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라반의 아들들이 수군거리는 말이 야곱의 귀에 들려왔다. “야곱이 우리 아버지 재산을 모두 빼돌렸어. 야곱이 저렇게 엄청난 부자가 된 것은 아버지 재산을 빼돌렸기 때문이야.”
31:2 또 라반이 야곱을 바라보는 낯빛도 예전 같지 않았다.
31:3 ○ 그때 주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네 조상들이 살던 땅, 네 피붙이들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31:4 야곱은 라헬과 레아를 자기 가축 떼가 있는 들로 나오게 하여
31:5 그들에게 말했다. “요즈음 장인어른의 낯빛이 예전 같지 않소.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소. 하지만 내 조상의 하나님께서는 지금껏 나와 함께 하셨소.
31:6 당신들도 잘 알다시피, 내가 당신들의 아버지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소?
31:7 그런데도 장인어른은 나를 속였소. 내 품삯을 준다준다 하면서 열 번이나 마음을 바꾸었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장인어른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셨소.
31:8 장인어른이 나에게 ‘점 있는 가축은 모두 자네 품삯이네’ 하면, 태어나는 가축마다 모두 점 있는 것이 태어났소. 또 장인어른이 나에게 ‘얼룩무늬 있는 가축이 모두 자네 품삯이네’ 하면, 태어나는 가축마다 모두 얼룩무늬 있는 것만 태어났소.
31:9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장인어른의 가축을 빼앗아 내게 주셨소.
31:10 가축들이 교미할 때가 되었을 때, 나는 꿈을 꾸었소. 꿈속에서 내가 눈을 들어보니, 암컷과 교미하는 수컷들은 모두 얼룩무늬가 있거나 점이 있거나 줄무늬가 있는 것들이었소.
31:11 하나님의 천사가 꿈속에서 “야곱아!” 하고 부르시길래,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31:12 그 천사가 내게 말했소. “눈을 들어 똑똑히 보아라. 암컷과 교미하는 수컷이 모두 얼룩무늬가 있거나 점이 있거나 줄무늬가 있는 것들 아니냐? 라반이 지금까지 네게 어떻게 해왔는지 내가 다 알고 있다.
31:13 나는 벧엘에서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이다. 너는 거기에서 기념 석에 기름을 부으면서 나에게 맹세했다. 이제 너는 이곳을 떠나라. 네 피붙이들이 사는 땅으로 돌아가라.”
31:14 그러자 라헬과 레아가 야곱에게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에게 물려주신 유산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어요.
31:15 그래요. 아버지는 우리를 마치 떠돌이 나그네처럼 대하셨어요. 우리를 당신에게 팔아넘기고, 우리에게 주어야 할 몫까지 다 가로채셨어요.
31:16 하나님께서 우리 아버지에게서 빼앗아 주신 모든 재산은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것이에요.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말씀하신 대로 따르도록 하세요.”
31:17 ○ 야곱은 서둘러 자기 아내들과 자식들을 낙타에 태웠다.
31:18 가축 떼와 밧단아람에서 벌어들인 모든 재산과 가축들도 챙겨서,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을 향해 떠났다.
31:19 라반은 양털을 깎으러 나가 집 안에 없었다. 라헬은 자기 아버지 소유인 드라빔 신상을 훔쳤다.
31:20 야곱은 아람 사람 라반에게 도망칠 낌새를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 채, 서둘러 길을 떠났다.
31:21 야곱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챙겨서 달아났다. 강을 건너, 야곱은 길르앗 산악지대 쪽으로 향했다.
31:22 ○ 야곱이 도망한 지 사흘이 지난 후에야 라반은 그 소식을 들었다.
31:23 라반은 친척들을 이끌고 급히 야곱을 뒤쫓아 갔다. 이레 만에 라반은 길르앗 산악 지대에서 야곱을 따라잡았다.
31:24 그날 밤, 하나님께서 라반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너는 좋은 말이든 궂은 말이든, 야곱과 일체 시비하지 말라.”
31:25 야곱은 산 속에 장막을 치고 거기서 묵고 있었다. 라반도 자기 친척들과 함께 길르앗 산악 지대에 장막을 쳤다.
