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1
내가 소리 내어 여호와께 부르짖으며 - 여기 사용된 동사는 3:4의 그것과 동일하다. 혼자였지만 다윗은 큰 목소리, 여러 사람이 들을 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것은 다급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 그의 소원을 알리기 위한 간절한 외침이었다.
간구하는도다(* , 에트하난) - 이 동사의 원형은 '하난'(* )인데 이것이 강동사로 쓰이면 '자비스러워지다'를 뜻하지만 상호 재귀형으로 쓰이면 '(인간 혹은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다', '간절히 부탁하다'를 의미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상호 재귀형으로 되어 있다(30:8;왕상 8:59;욥 8:5).
=====142:2
내가 내 원통함을 그 앞에 토하며 - '원통함'에 해당하는 '시아흐'(* )는 '불평', '묵상', '기도' 등을 뜻한다. 본문은 어떤 원한을 쏟아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묵상과 기도를 통해 축적된 생각을 큰소리로 간구할 때 쏟아놓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강조점은 하나님이나 인간에 대해 불평한다는 의미보다는 시편 기자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깊이 묵상했다는 사실에 두어져야 한다. 충분히 염려와 근심을 했고 이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고민했던 바를 그분께 마음껏 쏟아놓는다는 것이다. 70인역(LXX)이나 벌게이트역(Vulgate) 등은 개역 성경의 '원통함'을 '기도'로 번역하고 있다.
=====142:3
내 심령이 속에서 상할 때에도 - 여기서 동사 '아타프'(* )는 '옷감 따위로 덮다', '어두운 것으로 뒤집어씌우다', '고통하다', '슬퍼하다', '탄식하다', '연약해지다' 등을 의미한다(77:3;107:5). 여기서의 의미는 고통 속에서 시편 기자가 활력과 생기를 잃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당면한 고통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으며, 그것을 위해 노력할 마음조차 생겨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루터(Luther)는 본 구절을 '나의 영혼이 절망 가운데 있을 때'로 해석하고 있다.
주께서 내 길을 아셨나이다 - 여기서 '주께서'는 '아타'(* )인데 강조 대명사인 본 용어는 저자가 절망 가운데서 오직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었던 사실을 시사한다. 또한 '길'에 해당하는 '네티바'(* )는 한 사람의 인생 여정 혹은 도덕적 성향을 가리키기 위하여 은유적으로 사용되는데 본절에서는 전자의 의미가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142:4
내 우편을 살펴보소서 - 여기서 '우편'은 법정에서 증인이 서는 자리를 암시하며 시편 기자들이 구원자를 찾을 때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방향이다(16:8;109:6, 31;110:5;121:5).
=====142:5
나의 분깃 - 하나님이 '나의 분깃'이라는 표현은 레위 족속에게 주어진 약속을 상기케 한다. 그들의 유산은 약속된 땅의 어떤 일부분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었다(신 10:9). 그래서 그들은 생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토지의 경작이 아닌 하나님 그분 자체를 의지하였다(민 18:20). 그렇다고 해서 시편 기자가 레위 족속 출신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본문은 레위 족속의 특권에 영적 의미를 부여하여서, 하나님을 진실되게 섬기되 대적들로부터 고통받는 자에게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이 베풀어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Kraus).
=====142:6
나는 심히 비천하니이다(* , 키 달로티 메오드) - 문자적인 뜻은 '나는 매우 낮은 곳으로 가져감을 당하였나이다'이다. 즉,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었으며 또한 물질적으로 궁핍해졌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한때는 좋은 환경 가운데 있었지만 지금은 위험하고 가난하고 모든 것이 결핍된 환경 가운데 처해 있는 사람에게 적용시킬 때 사용된다.
=====142:7
옥에서 이끌어 내사 - 여기서 '옥'은 비참한 상태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보거나 실제적인 옥살이 혹은 구금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레 24:12:민 15:34). 문맥이 지향하는 주도적 의미와 유사 평행구가 또 다른 시편들에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107:10;143:11).
