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
모압 평지에서 - 이스라엘이 출애굽 제 40년 5월 이후부터 모압 평지에 진을 쳤을때(22:1),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해야 할 규례들을 지시하였다(22-36장). 이를 요약하면 (1) 2차 인구조사(26장), (2)가나안 정복 계획(33장), (3)제사와 절기의 규례(28-30장), (4) 가나안 땅의 분배원칙(34장), (5) 분배된 땅의 상속법(27,36장), (6) 레위인 성읍과 도피성 제도(35장) 등이다. 결국 모압 평지에서 이뤄진 모든 사건과 규례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준비와 그 땅에서백성들이 행해야 할 일들에 대한 지시 사항들이었다. 한편 이런 일련의 일들을 마친후, 이스라엘은 출애굽 제 41년째 되는 해 마침내 요단강을 건너 제 41년 1월 10일에가나안 땅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33:38;신 1:3;수 4:19).
===35:2
레위인에게...주게 하고 - 레위인들에게는 오직 '여호와'가 그들의 기업이었으므로(18:20,23), 가나안 땅에서의 기업이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가정이 있었기에 거처할 최소한의 처소와 생활 터전이 필요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레위인들의 정착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처소를 마련하시는 새 법을 제정하셨다. 한편이렇게 마련된 처소는 필요한 경우 매매할 수도 있었다. 또한 매매된 경우라 하더라도희년(Jubilee)에는 다시 원소유 주인 레위인에게 돌려졌다(레 25:32,33).
그 성읍 사면의 들 - 직역하면 '그 성읍들 주변에 있는 목초지'라는 뜻이다. 이는곧 레위인들이 일정량의 가축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구절이다<3절>.
===35:3
가축과 물산과 짐승들 - 여기서 '가축'(* , 베헤마)은 통상 몸집이 크고, 또한 길들여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짐승(cattle)을 가리킨다(창 34:23;36:6;레1:2). 또한 '물산'(* , 레쿠쉬)이란 '물질'(substance), '재산'(property)을의미한다. KJV는 위의 견해를 따라 '소유물'(goods)로 번역하였고, NIV와 LivingBible은 '양의 떼'(flock)로 번역함으로써 좀더 구체적인 묘사를 하였다.그리고 '짐승들'(* , 하야탐)은 곧 '동물들'(animals)을 가리킨다. 아마 여기서는 앞의 '가축'외의 짐승들을 가리키는 듯하다(NIV, other livestock). 따라서 본문은 모든 짐승들을 가리킨다고 본다. 결국 레위인들은 그들이 거처할 장소로서 성읍을 받았으며,가축을 기르거나 방목할 장소로서 성읍 주변에 있는 목초지를 받았다. 원래 기업이 없는레위인들은 백성들이 가져오는 십일조로 생활을 유지하였다(18:21-24). 그 십일조 가운데는 곡물 외에도 짐승과 가축들이 있었을 것이므로,자연히 그것들을 관리할 목초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35:4
사면 이천 규빗 - 여기서 '사면'(* , 사비브)이란 '주위에' , '주변에'(round about)란 뜻이다. 이는 본래 '돌다'(to turn), '둘러싸다'(to surround)는뜻의 히브리어'사바브'(* )에서 유래하였다. 한편, 그리고 본절의 '2천 규빗'이란 원문으로 '엘레프 암마'(* ) 곧 '1천 규빗'이라는 의미이다. 한글 개역 성경 난하주에 1천 규빗으로 번역된 것과 같이 KJV와 RSV에도 1천 규빗(a thousandcubits)으로 되었다.여기서 1규빗이 약 45.6cm 이므로 1천 규빗은 약 456m가 된다. 성읍의 성벽으로부터 밖으로 사방(四方) 각각 1천 규빗의 목초지이므로, 목초지의 한 변의 길이는 2천 규빗과 한쪽 성벽의 길이를 합한 것이 될것이다(즉 2000규빗+성벽 한쪽의 길이). 한편 위의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35:5
성밖 동편으로 이천 규빗 - 이 말은 목초지의 동쪽 길이가 성벽의 길이를 제외하고2천 규빗(약 912m)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벽에서 사방 밖으로 각각 1천 규빗(개역 성경에는 2천 규빗으로 번역되었음, 4절 주석 참조)이 된다. 여기서 카일(Keil)은 성읍을 정사각형으로 보고 레위인의 목초지를 한 변(邊)의 길이가 2,000규빗+성읍의 길이인 정방형(正方形)으로 여긴다. 그러나 랑게(Lange)는 카일의 견해를 인정하면서도 성읍 모양이 정방형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다양성을 제시한다. 즉 성읍의 모양이 정방형(square)이든지 혹은 다른 모양을 하고 있든지 상관없이그 성읍의 외곽 성벽 사방(四方)에서 각각 1천 규빗의 거리까지는 성읍과 더불어 레위인들에게 주어지는 그들의 목초지라는 것이다. 본 주석은 랑게의 견해를 취한다.
