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왕위를 꿈꾸는 아비멜렉] 여룹바알이라고도 불리는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이 하루는 세겜으로 가서 자기 외삼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9:2 '어르신들, 세겜 사람들에게 여룹바알의 아들 70명이 세겜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과 한 사람이 왕이 되어 다스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낫겠느냐고 물어 봐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그들의 피붙이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혀 주십시오'
9:3 아비멜렉의 외삼촌들은 그를 대신하여 온 세겜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자기들의 피붙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에게 마음이 쏠려 그를 따르기로 하였다.
9:4 세겜 사람들은 바알브릿 신전에 보관되어 있는 보화 중에서 은 70개를 가져다가 아비멜렉에게 바쳤다. 아비멜렉은 그 은으로 할 일 없이 싸돌아 다니는 건달들을 사서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9:5 아비멜렉은 이들을 이끌고 자기 아버지 집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브라로 가서 여룹바알이라고도 불리는 아버지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한 바위 위에다 놓고 모두 쳐죽였다. 이 70명은 모두 자기 형제들이었는데도 그렇게 살해한 것이다. 다만 기드온의 막내 아들인 요담만이 몸을 숨겼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9:6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은 모두 세겜 부근에 있는 석상 곁의 상수리나무 아래에 모여 아비멜렉을 왕으로 받들었다.
9:7 [요담의 왕권 비판] 몸을 숨겼던 요담은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리심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이렇게 외쳐 댔다 '세겜 사람들아, 이내 말 좀 들어 보시오. 내 말에 귀기울여야 하나님도 당신들의 말을 들으실 게 아니겠소 ?
9:8 하루는 나무들이 몰려와서 자기들을 다스릴 왕을 하나 뽑자고 올리브나무에게 몰려가 이렇게 말하였소. '여보시오.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시오'
9:9 '거, 무슨 소리요, 내가 왕이 되다니 ! 내가 내는 기름이 어찌나 신들을 기쁘게 해주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요 ? 또 사람들은 어떻구. 이 올리브기름을 발라야 품위가 있어 보이지 않겠소 ? 그런 소리 마시오. 다른 나무들을 못살게 마구 짓밟는 짓을 하다니 ! 내가 할 일은 이렇게 좋은 기름을 열심히 만들어 내는 일뿐이오'
9:10 나무들은 무화과나무에게 몰려가 똑같이 말을 건넸소. '제발 부탁이오.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시오.'
9:11 '나 원 참 살다보니 별소리 다 듣는구려. 이렇게 맛있는 무화과를 내지 않고 내 할 일이 또 무엇이겠소 ? 이렇듯 달콤한 무화과를 그만내라니 ! 말이나 되는 소리요 ? 다른 나무들을 못살게 마구 짓밟는 짓을 하다니 ! 생각조차하기 싫소'
9:12 나무들은 포도나무에게 몰려가 똑같은 말을 하였소. '좀 우리를 생각해 주시구려. 우리를 다스릴 왕이 되어 주시오'
9:13 '아이구, 큰일날 소리를 다 하는구려. 내 어찌 이 달콤한 포도주를 그만내겠소 ! 내가 내는 이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흥겨워하는지 아시겠소. 또 신들은 어떻구요. 다른 나무들을 못살게 마구 짓밟는 짓을 하다니 ! 내 그 말은 안들은 것으로 하겠소'
9:14 이번에는 나무들이 가시나무에게 몰려갔소. 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보았다오. '여보시오, 한번 생각해 주오. 우리를 다스릴 왕이 되어 보는게 어떻겠소 ?'
9:15 '그게 무슨 말이오. 정말 자네들이 나를 왕으로 섬길 셈이오 ? 그 말이 진심이거든 모두 나에게 몰려와 내 그늘 아래 몸을 숨겨 보시오. 내 말을 거슬렀다가는 이 가시덤불에서 불을 뿜어 내어 레바논의 아름답다는 송백까지도 태워 없애 버리겠소'
9:16 이것들 보시오 그대들이 이제 아비멜렉을 왕으로 세운 일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시오 ? 그것이 그렇게도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소 ? 그러고도 여룹바알과 그 집안 사람들에게 잘해 준다고 말할 수 있소. 한 나라의 영웅에게, 그리고 그 집안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하는 법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9:17 우리 아버지 기드온은 그대들을 구해내려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나가 싸워 미디안 사람들의 손에서 건져내었소.
