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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법규. [히, 미쉬파팀] ‘심판하다’, ‘판결하다’는 뜻의 ‘샤파트’에서 유래한 말로 법률적으로 선언된 ‘판결’, 혹은 ‘판단’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는 법정에서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판례(case)와 사회 도덕법적 성격을 지니는 ‘시민법’ 또는 ‘시민법의 기초가 되는 명령’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모든 성경 법규의 2대 근본 정신은 공의와 사랑이다.

 

21:2 히브리 종을 사면. 히브리인이 같은 동족에게 노예가 되는 경우로는 (1) 빚을 갚지 못했을 때(레 25:39) (2) 도적질한 것을 배상할 능력이 없을 때(22:3) 등이었다. 그렇지만 이 경우 그는 종이 아닌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고 6년이 지난 뒤에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신 15:12). 그러나 이방인 종의 경우는 이와 달랐는데 그는 주인의 영구한 소유가 되어 후손에게까지 상속될 수 있었다(레 25:39-46).

일곱째 해에는 … 자유인이 될 것이며. 고대 어느 법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규정이다. 신 15:12에 의하면 이런 법은 히브리 여종에게도 동일하개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칠 년 만에 종에게 자유를 주는 제도는 히브리인들의 안식년 및 희년 제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레 25장). 그러나 여기서의 일곱째 해는 반드시 안식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종된 자가 만 6년을 채우고 제7년째 되는 해를 가리킨다. 물론 종이 그 중간에 희년을 당하면 그 즉시로 해방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Wyclife).

구약에는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대우에 대해 규정한 법이 많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의 노예 제도를 개관해 보자.

◆ 구약의 노예 제도: 노예 제도가 하나님이 세운 사회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포함하여 고대 근동 전반에 이 제도가 있었다. 하나님은 노예 제도를 금하지는 않았지만 노예를 학대와 착취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령을 제정하셨다. 하나님은 우리를 우리 문화에서 떼어 내지 않으시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신다. 실제로 그분의 법에서는 노예가 증가하지 않도록 해 주는 시간(희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종”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에베드’는 “하인, 인부, 조언자, 노예” 등을 의미한다. 노예는 대부분 전쟁 포로들로 자기를 패배시킨 존재 밑에서 일한다. 목숨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회 내에서는 가난(레 25:35, 39)이나 범죄(출 22:3) 때문에 종이 되었다. 그런 경우에 그들은 낮게 평가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동료 히브리인으로 여겨졌다(신 15:12). 학대를 받아 신체 일부(눈, 치아 등)가 손상을 입는 경우에는 그 대가로 노예 신분에서 풀려났다(출 21:26-27). 노예들은 안식일에 자유롭게 하나님을 섬겼다(출 20:10). 가난한 사람에게는 노예 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먹을 것과 잠자리를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종종 스스로 종이 되었다.

◆ 소송: 출 21:2-6에서는 채무 관계로 종이 된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규정한다.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 그런 사람들은 빚을 갚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6년 동안 일하고 7년째 해에는 “몸값을 물지 않고”(2절) 자유롭게 된다. 두가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규정되었다. 빚 때문에 종이 된 경우, 가족이 있다면 떠날 때 가족을 데리고 간다. 가족이 없었는데 주인을 통해 아내를 얻고 자녀를 낳았다면,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가지 못한다. 이럴 때는 영원히 종으로 남아 가계의 일원이 되기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려면 여호와 앞에 맹세하고 귀를 뚫어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음을 나타내야 한다.

◆ 법규의 의미: 구약성경 율법을 더 큰 맥락에서 볼 때 이 규정은 종들의 복지와 연관이 있다.
첫째, 하나님은 영구적인 노예 제도를 원치 않으신다. 제한 기간은 6년이다. 실제로 구속자가 빚을 갚아 노예들을 해방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가난한 자들의 빚이 면제되는 안식년이 있거나(신 15:1-6), 모든 히브리 종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희년이 찾아오면(레 25:10), 6년 기간은 단축될 수 있었다.
둘째, 결혼한 사람이 종이 되었다면 주인은 그 가족을 보살펴 주었다. 무상 봉사가 아니라 가족들은 노동으로 그 대가를 지불했다.
셋째, 6년 후에 주인은 ‘빈손’으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대로 그에게 줄지니라”(신 15:13-14). 이전 종들은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넷째, 홀로 노예가 되었던 사람이 떠날 때는 아내와 가족을 데려가지 못하지만, 값을 지불하고 되찾을 수는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이 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선택이 합법적으로 가능했다. 스스로 주인의 가계에 소속되는 것이다. 이 계약이 성립되면 가족의 생계 문제가 해결된다.

