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14:1-4
삼손이 딤나에 내려가서 거기서 블레셋 딸 중 한 여자를 보고 - (1절) "딤나"는 삼
손의 고향인 소라(예루살렘에서 14마일 동쪽에 있음)에서 4마일 서남쪽에 있다. 소라
는 지중해에서 해발 354미터나 되는 고원(高原) 지대이고, "딤나"는 해발 242미터 되
는 곳에 자리해 있다. 그러니 만큼 소라에서 딤나로 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이다.
부레(Karl Budde)의 해석에 의하면 여기 "여자"란 말의 히브리어(* )가 보통
으로 처녀를 가리킬 때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그녀는 과부이거나, 그렇지 않으
면 이혼 당한 여인이거나, 혹은 처녀일지라도 업신여김이 된 뜻에서 이 말(* )로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버네이(C.F. Burney)는 이 세째 해석을 택한다(The Book
of judges, 1970, p. 356).
나를 위하여 그를 데려오소서 - (3절 끝) 여기 "그를"이란 말(* )은 강세형
인데 "그를 꼭 그를"이라고 하는 역설체(力說體)이다. 삼손은 그 여자를 취하려 함에
있어서 그 부모의 반대 의사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삼손의 부모가 반대한 이유
는,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이방 여자를 취함은 하나님의 율법에 금지되었기 때문에 그
리하였을 것이다. 출 34:16; 신 7:3-4 참조. 그러나 삼손이 이렇게 이방 여자를 취하
고자 한 것은 "여호와께로서 나온 것"이라고 하였다(4절 끝). 여기 이른 바
"이 일이 여호와께로서 나온 것" - 이라고 함은 무슨 뜻인가? 하나님 여호와께서
어떤 때에는 율법의 말씀도 무시해 가면서 필요한 일을 성립시킨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해설되어야 한다. 곧, 이스라엘 사람인 삼손이 이방 여
자를 취하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위반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그 여
자를 취하겠다고 고집한 것은 그의 잘못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그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지 못하시는 법은 없으시다. 그는 도리어 인간의 잘못
을 계기(契機)로 하여 그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시는 경륜도 있다. 모세 때 애굽 왕 바
로가 끝까지 이스라엘을 놓아 보내지 않으므로 하나님은 그 기회에 열 가지 재앙을 애
굽 사람에게 내리시고 마침내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주셨으며, 또 이스라엘로 하여금
홍해를 육지 같이 건너게 하시고 그들을 추격해 온 애굽 군대를 홍해에 수장(水葬)시
키심으로 하나님의 권능을 더욱 나타내셨다(출 7-14장). 이런 의미에서 바로의 강퍅함
은 하나님의 섭리로 된 것이었다고 한다(출 7:3-4; 롬 9:17). 수 11:20; 삼상 2:25;
대하 10:15, 22:7, 25:20 참조. 삼손이 블레셋 여자를 취한 사건도 이런 의미에서 "여
호와께로서 나온 것"이다.
나실(* )인 삼손이 블레셋 여자를 취하는 것은 나실인의 법도 범함이다
(13:5).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를 당장 버리지 않으시고 긍휼로 참으시며 그를 사용하
셨다.
삿 14:5-9
삼손이 여호와의 신에게 크게 감동되어 손에 아무것도 없어도 그 사자를 염소 새끼
를 찢음 같이 찢었으나 - (6절 상반) 삼손이 나실인으로서 합당치 않은 목적을 이루고
자 하며 그의 부모와 함께 딤나로 내려갔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당장 만나지 않으시
고 성령의 능력을 입혀 주셨다. 그가 포도원에서 사자를 만나 찢어 죽였고, 후에 다시
그곳을 지나다가 사자의 사체(死體) 속에서 벌 떼와 꿀을 발견하였다. 사자의 사체를
독수리 같은 새들이 다 뜯어 먹고 그 남은 부분은 바짝 말라 구멍이 생겼으므로 벌 떼
가 거기 와서 벌집을 짓고 꿀을 저축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헤로도터스(Herodotus)
는 오네실루스(Onesilus)란 사람의 두골에 대하여 말하기를, "그 두골이 비어 있는 때
에 벌 떼가 와서 그 속에 벌집을 지었더라."고 하였다(Hist.V.114). 우리는 삼손이 사
자를 죽인 사실에서 중요한 영적(靈的)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곧, 그가 블레셋 족속
을 쳐서 이기기 전에 먼저 사자를 찢어 죽이는 예비 훈련이 그에게 있었다. 다윗도 골
리앗과 전쟁하기 전에 물맷돌로 사자와 곰을 쳐 죽이는 예비 훈련을 가졌었다(삼상
17:34-37). 큰 일을 할 인물들은 먼저 하나님의 인도로 말미암아 능력 받는 훈련을 쌓
게 된다.
