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무교절과 유월절이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다. 대제사장과 율법 교사들은 예수를 체포하여 죽일 방도를 찾고 있었다.
14:2 그러나 유월절 기간 중에는 그 일로 군중이 소동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일단 그 기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4:3 ○ 예수께서 베다니에 있는 나병 환자 시몬의 집에 계실 때였다. 예수께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는데, 한 여자가 매우 값진 순전한 나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깨뜨리더니, 그것을 예수의 머리에 부었다.
14:4 그러자 예수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몇 사람들이 화를 내며 그 여자를 나무랐다. “어째서 그 비싼 향유를 그렇게 낭비하는가?
14:5 이 향유를 내다 팔면 족히 300 데나리온 이상은 받을 수 있을 텐데,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14:6 그러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가만두시오. 왜 그 여자를 괴롭히는 것이오? 그녀는 내게 아주 갸륵한 일을 한 것이오.
14:7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들 주변에 있으니, 당신들이 마음만 있으면 어느 때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소.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들과 함 있는 것이 아니오.
14:8 그러므로 이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 것이오. 내 장례를 위하여, 미리 내 몸에 향유를 부어준 것이오.
14:9 내가 분명히 당신들에게 말하겠소. 온 세상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행한 이 갸륵한 일도 함께 전해져서, 사람들이 그녀를 길이 기억하게 될 것이오.”
14:10 ○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룟 유다가 대제사장들을 찾아가서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14:11 그들은 가룟 유다의 이 말을 듣고 무척 기뻐하며, 그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가룟 유다는 예수를 넘겨줄 적당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14:12 ○ 무교절 첫째 날에는 ‘유월절 양’을 잡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드실 유월절 음식을 어디에다 차려야 할까요?”
14:13 예수께서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을 예루살렘 성읍으로 보내며 말씀하셨다. “성 안에 들어가면, 물동이를 들고 걸어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너희는 그 사람을 따라가라.
14:14 그 사람이 들어가는 집으로 너희도 따라 들어가서, 집주인에게 ‘우리 선생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방이 준비되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하고 말하라.
14:15 그러면, 집주인은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다락방으로 너희를 안내할 것이다. 거기에다 유월절 음식을 준비해 놓도록 하여라.”
14:16 두 제자가 예루살렘 성읍 안에 들어가 보니, 예수께서 일러주신 그대로였다. 그래서 제자들은 거기에다 유월절 음식을 준비하였다.
14:17 저녁때가 되자, 예수께서 다른 제자들과 함께 그 집으로 가셨다.
14:18 일행이 자리를 잡은 후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분명히 너희에게 말한다. 지금 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너희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신할 것이다.”
14:19 그 순간,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제자들은 근심에 싸여 저마다 예수께 물었다. “설마 저는 아니지요?”
14:20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 열두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담근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14:21 인자는 오래 전부터 예언자가 선포한 대로 죽음의 길을 걷겠지만, 인자를 배신한 그 사람에게는 참으로 화가 미칠 것이다. 차라리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14:22 ○ 모두가 한참 유월절 음식을 먹을 때였다. 예수께서 빵을 들어 감사기도를 하신 후, 제자들에게 그 빵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 받아먹어라. 이 빵은 내 몸이다.”
14:23 또 잔을 들어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 후, 그 잔을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모두 돌려가며 마셨다.
14:24 그런 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잔은 내 피다. 곧 모든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새 언약의 피다.
14:25 내가 분명히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시게 될 그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을 것이다.”
14:26 ○ 그들은 찬송을 부른 후, 다 함께 올리브 산으로 올라갔다.
14:27 ○ 그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나를 버릴 것이다. 이미 하나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내가 칼을 들어 목자를 칠 터인데, 양떼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14:28 그러나 내가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 뒤,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갈 것이다.”
14:29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께 말했다.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주님을 버린다고 할지라도, 저는 절대로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14:30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아니다! 오늘 밤에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다.”
14:31 그러자 베드로가 더욱 힘주어 말했다.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비록 주님과 함께 죽는 일이 있더라도, 저는 절대로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똑같은 다짐을 했다.
14:32 ○ ‘겟세마네’라고 하는 동산에 오르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 너희는 여기 앉아 있어라.”
14:33 그런 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올라가셨다. 이때 예수께서 큰 근심과 깊은 번민에 싸여 말씀하셨다.
14:34 “내 마음이 너무도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그러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기도하고 있어라.”