9:18 그런데도 그대들은 우리 아버지 집안에 등을 돌리고 일어나 한 바위 위에서 우리 형제 70명을 한꺼번에 쳐죽였소. 그러고는 그대들이 우리 아버지의 소실이 낳은 자식 아비멜렉을 세겜의 왕으로 떠받들었소. 단지 그가 세겜 사람들의 피붙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말이오.
9:19 이제 그대들이 아버지 여룹바알과 그 집안에 한 짓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올바른 일이라고 우겨댄다면 아비멜렉하고 잘들 해보시오. 아비멜렉도 그대들 때문에 꽤나 기뻐 날뛸 것이오.
9:20 하나 내가 분명히 말해 두지만 아비멜렉이 불을 뿜어내어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을 집어삼킬 것이오. 또한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도 불을 뿜어 내어 아비멜렉을 집어삼킬 것이 분명하오'
9:21 요담은 말을 마치고 자기 형제인 아비멜렉이 두려워 브엘로 도망쳐 거기서 살았다.
9:22 [아비멜렉과 세겜의 갈등]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3년이 지났다.
9:23 하나님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를 좋지 않게 하셨다. 결국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에게 반기를 들었다.
9:24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시려는 까닭에서였다. 아비멜렉은 자기 형제인 여룹바알의 아들 70명의 피를 흘렸고, 또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이렇게 자기 형제들을 살해하는 것을 거들었기 때문이다.
9:25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에게 돌아가는 통행세를 적게 해서 피해를 주려고 세겜을 둘러싸는 산꼭대기에 사람들을 매복시켰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빼앗았다. 이 소식이 아비멜렉에게 알려졌다.
9:26 이즈음에 에벳의 아들 가알이 자기 형제들과 함께 세겜으로 왔다. 세겜 사람들은 그를 따르게 되었다.
9:27 그들 모두가 밭으로 나가 포도를 거두어다가 틀에 넣고 짜서 새 포도주를 만들어 잔치를 벌였다. 그들은 신전으로 가서 먹고 마시며 아비멜렉을 실컷 욕하였다.
9:28 그러자 에벳의 아들 가알이 말하였다 '아비멜렉이 대체 누구요 ? 또 우리 세겜 사람들은 뭐냔 말이오 ? 무엇때문에 우리 세겜 사람들이 그를 받들어 섬겨야 한단 말이오 ? 아비멜렉이란 자는 이스라엘 사람 기드온의 자식이고 스불이라는 자는 그의 하수인이 아니오 ? 오히려 그들이 우리 세겜을 세운 하몰 집안 사람들을 섬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소 ? 우리가 아비멜렉을 떠받들다니 그건 말도 안 될 소리요 !
9:29 내게 이 백성을 거느릴 권한만 준다면 아비멜렉을 제거할 수도 있을 텐데 ! 나는 아비멜렉에게 '네 군대를 동원하여 이리 나와 덤벼 보아라' 하고 말하고 싶소'
9:30 '세겜의 군대 사령관인 스불은 에벳의 아들 가알이 한 말을 전해 듣고는 화를 벌컥 내었다.
9:31 그는 심부름꾼들을 아비멜렉에게 보내어 말을 전하였다. '보십시오. 에벳의 아들 가알과 그 형제들이 함께 우리 세겜으로 와서는 온 성읍 사람들을 자극시켜 반기를 들게 하고 있습니다.
9:32 그러니 휘하의 군대를 몸소 이끌고 밤에 출동하여 들녘에 매복하고 계시다가
9:33 아침 해뜰 무렵에 일찍 일어나 이 성읍을 기습 공격하십시오. 그러면 당연히 가알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나와서 맞서 싸울 것입니다. 그 사이에 기회를 엿보시다가 가알에게 앙갚음을 하십시오'
9:34 그래서 아비멜렉은 밤중에 군대를 이끌고 들녘으로 나가 네 부대로 나누어 세겜을 에워싸 매복하였다.
9:35 아침에 가알이 성읍문 앞에 나와 서자, 아비멜렉과 그를 따르는 군대가 매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
9:36 가알이 그 군대를 보고 옆에 서 있던 스불에게 '보시오, 웬 군대가 산꼭대기에서 이리로 내려오고 있지 않소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스불이 '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사람들로 잘못 본 게 아니오 ?' 하고 스불이 되받았다.