분명 그 어떤 것도 이상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불완전한 세상에서 여호와께서는 노예 제도를 최대한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 법을 규정해 놓으셨다. 또 죄의 노예를 포함하여 노예 제도가 사라지는 최후의 희년도 선포하셨다(눅 4:17-19).

 

21:3 단신으로 왔으면. 주인이 종을 해방시킬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종이 결혼하지 않았을 경우이다. 이때에 그 종은 별다른 문제없이 혼자 해방되었다. 둘째, 종된 자가 종이 되기 이전 이미 아내를 얻은 경우이다. 이때 그 아내는 남편과 함께 종이 되었다가 남편이 해방될 때 같이 해방되었다. 셋째, 종된 자가 종된 후 주인으로부터 아내를 얻었을 경우이다. 이때 그 종은 7년째에 해방되었지만 그 아내와 자녀는 해방될 수 없었다. 이 중 두 번째 경우가 종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면, 세 번째 경우는 주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21:4 상전. [히, 아돈] ‘다스린다’는 뜻에서 유래할 말로 ‘주권자’, ‘소유자’, ‘통제자’란 뜻이다. 종종 하나님의 이름을 대신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었으나(4:10, 느 1:11, 시 35:17), 여기선 종에 대한 주인의 권리가 절대적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아내를 주어. ‘여자를 주어’라는 뜻인데, 즉 주인이 자기 소유의 여종을 아내로 주는 것을 말한다. 한편 여기서 ‘주다’에 해당하는 ‘나탄’은 ‘물건을 준다’는 뜻의 동사로 당시 종은 주인의 소유물처럼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속할 것이요. [히, 티흐예] ‘하야’(존재하다, 있다)의 미완료형으로 계속적으로 또는 영구히 ‘ … 이 되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이는 주인에게 속한다는 ‘소속’의 의미가 아닌, 주인의 것이 된다는 ‘소유’의 의미이다.

 

21:5 자유인이 되지 않겠노라. 본 절은 3절에 나타난 바 세 번째 경우에 있어서의 예외 사항이다. 즉 종이 주인으로부터 받은 아내와 그리고 그를 통해 낳은 자식들을 사랑하고 또한 주인과 헤어지기 싫은 경우, 종은 자유를 얻는 것(2절)을 포기하고 계속 주인의 종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일은 주인으로 하여금 종들을 종으로 부리지 말고 품꾼이나 우거(寓居)하는 자 같이 대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히브리 율법(레 25:39-43)으로 인해 가능하였을 것이다.

 

21:6 재판장. [히, 엘로힘] 이는 본래 지존자로서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명칭이다(창 24:3, 수 2:11). 그러므로 70인역은 이를 ‘하나님의 판단’으로 번역하였다. 따라서 추측컨대 이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엄숙히 판단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귀를 뚫을 것이라. 고대 근동의 관습으로 이것은 완전한 예속(隸屬)과 순종을 나타내는 의식이었던 것 같다(Knobel). 왜냐하면 고대 근동인들에게 있어서 귀는 ‘예속의 기관’이었으니 귀가 뚫린다는 것은 곧 ‘자유의 상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일 칼타고인들은 종의 표식으로 종의 귀에 귀걸이를 매달았다고 한다(J. P. Lange). 한편 키케르(Cicero, B.C. 106-43)는 그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리비아 노예에게 ‘네 귀를 충분히 뚫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다.

 

21:7 딸을 여종으로 팔았으면. 고대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피치 못할 가난이나 빚 등으로 인해 아버지가 자식을 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이것이 용납되었다(Herodotus).

남종 같이 나오지 못할지며. 신 15:17에 의하면 이 경우는 주인이 여종을 첩으로 취한 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때 여종은 주인으로부터 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여종도 남종과 마찬가지로 7년째 되는 해에 해방될 수 있었다(신 15:12).