본시는 자신보다 간한 적들로부터 핍박을 받아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시인이 유일한 피난처되신 여호와께 애타게 간구하느 내용을 담고있다. 어려
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대한 순수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본시의
역사적 배경은 표제에 제시된 것처럼 다윗이 사울의 박해를 피해 굴에 도망하였을 때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다윗이 아둘람(삼상22:1,2)이나 엔게디(삼상24:1-7)
의 동굴에 피신하여 있을 때 느꼈던 절박한 심정의 일단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고
보여진다. 다윗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한숨 섞인 넋두리를 늘어
놓지 않고 하나님만이 보호자가 된다는 확신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본시는 동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57편과는 조금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57
편이 미래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오히려 즐거워하는 담대하고 활기찬 분
위기를 담고 있는 반면에, 본시는 적들로부터 쫓기고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절망감이 팽배해 있으며, 시인의 신앙마저도 불안한 긴장감에 쌓여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다윗은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를 확신하며 결코 비관하지않는 신앙 자세를 견
지하고 있다.
본시의 장르는 일반적 '비탄시'((lament)로 알려져 있다. 다윗은 본시에서 극도의
불안과 근심에 잠겨 탄식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요청한다. 또한본시는 표제에 나타난
대로 마스길 즉 명상시, 교훈시라고도 불려진다. 물론이러한 견해를 수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우리는 본시를,인간적인 복수심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하나님의 개입을 요구한는
적극적인 '기도시'(prayer psalm)로 보고자한다. 본시는 탄식과 비탄에 빠져 신음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 소망을 두며 부르짖는 신앙과 기도로 가득 차 있다.
또한 본시의 내요은 시인의 슬픔과 희망의 이중법적 변주곡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하고도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1 여호와를불러 기도를 아뢰는 도입부
(1-3 a절)에서는 여호와를 향한 시인의 신뢰를 표현하고있다. 2 바탄을 토로하고 있는
본론(3b, 4절)에서는 시인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묘사되고있다. 3 여호와의 구원을
청원하고 있는 결론부(5-7절)에는 시인의 서원과 미래에의 희망이 담겨있다. 이제 본
시를 각 단락으로 나누어서 좀더 심층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1. 절박한 호소(142:1-3a)
본연은 시인이 처한 절박한 상황과 참담한 고통이 처음부터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
다. 적들의박해, 불투명한 자신의 운명,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단절된으로 인하여 느끼
는 정신적 고통과 고독 등이 시인으로 하여금 비탄을 토해내게 한다. 이 같은 시인의
비통함은 우선 "소리 내어.. 소리 내어"(1절)라는 거듭된 표현에서 알 수 있다. 사람
들의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쳐 예수님을 불렀던 거지 바디매오(막10:46-52)처
럼, 시인의 상황은 여호와 앞에서 잠잠히 침묵하고만 있을 수 없는 절박한 것이었다.
더구나 다윗은 현재 모든 사람들로부터 단절된 상태임으로 자신의 원통함을 토해낼 대
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2절).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윗은 사실 하나만으로 안도감과 위로를 얻기 시작한다. 3절
전반부에서 시인은 자기자신의 힘으로는 저할할 수 없는 역경의 순간에 여호와께서 자
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분인지를 단순하고도 친밀한 말로 감동있게 표현한다. 결국
"당신은(주께서) 내 길을 아셨나이다!"여기서 '내 길'이란 말은 과거에 시인에게 벌어
졌던 사건들, 즉 적들의 음모와 박해만을 의미하지않고, 시인의 앞날에 놓여진 운명까
지도 포함한다. 결국시인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신
다는 사실에 영혼의 눈을 고정시킴으로써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의 운명을 전적으로 여
호와께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여호와께서 자신을 아시고 생명의 길로 인도하
신다는 사실을 믿음으로써 시인은 뜨거운열정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무절제한 흥분에
빠지지 않고 자기 절재와 위엄을 지닌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2. 적들의 박해와 시인의 곤경(142:3b-4)
자신의 고통에 대해 절박한 호소를하던 시인은 이제 자신이 어떻게 하여 지금의 처
지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좀더 상세하게 언급한다. 즉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잡기 위해
올무를 놓는 것처럼(124:7)자신의 적들이 간교하고 악의에 찬 음모를 꾸며 그를 잡으
려 한다는 것이다(3b절). 계속해서 그는자신의 현재상황을 돌아보면서 더욱더 절망감
을 토로한다. 그는 자신의 우편을 돌아본다(4절). 그의 우편은 바로 그에게 조언하고
그를 돕던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이다(16:8;110:5;121:5). 그러나 이제는 그들 모두가
더나 버렸다. 심지어 그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바저 이제는 그의 곁에 없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무기력과 고독뿐이다.