9:37 '아니오, 보시오 또 군대가 가운데 산등성이에서 내려오고 있지 않소 ? 또 다른 부대는 공수를 받는 상수리나무 길을 따라 이리로 오고 있지 않소 ?' 하고 가알이 소리치자
9:38 스불이 말하였다. '전에는 아비멜렉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우리가 그를 왕으로 떠받들어야 하느냐고 큰소리치더니 이제 그 용기가 다 어디로 갔소 ? 이리로 달려오는 저 군대가 바로 그대가 업신여기던 사람들 아니오 ? 이보시오, 어서 나가 저 군대하고 한번 맞붙어 보시오'
9:39 가알은 세겜 사람들을 이끌고 앞서 나가서 싸우다가
9:40 아비멜렉에게 쫓겨 도망을 쳤다. 이 싸움에서는 세겜 사람들이 크게 패하여 많은 사상자가 성문 입구까지 즐비하였다.
9:41 아비멜렉은 아루마로 되돌아갔고, 스불은 가알과 그의 형제들이 다시는 세겜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쫓아내었다.
9:42 [세겜을 다시 공략하다] 이튿날 세겜 사람들이 들녘으로 다시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들은 아비멜렉은
9:43 자기 군대를 이끌고 세겜으로 다가가 세 부대로 나누어 다시 들녘에 매복시켰다. 그의 부하들은 세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그들을 쳐죽였다.
9:44 아비멜렉과 그를 따르는 부대는 앞으로 달려나가 세겜 성문 입구에 지켜 서 있고, 나머지 두 부대는 들녘에 나와 있는 세겜 사람들을 모두 쳐죽였다.
9:45 아비멜렉은 그날 하루 종일 세겜 사람들과 싸움을 벌여 결국 세겜 성읍을 빼앗았다. 그는 그 성읍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또 성벽까지 헐어 버리고는 그곳이 영원히 폐허가 되라는 뜻으로 소금까지 뿌렸다.
9:46 세겜 망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보복이 두려워 엘브릿 신상을 모셔 놓은 신전 내실로 피신하였다.
9:47 아비멜렉은 이러한 소식을 듣고
9:48 그를 따르는 군대와 함께 살몬산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아비멜렉은 도끼로 나무를 찍어 어깨에 메고는 자기를 따르는 군인들에게 '자, 내가 나무를 어깨에 멘 것처럼 너희들도 모두 어깨에 나무를 메고 올라가거라.' 하고 말하자
9:49 그를 따르는 군인들이 모두 어깨에 나무를 메고 올라갔다. 그들은 산에 올라가 어깨에 메었던 나무들을 모두 모아다가 엘브릿 신전의 내실 밖에 쌓아 놓고 불을 질렀다. 그러자 그 내실 안에 모여 있던 세겜 망대 사람들이 모두 불에 타죽었다. 그 속에서 불에 타서 죽은 여자와 남자의 수는 모두 1천 명쯤 되었다.
9:50 [아비멜렉의 최후] 아비멜렉은 데베스로 가서 그 성읍을 에워싸고 공격하여 점령하였다.
9:51 그 성읍 한가운데는 매우 튼튼하고 견고한 망대가 서 있었다. 그 성읍 사람들은 여자건 남자건 할 것 없이 아비멜렉의 공격을 피하려고 망대로 들어가서는 문을 걸어 잠그고 그 꼭대기로 모두 올라갔다.
9:52 그러자 아비멜렉은 그 망대를 무너뜨리려고도 하였고 불을 지르려고도 하였다.
9:53 그때 어떤 여인이 망대 위에서 맷돌짝을 아비멜렉 머리 위로 집어 던졌다. 아비멜렉은 그 맷돌에 맞아 머리통이 깨어지고 말았다.
9:54 그러자 아비멜렉이 서둘러 자기 호위병을 불렀다. '어서 칼을 빼어 나를 찔러 죽여라. 여인네가 집어 던진 맷돌에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구나.' 호위병이 아비멜렉을 칼로 찌르자 그가 곧 숨을 거두었다.
9:55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죽은 것을 보고는 모두 밖으로 나와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9:56 이렇게 아비멜렉이 자기 형제 70명을 살해하여 자기 아버지에게 지은 죄를 하나님께서 갚아주셨다.
9:57 또한 세겜 사람들이 지은 죄도 하나님께서 갚아 주셨다. 여룹바알이라고도 불리는 기드온의 아들 요담이 퍼부은 그 저주가 그대로 이루어졌고, 그 마음속에 맺혔던 한을 하나님께서 풀어 주셨던 것이다.