===35:6
도피성으로 여섯 성읍 - 레위인들이 받을 성읍은 우선 도피성으로 지정된 6성읍이었으며 그후 나머지 42성읍이 더 주어졌다. 본래 도피성은 요단 동편에서 3성읍, 서편에서 3성읍씩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었다(14절).각 지파들은 이 도피성을 포함하여 비례의 법칙에 따라 48성읍을 레위인들에게 주어야 했다. 한편 '도피성'(도피성,Refuge City)에 관해서는 9-34절 부분의 주석과 신 19:1-13 부분의 주석 및 여호수아 20장 등을 참조하라.
===35:7
사십 팔 성읍을 주고 - 레위인들에게 주어진 48성읍의 명칭에 대해서는 1-8절 주석 그림을 참조하라. 아울러 수 21:4-42 부분을 참조하라.
그 들도 함께 - 여기서 '들'(pasture land)은 레위인들에게 줄 각 성읍 주변의 목초지를 가리킨다<2절>.
===35:8
산업을 따라서 - 이 말은 각 지파(12 지파)가 무조건 동등한 수의 성읍(4성읍 씩)을 레위인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각 지파의 기업의 넓이에 따라서 형평의 원칙에 맞게, 넓은 지파는 많이, 좁은 지파는 적게 제공하라는 뜻이다. 한편 각 지파에서 할애한 성읍 수에 대해서는 1-8절의 그림을 참조하라.
레위인에게 줄지니라 - 각지에 흩어진 이스라엘 지파들은 여호와께서 특별히 선택한 무리인 레위인에게 자기 영토의 일부를 기증함으로써, 하나님께서 헌신할 기회를얻게 되었으며, 아울러 율법 교육과 종교 샐활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은혜를 누리게되었다. 한편 레위인들이 얻은 성읍의 숫자가 '48'이라는 데서 한 가지 귀한 사실을발견하게 된다. 즉 '48'이란 완전과 하나님의 섭리 및 하나님 나라 백성을 상징하는수인 '12'와 지상의 수,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4'가 결합된 형태(12x4)이다.이는 곧 이 땅에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통치를 받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Bahr). 한편 풀핏 주석(Pulpit Commentary)은 당시 일개월이상된 레위인 남자의 수가 23,000명이었다는 사실(26:62)에 근거하여, 레위인 남녀의총 수효를 도합 50,000명 정도로 본다. 그러므로 48개 각 성읍에 1,000명 좀 넘는 레위인이 각각 거주했다고 생각한다.
===35:9,10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 이는 도피성 설치 및 그 운용이 가나안 입성 후 실시될 사항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가나안 정복 전쟁이 운용될 도피성 제도를 미리 말씀하시는 것은 오직 역사의 미래를 홀로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에 기인한다.
===35:11
성읍을 도피성으로 정하여 -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고의성 여부를 따져비고의적인 경우에만 도피성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수 20장>. 한편 출 21:13에는이러한 살인자가 도피하여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장소로서 막연하게 한 '곳'을 지정하고 있으나, 본장에서는 6개의 도피성을 말하고 있으며, 여호수아 20장에서는 그 도피성의 이름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수 20:7,8). 이것은 계시(啓示)의 점진성(漸進性)을 보여 주는 좋은 실례이다. 도피성(* ,아리 미클라트; * , 폴레이스 톤 퓌가듀테리온). 고대로부터 각 민족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성역(聖域)이 있어 그곳으로 피신한 자들에게는 죽음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던 오래된 관습이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피성'(逃避城, the Refuge Cities)이라고하는 특별한 성역 제도가 있었다(출 21:12-14;신 19:1-13;수 20:7-9).이것은 '여호와의 제단'과 더불어 (출 21:12-14;왕상 1:50;2:28) 이스라엘 사회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자들에게 피신처 역할을 감당했다. 곧 이 도피성은 살인자에 대한 처형 재고 조처로 세운 것이었다(창 9:6;레 24:17;겔 18:20). 왜냐하면 유대 사회의 또다른관습인 '고엘 제도'에 의하면, 피살자의 친족은 그 죽은 자를 대신하여 합법적인 피의보수자가 되어 그 살인자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전혀 고의성 없이 부지중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자는 자신의 결백을 재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판단받기까지 일단 피해 있을 피신처가 필요했던 것이다. 도피성의 목적은 바로 이러한 우발적인 살인범을 개인의 복수로부터 보호하고, 결국 그 생명을 살려주는데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고엘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한 성격의 것이었다. 그러나 비록 살인범이 도피성으로 피신했다 할지라도, 그의 살인에 고의성(故意性)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는 죽음을 면할 길 없었다. 이러한 유대인의 도피성 제도의, 비고의적 살인자들만을 보호하는 규정은 후대, 이방 헬라나 로마의 성역(聖域) 제도와 궤를달리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즉 이방의 성역 제도는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무조건적인 법적 사면 혜택을 주었으나, 유대인의 도피성 제도는 단순히 공정한 판결을 받기 위한 피신 장소였다. 따라서 이것은 고대인의 개념상 어떤 지역(장소)에의 신성성을 공의(公義)의 법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가히 획기적 규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살인자
참조하라.