 

21:8 만일 … 기뻐하지 아니하여. [히, 임라아] ‘만약’이라는 뜻의 ‘임’과 ‘상하게 하다’, ‘깨뜨리다’, ‘불쾌하게 하다’는 뜻의 ‘라아’가 결합된 형태로 ‘만일 (그녀를) 불쾌하게 하면’, ‘만일 (그녀와의) 관계를 나쁘게 하면’이란 뜻이다. 이는 상전이 볼 때 그녀가 눈에 차지 않아 그녀를 첩으로 삼지 아니하고, 따라서 그녀와 동침하지도 아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럴 경우 그녀는 속전을 지불하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속인 것이 되었으니. [히, 베비그도] ‘바가드’(잘못 대하다, 반대로 행동하다)에서 온 말로 ‘정당히 대하지 아니하였으니’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외국인에게는 팔지 못할 것이요. 이스라엘인 노예는 이스라엘 내에서만 매매하고 외국인에게는 팔지 못하도록 규정되었다. 이같은 이유는 동족간에는 비록 노예라 하더라도 형제처럼 대우받고(레 25:39, 40) 또한 7년 째에는 해방될 수 있었으나 외국으로 팔려가면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택한 백성의 자유에 대한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한편 모세 율법은 히브리인이 가난 때문에 부득이 이방인의 종이 되었을 경우에는, 그 동족이 속전을 지불하고 그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레 25:47-55).

 

21:9 아들에게 주기로 하였으면. 주인이 어떤 사람의 딸을 첩으로 삼기 위하여 샀으나 중도에 마음이 변하여(8절) 아들로 하여금 그녀의 남편이 되게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때 주인은 장차 며느리가 될 그 여종을 자신의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여야 했다.

 

21:10 다른 여자에게 장가 들지라도. 주인이 새로운 여자 노예를 택해서 그녀를 또 다른 첩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리할지라도 상전은 이전에 첩으로 취했던 여종에 대해 의식주 및 동침에 대한 권리를 계속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율법 규정이다.

음식. 역시 좋은 음식인 ‘쉐에르’를 의미한다. 히브리인들의 평범한 식사를 뜻하는 말은 ‘레헴’이다(시 42:3).

의복. 일상적인 옷은 ‘베게드’(레 10:6)이나 여기서는 특별하고 좋은 옷인 ‘케수트’를 가리킨다(신 22:12). 이는 곧 첩된 여종에게도 주인과 같은 수준의 좋은 음식과 의복이 제공되어야 함을 뜻한다.

동침. [히, 오나타] 법적 용어로 ‘부부권’, ‘부부의 의무’를 의미한다. 성적(性的)인 의미의 동침은 ‘미쉬카브’이다(민 31:17, 18, 35). 70인역은 이를 ‘부부 생활’을 의미하는 ‘호밀리안’으로 번역했는데 바울이 말한 ‘부부의 의무’도 이와 같은 의미이다(고전 7:3). 한편 이같은 조항은 당시 가장 비천한 자들 중의 하나인 여종의 권리와 인격에 대해서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시는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을 잘 드러내 준다(마 6:26).

 

21:11 이 세 가지. 일단 첩이 된 여종에게 주인이 남편의 자격으로서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의무(10절), 즉 의복, 음식, 동침의 의무를 가리킨다.

속전을 내지 않고 거저 나가게. 일전에(7절) 딸을 여종으로 팔고서 주인으로부터 받았던 돈을 다시 그에게 되돌려 줌이 없이 딸을 자유인의 몸으로 되돌려 받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그렇게 되면 이제 그 딸은 더 이상 주인에게 속한 여종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결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인의 신분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21:12 쳐죽인. ‘치다’는 말인 ‘나카’와 ‘죽게 하다’는 말인 ‘무트’의 복합어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카’는 ‘때리다’는 뜻 외에 ‘살해하다’, ‘학살하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으므로(수 13:21) 이는 살인에 대한 강조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반드시 죽일 것. [히, 모트 유마트] 히브리어에서는 한 단어를 강조할 때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여기서도 ‘모트’(죽음)가 반복되어 형벌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뒷부분(14-17절)도 모두 이와 같은 강조 용법이 사용된 경우이다.

 

21:13 고의적으로. [히, 차다] ‘기다리다’, ‘추적하다’는 뜻으로 강도가 사람을 기다리거나(잠 23:28, 호 6:9) 사냥꾼이 짐승을 추적하는 것과 같이 고의(故意)에 의해 살인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본 절은 이러한 고의적 살인이 아닌 과실 치사나 정당 방위의 경우에는 보복적 죽음을 면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넘긴. [히, 인나] ‘넘겨주다’는 뜻인 ‘아나’의 사역형 수동태로 하나님이 상대방에게 생명을 넘겨주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성경에는 개인적인 경우 뿐만 아니라, 민족간의 전쟁도 하나님께서 ‘넘긴’ 것으로 나와 있는데(민 21:2, 수 10:8, 삿 1:2, 삼상 14:10 등), 이것은 개인의 모든 생명과 국가의 모든 장래가 오직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보여 준다(마 10:29).

