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 17:1,2

   나의 기운이 쇠하였으며 나의 날이 다 하였고 무덤이 나를 위하여 예비되었구나 나
를 조롱하는 자들이 오히려 나와 함께 있으므로 내 눈이 그들의 격동함을 항상 보는구
나. - 여기서 욥은 자기의 비참한 처지를 진술한다. (1)그의 육체가 아주  쇠하였다고
하며(1절), (2)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친구들은 헛된 말로 그를 격동시킨다고 한다(2
절). 그의 이와 같은 비참한 처지는 말할 수 없이 괴로운 것이었다. 그의 기력은 죽을
지경으로 쇠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위로하는 자는 없고 도리어 그를 격동시키는 자
들 뿐이었다. 이렇게 그는 이 시기에는 고통을 당할 뿐이었다. 이런 때에 그가 낙심하
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찾은 것이 귀하다. 그가 하나님을 찾은 사실은  다음  귀절들이
말해준다.

 

  욥 17:3

  청컨대 보증물을 주시고 친히 나의 보주가 되옵소서 주 외에 나로 더불어 손을  칠
자가 누구리이까. - 욥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청하는 의미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되었
다. 그는 자기의 당하는 비참한 처지가 자기의 어떤 특수한 죄값은  아니라고  말해왔
다. 그는 언제든지 양심적으로는 그 주장을 철회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하나
님께 자기의 무죄를 확증하시는 보증물을 주시기 원한다. 이것이 그의 신앙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으나 낙심하지 않고 전적으로 하나
님을 바라본다. 어떤 성도가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파선되어 갈 때에 주님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사방으로 나갈 길이 없으나 하늘길은 열려 있다."라고 하였다.
   "손을 친다"는 것은 보증해 주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욥은 여기서 하나님  외에
구원의 중보자가 없음을 확언하였으니, 그것은 신약의 그리스도를 예언한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롬 8:33-34에 말하기를, "누가 능히 하나님의 택하신 자들을  송사하리요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
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
니라"고 하였다. 히 7:22에 말하기를, "이와 같이 예수는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 되셨
느니라"고 하였다.

 

  욥 17:4

  주께서 그들의 마음을 가리워 깨닫지 못하게 하셨사오니 그들을 높이지 아니하시리
이다. - 이것은 욥의 친구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깨닫는 은혜를 받지 못하였다는  뜻이
다. 옛날부터 하나님의 지혜를 받는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사 6:9-10 참조. 이것은
받아본 자들만이 안다.
   "그들은 높이지 아니하시리이다." 곧, 그들을 하나님께서 옳다고 인정하시지  않는
다는 뜻이다.

 

   욥 17:5

  친구를 지적하여 해를 받게 한 자의 자식들은 눈이 멀지니라. - 곧,  욥을  해롭게
한 세 친구들은 이런 벌을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비참한 자리에 빠진 자
를 괴롭히는 것이 큰 죄악이다. 레 19:14에 말하기를, "너는 귀 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소경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라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고  하였
고, 신 27:18에는 말하기를, "소경으로 길을 잃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우찌무라(*    )는 욥의 이 말이 남을 저주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욥의 말일  수
없다는 뜻으로 의심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욥의 이 말은 남의 불행을 희망하는 저주가
아니고 다만 하나님의 진리를 그대로 말한 것 뿐이다.  헹스텐벧크(E.W.Hengstenberg)
는 "이 말이 친구를 배신한 자의 당연히 받을 벌을  기리킨다."라고  하였다(Vielmehr
muss und wird sie verdients Strafe treffen, wie alle diejenigen, die ihre Freun-
de treulos verraten.-Das Buch Hiob, Leipzig, 1875, s.35).
   위험한 죄를 경고함은 사랑에 속한다. 사람들에게 이런 사랑을 베풀지 않고 아첨하
는 자는 불의하다. 하나님은 아첨하는 자들을 극히 미워하신다. 아첨하는  자의  혀는
끊기울 만큼 가증한 것이다(시 12:3). 그들은 왜 불쌍한 자를 도리어 멸시하는가?  거
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1)그들은 외식주의로 타락되어  인간의  내부(하나님의
형상)를 보지 못하고 그 외모(병들고 추한 모양)만 보는 영적 맹인(靈的盲人)들인  까
닭이며(마 23:25-26), (2)그들은 극히 이기주의(利己主義)로 타락되어 불쌍한 자를 피
하여 지나간 제사장과 레위인이 그런 자들이었다(눅 10:31-32). (3)또 어떤  경우에는
인간성이 극도로 타락하여 거의 악마화(demonized)된 까닭이기도 하다(요 8:44).

 

  욥 17:6

  하나님이 나로 백성의 이야기 거리가 되게 하시니 그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는구
나. - 여기서 욥은 다시 자기의 비참한 처지를 진술한다. "백성의  이야기거리."  곧,
사람들이 그의 비참한 처지를 동정하지 않고 도리어 조롱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이렇
게 무지하다. "얼굴에 침을 뱉는구나." 곧, 욥의 몸은 병 때문에 더러워졌다. 그를 보
는 자들은 마땅히 그를 동정해야 될 것이건만 도리어 그들은 그를 더럽게 여기며 멸시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이런 죄를 범하기 쉽다.