그릇 살인한 자 - 도피성으로 피신할 수 있는 자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살인자는 누구나 도피성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살인하였거나 살인할의향없이 실수하여 살인한 경우에만 해당되었다. 따라서 만일 그가 고의적으로 살인한자라면 제단 뿔(구원의 뿔)을 붙잡아도 끌어내려 죽여야 했다(출 21:14). 한편 여기서'그릇'(* , 비쉬가가)이란 말은 원래 '실수하다', '정도를 벗어나다'는 뜻의'솨가그'(* )에서 유래한 말로서<레 4:2> '실수로'(through error), '알지 못하고', '부지중에'(KJV, unawares), '우발적으로'(NIV, Living Bible-accidentally),'의향(意向)없이'(RSV, without intent)등의 의미를 지닌다.
===35:12
보수할 자(* , 고엘) - 이는 원래 값(대가)을 치르고 '구속할 자'(redeemer),'회복할 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구약 성경에서 '근족'(레 25:25), '기업무를 자'(룻 2:20;3:9, 12;4:3) 등 여러 가지로 번역 되었다. 사실 '고엘'이란 말은'구속하다', '회복하다', '보상하다'란 뜻의 '가알'(* )에서 유래한 말로서, 결국 친족의 이익 뿐 아니라 손해를 회복시키며, 보상하는 책임을 맡은 자임을 알 수 있다(레 25:8-55 강해, 근족의 의무). 즉 친척이 어려워 그 소유지의 일부를 팔았을 때땅 값을 대신 물어 주는 가까운 친족과, 종으로 전락한 친척의 몸값을 대신 갚아 주고그를 자유케 하는 '근족'(레 25:25), 그리고 죽임당한 친족의 피값을 대신 보수(보복)해주는 자 등을 의미한다(Oehler). 한편 피의 복수는 피살자와 관련된 가까운 친족들이 의논하여 처리해야 할 의무였으며(삼하 14:7), 거기서 결정된 사항에 따라 피살자의 가장 가까운 친족이 복수 행위를 담당하도록 되어 있었다. 살인자가...
판결을 받기까지 - 비록 부지중에 살인한 자라 하더라도 응보의 원리(창 9:6)에 의해서 보수자(報讐者)에게 죽임당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살인자는 도피성으로 달려가서 그 성읍의 장로들에게 사고의 내용을 알리고 보호를 청해야 했다<수 20:4>. 이때 장로들은 긴급 피난자에게 그 성읍의 일정한 장소를 제공하고 피살자의 보수자로부터 그의 신변을 보호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살인자에 대한 보수자의 신병 인도(新柄引渡) 요구가 있을시, 그 보수자에게 그를 직접 넘기지 않고 회중이나 회중 재판소(사고를 낸 현장 회중들의 판결 또는 도피성에 있는 지역 재판소)에 그 살인자를 넘겨 공정한 사법적 판결을 받도록 하였다. 이때 판결 내용이 실수나 부주의로인한 비고의성 살인으로 판명되면, 그를 다시 도피성으로 데려다가 일정한 기간(대제사장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생명을 보존하도록 하였다. 만약 고의적(故意的) 살인으로 판결되면, 그는 피의 보수자에게 넘겨져 처형되어야만 했다(수 20장). 결국 하나님께서는 이와 같은 공정한 판결 제도를 설정함으로써,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무분별한피의 복수가 악순환 되지 않게 하셨고, 보복과 형벌의 객관성을 확립코자 하셨다<9-15강해, 도피성 제도의 의의>.
===35:13,14
여섯으로 도피성이 되게 - 6개라는 도피성 숫자가 처음 제시되었다. 여섯 도피성의 명단(게데스,세겜,헤브론,베셀,길르앗라못,바산골란)은 수 20:7,8에 가서야 비로소 언급된다. 그런데 이 도피성은 요단 동편에 3개, 서편에 3개를 각각 정함으로써 비고의적인 살인자로 하여금 손쉽게 피신토록 하였다. 한편 유대 전승(傳承)에 따르면, 요단을 기준하여 동서에 각각 3개씩 설치된 도피성은 각 성읍 사이가 정삼각형을 이룰 만큼 서로 동일한 거리에 위치했으며, 성읍 주위에는 높은 성벽과 같은 장애물이 없었다고 한다. 또 이 성읍들에는 모든 생필품(生必品)들이 완전히 갖춰져 있어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형성했다고 전한다.
요단 이편 - 32:19 주석 참조.
===35:15
이스라엘 자손과 타국인과...우거하는 자의 도피성 - 여기서 '타국인'(* , 게르)은 비록 혈통은 본토 이스라엘인이 아니지만,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사회에 귀화한자들을 가리키며, '우거하는 자'(* , 토솨브)는 단순한 나그네나 여행객과는달리 외국 출신의 영주자 체류인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중에 도피성 제도의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인격과 생명체의 원소유주이심을 보이는 것이요(행 17:24-26), 또한 이것은 신약에 이르러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없이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구원을 얻게 된다는 구속의 원리를 예시한 것이기도 하다(고전1:24;갈 3:27,28).