사실 이러한 다윗의 모습은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은 그리스도의 모형이다(사63:5).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같은 다윗의 처지를 아시고 친히 돌보신 것이다. 이러한 사실
은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굴에 피신해 있을 때, 곧 '그 형제와 아비의 온 집'을 그에게
보내 주셨으며, 이후로도 다윗 왕국의 핵심 인물들이 될 많은 동료들이 그와 결합하게
하게 해 주신 역사적 사실에서 실증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극도의 고립감 속에서도
친절과 보호를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함으로써 위로를 받을 수 있다(나1:7;요
10:14, 15;딤후2:19).
3. 구원의 요청 (142:5-7)
시인은 고난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간구하기전에 먼저 하나님께 대한 자신의 믿
음을 고백한다. 자신이 지금처럼 박해를받고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과거에도 하
나님은 유일한 피난처요, 분깃이었다고 말한다(5절). 사실 다윗은 과거에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때마다 오직 여호와 한 분만을 의지하고 기도했다(16:5;57:1). 시인은 이
제 자신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기력을 다하여 하나님께 매달린다(6절). 그는자신의 무
기력함을 고백하면서 하나님의 자비를 호소한다. 시인은 자신의 힘으로는 적들의 강력
한 공격과 박해를 방어할 수 없엇다. 그러나 시인은저들의 힘보다 하나님의 능력이 훨
씬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처럼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의 구원을 믿는 사람에게
는 '저희는 나보다 강하니이다'라는 절망적인 탄식이 '내가 오해려 저들보다 강하니이
다'라는 확신에 찬 고백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성경의많은 사건과 사람들에게서 그 예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
나가 엘리였다. 그는 아합과 이세벨의 견디기 힘든 박해로 인해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왕상19:10)라고 하나님 앞에 절규한다. 이는
본시의 "저희는 나보다 강하니이다"라는 탄식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엘리야편에 서시고 그를 도와 아합과 이세벨의 핍박에서 살아나게 하셨다. "내가 약할
때 오히려 강하다"라고 한 사도 바울의 고백(고후12:9)도 이러한 여호와 의지 신앙의
전통에 선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자신이 처한 비참한 상황에서 구원해 달라는 청원을 '내 영혼을
옥에서 이끌어 내 달라'는 상징적인 말로 표현하고 있다(88:8;애3:7). 또한 시인은 구
원의 요청 너머에 있는 미래의 희망을 내다본다.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확신을 서원의
형태로 고백하며 구원자로서의 하나님의 이름을 증거한다. 그러므로 시인은 한 명에게
국한되지 않고 구원받은 모든 의인들에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신
을 후대하시면 모든 의인들이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리라고 말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실망하지 말고 간절히 부르짖어야 한다는 사
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시인은 극심한 위협과 불안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더욱 하나님게 매달렸다(1, 2절). 우리는 인생의 계획을 지배하시는 주님께 모든것을 맡기고 생활해야 할 것이다(139:2;잠16:9). 하나님만을 유일한 분복으로믿고 세상의 명예와 쾌락을 부러워하지 말자. 세상보다 강하신주님만을 의지하며(롬8:31)날마다 하나님의 구원을 대망하고 축복의 길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