14:35 예수께서는 홀로 일어나 저만큼 걸어가시더니,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만일 그럴 수만 있으시다면, 이 고난의 시간이 그냥 지나쳐 가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14:36 예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잔을 내게서 치워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14:37 그런 다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로 돌아와 보니, 제자들은 쿨쿨 자고 있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아! 자고 있느냐? 단 한 시간도 깨어서, 나와 함께 기도할 수 없단 말이냐?
14:38 너희는 깨어,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라. 아, 너희가 마음으로는 원하면서도, 육신이 약하구나!”
14:39 그런 뒤, 예수께서는 다시 저만큼 걸어가신 다음, 똑같은 말씀으로 다시금 기도하셨다.
14:40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보시니, 제자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너무나 졸려서, 그들은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14:41 예수께서 세 번째로 기도하고 돌아오신 후,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그쯤 쉬었으면 되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보라, 인자가 죄인들의 손에 넘겨질 때가 이르렀다.
14:42 자, 어서 일어나 가자!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 와 있다!”
14:43 ○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룟 유다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무리들은 손에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대제사장과 율법 교사와 장로들이 보낸 일당이었다.
14:44 가룟 유다는 그들에게 ‘내가 껴안고 입맞추는 사람이 바로 예수이므로, 실수 없이 그를 붙잡도록 하시오.” 하고 미리 말해 둔 터였다.
14:45 가룟 유다는 곧장 예수께 다가가 “선생님!” 하고 부르면서, 다정하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14:46 그러자 일당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재빨리 예수를 붙잡았다.
14:47 그때 예수 곁에 서 있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얼른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힘껏 내리쳐서, 그의 귀를 베어 버렸다.
14:48 예수께서 일당들에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오다니, 내가 강도라도 된단 말이오?
14:49 내가 날마다 성전 뜰에서 가르칠 때는 왜 나를 잡지 않았소? 하지만 이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오.”
14:50 그러는 동안에, 예수의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각기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14:51 ○ 그런데 그때 한 청년이 몸에 삼베 홑이불만을 두른 채 예수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일당들이 그를 붙잡으려고 하자,
14:52 그 청년은 홑이불을 던져 버리고, 알몸으로 재빨리 달아났다.
14:53 ○ 일당들은 예수를 대제사장의 집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다른 대제사장들과 율법 교사들과 장로들이 금방 모여들었다.
14:54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뜰까지 들어왔고, 거기서 경비병들 틈에 웅크리고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14:55 대제사장들과 모든 공회 의원들이 예수를 죽이기 위해 증거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14:56 많은 사람들이 예수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을 해댔지만,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14:57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거짓 증언을 했다.
14:58 “우리는 저 사람이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허물어 버리고,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14:59 그러나 그들이 하는 증언들도 서로 들어맞지 않았다.
14:60 그러자 대제사장이 그들 앞으로 나와서 예수께 물었다. “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작정인가?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지 않은가?”
14:61 하지만 예수께서는 입을 다무시고 침묵으로 일관하셨다. 대제사장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가?”
14:62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소. 내가 바로 그요. 당신들은 인자가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다시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오.”
14:63 그러자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말했다. “더 이상 무슨 증언이 필요하겠소?
14:64 하나님을 모독하는 저 사람의 말을 지금 우리 모두가 직접 들었소. 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예수를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결론지었다.
14:65 그들 가운데 더러는 예수께 침을 뱉었고, 더러는 예수의 얼굴을 가린 후에 주먹으로 치면서 “누가 너를 쳤는지, 어디 한번 알아맞혀 보아라.” 하고 조롱하였다. 경비병들도 예수를 끌고 가 손바닥으로 뺨을 마구 때렸다.
14:66 ○ 그러는 동안, 베드로는 대제사장 집의 뜰 아래쪽에 있었다. 그런데 대제사장의 집에서 일하는 여종 하나가 다가오더니,
14:67 불을 쬐고 있던 베드로에게 말했다. “당신도 저 나사렛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지요?”
14:68 그러자 베드로는 곧 부인하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러고서 베드로는 얼른 바깥 뜰로 나가 버렸다.
14:69 그 여종은 베드로가 거기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다시 말했다. “이 사람은 예수와 한패인 것이 틀림없어요!”
14:70 그러자 베드로는 또다시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였다. 조금 뒤,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다시 베드로에게 말했다. “당신도 갈릴리 사람이니, 예수와 한패인 게 틀림없소.”
14:71 그러자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부인했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나는 그 사람을 만난 적도 없소. 내 말이 거짓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소!”
14:72 바로 그때, 닭이 두 번째로 울었다. 그제야 베드로는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다.’라고 경고하신 예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베드로는 땅에 엎드러져, 소리 내어 엉엉 슬피 울었다.