===35:16
철 연장 - 이는 생활 도구에서 부터 전쟁용 무기에 이르기까지,철(鐵, iron)로 제작된 모든 물건들을 가리킨다. 익히 알듯이 '철'은 어떤 형태를 띠던 그 강도로 인하여 족히 살상용(殺傷用)무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피살자가 철제 기구에 의해 죽었다면, 그것은 분명 살해자에게 고의성이 내포된 것으로 보아야 했다.
쳐 죽이면(* , 히카후 와야모트) - 직역하면 '그가 그를 쳤다(히카후). 그리고(* , 와)그가 죽을 것이다(야모트)' 가 된다. 유대인들은 이 문구를 근거로 사람을 쳤으나 피해자가 죽지 않은 경우는 살인죄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풀이한다.그러나 형제를 욕하는 것 조차도 살인에 해당한다고 가르치신(마 5:21-26) 예수님의 교훈에 비춰볼 때 유대인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문자적인 것에 얽매인 견해이다. 결국 형제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연장으로 후려치는 자는 세상 법 이전에 존재하는'하나님이 베푸시는 긍휼'(도피성)의 대상에 들지 못하는 악행인 것이다.
고살한 자...반드시 죽일 것이요 - 여기서 '고살한 자'란 살해 의사(意思)를 가지고 사람을 죽인 자를 가리킨다. 또 '죽일 것이요'란 말의 히브리어 '유마트'(* )는 '죽다', '멸망하다'는 뜻인 '무트'(* )의 사역형 수동으로서, '그가 누구에게살해될 것이다'란 의미이다. 따라서 본문은 남을 쳐서 죽인 자는 기필코 자기도 타인의 손에 의해서 죽임 당하도록 규정한 율례이다(창 9:6;레 24:17).
===35:17
사람을 죽일 만한 돌 - 히브리 원문상 이 말은 '사람을 쳤을 때 그를 죽인 바로 그돌'이란 뜻이다. 즉 살인 의사를 가지고 사람을 돌로 쳤을 때 맞은 사람이 죽게 되는경우의 돌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돌은 반드시 덩치가 큰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견지에서 NIV에는'사람을 살해할 수 있는 돌'(a stone that could kill)로 번역하였다.
===35:18
나무 연장 - 나무로 만들어진 도구(instrument)를 총칭해서 가리키는 말이다. 즉 곤봉이나 굵고 단단한 막대기 등도 살해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살상용 무기가 될 수 있다.
===35:19
피를 보수하는 자 - 여기서는 살해 당한 자의 가장 가까운 친척을 가리킨다. 12절주석 참조.
그를 만나거든 죽일 것이요 - 이 말은 보수자가 그 살인자를 찾아다니다가 우연히만나거든 그를 마음대로 죽이라는 뜻(Keil,Delitzsch)이 아니다. 왜냐하면 살인자는반드시 재판을 거쳐 그 살인의 고의성(故意成) 여부를 따져 사형을 결정하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인자는 재판이 끝나기까지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다(12절). 그러므로 본절의 의미는 재판의 결과가 고의적인 살인으로 드러날 경우,보수자(피살자의 가까운 혈족)가 그를 인도받아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복수의 성격이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법적 보복임을 나타낸다. 이 경우보수자가 먼저 손을 대고 그후에 군중이 합세하여 처형했다(신 13:9,10).
===35:20
미워하는 까닭에 - 고의적(故義的)살인의 근본 동기를 밝힌 말이다(마 5:22). 즉남을 미워한 나머지 불타는 분노와 적개심으로 이웃을 살해한 자에게는 결코 긍휼의성읍, 도피성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밀쳐 죽이거나 - 여기서 '밀쳐'(* , 에흐도페누)란 '습격하다', '쥐어박다', '떠밀다'는 뜻의 '하다프'(* )에서 유래한 말이다. 결국 본문은 증오심으로 상대방을 공격하여 넘어뜨려 죽게 한 경우를 일컫는다.
기회를 엿보아...죽이거나 - 직역하면 '숨어 기다리다가 그에게(무엇인가를)던져,그리고 그가 죽으면'이 된다. 원래 '기회를 엿본다'는 말은 '기다리며 엎드려있다'(tolie in wait for)로서 집념어린 살인 의지를 반영한다.
===35:21
원한으로 인하여(* , 베에바) - 이 말은 '미워하다', '적의(敵意)를 갖다'는 뜻의 '아야브'(* )에서 파생된 말로서 '적의로'(KJV,RSV,NIV-in enmity),'앙심을 품고'라는 뜻이다.
손으로 쳐 죽이면 - 영역본 KJV,RSV에는 '그의 손으로 그를 세게 쳐서 그가 죽으면'으로 되어 있고, NIV와 Living Bible에는 '그의 주먹(fist)으로 그를 죽도록 치면(hit)'으로 되어 있다. 만약 이런 자들이 도피성으로 피신할 경우, 도피성 장로들은도피성 밖으로 그를 끌어내어 보수자의 손에 넘겨 주었다(신 19:11.12).