한 곳을 정하리니 … 도망할 것이며. 당시 고대 근동에서 인정되던 복수권(復讐權)의 남용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처음에는 하나님의 제단이 있는 성소가 유일한 도피처였는데(14절) 훗날 보다 효율적이고 공식적인 도피성 제도로 발달되었다(민 35:5-15, 신 4:41-49, 수 20:1-9). 하나님께서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하나의 살인이 기계적으로 또 다른 살인을 부르는 것을 막으셨는데 이것은 인간 생명이 얼마나 고귀하게 취급되어야 하는지를 간접적이나마 시사해 준다(마 16:26).

 

21:14 내 제단에서라도. 법률 구조가 지니고 있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여 고의적으로 살인한 자에 대해선 그 어떠한 장소나 상황하에서도 사면(赦免)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살죄(謀殺罪) 외에도 하나님을 무시하며 그분의 자비를 도리어 악으로 갚은 것이라는 측면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아내려. [히, 틱카헨누] ‘취하다’(take)는 뜻인 ‘라카흐’의 명령형. ‘체포하다’, ‘빼내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바 곧 ‘체포해서 밖으로 끌어내라’는 뜻이다. 이는 하나님의 성소를 범죄한 인간의 더러운 피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이다(왕상 11:15).

 

21:15 아버지나 어머니를 치는 자. 십계명에서 인간에 관계된 첫 계명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이다(20:12). 이는 효(孝)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증언해 주고 있는데 사실 부모는 마땅히 자식들로부터 공경받아야 할 대상이다. 왜냐하면 첫째, 부모는 자식들에게 생명을 나누어 준 분들일 뿐 아니라 또한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키워 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둘째, 부모는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권위를 가지고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일 자식이 부모를 냉대한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인륜을 저버린 배은 망덕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세 율법은 그런 자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징계를 규정하고 있다(17절).

 

21:16 사람을 납치한 자. 여기서 ‘납치하다’에 해당하는 ‘가나브’는 ‘몰래 도적질하다’란 뜻으로 곧 사람을 유괴(誘拐)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런 행위를 한 자는 극형에 처해졌는데, 이는 생명을 도둑질한 자는 자신의 생명으로 배상해야 된다는 원리이다.

팔았든지. 인신 매매 행위는 고대 세계의 일반적 현상으로(창 37:28), 호머(Homer)는 일찍이 페니키아의 노예상을 보편적 직업 중의 하나로 인정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빚이나 도둑질의 배상 같은 경우에만 이를 인정할 뿐, 인신 매매를 엄격히 금하고 사형죄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인간의 완악함으로 인해 이 계명은 후대로 갈수록 점점 무시되었는데(암 2:6, 8:6, 슥 11:12) 급기야는 예수께서도 사람에게 은 삼십에 팔렸다(마 26:14-16).

수하. [히, 베아도] 직역하면 ‘손 안에’,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란 뜻으로, 곧 강제로 감금하거나 무력으로 통제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21:17 저주하는 자. ‘저주하다’에 해당하는 ‘칼랄’은 ‘가볍게 여기다’, ‘무시하다’, ‘훼방하다’는 뜻으로 이는 ‘공경하다’(카바드)란 말이 ‘중요하게 여기다’, ‘영광을 돌리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본 절은 부모를 욕하거나 미워하는 것 또는 멸시하는 것과 같은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곧 부모의 권위를 무시하고 그의 은혜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악과 다름없다(15절). 그러므로 부모를 저주하는 죄는 하나님을 저주하는 죄(레 24:16)와 더불어 말을 함부로 사용하여 죽임을 당하는 두 가지 죄 중 하나였다(Pulpit Commentary). 이는 성경이 부모의 권위를 얼마나 높이 존중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후일 예수께서는 이 조항을 부모 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마 5:22), 율법의 참정신을 일깨우셨다.

 

21:18 싸우다가. [히, 리브] ‘말다툼하다’, ‘논쟁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율법이 사소한 말다툼이 살인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생명이 존귀하기 때문이다.

돌이나 주먹. 이것들은 원래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아니므로, 우발적인 살인 도구로 쓰이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쇠 도구가 사용되었을 경우에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인정, 사형에 처해진다(레 24:17, 21, 민 35:16, 신 19:11 이하).

