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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길을 떠나. [히, 이사 라글라우] ‘들어올리다’란 동사 ‘나사’의 미래형(의미는 과거)과 ‘발’을 뜻하는 ‘레겔’에 3인칭 접미어가 합쳐져 ‘그의 발을 들어올렸다’란 말이다. 여기서 야곱이 벧엘에서 하나님과 만난 이후 큰 소망과 부푼 꿈으로 새롭게 출발함과 그 발걸음이 가벼워 빠른 속도로 진행했음을 보여 준다.

동방 사람의 땅. 보통 유프라테스 서쪽 땅을 가르키는 말로써,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중간 지대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Barmes), 대부분의 학자들은(Keil, Lange)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본다. 따라서 이곳을 메소포타미아의 북서쪽인 하란 근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한 영문 역본(Living Bible)은 여기에 ‘최종 도착지’(finally arriving)란 말을 삽입하여 이 견해를 뒷받침한다. 이곳은 브엘세바에서 약 720 km 떨어져 야곱은 대략 20일간의 여행 끝에 도착한 듯하다.

 

29:2 [그리고 볼지어다]. [히, 웨힌네] 문자적으로는 ‘그리고 볼지어다’란 뜻으로 개역 성경에는 생략됐으나 원문에는 ‘본즉’이란 말 바로 뒤에 나와 있다. 이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묘사하는 말로 야곱을 곧장 자기 친척의 양 떼가 먹는 그 우물로 가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은연 중에 암시한다.

그 곁에. [히, 알레하] 직역하면 ‘그 위에’란 뜻으로 우물이 주위의 지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편 이 우물은 식수로 사용하는 마을 공동 우물이 아니라(24:11) 방목하는 양 떼를 위해서 들판에 만들어 놓은 목축용 우물인 듯하다. 우물 주위에는 돌로 만든 물통이 있고 먼저 온 순서대로 양 떼에게 물을 먹이며, 그동안 다른 양은 가만히 앉아 기다리곤 했다.

먹임이라. [히, 야쉬쿠] ‘마시게 하다’란 뜻의 동사 ‘샤카’의 미완료형으로 습관적인 사실을 가리킨다. 즉 ‘사람들이 물을 먹이곤 했다’란 뜻이다.

큰 돌. [히, 하에벤 게돌라] 직역하면 ‘그 큰 돌’이다. 본문에서 정관사 ‘하’는 그 주변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가리키는 단어로 우물 입구를 막아두던 ‘큰 돌’을 지칭한다. 이런 돌을 옮기는 데에는 몇 사람의 장정(壯丁)이 필요했다고 한다(Robinson).

 

29:3 모이면 … 옮기고 … 덮더라. 모든 동사가 미완료형으로 사용돼 계속 해왔던 습관적인 행위를 표현한다. 이것은 공평한 물 분배와 무거운 입구 돌을 옮기기(2절) 위해 목자들 사이에 맺어진 약조(約條)이며 물이 귀한 지역의 특성이다. 한편 우물 입구를 돌로 봉쇄해둔 이유는 (1) 태양열로 인한 물 증발을 막고 (2) 물 도난을 방지하며 (3) 먼지와 모래 등의 오물로 우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4) 그리고 여행자나 동물들의 실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29:4 내 형제. 구약에서 같은 혈육인 형제 뿐만 아니라, 한 조상을 가진 먼 후손들도 가리킨다(13:8, 민 16:10, 신 24:7). 또한 더 넓은 의미로 모든 이스라엘 자손을 포함하기도 하여(레 24:46) 이는 신약 시대에 믿음의 동료를 ‘형제’라 부르는 용법의 배경이 됐다. 한편 서방 셈족의 비문에는 이 단어가 동등한 지위의 사람을 칭하거나, 혈족은 물론 직업상의 동료를 말하기도 했다. 본 절에서는 야곱이 타지인에게 공손하게 말을 거는 것으로 목자들 사이에는 이런 말로써 낯선 사람을 만나도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풍습이었다.

어디서 왔느냐 … 하란에서 왔노라. 들에 있는 우물이 곧 성읍은 아니기 때문에, 야곱은 먼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필요를 느꼈다. 이윽고 저 사람들이 ‘하란에서 왔다’란 대답은 하나님께서 야곱의 여정에 깊이 관여하셨고 자상하게 인도하셨음을 보여준다. 한편 히브리어로 말하는 야곱과 갈대아어를 사용하는 목자 사이에 대화가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1) 야곱이 그 지방 출신 어머니 리브가에게서 갈대아어를 배웠거나(Clericus) (2) 둘 다 셈족 계통의 언어이므로 당시에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Lange) .