===35:22,23
원한 없이 - '미워하는 일 없이 무의식 중에', '적대감을 갖지 않고'(without enmity)라는 뜻이다<21절>. 이처럼 비고의성을 띤 경우의 살인 행위는 그 정상(情狀)이 충분히 참작되어 도피성에서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한편 우연한 살인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실례가 신 19:5에 언급되어 있다.
===35:24
회중이...판결하여 - 재판의 규례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각종송사는 회중을 대표할 만한 재판관들에 의해 시시비비가 가려졌다. 그러나 회중들이그 재판 내용을 인정치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이스라엘의 판결 방법은온 백성의 객관적 동의와 나아가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따라서 본문의 재판에서 넓은 의미의 재판관은 '회중'이며, 피고(被告)는 '살인자'이고, 원고(原告)는 '보수하는 자'(12절 주석 참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증인(證人)은당시 살인 사건 현장에 있었거나, 그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2명 이상이 요청되었다(30절).
===35:25
건져내어...도피성으로 - 24절의 재판에서 살인자의 비고의성(非故義性)이 판명되면, 그는 보수자의 손에 넘겨지지 않고, 그가 처음 피신한 도피성으로 다시 보내져 보수자의 보복으로부터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 도피성에 피한 살인자는 비록 그 생명을 보호받곤 있지만, 그 살인의 대가인 '죽음' 문제가 완결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의 죽음이 보류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의 생명이 연장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백성들은 대신하여속죄 사역을 담당하는 대제사장의 죽음은 바로 이러한 도피성에 있는 자가 받을 죽음을 대신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그 살인자가 치를 죽음은 대제사장의 죽음으로대속되었다. 즉 피흘린 자는 반드시 피에 의해서만 속(贖)함 받을 수 있다는 '보응의원리'(창 9:6;레 17:11)에 의해 대제사장의 죽음은 도피성에 피한 살인자의 피흘림을대신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구속사적 견지에서 이는 죄아래 태어난인간이 그 죄값인 영.육의 죽음을 당하지 않고도, 십자가에 대신 피흘려 죽으신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생은 얻을 수 있는 사실과 상통한다(Keil,Matthew Henry ,Ainsworth).
===35:26,27
도피성 지경 밖 - 도피성 제도는 연약한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반영한 규례이다. 따라서 살인자가 어떤 이유 일지라도 도피성 밖으로 나가는 것은 곧 하나님의 긍휼을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더이상 공적(公的)인 보호를 받을 수 없게된다. 그러므로 도피성 밖에서 피의 보수자가 그 살인자를 죽여도, 그 살인자는 이미하나님의 긍휼에서 제외된 자, 곧 죽은 자로 간주되었으므로 '피의 보수자'(12절 주석참조)는 자신의 살인 행위에 대해서 책임질 필요가 없었다. 이는 생명의 보금자리인예수를 떠나서는 아무도 생존할(구원 받을) 수 없다는 진리를 예시한다.
===35:28
유하였을 것임이라 - 이 말은 곧 '머물렀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KJV, Heshould have remained)는 의미이다. 즉 이 구절은 도피성으로 피신한 자가 임의로 밖에 나왔을 때, 그를 죽이는 자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살인자의 도피성 안에서의 생활은 그것이 비록 격리된 상태라 하더라도, 사법적인 징계나 구금(拘禁)은 아니었다. 단지 보수자에 의한 보복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배려였기에, 그는 안전한 피신처에서 그의 생명이 구속될 때까지 (즉 대제사장의 죽음때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대제사장의 죽은 후 - 대제사장의 죽음은 대속 원리에 의해 피흘린 자의 죄를 담당하여 대신 죽은 것으로 간주되었다<25절>. 자기...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 - 대제사장이 죽은 후 살인자는 자유롭게 자기처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유대 관례상 그는 자신이 과거에 지녔던 모든 명예와 지위를 회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물론 살인 이외의 일반적인 범죄자들은 속죄 후에 대부분 옛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고, 기타 일들에 제재를 받지 않았다(Hirsch).
===35:29
이는 너희 대대로 - 여기서 '이는'(* , 엘레-these things)이 가리키는 바는 11-28절에 언급된 도피성 제도에 관한 모든 내용이다. 그리고 '대대(代代)로'란 말은 '다가올 모든 세대'(throughout the generation to come)를 말한다.
판단하는 율레 - 이는 공식적으로 엄중히 선포된 법으로서, 앞으로 되어질 일들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법을 지칭한다<27:10>. 즉 본절은 도피성 제도가 신적(神的)기원을 가졌으므로, 그 제도가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 강조된 말이다. 그러나 성경 기록상 이 제도가 실행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거의 모든 세대에 걸쳐 외적의 침입을 받았으며 그 와중에 몇몇 도피성을 빼앗기도 했었으므로, 이 제도의 실행 여부는 더욱 불투명하다. 따라서 본절의 도피성 규례는 문자와 제도적 적용이라는 측면 보다, 피흘림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율례라는 측면으로 이해함이 좋다.
===35:30
무릇 사람을 죽인 자 - 이 말은 '사람을 죽인 자는 누구나'란 뜻이다.
