(動因). 본장 1, 2절에 보면 하나님께서 친히 모세에게 가나안
정탐을 명하신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때의 상황을 자세히 연구해 보면 하나
님께서 처음부터 가나안 정탐을 명하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신 1:21). 사실 하나
님의 본래 뜻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을 주시겠다는 당신의 말씀을 믿고 그 땅을 정
복하기 바라신 것이었다(신 1: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풍요한 땅을 얻을 것이라는 확
신을 하지 못했으며 가나안 정복의 실패라는 불길함과 두려움을 떠쳐 버리지 못했기
에, 결국 가나안 정탐을 요청하게 되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앞날과 현재를 하나님
께 완전히 맡기는 믿음의 결여로 인해 가나안 정탐꾼 파견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앙은 지속적으로 면면히 이러져 내려가 광야
40년 생활 동안 계속 하나님을 섭섭하게 해드렸드며 심지어 정착 후에는 그들을 다스
릴 인간 왕을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삼상 12:12).
신앙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여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
이 그 당시 자신들의 두렵고 답답한 마음조차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께서 가나안
정복 전쟁을 주도하도록 온전히 의뢰했다면 그들의 역사는 밝게 빛났을 것이다. 무엇
이든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지 못하는 것은 분명 불신앙에 속한다.
2. 정탐꾼들에게 내려진 지시(13:17-24)
과연 가나안이 약속의 땅인가? 그 땅을 쉽게 정복할 수 있을까? 등의 회의에 휩싸여
가나안 정탐을 요청했던(신 1:21, 22) 이스라엘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정탐을 명령하시
고(1, 2절) 또 그 일에 필요한 사역자 12명을 파련케 하셨다(3-16절). 본문은 그 파견
에 앞서 모세가 12정탐꾼들에게 행한 훈시(訓示)와 실제 이스라엘 정탐꾼이 가나안을
정탐한 경로가 약술되어 있다.
즉 본문에는 주정탐로를 지정해 주고(17절) 각 성읍과 주민들의 전투력을 탐
지할 것(18, 19절)과 각 지역의 토양 상태를 알아보게 하는(20절) 등의 지시가 내
려졌다. 그리고 실제로 12정탐꾼이 산지를 타고 각 성읍들을 살폈던 정탐 경로와
정탐지에서 얻은 풍성한 산물에 관해 묘사되어 있다(21-24절).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모세는 정탐꾼들에게 그들이 어떤 길로 가야할 것인지 어느
성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지를 확인시켰으며(신 1:22) 또 그 땅이 비옥한 지의 여부
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약속의 땅 가나안에 대한 그들의 의심을 말끔히 씻
어주고자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정탐에 앞서 그들에게 제시된 절대 명령은 '담대하라'
는 것이었다. 즉 어떤 상황과 환경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위
축되지 말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으로 믿고 용감히 맡은 일을 수행
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하나님과 그 약속만을 바라보고 믿는 자는 어떤 장해에도 굴하
지 않고 담대히 전진할 수 있다(요 16:33). 두려움은 확실히 불신앙에서 유래한 것이
다(요일 4:17,18).
* 담대함은 곧 신앙의 소산(所産). 모세는 12정탐꾼들에게 정탐의 제 1원칙으로 '담
대하라'고 당부했다. 즉 이 말은 신앙에 기초한 용기로써 정확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판단하여 능히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라는 지시이다. 그리고 이 정탐 과정에는 각종의
어려움과 도전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이러한 지
시를 한 까닭은 인간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대하는 것과 신앙의 눈으로 그 대상을 접하
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적으로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대
다수의 정탐꾼들은 담대하라는 지시를 망각한 채 겁에 질린 보고를 함으로써 백성을
극도의 불안 상태로 몰아가고 말았다.
한편 우리도 온전한 신앙 생활을 하노라면 필연적으로 고난을 감래해야만 한다(딤후
2:3;3:12). 기독교는 언제나 영원한 하늘 나라와 이 땅의 정의를 위하여 고난에의 동
참을 요구하는 종교이다(시 119:67;고후 1:5;히 11:25;벧전 3:14). 그런데 그 고난은
헛된 것이 아니라 생명의 면류관이 보장된 정의의 고난이다. 이 고난에 동참하기 위해
서는언제나 신앙에서 유래한 용기가 필요하다(시 27:14;사 41:6,10;행 23:11;히
10:35). 이러한 담대함이 없이는 결단코 신앙의 순례 길에 나설 수 없고 또한 먼훗날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할 수도 없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안녕을 위한 말씀으로
언제나 담대할 것을 명령하였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
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우리가 세상을 이길 수 있는, 그리해서 영광된 하늘 복
지(福地)에 이를 수 있는 힘은 그리스도의 이 같은 약속을 믿는 믿음과 믿음에 기초한
용기로써만 얻어진다(요 14:1).