 

29:5 나홀의 손자 라반. 야곱이 라반을 그의 아비인 브두엘(25:, 20)의 아들이라 칭하지 않고, 구태여 나홀의 손자로 부른 까닭은 (1) 나홀이란 이름이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세가(勢家)의 대명사였거나 (2) 어머니 리브가의 아비인 브두엘 즉 외가(外家) 계통보다는 친가(親家)인 작은 할아버지 나홀에(11:26) 관하여 부친 이삭으로부터 자주 이야기를 들어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9:6 그가 평안하냐. 라반의 근황을 묻는 이 질문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그의 영혼, 정신, 사회 전반에 걸친 형편을 묻는 말이다. 또한 그곳에서 신부감을 구하라는 어머니 리브가의 분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급박한 심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29:7 해가 아직 높은즉. [히, 하 욤 가돌] ‘그 날’이란 ‘하욤’과 ‘크다’, ‘세력있다’, ‘맹렬한’ 등을 뜻하는 ‘가돌’이 합쳐 ‘그 날이 크다’란 말로써 ‘해가 아직 많이 남았다’란 히브리식 표현이다. 야곱이 이 말을 한 이유는 목자들이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알았으며, 또한 라헬이 도착하기 전에 저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라헬과 단둘이 만날 의도였기 때문이다.

 

29:8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목자들이 이 말을 한 배경은 (1) 모두 모여서 그 돌을 옮기기로 한 약정 준수와(Murphy), (2) 낯선 이와 라헬과의 극적 상봉의 광경을 지켜보고 싶어서였다(Leupold).

 

29:9 그가 그의 양들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더라. [히, 로아 히우] 직역하면 ‘그녀는(히우) 목자(로아)’였다. 근동에서 처녀가 양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며 더욱이 라반에게는 아들이 없었으므로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29:10 옮기고. [히, 갈랄] ‘굴려서 치우다’, ‘맡기다’(시 37:5, 잠 26:3)란 뜻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의뢰하거나(시 22:8), 본문에서처럼 어떤 것을 굴려 옮기는 물리적 행위를 의미한다(수 10:18, 삼상 14:33). 야곱이 그 큰 돌을 혼자 힘으로 옮길 수 있었던 이유는 (1) 본래 힘이 센 자였거나 (2) 라헬의 출중한 미모에 첫눈에 반하여 자기도 모르게 용기와 힘이 생겨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본문은 ‘그 외삼촌 라반의’란 말을 세 번 거듭 언급함으로써 외로운 여행 끝에 친척을 만난 기쁨과 감정에서 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음을 암시한다.

 

29:11 그가 라헬에게 입맞추고. 외사촌 여동생을 만난 기쁨과 애정의 표현이다. 이와같은 격한 감정 표시는 처음 만난 라헬의 입장에서는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곧 야곱이 소리내어 울며 신분을 밝혔기 때문에(12절) 야곱의 행동을 거절하지 않은 듯하다.

소리 내어 울며. 자기 감정에 솔직했던 야곱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의 눈물은 천신 만고 끝에 친족을 만난 기쁨과(45:2, 14, 15). 한편으로는 고향집에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신세에 대한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 때문이다. 고대 근동의 생활상이 기록된 우가리트(Ugarit) 문헌을 보면 셈족 사람들은 기쁘거나 슬픈 일을 당할 때 조용히 울지 않고 큰 소리로 우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29:12 아비에게 알리매. 아브라함 때에 종 엘리에셀을 만난 리브가가 자기 모친에게 먼저 간 것과는 달리(24:28), 라헬은 야곱의 신원을 파악하자 그 기쁜 소식을 황급히 자기 부친에게 알리러 갔다.

 

29:13 라반이 … 소식을 듣고.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이 라반의 누이 리브가를 이삭의 결혼 상대로 데려간 후(24:61) 거의 97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기 때문에 누이 동생 리브가의 아들인 조카 야곱을 맞는 라반은 큰 기쁨과 감회에 젖었을 것이다.

입맞추며. [히, 예나 쉐크] 강의형으로 표현되어 ‘몇번이고 입맞춤을 계속했다’란 뜻이다. 이런 격동적인 행동이 야곱에 대한 라반의 진실된 사랑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훗날 그의 거듭되는 속임수가 이를 잘 입증해 준다.