31:26 ○ 라반이 야곱에게 말했다. “자네는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하는가? 어째서 나를 속이고, 마치 전쟁터에서 칼로 위협하여 포로를 끌고 가듯 내 딸들을 잡아가려 하는가?
31:27 무슨 까닭으로 자네는 이렇게 비밀리에 떠나 왔는가? 이렇게 나를 속여도 되는가? 자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으면, 내가 설마 안 보내 주었겠는가? 북도 치고, 수금도 뜯고, 노래도 부르면서 자네를 기쁘게 떠나보냈을 텐데, 이게 무슨 짓인가?
31:28 나로 내 손자들과 딸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못하게 해도 되는 것인가? 왜 자네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는가?
31:29 내게는 자네를 해칠 힘이 있네. 하지만 어젯밤 꿈에 자네 조상의 하나님께서 내게 나타나 말씀하시더군. 좋은 말이든 궂은 말이든, 자네와 일체 시비를 하지 말라고 말이야.
31:30 나는 자네가 그토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네. 자네는 워낙 오래 고향을 떠나 살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어째서 자네는 우리 집 신상까지 훔쳐 가는가?”
31:31 야곱이 라반에게 말했다. “제가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떠난 것은, 장인어른께서 제 아내들을 억지로 빼앗아 가실까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31:32 하지만 장인어른 집의 신상은 절대 훔치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 신상을 가진 사람이 나오면, 장인어른께서는 그 사람을 죽여도 좋습니다. 또 우리 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장인어른의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찾아보십시오. 만일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을 도로 가져가십시오.” 야곱이 이렇게 말한 것은, 라헬이 신상을 훔쳐 온 사실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었다.
31:33 라반은 먼저 야곱의 장막부터 뒤졌다. 이어 레아의 장막을 뒤지고, 그 다음에는 두 몸종의 장막을 뒤졌지만, 아무 데서도 신상을 찾을 수 없었다. 라반은 레아의 장막에서 나온 뒤, 마지막으로 라헬의 장막에 들어갔다.
31:34 라헬은 신상을 낙타의 안장 밑에 숨겨두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라반은 라헬의 장막을 샅샅이 뒤졌지만 신상을 찾아내지 못했다.
31:35 라헬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지금 제가 월경 중이라, 낙타에서 내려서 아버지를 맞을 수가 없네요.” 라반은 아무리 뒤져도 신상을 찾을 수 없었다.
31:36 ○ 그러자 야곱이 화가 치밀어 라반에게 따졌다. “제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제게 무슨 죄가 있다고, 사냥꾼처럼 저를 뒤쫓아 오셨습니까?
31:37 장인어른은 지금 저의 짐을 다 뒤져 보셨는데, 그중 하나라도 장인어른 집안의 물건이 있었습니까? 그런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장인어른의 집안사람들과 우리 집안사람들이 보는 앞에 내놓아 보라고 하십시오.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그 사람들더러 가리게 합시다.
31:38 저는 20년 동안 장인어른과 함께 지내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돌본 장인어른의 양과 염소 가운데 한 마리라도 낙태한 적이 있었습니까? 또 제가 장인어른의 가축 떼 중에서 숫양 한 마리라도 잡아먹은 적이 있었습니까?
31:39 어쩌다가 들짐승한테 양 한 마리가 물려 죽어도, 제가 대신 물어냈습니다. 낮에 도둑을 맞았든 밤에 도둑을 맞았든, 장인어른은 그 손해를 모두 제게 떠넘겨 저에게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31:40 저는 낮에는 더위를 먹고 밤에는 추위에 떨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31:41 저는 장인어른의 집에서 20년을 지냈습니다. 그중 14년 동안은 장인어른의 두 딸에게 장가들려고 일했고, 나머지 6년 동안은 장인어른의 가축 떼를 돌보느라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장인어른은 제게 주시기로 약속한 품삯을 열 번이나 변경했습니다.
31:42 우리 조상의 하나님, 곧 제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 제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는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해 주지 않으셨더라면, 장인어른은 저를 빈털터리로 쫓아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제가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를 다 아시고, 어젯밤에 장인어른을 꾸짖으신 것입니다.”