 

  욥 17:7

   내 눈은 근심으로 하여 어두워지고 나의 온 지체는 그림자 같구나. - 욥은  질병으
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도 심해졌고 기력도 전연 없어졌다. 따라서 눈이 어두워지고 온
몸이 그림자 같이 쇠약해졌다. 여기 이른바 "지체"란 말(*       )은  "형성된  것들"
(Bildungen)이란 뜻인데(hengstenberg), 이 말은 욥의  인생관을  반영시키는  말이다
(Dhorme). 곧, 인간의 몸은 하나님의 형성물이라는 것이다.
   이 귀절의 내용은 욥의 처지가 극도로 비참해진 사실을 묘사한다. 그는 이렇게  되
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신앙과 의를 지킨다는 것을 이 아래(8-9)서 다짐한다. 이  부
분 말씀은 다윗의 고백(시 31:9-15)과 흡사하다. 다윗도 극도로 비참한 환난에 빠졌을
때에 고배하기를, "여호와여 그러하여도 나는 주께 의지하고 말하기를 주는 내 하나님
이시라 하였나이다"라고 하였다(시 31:14). 이것을 보면 성도에게는 고난이 도리어 유
익하다. 고난은 성도에게 신앙의 연단을 주어서 신앙을 견고케 한다(롬5:3; 약1:2-14;
벧전 1:6-7).

 

  욥 17:8

  정직자는 이를 인하여 놀라고 무죄자는 사곡한 자를 인하여 분을 내나니. - 여기서
"정직자"란 말은 의인을 가리킨다. 그는 욥의 비참한 처지를 보고 놀란다. 그  이유는
욥은 의인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무서운 고난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인은 낙심
하지 아니하고 더욱 힘있게 신앙을 지킨다(9절). 이것이 택함 받은 성도의  특징이다.
성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섭리를 보고도 낙심하지 않는다. 그는 그와 같은 섭
리 속에 더욱 오묘한 뜻이 있는 줄 안다. 그러므로 그는 더 힘차게 믿음의 길을  달린
다.
   "무죄자는 사곡한 자를 인하여 분을 내나니." 곧, 의인은 외식자들의 옳지 않은 행
동을 보고 낙심하지 않고 도리어 의분(義憤)을 발한다는 뜻이다. 이런 행위는 신앙 생
활에 더욱 힘을 가한다.

 

  욥 17:9

 그러므로 의인은 그 길을 독실히 행하고 손이 깨끗한 자는 점점 힘을 얻느니라.  -
곧, 의인은 욥의 당한 재난과 같은 난제를 만나서 낙심하지 않고 도리어 신앙의  길을
힘있게 간다는 뜻이다. 신앙 생활을 힘쓰는 자는 점점 힘을 얻는 법이다.

 

   욥 17:10

  너희는 다 다시 올지니라 내가 너희 중에서 지혜자를 찾을 수 없느니라. - 욥은 세
친구의 많은 말에서 지혜를 찾지 못하였음으로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를 갖고자 한다.

 

  욥 17:11,12

  나의 날이 지나갔고 내 경영, 내 마음의 사모하는 바가 다 끊어졌구나 그들은 밤으
로 낮을 삼고 빛이 어두운데 가깝다. - 여기서 욥은 다시 자기의 비참한 처지를  진술
한다. 곧, 자기는 이제 여망이 없다는 것이다. 곧, 그의 친구들은 그를 위로하여 권면
하는 말이, 이제라도 욥이 회개하면 그에게 밝은 전망이 오리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
은 모르고 이런 말을 한다. 그들의 논법대로 빛과 어두움은 사실에 맞지 않는 헛된 상
상(想像)에 불과하다.

 

  욥 17:13-16

  내 소망이 음부로 내 집을 삼음에 있어서 침상을 흑암에 베풀고 무덤더러 너는  내 아비라, 구더기더러 너는 내 어미, 내 자매라 할진대 나의 소망이 어디있으며 나의 소망을 누가 보겠느냐 흙 속에서 쉴 때에는 소망이 음부 문으로 내려갈 뿐이니라. -  욥은 여기서 자기의 앞날이 무덤 밖에 없다고 탄식한다.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  육체에 대한 욥의 신앙적 견해를 볼 수 있다. 그는 도무지 자기 육체를 애착할  만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곧, 육체는 결국 무덤을 자기 "아비"같이  여기고,  구더기를  자기 "어미"나 "자매"와 같이 여길 것이라고 한다(14절). 이렇게 육체에 대하여 애착을  가지는 사람들은 결국 육체를 우상화(偶像化)하고 하나님보다 그것을 더 사랑한다. 그러나 육체는 아무래도 죽는 것이다. 롬 8:10에 말하기를, "몸은 죄로 인하여 죽는  것이나 영은 의를 인하여 산 것이니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