자기의 모든 일. 떠나올 때 그 어미 리브가가 당부했던 내용(Calvin)과 현재의 처지 및 집을 떠나게 된 동기등을 말한다(Lange).

 

29:14 너는 … 나의 혈육이로다. 야곱의 설명(13절)에 라반이 모두 수긍하고 그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라반은 야곱을 가장 가까운 혈육으로 인정하였다(13:8, 삿 9:2, 삼하 5:1).

한 달을 … 함께 거주하더니. 야곱을 자신의 ‘혈육’으로 인정하는 확실한 증거이다. 유목 사회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타인의 집에 한 달간 유숙하기란 힘든 일이다.

 

29:15 품삯. 라반의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야곱은 성실히 일함으로써 유능한 목자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야곱의 사정을 알고 있는 라반은 그와 고용 계약을 맺기 원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1) 라반의 이기심과 약삭빠른 계산이 친절을 가장하여 나타난 것이다. 즉 야곱이 자신의 딸 라헬과 사랑에 빠져 있으므로 그다지 큰 요구를 하지 않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Leupold). (2) 이것은 라반의 친척에 대한 사려깊은 태도이다(Lange). 여하튼 라반은 이제 믿음직하고 유능한 일꾼을 자기 수하에 두게 되었다.

 

29:16 없음.

 

29:17 시력이 약하고. [히, 에네 라코트] ‘눈’을 뜻하는 ‘아인’의 연계형(소유의미)과 ‘연약한’(신 28:56), ‘유순한’(욥 41:3)을 의미하는 형용사 ‘라코트’가 합쳐진 말이다. ‘라코트’는 히브리인의 감각에 따르면, 시력이 나쁜 것이 아니라 총기가 결여 되었다는 뜻으로 제임스왕역(KJV)은 ‘유약한’, ‘가냘픈’(tender)으로 번역했다. 이는 ‘몹시 지치다’, ‘슬프다’는 뜻의 ‘레아’라는 이름과 조화를 이루는 해석이다.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직역하면 ‘라헬은 우아하고 외모가 아름답다’란 말로, 레아와 비교할 때 외모도 아름다웠거니와 성품 전체가 총명했던 것 같다. 이는 ‘암양’이란 뜻의 ‘라헬’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야곱은 평생 동안 라헬을 사랑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레아를 택하여 메시아의 계보를 잇게 하셨다(35절, 마 1:2).

 

29:18 라헬을 위하여 … 칠 년을 섬기리이다. 여기서 ‘섬기다’(아바드)는 신께 헌신하며(대하 33:16), 종으로서 일할(삼상 4:9) 때를 지칭한 말로써 철저하고도 성실한 순복을 가리킨다. 한편 고대 근동의 관습에 따르면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서는 지참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딸을 출가시킨 가정은 사실상 그 만큼의 노동력 손실을 감수해야 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출 2:16). 이것은 돈이 아닌 노역으로도 대신할 수 있었다(삼상 28:25). 본문에서는 깊은 사랑에 빠진 야곱이 결혼을 위해 지불할만큼 소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야곱의 마음 한 구석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완전한(‘7’이란 숫자가 의미하듯이) 헌신을 하겠다는 결의로 차 있었을 것이다.

 

29:19 네게 주는 것이 … 나으니. 친척 사이의 결혼으로 혈맹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고대 근동 사람들에게 흔한 일로써, 오늘날도 시리아인들과 아랍인들 사이에 시행되고 있다. 특히 본문은 야곱의 신앙이나 성실함 등이 그의 외삼촌 라반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 흔쾌한 동의를 받아냈음을 암시한다. 이로써 노사(勞使)의 계약이 체결되었다.

 

29:20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야곱의 사랑을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남녀간의 참된 사랑이 성경의 인정을 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로 진실한 사랑은 모든 고통을 참고 견딜 수 있게 하는 놀라운 힘이다(고전 13:4-7, 히 6:10).

 

29:21 들어가겠나이다. [히, 보] ‘가다’, ‘도착하다’, ‘성관계를 맺다’란 뜻으로 본문에서는 ‘결혼하겠나이다’란 의미이다. 이때 야곱의 단도직입적인 요구는 7년 봉사 기간 동안에 이미 장인의 야비한 성품에 익숙해져 있었음을 암시한다.