31:43 ○ 라반이 야곱에게 말했다. “자네 아내들은 내 딸자식들이 아닌가! 이 아이들은 내 손자들이고, 이 가축 떼도 모두 내 가축 떼가 아닌가! 자네 눈으로 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내 재산이네. 그런데 내가 어찌 내 딸들과 내 딸들이 낳은 자식들을 야박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31:44 자, 이리 오게. 우리 함께 계약을 맺는 것이 어떤가? 함께 돌무더기를 쌓아 올려, 그것으로 나와 자네 사이에 증거물로 삼도록 하세.”
31:45 야곱은 돌 하나를 가져다가 기념비를 세우고,
31:46 자기 친척들에게 돌을 모아다가 무더기를 만들라고 시켰다. 그런 후에 야곱은 그 돌무더기 곁에서 라반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31:47 라반은 그 돌무더기를 ‘여갈 사하두다’라고 불렀고, 야곱은 그것을 ‘갈르엣’이라고 불렀다.
31:48 라반이 말했다. “이 돌무더기가 오늘 우리가 맺은 계약의 증거일세.” 그것의 이름이 ‘갈르엣’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였다.
31:49 그 돌무더기는 ‘미스바’라고도 불리는데, 그 까닭은 라반이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주께서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실 것이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31:50 라반은 또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내 딸들을 구박하거나 내 딸들 외에 다른 여인을 아내로 맞는다면, 사람은 모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신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31:51 라반은 또 말을 이었다. “이보게. 여기 돌무더기도 있고, 이렇게 기념비도 있네.
31:52 이 돌무더기가 증인 노릇을 해주고, 또 이 기념비도 그럴 걸세. 자네는 이 돌무더기를 넘어 내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와서는 안 되네. 나도 이 돌무더기를 넘어 자네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지 않겠네.
31:53 아브라함의 하나님, 나홀의 하나님, 그들의 조상이 섬기던 하나님께서 우리 사이를 판가름해 주실 것이네.” 그러자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던 분의 이름을 두고 맹세했다.
31:54 야곱은 산에서 가축을 잡아 제물을 바치고, 친척들을 불러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산속에서 밤을 지냈다.
31:55 라반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손자들과 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라반은 길을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31:2 또 라반이 야곱을 바라보는 낯빛도 예전 같지 않았다.
31:3 ○ 그때 주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네 조상들이 살던 땅, 네 피붙이들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31:4 야곱은 라헬과 레아를 자기 가축 떼가 있는 들로 나오게 하여
31:5 그들에게 말했다. “요즈음 장인어른의 낯빛이 예전 같지 않소.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소. 하지만 내 조상의 하나님께서는 지금껏 나와 함께 하셨소.
31:6 당신들도 잘 알다시피, 내가 당신들의 아버지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소?
31:7 그런데도 장인어른은 나를 속였소. 내 품삯을 준다준다 하면서 열 번이나 마음을 바꾸었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장인어른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셨소.
31:8 장인어른이 나에게 ‘점 있는 가축은 모두 자네 품삯이네’ 하면, 태어나는 가축마다 모두 점 있는 것이 태어났소. 또 장인어른이 나에게 ‘얼룩무늬 있는 가축이 모두 자네 품삯이네’ 하면, 태어나는 가축마다 모두 얼룩무늬 있는 것만 태어났소.
31:9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장인어른의 가축을 빼앗아 내게 주셨소.
31:10 가축들이 교미할 때가 되었을 때, 나는 꿈을 꾸었소. 꿈속에서 내가 눈을 들어보니, 암컷과 교미하는 수컷들은 모두 얼룩무늬가 있거나 점이 있거나 줄무늬가 있는 것들이었소.
31:11 하나님의 천사가 꿈속에서 “야곱아!” 하고 부르시길래,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31:12 그 천사가 내게 말했소. “눈을 들어 똑똑히 보아라. 암컷과 교미하는 수컷이 모두 얼룩무늬가 있거나 점이 있거나 줄무늬가 있는 것들 아니냐? 라반이 지금까지 네게 어떻게 해왔는지 내가 다 알고 있다.