14:2 그러나 유월절 기간 중에는 그 일로 군중이 소동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일단 그 기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4:3 ○ 예수께서 베다니에 있는 나병 환자 시몬의 집에 계실 때였다. 예수께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는데, 한 여자가 매우 값진 순전한 나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깨뜨리더니, 그것을 예수의 머리에 부었다.
14:4 그러자 예수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몇 사람들이 화를 내며 그 여자를 나무랐다. “어째서 그 비싼 향유를 그렇게 낭비하는가?
14:5 이 향유를 내다 팔면 족히 300 데나리온 이상은 받을 수 있을 텐데,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14:6 그러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가만두시오. 왜 그 여자를 괴롭히는 것이오? 그녀는 내게 아주 갸륵한 일을 한 것이오.
14:7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들 주변에 있으니, 당신들이 마음만 있으면 어느 때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소.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들과 함 있는 것이 아니오.
14:8 그러므로 이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 것이오. 내 장례를 위하여, 미리 내 몸에 향유를 부어준 것이오.
14:9 내가 분명히 당신들에게 말하겠소. 온 세상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행한 이 갸륵한 일도 함께 전해져서, 사람들이 그녀를 길이 기억하게 될 것이오.”
14:10 ○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룟 유다가 대제사장들을 찾아가서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14:11 그들은 가룟 유다의 이 말을 듣고 무척 기뻐하며, 그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가룟 유다는 예수를 넘겨줄 적당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14:12 ○ 무교절 첫째 날에는 ‘유월절 양’을 잡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드실 유월절 음식을 어디에다 차려야 할까요?”
14:13 예수께서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을 예루살렘 성읍으로 보내며 말씀하셨다. “성 안에 들어가면, 물동이를 들고 걸어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너희는 그 사람을 따라가라.
14:14 그 사람이 들어가는 집으로 너희도 따라 들어가서, 집주인에게 ‘우리 선생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방이 준비되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하고 말하라.
14:15 그러면, 집주인은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다락방으로 너희를 안내할 것이다. 거기에다 유월절 음식을 준비해 놓도록 하여라.”
14:16 두 제자가 예루살렘 성읍 안에 들어가 보니, 예수께서 일러주신 그대로였다. 그래서 제자들은 거기에다 유월절 음식을 준비하였다.
14:17 저녁때가 되자, 예수께서 다른 제자들과 함께 그 집으로 가셨다.
14:18 일행이 자리를 잡은 후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분명히 너희에게 말한다. 지금 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너희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신할 것이다.”
14:19 그 순간,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제자들은 근심에 싸여 저마다 예수께 물었다. “설마 저는 아니지요?”
14:20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 열두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담근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14:21 인자는 오래 전부터 예언자가 선포한 대로 죽음의 길을 걷겠지만, 인자를 배신한 그 사람에게는 참으로 화가 미칠 것이다. 차라리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14:22 ○ 모두가 한참 유월절 음식을 먹을 때였다. 예수께서 빵을 들어 감사기도를 하신 후, 제자들에게 그 빵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 받아먹어라. 이 빵은 내 몸이다.”
14:23 또 잔을 들어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 후, 그 잔을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모두 돌려가며 마셨다.
14:24 그런 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잔은 내 피다. 곧 모든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새 언약의 피다.
14:25 내가 분명히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시게 될 그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을 것이다.”
14:26 ○ 그들은 찬송을 부른 후, 다 함께 올리브 산으로 올라갔다.
14:27 ○ 그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나를 버릴 것이다. 이미 하나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내가 칼을 들어 목자를 칠 터인데, 양떼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14:28 그러나 내가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 뒤,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갈 것이다.”
14:29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께 말했다.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주님을 버린다고 할지라도, 저는 절대로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14:30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아니다! 오늘 밤에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다.”
14:31 그러자 베드로가 더욱 힘주어 말했다.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비록 주님과 함께 죽는 일이 있더라도, 저는 절대로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똑같은 다짐을 했다.
14:32 ○ ‘겟세마네’라고 하는 동산에 오르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 너희는 여기 앉아 있어라.”
14:33 그런 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올라가셨다. 이때 예수께서 큰 근심과 깊은 번민에 싸여 말씀하셨다.
14:34 “내 마음이 너무도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그러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기도하고 있어라.”