* 두 사람이 운반한 포도송이. 가나안 땅 정탐을 마친 정탐꾼 들은 모세의 명령에
따라(20절) 그 땅의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어 왔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두 사람이 포도송이가 달린 가지 하나를 메고 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가나
안 땅이 경작지(耕作地)로서는 최상이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즉 이것은 가나
안 원주민들이 비록 강대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몰아내시고 대신 이스라엘에게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실 것에 대한 확실한 약속의 증표엿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백성들에게 큰 확신과 소망을 안겨
주시기 위해서 가나안의 풍요로움을 미리 목격하고 맛보게 하셨다. 마친가지로 하나님
께서는 거친 세파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오늘의 성도들에게도 날마다, 순간마
다 당신의 자비로운 손길을 내미셔서 영광된 하늘 나라를 소망하며 담대히 살아갈 수
있게 하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주의 은총의 손길을 외면한 채 보이는 현실에 집
착함으로 말미암아 절망하고 좌절할 때가 종종 있다. 이에 믿음의 눈으로 현실을 이기
며 미래의 풍성한 하늘 나라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범한 삶 속에서 발견되
는 하나님의 은혜를 매번 인식하며 그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3. 정탐꾼들의 상반된 보고(13:25-33)
가나안 땅 정탐을 명령받았던 12명의 정탐꾼들은 모세가 지시한 정탐 원칙에 의해
(17-20절) 남방 길로부터 산지(山地)를 따라 북상(北上)하면서 세밀하게 탐색을 마쳤
다(21-24절). 그리고 본문에 이르러 그들은 무사히 귀환하여 그곳에서 목격한 바를 백
성들에게 보고하였다.
즉 본문은 12정탐꾼들이 정탐한 내용을 회보(回報)하는 장면으로서 그 내용은 다음
과 같다. 그들은 40일간의 충분한 정탐을 마치고 가데스 바네아의 이스라엘 본 진
영에 가나안 땅의 수확물을 가지고 귀환했다(25, 2절). 그리고 정탐꾼들은 그 땅의
풍부한 생산력과 거민의 강대함 등을 사실적으로 보고하였다927-29절). 이에 갈렙
은 담대히 가나안 땅의 정복을 피력하였으나(30절),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10
명의 정탐꾼들은 땅과 거민들의 강성함을 들어 가나안 정복이 불가능하다는 쪽의 평
가를 제시했다(31-31절).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결국 14장에서 볼 수 있듯이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원망과 불신앙의 늪으로 빠뜨리게 하였고 더나아가 광야 40년의 방황과
광야에서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까지 그 폐해를 확장하게 하였다.
이처럼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10정탐꾼들은 목격되는 사실에 관해서는 정확히
보았으나 그 목격된 바를 신앙으로 승화시키지 못했기에 두려움에 찬 보고를 할 수 밖
에 없었다. 즉 그들은 그 땅을 기필코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고
단지 그 땅의 강성함과 자신들의 미약함만을 견주므로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주장하시며 그 약속하신 것을 이루고야 마시는 전능하
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에게는 결코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결론이 내려질 수 없다. 참
신앙인은 폭풍우 가운데서도 태양의 존재를 믿는다(행 27:20-26;빌 4:13).
* 소수(少數)의 신앙. 가나안 정탐을 마친 12명중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바를 굳게
믿고 담대히 가나안 정복을 주장한 자는 오직 눈의 아들 여호수아(호세아)와 여분네의
아들 갈렙 두 사람뿐이었다. 이소수의 주장은 비록 처음은 다른 10명의 정탐꾼, 나아
가 모든 백성의 반대에 직면하는 등 심히 미약하게 보였지만 그것이 믿음에 근거한 주
장이라는 점에서 약 40년 후 기어코 실현되고 만다. 이처럼 하나님의 약속은 사람이
그것을 믿건 믿지 않건간에 언젠가는 성취되고야 만다.
이러한 사실은 믿음이 모든 사람의 것도 아니며(살후 3:2), 하나님은 다수(多數)의
의견만을 수용하시는 분이 아니라 수에 관계없이 진리의 편에서 활동하시는 분임을 보
여 준다. 결국 가나안 땅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믿은 두 사람의 신앙은 '믿
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진리를 확증시켜 준다(요 3:12-18). 그리고 비진리로 무장
한 다수의 횡포가 순간적으로 세력을 떨칠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비록 소수에 불과
하지만 진리로 무장한 자들이 승리하게 된다는 소망에 찬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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