9:2 '어르신들, 세겜 사람들에게 여룹바알의 아들 70명이 세겜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과 한 사람이 왕이 되어 다스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낫겠느냐고 물어 봐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그들의 피붙이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혀 주십시오'
9:3 아비멜렉의 외삼촌들은 그를 대신하여 온 세겜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자기들의 피붙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에게 마음이 쏠려 그를 따르기로 하였다.
9:4 세겜 사람들은 바알브릿 신전에 보관되어 있는 보화 중에서 은 70개를 가져다가 아비멜렉에게 바쳤다. 아비멜렉은 그 은으로 할 일 없이 싸돌아 다니는 건달들을 사서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9:5 아비멜렉은 이들을 이끌고 자기 아버지 집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브라로 가서 여룹바알이라고도 불리는 아버지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한 바위 위에다 놓고 모두 쳐죽였다. 이 70명은 모두 자기 형제들이었는데도 그렇게 살해한 것이다. 다만 기드온의 막내 아들인 요담만이 몸을 숨겼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9:6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은 모두 세겜 부근에 있는 석상 곁의 상수리나무 아래에 모여 아비멜렉을 왕으로 받들었다.
9:7 [요담의 왕권 비판] 몸을 숨겼던 요담은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리심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이렇게 외쳐 댔다 '세겜 사람들아, 이내 말 좀 들어 보시오. 내 말에 귀기울여야 하나님도 당신들의 말을 들으실 게 아니겠소 ?
9:8 하루는 나무들이 몰려와서 자기들을 다스릴 왕을 하나 뽑자고 올리브나무에게 몰려가 이렇게 말하였소. '여보시오.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시오'
9:9 '거, 무슨 소리요, 내가 왕이 되다니 ! 내가 내는 기름이 어찌나 신들을 기쁘게 해주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요 ? 또 사람들은 어떻구. 이 올리브기름을 발라야 품위가 있어 보이지 않겠소 ? 그런 소리 마시오. 다른 나무들을 못살게 마구 짓밟는 짓을 하다니 ! 내가 할 일은 이렇게 좋은 기름을 열심히 만들어 내는 일뿐이오'
9:10 나무들은 무화과나무에게 몰려가 똑같이 말을 건넸소. '제발 부탁이오.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시오.'
9:11 '나 원 참 살다보니 별소리 다 듣는구려. 이렇게 맛있는 무화과를 내지 않고 내 할 일이 또 무엇이겠소 ? 이렇듯 달콤한 무화과를 그만내라니 ! 말이나 되는 소리요 ? 다른 나무들을 못살게 마구 짓밟는 짓을 하다니 ! 생각조차하기 싫소'
9:12 나무들은 포도나무에게 몰려가 똑같은 말을 하였소. '좀 우리를 생각해 주시구려. 우리를 다스릴 왕이 되어 주시오'
9:13 '아이구, 큰일날 소리를 다 하는구려. 내 어찌 이 달콤한 포도주를 그만내겠소 ! 내가 내는 이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흥겨워하는지 아시겠소. 또 신들은 어떻구요. 다른 나무들을 못살게 마구 짓밟는 짓을 하다니 ! 내 그 말은 안들은 것으로 하겠소'
9:14 이번에는 나무들이 가시나무에게 몰려갔소. 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보았다오. '여보시오, 한번 생각해 주오. 우리를 다스릴 왕이 되어 보는게 어떻겠소 ?'
9:15 '그게 무슨 말이오. 정말 자네들이 나를 왕으로 섬길 셈이오 ? 그 말이 진심이거든 모두 나에게 몰려와 내 그늘 아래 몸을 숨겨 보시오. 내 말을 거슬렀다가는 이 가시덤불에서 불을 뿜어 내어 레바논의 아름답다는 송백까지도 태워 없애 버리겠소'
9:16 이것들 보시오 그대들이 이제 아비멜렉을 왕으로 세운 일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시오 ? 그것이 그렇게도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소 ? 그러고도 여룹바알과 그 집안 사람들에게 잘해 준다고 말할 수 있소. 한 나라의 영웅에게, 그리고 그 집안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하는 법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9:17 우리 아버지 기드온은 그대들을 구해내려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나가 싸워 미디안 사람들의 손에서 건져내었소.