 

21:19 그간의 손해. [히, 쉬브토] ‘쇠바트’(쉬다)에서 온 말로 부상으로 인해 일을 그만 두고 있는 동안 입은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한편 히브리인들은 이 규정을 정확히 시행하기 위해 일단 가해자(加害者)를 감옥으로 보낸 후, 제3자로 하여금 부상자의 용태를 주의깊게 살펴보게 하였다. 만일 부상자가 회복되면 가해자는 치료비 전액과 피해 기간에 따른 손해 배상을 지불하고 풀려날 수 있었으나, 만일 피해자(被害者)가 죽으면 살인죄(12절)가 적용되었다.

 

21:20 매. 당시 부모는 자식에 대해 채찍이나 매로 징계할 사형(私刑) 권리가 있었다(잠 13:24, 22:15 등). 그런데 주인도 종에 대하여 이런 권한을 가졌다는 것은 곧 그가 종에 대하여 부모의 권위를 지녔다는 말도 된다.

당장에 죽으면. 이는 종을 살해하게 된 주인의 과실이 의도적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이다. 따라서 매를 맞아 종이 즉사한 경우에는 주인의 구타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그를 처벌하였지만(20절), 몇 일을 경과한 후에 죽으면 주인의 실수로 인정되어 이미 종이 죽음으로써 주인이 당한 경제적 손실을 죄값으로 돌리고 더 이상 처벌을 가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제도는 종에 대한 주인의 살해 의도 여부에 따른 동기 판별법으로서, 종의 인권을 보호해줌과 아울러 주인의 재산권도 동시에 인정해 주고 있는 율법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고대 근동의 방법에 따르면, 종은 단순히 주인의 소유물로서 주인의 판단 여하에 따라 팔고, 죽이는 등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21:21 없음.

 

21:22 싸우다가. [히, 인나추] ‘밀어붙이다’, ‘앞으로 내쫓다’는 뜻의 ‘나차’에서 파생된 말로, 18절의 경우처럼 말다툼이나 논쟁이 아닌 신체적 접촉이 있는 싸움을 의미한다.

임신한 여인. 남편의 싸움에 끼어 든 임신한 아내를 가리킬 것이다(신 25:11).

낙태하게 하였으나. 카일(Keil)은 여기서 ‘낙태’라는 말을 ‘조산’으로 이해하였다. 즉 그는 본 절을 임산부가 외부의 충격을 받아 아기를 일찍 낳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이 경우 아이가 죽지 않고 태어나면 벌금을 내는 것으로 그쳤지만, 아이가 죽었을 경우에는 동해 보복법(24, 25절)이 적용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NIV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한글 개역 성경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본 절을 ‘낙태에 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벌금을 내되 재판장의 판결을 따라. 피해자의 요구 금액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경우, 가해자가 재판장에게 호소하여 정당한 선에서 보상액을 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모세의 율법은 어느 한편의 권익만을 보호하지 않고 쌍방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곧 공의를 철저히 수호하면서도 근본적인 사랑의 정신을 잃지 않는 모세 율법의 특징이다(1절).

 

21:23 다른 해가 있으면. 임부(姙婦)와 태아(胎兒) 모두에게 해(害)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21:24 눈은 눈으로. 소위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과 일맥상통하는 동해 보복법(同害報復法)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신 19:21 주석을 참조하라). 한편 히브리인들은 장차 메시아가 자기 가족 중에서 나오기를 모두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모나 아이에 대한 위해(危害)는 이런 희망을 없애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엄벌에 처했다. 한편 ‘눈은 눈으로’라는 여기서의 동해 보복(同害報復)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임산부를 보호한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개인의 무분별한 보복을 최대한 억제하고 재판장의 판결에 따르게 함으로써(22절) 복수의 남용을 막고자 한 데 있었다. 그리고 이와 동일한 보복의 원칙은 레 24:19, 20 및 신 19:21에도 나타나는데, 그것들 역시 보복이 목적이 아니라, 이같은 엄격한 규정을 통해 보복의 악순환을 예방하는 데 역점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율법의 본 정신은 후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용서와 사랑의 법’으로 승화, 완성되었다(마 5:38-44).

 

21:25 없음.

 

21:26 한 눈. 당시 종은 어디까지나 주인의 소유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21절) 자유인과는 다른 법을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세 율법이 한 인격체로서의 종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 절과 27절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즉 여기서 눈과 이는 인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과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을 총칭한 표현으로, 주인이 종의 인체 중 어떠한 부위라도 잃게 하면 그 대가로 종을 해방시켜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상전의 무분별한 폭행 행위로부터 종의 신체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율법인 것이다. 후일에 나타난 로마법이 종의 권익을 전혀 인정치 않는 것으로 보아(Knobel), B.C. 15세기의 모세 율법이 그 얼마나 공의로운 법률인지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21:27 없음.