 

29:22 잔치하고. [히, 미쉬테] ‘마시다’란 뜻의 ‘샤타’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근동 지방에서 결혼 잔치는 보통 7일간 계속되었다(삿 14:10). 한편 여기서 라반이 흥청거리는 잔치를 베푼 이유는 소란한 분위기를 통해 야곱을 속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Lange). 그 근거로 잔치를 여는 것은 당시의 관례였지만 초청된 그 사람들로 하여금 후에 레아가 분명히 야곱과 혼례를 올린 것을 입증케 하려는 그의 의도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9:23 레아를 … 데려가매. 당시에는 저녁에 신부가 얼굴 및 신체 모두가 가리워지는 베일을 하고 신랑 방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24:65). 레아가 이 계획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레아도 야곱을 사랑해 왔음을 암시한다.

 

29:24 시녀로 주었더라. 결혼 선물로 평생 수종들 몸종을 붙여 주는 것은 당시 사회의 관습이었다. 고대 근동의 생활 관습이 기록된 누지 토판(Nuzi Tablets)에 나타난 결혼 규약에 의하면 상전의 계집종은 그녀가 출가할 때 함께 가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임신하지 못하는 여주인 대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상전의 소생이 되었다(16:2, 30:3, 4). 특히 본문에서 라반이 출가하는 자기 딸의 결혼 선물로 몸종만을 주었다는 사실은 그의 탐욕과 인색한 성품을 잘 드러내준다. 왜냐하면 그녀의 고모인 리브가는 출가할 당시 그녀의 조부 브두엘로부터 유모(24:59) 뿐만 아니라 종들도(24:61)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라반의 음흉한 계획에는 야곱의 두 번째 아내로 ‘실바’가 구상되고 있었을 것이다.

 

29:25 아침에 보니 레아라. 연로한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장자권을 탈취할 만큼 영악했던 야곱이 이제는 도리어 외삼촌의 속임수에 넘어감으로써 라헬 대신 언니인 레아를 취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은 심는 대로 거두며(갈 6:7) 때때로 죄는 죄로 벌 받는다(삼하 12:10-12). 한편 야곱이 그토록 7년 동안 연연했던 라헬을 그 언니 레아와 분간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장인이 신부를 바꾸리라고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며 (2) 당시 풍습을 따라 신부는 베일로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웠기 때문이며 (3) 신혼 방은 보통 어두운데다 (4) 야곱은 분명 잔치 때 7년간 기다린 일이 이뤄졌다는 설레임 때문에 술에 만취했을 것이며 (5) 사전에 라반의 계획을 듣고 흔쾌히 동의한 레아가 마치 라헬처럼 행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 이 질문은 ‘외삼촌 라반이 조카인 나의 순결한 사랑에 모욕을 줄 수 있으며, 당신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을 묵살할 수 있겠느냐’는 야곱의 억울한 심사를 대변한다. 그러나 레아가 야곱의 아내가 될 수 있었음은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다. 즉 레아를 통해 메시아의 족보를 형성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가 작용한 것이다(35절, 마 1:2). 이처럼 구속사의 전개는 사람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작정(作定)에 의해 이루어진다(잠 16:33).

 

29:26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 아니하는 바이라. 이러한 관습이 고대 인도와 이집트 및 하란에서 행하여 지던 일이라 할지라도 라반의 이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는 처음 계약할 때 이런 관습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첫째 자녀에 대한 이같은 권리 주장은 장자권을 탈취했던 야곱의 심부 깊숙이 꽂히는 비수와도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29:27 채우라. [히, 마레] 강의형 명령법으로 약속된 사항에 대한 이행을 강조하는 말로써,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레아를 위해서 결혼 잔치 기간(삿 14:12)인 칠 일을 채우라는 뜻이다. 특히 신혼 기간에는 신랑 신부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았으니 이때 야곱의 기막힌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나를 칠 년 동안 섬길지니라. 자기의 두 딸을 빌미로 훌륭한 노동력을 제공받으려는 라반의 타산적인 제의이다.

 

29:28 그대로 하여. 법적으로는 야곱이 레아를 거절할 수도 있었으나 자신이 행한 과거의 기만을 회상하며 하나님께서 자신의 속임수에 대한 징계하심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한편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자신의 심사를 달래며, 신부를 신방에서 내쫓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무난히 7일간의 혼례기간을 채우게 된다.