증인들의 말을 따라서 - 살인자는 반드시 공정한 재판을 거쳐 판결을 받았다. 이때 살인 사건 현장에 있었거나 혹은 그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증인(목격자)이 요청되었다. 그리고 2명 이상의 증인(證人)이 있을때만 그 증언(證言)이 유효했다(신17:6;19:15;마 18:16;고후 13:1). 비록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라 하더라도 한 사람의증언에 따라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은 것은,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사로운 인정이개입되지 않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였다. 결국 이는 율법의 신중성과 공정성을 나타냄과 아울러 생명에 대한 경외를 강조하는 규정이다.
===35:31
고살자의 생명의 속전을 받지 말고 - 여기서 '생명의 속전'(ransom for thelife,NIV)은 원래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되심을 인정하는 표로 바치는 현금이지만<출30:12-16>, 여기서는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상금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고의적(故意的) 살인자는 이 속전(贖錢)제도에 의해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오직 그는 하나님이 정하신 바 '피는 피로 갚는다'는 공의의 규례대로 처형되어야 했다(창 9:6).
===35:32
대제사장의 죽기 전에는 속전을 받고 - 비고의적 살인으로 도피성의 보호를 받고있는 자라 하더라도 속전<31절>을 지불하고 자유롭게 방임될 수는 없었다. 오직 그는대제사장의 죽음으로 인한 속죄(贖罪)로써만 자유롭게 될 수 있었다<25절>.
===35:33
피는 땅을 더럽히나니 - 히브리인들은 피를 생명으로 여겼으며, 따라서 피흘림은곧 생명을 잃는 죽음으로 간주했다(레 17:11;신 12:23>. 그런데 이 죽음은 죄의 결과로 빚어진 부정적인 산물이기 때문에(롬 6:23), 결국 피흘림(죽음)은 의식법상 부정한것으로 간주되었다(레 17:15,16). 그러므로 살인자를 죽이지 않고 방임하는 것은 곧땅을 계속적으로 부정케 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피흘린 땅을 정결케 하기 위해서는'피는 피로'(창 9:6)라는 보응의 원칙에 의해 그 살인자의 피 역시 요구되었던 것이다. 즉 살인자를 피흘린 땅에서 처형함으로써 그 땅의 부정을 일소할 수 있었다. 창4:10 주석 참조.
===35:34
나의 거하는 땅 - 절대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가운데 항상 임재해 계신다는 사실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거룩한 백성이며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은 곧 하나님이 거하시는 거룩한 처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거룩성을 파괴하는 것들, 특히 우상 숭배나 본절의 경우와 같이 사람의 피를 흘리는 행위 등으로써 그 땅을더렵혀서는 안 되었다(레 11:45;18:25;24:23). 그러나 만약 피흘림으로 땅을 더럽혔을경우,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규례에 준하여 그 땅을 정결케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는 아무도 하나님과 친밀히 교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장(34장)에서는 가나안 땅의 사방 경계와 그 땅을 이스라엘 각 지파들, 곧 일반
지파들에게 분배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주어졌었다. 그 명령에 이어서 본장에는 가나
안 땅에서 기업이 없이 오직 성막 봉사에 부름받았던 성직 지파인 레위인을 위한 성읍
지정과 더불어 억울한 죽음을 면케 하는 도피성 제도가 언급되고 있다.
이런한 본장의 내용을 요약하면 곧 다음과 같다. 즉 레위인이 받게 될 48성읍
(1-8절) 그 48개 성읍 가운데 특별히 비고의적으로(실수로) 살인한 자들을 위해 마
련된 6개의 도피성(9-15절) 살인자와 과실 치사자에 대한 각각의 취급 방법(16-25
절) 및 도피성으로 피한 살인자에 대한 규례(26-34절) 등이 차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레위인의 성읍에 관한 규례가 특별히 언급된 것은 그들이 거룩한 일에 전념
해야 할 자들로서 별도의 영토가 분배되지 않았으며(18:20,23) 그 대신 하나님께서 친
히 그들의 기업이 되어 주셨기 때문이다(신 10:9). 그러나 그들에게도 일상 생활을 영
위할 수 있는 거주지와 십일조 등을 관리할 최소한의 땅만은 필요했다. 그 결과 하나
님께서는 특별히 본장을 통해 레위 지파가 이스라엘 각 지파들로부터 약간의 거주지를
제공받게 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이에 덧붙여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제공받은 48개 성
읍 중 6개를 부지중(不知中)에 살인한 자들의 도피성으로 선정함으로써 그들의 터전은
철저히 종교적이며 공적임을 시사하셨다.
즉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의 전역에 골고루 배치되어 일반 백성들의 종교 및 각종
사회 생활을 이끌어 가야 했다. 그리고 비고의적 살인자들의 생명 보호와 무의미한 살
인의 악순환을 방지하는 생명 보존 기관으로서의 역할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하나님의
통치의 대행자들로서의 기능을 감당해야 했다. 이것은 영적 제사장이요 레위인으로 부
름받은(벧전 2:9) 오늘날 성도들의 사명을 상기시켜 준다. 즉 성도는 레위인과 마찬가
지로 타락한 세상 가운데서 건전하고 올바른 정신 문화를 창출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
으로서 죽어져가는 인류를 참생명되신 예수님께로 인도해야 하는 당위적 사명을 지니
고 있는 것이다.