9:18 그런데도 그대들은 우리 아버지 집안에 등을 돌리고 일어나 한 바위 위에서 우리 형제 70명을 한꺼번에 쳐죽였소. 그러고는 그대들이 우리 아버지의 소실이 낳은 자식 아비멜렉을 세겜의 왕으로 떠받들었소. 단지 그가 세겜 사람들의 피붙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말이오.
9:19 이제 그대들이 아버지 여룹바알과 그 집안에 한 짓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올바른 일이라고 우겨댄다면 아비멜렉하고 잘들 해보시오. 아비멜렉도 그대들 때문에 꽤나 기뻐 날뛸 것이오.
9:20 하나 내가 분명히 말해 두지만 아비멜렉이 불을 뿜어내어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을 집어삼킬 것이오. 또한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도 불을 뿜어 내어 아비멜렉을 집어삼킬 것이 분명하오'
9:21 요담은 말을 마치고 자기 형제인 아비멜렉이 두려워 브엘로 도망쳐 거기서 살았다.
9:22 [아비멜렉과 세겜의 갈등]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3년이 지났다.
9:23 하나님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를 좋지 않게 하셨다. 결국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에게 반기를 들었다.
9:24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시려는 까닭에서였다. 아비멜렉은 자기 형제인 여룹바알의 아들 70명의 피를 흘렸고, 또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이렇게 자기 형제들을 살해하는 것을 거들었기 때문이다.
9:25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에게 돌아가는 통행세를 적게 해서 피해를 주려고 세겜을 둘러싸는 산꼭대기에 사람들을 매복시켰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빼앗았다. 이 소식이 아비멜렉에게 알려졌다.
9:26 이즈음에 에벳의 아들 가알이 자기 형제들과 함께 세겜으로 왔다. 세겜 사람들은 그를 따르게 되었다.
9:27 그들 모두가 밭으로 나가 포도를 거두어다가 틀에 넣고 짜서 새 포도주를 만들어 잔치를 벌였다. 그들은 신전으로 가서 먹고 마시며 아비멜렉을 실컷 욕하였다.
9:28 그러자 에벳의 아들 가알이 말하였다 '아비멜렉이 대체 누구요 ? 또 우리 세겜 사람들은 뭐냔 말이오 ? 무엇때문에 우리 세겜 사람들이 그를 받들어 섬겨야 한단 말이오 ? 아비멜렉이란 자는 이스라엘 사람 기드온의 자식이고 스불이라는 자는 그의 하수인이 아니오 ? 오히려 그들이 우리 세겜을 세운 하몰 집안 사람들을 섬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소 ? 우리가 아비멜렉을 떠받들다니 그건 말도 안 될 소리요 !
9:29 내게 이 백성을 거느릴 권한만 준다면 아비멜렉을 제거할 수도 있을 텐데 ! 나는 아비멜렉에게 '네 군대를 동원하여 이리 나와 덤벼 보아라' 하고 말하고 싶소'
9:30 '세겜의 군대 사령관인 스불은 에벳의 아들 가알이 한 말을 전해 듣고는 화를 벌컥 내었다.
9:31 그는 심부름꾼들을 아비멜렉에게 보내어 말을 전하였다. '보십시오. 에벳의 아들 가알과 그 형제들이 함께 우리 세겜으로 와서는 온 성읍 사람들을 자극시켜 반기를 들게 하고 있습니다.
9:32 그러니 휘하의 군대를 몸소 이끌고 밤에 출동하여 들녘에 매복하고 계시다가
9:33 아침 해뜰 무렵에 일찍 일어나 이 성읍을 기습 공격하십시오. 그러면 당연히 가알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나와서 맞서 싸울 것입니다. 그 사이에 기회를 엿보시다가 가알에게 앙갚음을 하십시오'
9:34 그래서 아비멜렉은 밤중에 군대를 이끌고 들녘으로 나가 네 부대로 나누어 세겜을 에워싸 매복하였다.
9:35 아침에 가알이 성읍문 앞에 나와 서자, 아비멜렉과 그를 따르는 군대가 매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
9:36 가알이 그 군대를 보고 옆에 서 있던 스불에게 '보시오, 웬 군대가 산꼭대기에서 이리로 내려오고 있지 않소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스불이 '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사람들로 잘못 본 게 아니오 ?' 하고 스불이 되받았다.