 

21:28 돌로 쳐서 죽일 것이요. 소에게 사람과 같은 죄의식이나 도덕심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이처럼 소가 사람을 받아 죽였을 경우, 그 소를 돌로 쳐죽이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1) 비록 짐승이라도 생명에 대한 피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창 9:5), (2) 율법을 어겼을 때의 사형 방법(레 20:2, 신 17:5)을 적용함으로써 동물도 율법 아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고기는 먹지 말 것이며. 그래서 히브리인들은 돌에 맞아 죽은 짐승은 피 흘린 죄를 범한 저주받은 동물로 간주하여(레 24:16, 민 15:35, 신 21:21)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후일 엄격한 유대 랍비들은 이 고기를 이방인들에게 파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이런 점에 있어선 목매어 죽은 것도 마찬가지였다(행 15:20).

임자는 형벌을 면하려니와. (1) 소는 본래 부지 불식간(不知不識間)에 받는 버릇이 있으며 (2) 주인은 그 소를 잃은 것, 즉 재산상의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써 이미 부주의에 대한 죄값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였다.

 

21:29 경고를 받았으되 … 받아 죽으면. 이 경우 주인은 버릇 나쁜 소를 단단히 단속해야 할 의무를 태만히 한 직무유기죄를 범한 셈이 된다. 따라서 주인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한 자는 반드시 그도 피를 흘려야 한다 (창 9:6)는 율법에 따라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단, 이 경우 주인은 속죄금(贖罪金)으로 대속될 수 있었다.

 

21:30 속죄금. [히, 코페르] ‘덮다’, ‘가리다’란 뜻의 ‘카파르’에서 온 말로 ‘죄를 덮어 주는 것’, 곧 ‘몸값’, ‘보석금’을 가리킨다.

명령한 것을 … 낼 것이요. 이 속죄금은 생명에 대한 속전(贖錢)이었으므로, 그 요구액은 아마 상당하였을 것이다.

 

21:31 아들을 받든지 … 율례대로. 당시 히브리인들의 속전 제도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세분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같은 규정대로 행하라는 뜻인데 속죄금은 최저 은 3세겔에서 최고 은 50세겔에까지 이르렀다(레 27:3-8).

 

21:32 남종이나 여종을 받으면 … 은 삼십 세겔. 은 삼십 세겔은 당시 종 한 명의 일반적인 몸값이었다. 여기서 1세겔(shekel)은 무게 단위로 11.4g이니 은 30세겔은 342g이 된다. 그런데 훗날 인류의 대속자인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종 한 사람의 몸값인 은 30세겔에 십자가에 내어줌을 당하셨으니 자못 의미 심장하다(마 26:14-16).

 

21:33 구덩이. 우물이나 샘을 뜻하며 물이 귀한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이런 우물은 개인의 재산으로 인정되었다(창 26:15). 그런데 깊이 판 웅덩이는 짐승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었다(창 37:20 이하). 따라서 주인은 항상 그것을 두꺼운 판자나 평평한 돌로 덮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다(창 29:11). 후일 예수께서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진 양’ 이야기를 하신 것은(마 12:11) 당시 사람들도 이 법을 익히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21:34 없음.

 

21:35 그 값을 반으로 나누고. 이처럼 우연한 사고를 낸 가해자의 소를 팔아 그 값을 피해자와 똑같이 나누도록 한 것은 결과적으로 양측이 같은 입장이 되게 하는 것이다. 훗날 예언자들이 외쳤던 ‘공평’(렘 9:24, 22:3, 겔 45:9)은 이와 같은 법에 그 기반을 두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성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법들을 통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즉 (1) 하나님의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2) 사람은 누구든 사소한 부주의로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 것이며 (3) 만일 피해를 입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21:36 소로 소를 갚을 것이요. 이 역시 동해 보복법(24, 25절)에 준한 공평한 보상의 원리이다. 자신의 소가 본래 받는 버룻이 있는 줄을 알면서도 이를 단속하지 아니하여 사고를 낸 경우는, 고의적으로 상대편의 소를 죽게 한 것이나 다름 없으므로 그 생명값에 해당하는 보상으로 자신의 소를 넘겨 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죽은 상대편의 소는 가해자의 몫이 되었는데 그럼으로써 가해자도 정도에 넘치는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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