1. 레위인이 받을 48성읍(35:1-8)
하나님께서는 약속의 땅 가나안과 요단 동편 땅을 12지파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신
(34장) 직후 기업이 주어지지 않은 당신의 봉사자들, 곧 레위인들에게 거처할 성읍을
주시어 그들이 받은 특별한 사명을 감당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해주셨다. 특히 그들에
게 성읍과 더불어 그 주변의 일정 크기의 목초지를 주어 백성의 십일조 등으로 주어진
짐승들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본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레위인에게 거처할 성
읍과 그 사면의 들을 줄 것(1-3절)과 그 사면 들의 넓이(4,5절) 및 6개의 도피성을 포
함한 48개의 성읍이 주어질 것(6,7절), 형평(衡平)의 원칙에 따른 각 지파의 레위 성
읍 각출(8절)에 대한 명령 등이다.
한편 레위인들이 받은 성읍들은 그들의 재산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들
이 종교적 사명을 수행하기에 용이하도록 필요에 다라 그 땅 사용권을 허락받은 것일
분이었다. 특히 그들이 한 지파로서 군집하지 못하고 각 지파들의 땅에 분산된 것은
그 옛날 야곱의 예언, 곧 "그들을 야곱 중에서 나누며 이스라엘 중에서 흩으리로다"
(창 49:7)는 예언이 온전히 성취된 것이다. 물론 이 예언의 배경은 그들 지파의 조상
레위의 허물 때문이었으나(창 49:5-7) 궁극적인 측면에서 이 예언은 그들로 하여금 흩
어져 살면서 하나님의 일을 담당하게 하는 축복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의 허물을 싫어하시지만 그것으로 인해 영영히 멸
망시키지는 않으신다(시 37:;24;잠 24:16;합 3:2;요 13:1,2).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그
들의 허물을 통하여 당신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어 가신다(욥 42:1-6). 따라서 이같은
하나님의 선하신 경륜을 바라보는 자들에게는 절망이란 있을 수 없다.
* 레위인 전국 분산(全國分散)의 현대적 이해. 레위인들이 전국에 분산되어 백성들
의 십일조로 생계를 유지하고 하나님 섬기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선교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흩어져서 복음을 전하는 오늘날의 선교 형태의 일면
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오늘날 많은 교회들은 흩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높이높이 쌓아 가고 있고, 또한 선교와 나눔보다는 교회의 물질
적 성장만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더욱이 물량적 욕구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교
회들이 대도시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녕 하나님의 흩어짐의 선교 방법에 크
게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로 교회가 경제적인 자립 단계에 이르면 우선 복음 전파와 하나님의 사랑을 널리
소개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특별히 대도시의 큰 교회들은 바벧탑의 이상(理想)을 중
단하고 재력과 인재를 분산시켜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편만하도록 복음 전파에 전
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레위인들이 백성들의 십일조로 생활하면서 하나님 섬
기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처럼 도시의 큰 교회들은 어려운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
의 복음 사역이 생계 문제로 인해 지장받지 않도록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초하여 아낌
없는 후원을 해야 한다.
2. 여섯 도피성(35:9-15)
앞에서는 하나님의 거룩한 일을 담당할 자로서 특별히 선정되었던 레위인들이 일반
지파들로부터 48개의 성읍을 할당받을 것에 대한 지시(1-8절)가 나와 있다. 이어서 본
문에는 그들이 받을 48개 성읍 가운데 요단 동 서편에 각각 3개씩으로하는(14절) 여
섯 성읍을 선정하여(13절) 그릇 살인한 자들에게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보호처가 되
게 하라는 명령이 주어졌다(9-12,15절).
한편 이러한 도피성 제도는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율법에
의하여 살인자는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공의적(公義的) 규준(창 9:5,6;신 19:10)이 있
음에도 불구하고 부지중에 살인한 자를 용서하는 파격적인 은혜가 주어진 것은 '의'
(義)와 '은혜'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강하게 시사해 준다. 또한 도피성 제도가 주
는 종교적, 사회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 제도의 더 큰 의의는 그리스도의 품으로 피
하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죄용서받고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영적 진리를 보
여 주는 점이다.
* 도피성 제도의 의의. 그릇 살인한 자가 피의 보수자에게서 피하여 도피성으로 피
신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복수, 곧 보수(報讐)의 관습을 그 전제로 한
다. 원래 이 복수의 관습 자체는 구약 초기에까지 올라가는 바(창 4:15,24;27:45) 고
대의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민족 내에서도 이 복수의 관습이 널리 퍼져 있
었다. 사실 국가적인 법 질서가 확립되지 못했거나 발전 초기 단계에 있어서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피의 복수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복수 관습은 일명 '응보의 법
칙'(lex talionis)이라고도 부른다<출 21:18-36 강해, 동해 보복법>.