삿 14:10-13
삼손이 블레셋 여자와 결혼하는 잔치를
"칠일동안" 배설했다. 그는 그 때에 거기 모인 블레셋 동무들 30명 에게 한 개의
수수께끼를 내어 놓았다. 잔치하는 때에 사람들이 수수께끼로 내기하는 풍속은 옛날헬
라 사람들 가운데도 있었다고 한다(Bochart,Hieroz. P.II.l.ii.c.12; K.K. Muller,
Dorier, ii. p.392).
먹는 자에게서는 먹는 것이 나오고 강한 자에게서는 단 것이 나왔느니라 - (14절)
곧, 다른 짐승을 잡아 먹고 사는 동물에게서 식물(植物)이 나왔는데, 그 동물은 강하
고 그 식물은 달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수수께끼의 신령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곧,
(1) 하나님을 믿고 또 그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모든 "강한" 것(약한 것)도 하나님의
특별 섭리에 의하여 "단 것"(유익한 것)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2) 하나님의
일반적 섭리에서도 이 수수께끼와 같이 역사(歷史)는 전개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 예를 들었는데, 강한 로마 제국이 무너진 자리에 근대의 문명한 유럽 국가군
(國家群)이 새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달리 해석하기를, 높은 산이 무너져
그 밑에 흙이 밀려 내려와 비옥한 땅을 이룬다고 하나, 이 해석은 자연스럽지 않다.
삿 14:15-17
"삼손의 아내"가 블레셋 사람들(잔치에 참석했던 동무 30명)의 강요에 의하여 삼손
에게 수수께끼의 뜻을 가르쳐 달라고 여러 가지로 유혹하였다. 곧, 그녀는 (1)
"울며"삼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으며(16절 상반), (2) 그 수수께끼의 뜻을 말하
지 않음은 자기를
"사랑치 아니하는" 까닭이라고 하였고(16절 상반), (3) 계속하여
"칠일 동안" 강박(强迫)하였다(17절). 그러므로 삼손이 견디다 못해서 그의 부모
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그 아내에게 털어놓고야 말았다. 이것을 보면 삼손은, 비
록 힘은 강했지만 여자에게 사로잡혀 초지(草地)대로 관철하지 못하는 약자였다. 그
의 이와 같은 심리는 모든 남자들을 경고하는 거울이 된다.
삿 14:18
무엇이 꿀보다 달겠으며 무엇이 사자보다 강하겠느냐 - 잔치에 참석했던 동무 30명
은 삼손의 아내에게 들었으므로 그 수수께끼를 쉽게 풀어 버렸다. 이때에 삼손이 말하
기를,
"너희가 내 암송아지 밭 갈지 아니하였다면 나의 수수께끼를 능히 풀지 못하였으리
라" - 고 하였다. 삼손은 물론 자기가 아내에게 말한 수수께끼의 비밀이 누설된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였다. 삼손은 여기서 "암송아지"로 그 아내를 비유한 것이다. 봉크
(C.Vonk)는 말하기를, "아내를 '송아지'로 비유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실례스러운 말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옛날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레아'도 암소란
뜻이고, 다윗의 아내들의 이름 가운데 '에글라'(삼하 3:5)도 그러하다."라고 하였다
(De Voorzeide Leer, Deel ld, De Heilige Schrift, Richteren, 1973, p. 595).
삿 14:19,20
삼손이 성령의 능력으로 힘을 얻고 아스글론으로 내려가서 블레셋 사람 30명을 쳐
죽였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옷 30벌을 노략하여 수수께끼 푼 자들에게 줌으로 약속을
지켰다. 그가 블레셋 사람을 살해한 이유는 자기 아내와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를 속였
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배신 행위를 미워하였다.
삼손이...심히 노하여 아비 집으로 올라갔고 삼손의 아내는 삼손의 친구되었던 그
동무에게 준 바 되었더라 - (19-20절) 삼손이 심히 분한 모양으로 그곳을 떠나는 것을
본 그의 장인이 자기 딸(삼손의 아내)을 블레셋 사람에게 주어버렸다. 15:2 참조. 이사건도 그들의 배신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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