14:35 예수께서는 홀로 일어나 저만큼 걸어가시더니,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만일 그럴 수만 있으시다면, 이 고난의 시간이 그냥 지나쳐 가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14:36 예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잔을 내게서 치워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14:37 그런 다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로 돌아와 보니, 제자들은 쿨쿨 자고 있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아! 자고 있느냐? 단 한 시간도 깨어서, 나와 함께 기도할 수 없단 말이냐?
14:38 너희는 깨어,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라. 아, 너희가 마음으로는 원하면서도, 육신이 약하구나!”
14:39 그런 뒤, 예수께서는 다시 저만큼 걸어가신 다음, 똑같은 말씀으로 다시금 기도하셨다.
14:40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보시니, 제자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너무나 졸려서, 그들은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14:41 예수께서 세 번째로 기도하고 돌아오신 후,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그쯤 쉬었으면 되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보라, 인자가 죄인들의 손에 넘겨질 때가 이르렀다.
14:42 자, 어서 일어나 가자!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 와 있다!”
14:43 ○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룟 유다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무리들은 손에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대제사장과 율법 교사와 장로들이 보낸 일당이었다.
14:44 가룟 유다는 그들에게 ‘내가 껴안고 입맞추는 사람이 바로 예수이므로, 실수 없이 그를 붙잡도록 하시오.” 하고 미리 말해 둔 터였다.
14:45 가룟 유다는 곧장 예수께 다가가 “선생님!” 하고 부르면서, 다정하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14:46 그러자 일당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재빨리 예수를 붙잡았다.
14:47 그때 예수 곁에 서 있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얼른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힘껏 내리쳐서, 그의 귀를 베어 버렸다.
14:48 예수께서 일당들에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오다니, 내가 강도라도 된단 말이오?
14:49 내가 날마다 성전 뜰에서 가르칠 때는 왜 나를 잡지 않았소? 하지만 이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오.”
14:50 그러는 동안에, 예수의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각기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14:51 ○ 그런데 그때 한 청년이 몸에 삼베 홑이불만을 두른 채 예수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일당들이 그를 붙잡으려고 하자,
14:52 그 청년은 홑이불을 던져 버리고, 알몸으로 재빨리 달아났다.
14:53 ○ 일당들은 예수를 대제사장의 집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다른 대제사장들과 율법 교사들과 장로들이 금방 모여들었다.
14:54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뜰까지 들어왔고, 거기서 경비병들 틈에 웅크리고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14:55 대제사장들과 모든 공회 의원들이 예수를 죽이기 위해 증거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14:56 많은 사람들이 예수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을 해댔지만,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14:57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거짓 증언을 했다.
14:58 “우리는 저 사람이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허물어 버리고,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14:59 그러나 그들이 하는 증언들도 서로 들어맞지 않았다.
14:60 그러자 대제사장이 그들 앞으로 나와서 예수께 물었다. “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작정인가?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지 않은가?”
14:61 하지만 예수께서는 입을 다무시고 침묵으로 일관하셨다. 대제사장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가?”
14:62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소. 내가 바로 그요. 당신들은 인자가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다시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오.”
14:63 그러자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말했다. “더 이상 무슨 증언이 필요하겠소?
14:64 하나님을 모독하는 저 사람의 말을 지금 우리 모두가 직접 들었소. 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예수를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결론지었다.
14:65 그들 가운데 더러는 예수께 침을 뱉었고, 더러는 예수의 얼굴을 가린 후에 주먹으로 치면서 “누가 너를 쳤는지, 어디 한번 알아맞혀 보아라.” 하고 조롱하였다. 경비병들도 예수를 끌고 가 손바닥으로 뺨을 마구 때렸다.
14:66 ○ 그러는 동안, 베드로는 대제사장 집의 뜰 아래쪽에 있었다. 그런데 대제사장의 집에서 일하는 여종 하나가 다가오더니,
14:67 불을 쬐고 있던 베드로에게 말했다. “당신도 저 나사렛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지요?”
14:68 그러자 베드로는 곧 부인하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러고서 베드로는 얼른 바깥 뜰로 나가 버렸다.
14:69 그 여종은 베드로가 거기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다시 말했다. “이 사람은 예수와 한패인 것이 틀림없어요!”
14:70 그러자 베드로는 또다시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였다. 조금 뒤,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다시 베드로에게 말했다. “당신도 갈릴리 사람이니, 예수와 한패인 게 틀림없소.”
14:71 그러자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부인했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나는 그 사람을 만난 적도 없소. 내 말이 거짓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소!”
14:72 바로 그때, 닭이 두 번째로 울었다. 그제야 베드로는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다.’라고 경고하신 예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베드로는 땅에 엎드러져, 소리 내어 엉엉 슬피 울었다.
Previous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