라헬도 그에게 아내로 주고. 성경적 결혼관은 일부일처제(2:18, 24, 잠 12:4, 31:10-31)이나 중혼 제도(重婚制度)가 족장 시대 당시 사회에서 인정되엇다. 특히 중혼 제도에 의해 부인들은 첩과는 달리 모두 정식 아내의 특권을 가졌으나 이 역시 타락 이후 죄악된 인간성의 한 면모를 보여 주는 것으로 후의 율법은 골육지친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레 18, 20장). 이는 하나님이 제정하시고 축복하신(2:18-25) 아름다운 가정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기 때문이다(30:1-8).

 

29:29 없음.

 

29:30 라헬을 더 사랑하여. 이 말은 레아도 조금이나마 야곱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라헬을 더 사랑한 편애는 그 가정에서의 계속적인 갈등과 반목, 그리고 질투심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는 곧 결혼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데서부터 시작될 때 그러한 가정에는 분열과 불행이 있기 마련임을 보여 준다. 한편 혹자는 야곱의 두 아내 중 레아를 율법 아래 놓인 유대인으로, 라헬을 복음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 보기도 한다(Light foot).

 

29:31 사랑 받지 못함. [히, 세누아] ‘미워하다’란 뜻을 가진 동사 ‘사네’의 수동태로써 ‘미움받은’(말 1:3)이란 의미이다. 본문에서는 ‘미워하다’란 뜻보다는 라헬에 비하여 레아가 상대적으로 사랑을 받지 못함을 일컫는 말이다.

보시고. [히, 라아] 일반적으로 눈으로 보는 것을 가리키나, 한편 어떤 것을 하나님의 편에서 받아 들이는 행위도 의미한다(7:1). 따라서 본 절에서는 레아의 딱한 사정을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셨다는 뜻이다.

라헬은 자녀가 없었더라. 여기서 고통 받는 자에게는 위로를 주시며, 축복받은 자에게 교만치 않도록 근신케 하시는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야곱의 자손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이 결코 인간적인 생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깊은 섭리와 주권적인 역사에 의한 것임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는 점이다(대하 20:6, 시 10:14-18).

 

29:32 르우벤. ‘보라’를 뜻하는 ‘르우’와 ‘아들’을 나타내는 ‘벤’의 합성어로 ‘보라 아들이다’란 의미이다. 이름이 뜻하듯 르우벤의 출생은 레아에게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요, 예기치 않은 축복이었다(49:3).

여호와께서. 레아가 하나님을 조상들과 언약을 맺으신 여호와로 알았다는 사실은 그녀의 신앙이 어느 만큼 성숙했던지를 보여 준다.

괴로움을 돌보셨으니. 여기서는 ‘권고하셨다’(히, ‘키 라아’), ‘의심없이(분명히) 보셨다’는 뜻으로써 하나님께서 레아의 고통에 찬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관찰하시고 긍휼이 여기셨음을 가리킨다.

 

29:33 시므온. ‘들으심’을 뜻하는 말로 레아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처지를 호소한 결과 하나님께서 응답하신 증거로써 그 아들을 얻었음을 암시한다. 레아는 믿음과 간구의 여인이었다.

 

29:34 레위. ‘연합하다’, ‘애착하다’란 동사 ‘라와’의 수동형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 … 와 연합하다’, ‘연계를 맺다’는 뜻이다. 이 이름에서 레아가 얼마나 남편 야곱의 사랑을 갈급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29:35 찬송하리로다. [히, 오데] ‘찬양하다’란 뜻을 지닌 동사 ‘야다’의 사역형으로 하나님의 속성과 그의 하신 일에 대한 감사의 고백을 의미한다(대상 16:4, 시 97:12, 99:3). 이는 레아가 넷째 아들을 낳고 더 이상 남편의 무관심을 받지 않음으로써 행복에 벅차 그에게 붙여준 이름의 뜻이다. 그런데 후에 이 유다의 후손 가운데에서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낮은 자를 높이시며(삼상 2:7, 8, 겔 21:26), 그를 통해 찬양을 받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나타낸다.

출산이 멈추었더라. ‘멈추다’는 히브리어 ‘아마드’는 ‘지체하다’, ‘서다’(19:27) 등의 뜻으로 임신 가능성이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중지되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레아는 후에 잇사갈과 스불론 및 딸 디나를 더 낳았기 때문이다(30: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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