여하튼 성경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피의 보응에 대한 법
칙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즉 노아 시대에 살인자는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뤄야 했
으며(창 9:5,6) 모세 때에 이르러서는 이 법칙이 신정 국가 체제의 근간이 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나안 입국 바로 직전에 도피성 제도가 확립되므로서 이 보수의 법칙에 예
외 조항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즉 하나님의 공의의 법칙이 은혜의 법칙으로 성화
되어 나타났는데 이는 모든 율법의 완성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그의 은혜로 구원에 이
르는 사실을 예표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로 그리스도는 모든 죄인들의 생명을
안전히 보존하시는 피난처가 되신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더 이상 죄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롬 8:1). 그리고 이 도피성 제도의 또 한
가지 혁신적 내용은 이스라엘 내에 우거한 타국인도 이 제도의 시혜자(施惠者)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을 얻
어 한 형제되는 귀한 진리를 나타내 준다(롬 10:12).
3. 살인자를 취급하는 각각의 방법(35:16-34)
부지중에 살인한 자를 위해 레위인 성읍 중 요단 동 서편에서 각각 3개씩, 도합 여
섯 성읍을 골라 도피성을 삼도록 하신(9-15절) 하나님께서는 본문에 이르러 그 도피성
에 거할 수 있는 자와 거할 수 없는 자를 구분하시고 살인자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셨다.
즉 본문에는 도피성으로 피하여 생명을 보존할 수 없는 살인, 곧 고의 살인에 대
한 여러 실례(16-21절) 도피성에 피신할 수 있는 비고의적(실수로) 살인의 경우
(22-25절) 비고의적인 살인자의 경우라 할지라도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도피성에 머
물러야만 한다는 규정(26-28절) 도피성 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규례(29-34절) 등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같이 살의(殺意)를 가지고 사람을 죽인 경우에느 비록 그가 도피성으로 피한다
하더라도 회중들의 재판을 거쳐 보수자의 손에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이는 도피성 제
도를 악용하려는 자들에 대한 예방적 규례로서 도피성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결국 하
나님의 긍휼을 모독하는 것으로 앞의 살인죄에 더 큰 범죄를 더하는 일이 된다. 그러
나 그 어떤 험악한 살인이라 하더라도 진정 살의(殺意)가 전혀 없는, 실수에 의한 살
인이었을 경우 도피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외부로 드러난 인간의 행위의 결과를 놓고 그의 죄악을 판결하
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깊이 숨겨진 동기와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포함한 전체
적인 관점에서 죄인을 심판하신다(삼상 16:7;행 10:34;골 3:25). 그런 점에서 예수님
께서는 마음에서의 살인까지도 정죄하셨던 것이다(마 5:21-28;15:19).
* 부지중 살인자의 처리 과정. 모세 율법의 의하면 어떤 사람이 실수하거나 살인할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타인을 살해했을 경우에는 누구나 도피성으로 피할 수 있
었다. 그렇지만 이처럼 도피성에 피한 자라도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만 비로소 생명을
안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
즉 도피성으로 피한 자는 반드시 다시 회중 앞에 서서 정당한 재판을 통해 부지중에
살인한 자로 판결받아야 했다(22-24절). 이 경우 살인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있었거나
그 살인을 잘 알고 있는 두명 이상의 증인이 요구되었다(30절;신 17:6;19:15;히
10:28). 이는 신중한 재판을 위해서이다. 만약 그 살인자가 고의적으로 살인한 것이
드러나면 생명의 속전을 받지 않고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부지중 살인자로 판
명된 자는 다시 도피성으로 보내어져 그곳에서만 살 수 있게 했다(25절). 이것은 결국
그가 죄에서 완전히 용서받은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죄값, 곧 죽음이 연기되었을 뿐임
을 의미한다. 사실 그는 대제사장의 죽음을 통해서만 죄가 대속될 수 있었다. 즉 대제
사장이 죽은 후에야 비로소 그는 죄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던 것
이다(25절).
결국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그의 생명을 보호받고 대제사장의 죽음으로 대속되는 사
실은 오직 그리스도의 희생만이 우리의 새생명을 가능케 한다는 영적 진리를 깨우쳐
준다고 할 것이다.
* 대제사장의 죽음으로 인한 속죄. 대제사장의 죽음은 대신(代身)의 원리 또는 대표
의 원리에 의해 부지중에 살인한 자의 죄를 담당하여 대신 죽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즉 피흘린 자는 반드시 피에 의해서 속죄받을 수 있다는 원리(창 9:6)에 의해 대제사
장의 죽음은 도피성에 피한 자의 피흘림을 대신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또한 대
제사장은 하나님 앞에서 백성을 대표하는 자요 그들을 대신하여 속죄 제사를 드리는
자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 역시 백성의 죽음을 위한 죽음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대제사장의 죽음은 범죄한 인류를 속량하시고 또한 그들에게 영원한 기
업을 주시기 위해 흠없는 자기를 친히 제물로 바치신,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시한다(히 9:14,15). 실로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의 한번의 죽음으로 우리의 모든 죽음, 모든 죄악을 해결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를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 안에서는 더 이상의 정죄나 죽음이 있을 수 없다(롬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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