31:13 나는 벧엘에서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이다. 너는 거기에서 기념 석에 기름을 부으면서 나에게 맹세했다. 이제 너는 이곳을 떠나라. 네 피붙이들이 사는 땅으로 돌아가라.”
31:14 그러자 라헬과 레아가 야곱에게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에게 물려주신 유산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어요.
31:15 그래요. 아버지는 우리를 마치 떠돌이 나그네처럼 대하셨어요. 우리를 당신에게 팔아넘기고, 우리에게 주어야 할 몫까지 다 가로채셨어요.
31:16 하나님께서 우리 아버지에게서 빼앗아 주신 모든 재산은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것이에요.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말씀하신 대로 따르도록 하세요.”
31:17 ○ 야곱은 서둘러 자기 아내들과 자식들을 낙타에 태웠다.
31:18 가축 떼와 밧단아람에서 벌어들인 모든 재산과 가축들도 챙겨서,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을 향해 떠났다.
31:19 라반은 양털을 깎으러 나가 집 안에 없었다. 라헬은 자기 아버지 소유인 드라빔 신상을 훔쳤다.
31:20 야곱은 아람 사람 라반에게 도망칠 낌새를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 채, 서둘러 길을 떠났다.
31:21 야곱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챙겨서 달아났다. 강을 건너, 야곱은 길르앗 산악지대 쪽으로 향했다.
31:22 ○ 야곱이 도망한 지 사흘이 지난 후에야 라반은 그 소식을 들었다.
31:23 라반은 친척들을 이끌고 급히 야곱을 뒤쫓아 갔다. 이레 만에 라반은 길르앗 산악 지대에서 야곱을 따라잡았다.
31:24 그날 밤, 하나님께서 라반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너는 좋은 말이든 궂은 말이든, 야곱과 일체 시비하지 말라.”
31:25 야곱은 산 속에 장막을 치고 거기서 묵고 있었다. 라반도 자기 친척들과 함께 길르앗 산악 지대에 장막을 쳤다.
31:26 ○ 라반이 야곱에게 말했다. “자네는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하는가? 어째서 나를 속이고, 마치 전쟁터에서 칼로 위협하여 포로를 끌고 가듯 내 딸들을 잡아가려 하는가?
31:27 무슨 까닭으로 자네는 이렇게 비밀리에 떠나 왔는가? 이렇게 나를 속여도 되는가? 자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으면, 내가 설마 안 보내 주었겠는가? 북도 치고, 수금도 뜯고, 노래도 부르면서 자네를 기쁘게 떠나보냈을 텐데, 이게 무슨 짓인가?
31:28 나로 내 손자들과 딸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못하게 해도 되는 것인가? 왜 자네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는가?
31:29 내게는 자네를 해칠 힘이 있네. 하지만 어젯밤 꿈에 자네 조상의 하나님께서 내게 나타나 말씀하시더군. 좋은 말이든 궂은 말이든, 자네와 일체 시비를 하지 말라고 말이야.
31:30 나는 자네가 그토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네. 자네는 워낙 오래 고향을 떠나 살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어째서 자네는 우리 집 신상까지 훔쳐 가는가?”
31:31 야곱이 라반에게 말했다. “제가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떠난 것은, 장인어른께서 제 아내들을 억지로 빼앗아 가실까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31:32 하지만 장인어른 집의 신상은 절대 훔치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 신상을 가진 사람이 나오면, 장인어른께서는 그 사람을 죽여도 좋습니다. 또 우리 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장인어른의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찾아보십시오. 만일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을 도로 가져가십시오.” 야곱이 이렇게 말한 것은, 라헬이 신상을 훔쳐 온 사실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었다.
31:33 라반은 먼저 야곱의 장막부터 뒤졌다. 이어 레아의 장막을 뒤지고, 그 다음에는 두 몸종의 장막을 뒤졌지만, 아무 데서도 신상을 찾을 수 없었다. 라반은 레아의 장막에서 나온 뒤, 마지막으로 라헬의 장막에 들어갔다.
31:34 라헬은 신상을 낙타의 안장 밑에 숨겨두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라반은 라헬의 장막을 샅샅이 뒤졌지만 신상을 찾아내지 못했다.