9:37 '아니오, 보시오 또 군대가 가운데 산등성이에서 내려오고 있지 않소 ? 또 다른 부대는 공수를 받는 상수리나무 길을 따라 이리로 오고 있지 않소 ?' 하고 가알이 소리치자
9:38 스불이 말하였다. '전에는 아비멜렉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우리가 그를 왕으로 떠받들어야 하느냐고 큰소리치더니 이제 그 용기가 다 어디로 갔소 ? 이리로 달려오는 저 군대가 바로 그대가 업신여기던 사람들 아니오 ? 이보시오, 어서 나가 저 군대하고 한번 맞붙어 보시오'
9:39 가알은 세겜 사람들을 이끌고 앞서 나가서 싸우다가
9:40 아비멜렉에게 쫓겨 도망을 쳤다. 이 싸움에서는 세겜 사람들이 크게 패하여 많은 사상자가 성문 입구까지 즐비하였다.
9:41 아비멜렉은 아루마로 되돌아갔고, 스불은 가알과 그의 형제들이 다시는 세겜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쫓아내었다.
9:42 [세겜을 다시 공략하다] 이튿날 세겜 사람들이 들녘으로 다시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들은 아비멜렉은
9:43 자기 군대를 이끌고 세겜으로 다가가 세 부대로 나누어 다시 들녘에 매복시켰다. 그의 부하들은 세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그들을 쳐죽였다.
9:44 아비멜렉과 그를 따르는 부대는 앞으로 달려나가 세겜 성문 입구에 지켜 서 있고, 나머지 두 부대는 들녘에 나와 있는 세겜 사람들을 모두 쳐죽였다.
9:45 아비멜렉은 그날 하루 종일 세겜 사람들과 싸움을 벌여 결국 세겜 성읍을 빼앗았다. 그는 그 성읍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또 성벽까지 헐어 버리고는 그곳이 영원히 폐허가 되라는 뜻으로 소금까지 뿌렸다.
9:46 세겜 망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보복이 두려워 엘브릿 신상을 모셔 놓은 신전 내실로 피신하였다.
9:47 아비멜렉은 이러한 소식을 듣고
9:48 그를 따르는 군대와 함께 살몬산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아비멜렉은 도끼로 나무를 찍어 어깨에 메고는 자기를 따르는 군인들에게 '자, 내가 나무를 어깨에 멘 것처럼 너희들도 모두 어깨에 나무를 메고 올라가거라.' 하고 말하자
9:49 그를 따르는 군인들이 모두 어깨에 나무를 메고 올라갔다. 그들은 산에 올라가 어깨에 메었던 나무들을 모두 모아다가 엘브릿 신전의 내실 밖에 쌓아 놓고 불을 질렀다. 그러자 그 내실 안에 모여 있던 세겜 망대 사람들이 모두 불에 타죽었다. 그 속에서 불에 타서 죽은 여자와 남자의 수는 모두 1천 명쯤 되었다.
9:50 [아비멜렉의 최후] 아비멜렉은 데베스로 가서 그 성읍을 에워싸고 공격하여 점령하였다.
9:51 그 성읍 한가운데는 매우 튼튼하고 견고한 망대가 서 있었다. 그 성읍 사람들은 여자건 남자건 할 것 없이 아비멜렉의 공격을 피하려고 망대로 들어가서는 문을 걸어 잠그고 그 꼭대기로 모두 올라갔다.
9:52 그러자 아비멜렉은 그 망대를 무너뜨리려고도 하였고 불을 지르려고도 하였다.
9:53 그때 어떤 여인이 망대 위에서 맷돌짝을 아비멜렉 머리 위로 집어 던졌다. 아비멜렉은 그 맷돌에 맞아 머리통이 깨어지고 말았다.
9:54 그러자 아비멜렉이 서둘러 자기 호위병을 불렀다. '어서 칼을 빼어 나를 찔러 죽여라. 여인네가 집어 던진 맷돌에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구나.' 호위병이 아비멜렉을 칼로 찌르자 그가 곧 숨을 거두었다.
9:55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죽은 것을 보고는 모두 밖으로 나와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9:56 이렇게 아비멜렉이 자기 형제 70명을 살해하여 자기 아버지에게 지은 죄를 하나님께서 갚아주셨다.
9:57 또한 세겜 사람들이 지은 죄도 하나님께서 갚아 주셨다. 여룹바알이라고도 불리는 기드온의 아들 요담이 퍼부은 그 저주가 그대로 이루어졌고, 그 마음속에 맺혔던 한을 하나님께서 풀어 주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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