31:35 라헬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지금 제가 월경 중이라, 낙타에서 내려서 아버지를 맞을 수가 없네요.” 라반은 아무리 뒤져도 신상을 찾을 수 없었다.
31:36 ○ 그러자 야곱이 화가 치밀어 라반에게 따졌다. “제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제게 무슨 죄가 있다고, 사냥꾼처럼 저를 뒤쫓아 오셨습니까?
31:37 장인어른은 지금 저의 짐을 다 뒤져 보셨는데, 그중 하나라도 장인어른 집안의 물건이 있었습니까? 그런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장인어른의 집안사람들과 우리 집안사람들이 보는 앞에 내놓아 보라고 하십시오.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그 사람들더러 가리게 합시다.
31:38 저는 20년 동안 장인어른과 함께 지내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돌본 장인어른의 양과 염소 가운데 한 마리라도 낙태한 적이 있었습니까? 또 제가 장인어른의 가축 떼 중에서 숫양 한 마리라도 잡아먹은 적이 있었습니까?
31:39 어쩌다가 들짐승한테 양 한 마리가 물려 죽어도, 제가 대신 물어냈습니다. 낮에 도둑을 맞았든 밤에 도둑을 맞았든, 장인어른은 그 손해를 모두 제게 떠넘겨 저에게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31:40 저는 낮에는 더위를 먹고 밤에는 추위에 떨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31:41 저는 장인어른의 집에서 20년을 지냈습니다. 그중 14년 동안은 장인어른의 두 딸에게 장가들려고 일했고, 나머지 6년 동안은 장인어른의 가축 떼를 돌보느라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장인어른은 제게 주시기로 약속한 품삯을 열 번이나 변경했습니다.
31:42 우리 조상의 하나님, 곧 제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 제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는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해 주지 않으셨더라면, 장인어른은 저를 빈털터리로 쫓아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제가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를 다 아시고, 어젯밤에 장인어른을 꾸짖으신 것입니다.”
31:43 ○ 라반이 야곱에게 말했다. “자네 아내들은 내 딸자식들이 아닌가! 이 아이들은 내 손자들이고, 이 가축 떼도 모두 내 가축 떼가 아닌가! 자네 눈으로 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내 재산이네. 그런데 내가 어찌 내 딸들과 내 딸들이 낳은 자식들을 야박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31:44 자, 이리 오게. 우리 함께 계약을 맺는 것이 어떤가? 함께 돌무더기를 쌓아 올려, 그것으로 나와 자네 사이에 증거물로 삼도록 하세.”
31:45 야곱은 돌 하나를 가져다가 기념비를 세우고,
31:46 자기 친척들에게 돌을 모아다가 무더기를 만들라고 시켰다. 그런 후에 야곱은 그 돌무더기 곁에서 라반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31:47 라반은 그 돌무더기를 ‘여갈 사하두다’라고 불렀고, 야곱은 그것을 ‘갈르엣’이라고 불렀다.
31:48 라반이 말했다. “이 돌무더기가 오늘 우리가 맺은 계약의 증거일세.” 그것의 이름이 ‘갈르엣’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였다.
31:49 그 돌무더기는 ‘미스바’라고도 불리는데, 그 까닭은 라반이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주께서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실 것이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31:50 라반은 또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내 딸들을 구박하거나 내 딸들 외에 다른 여인을 아내로 맞는다면, 사람은 모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두 사람을 지켜보신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31:51 라반은 또 말을 이었다. “이보게. 여기 돌무더기도 있고, 이렇게 기념비도 있네.
31:52 이 돌무더기가 증인 노릇을 해주고, 또 이 기념비도 그럴 걸세. 자네는 이 돌무더기를 넘어 내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와서는 안 되네. 나도 이 돌무더기를 넘어 자네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지 않겠네.
31:53 아브라함의 하나님, 나홀의 하나님, 그들의 조상이 섬기던 하나님께서 우리 사이를 판가름해 주실 것이네.” 그러자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던 분의 이름을 두고 맹세했다.
31:54 야곱은 산에서 가축을 잡아 제물을 바치고, 친척들을 불러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산속에서 밤을 지냈다.
31:55 라반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손자들과 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라반은 길을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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