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주께서 말씀하신다. “너희 베냐민 자손들아, 어서 피난을 떠나라. 예루살렘을 속히 떠나라. 드고아에서 비상 나팔을 불고, 벧학게렘에서 전쟁 깃발을 올려라! 보라, 저 북쪽에서부터 재앙이 닥쳐오고 있다. 무서운 재앙과 커다란 파멸이 예루살렘을 향해 닥쳐오고 있다.
6:2 내가 아름답고 고운 나의 딸 시온을 멸망시킬 것이다.
6:3 뭇 나라들의 왕들이 자기들의 군대를 이끌고 와서 너를 칠 것이다. 너 시온을 빙 둘러 에워싼 채 사방에 저마다 자기들의 천막을 치고, 자기가 차지한 땅에서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다.
6:4 그런 다음, 이제 저들은 서로 말하기를 ‘저 도성을 칠 준비를 하자! 오늘 정오에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자! 아니,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해가 기울고 있다. 땅거미가 길어지고 있다.
6:5 그러니 밤중에 일어나라. 우리가 한밤중에 모두 쳐들어가서, 시온의 궁전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자!’ 하는구나.”
6:6 전능하신 만군의 주께서 또 말씀하신다. “이방 군대들아, 너희는 예루살렘 도성 주변의 나무를 베어서 그 도성을 칠 공격용 경사로를 만들어라. 이 성읍은 심판받고 처벌받아 마땅하니, 그 안에는 온갖 압제와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6:7 샘에서 물이 펑펑 솟구쳐 올라오듯, 그 성읍에서는 악함이 펑펑 솟아나고 있다. 거기서 나의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폭력과 파괴의 소리뿐이요,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갖 질병과 상처뿐이다.
6:8 예루살렘아, 지금이라도 너희는 나의 경고를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떠나가겠다. 그렇게 되면, 네 땅은 파괴되고 짓밟혀서 아무도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
6:9 ○ 전능하신 만군의 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농부가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샅샅이 수확하듯, 대적들이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을 샅샅이 훑어서 모두 붙잡아 포로로 끌고 갈 것이다. 하지만 추수 후에 다시 한 번 포도나무의 가지들과 잎사귀들을 자세히 뒤져 보면, 분명 어디엔가 남은 포도송이가 있다. 그러므로 예레미야야, 이처럼 추수 후에 포도나무의 가지들을 자세히 뒤져보듯, 너도 다시 한 번 이스라엘 백성들을 잘 살펴서 그들 가운데 남은 자들을 구해 주어라.”
6:10 그러나 나는 주께 물었다. “주여, 이제 와서 제가 누구에게 말을 전하며, 누구에게 경고한단 말입니까? 누가 제 말을 듣겠습니까? 그들의 귀는 꽉 막혀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욕으로 여기고, 조금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6:11 이제는 주님의 분노가 제게로 옮겨져서, 저도 그들에 대하여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너의 분노를 길거리의 아이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젊은이들에게 다 쏟아 부어라. 남편들과 아내들이 모두 사로잡혀 포로로 끌려가고, 꼬부랑 노인들조차도 모두 잡혀갈 것이다.
6:12 그들의 집은 물론이고, 그들의 논밭도 다른 민족들이 와서 다 차지하겠고, 이 땅의 여인들도 다른 나라의 사내들에게 다 빼앗기게 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진노의 손길을 뻗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 주의 말이다.”
6:13 ○ 주께서 또 말씀하신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자들부터 큰 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탐욕에 눈멀어 자기 잇속만 채우고 있다. 예언자들과 제사장들도 하등 다를 바가 없어서, 모두가 거짓으로 백성들을 속이고 있다.
6:14 진실로 내 백성은 심각한 병에 시달리고 있건만, 그들은 그 병을 어루만지며 ‘괜찮다, 괜찮다, 아무 문제없다!’만 연발한다.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없는데도, 그들은 ‘평안하다, 평안하다!’ 하면서, 거짓 위안만 줄곧 일삼고 있다.
6:15 그들은 이런 뻔뻔한 죄악을 저지르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얼굴조차 붉힐 줄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은 몰락하는 자들과 함께 엎어질 것이다. 내가 그들을 벌할 때에, 모두 거꾸러지고 쓰러져서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이는 나 주의 말이다.”
6:16 ○ 주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라. 옛길을 돌아보고, 어느 길이 좋은 길인지를 알아보라. 그리고 그 좋은 길을 걸어가라. 그러면 너희가 이 땅에서 마음의 평강을 누리며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였으나, 너희는 내게 대답하기를 ‘아뇨! 우리는 그 길로 걷지 않겠습니다!’ 하면서, 도무지 내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6:17 나는 또 너희를 지키려고 파수꾼을 세워 놓고 말하기를 ‘너희는 나팔 소리를 잘 들어라.’ 하였으나, 너희는 내게 대답하기를 ‘아뇨! 우리가 듣지 않겠습니다!’ 하면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6:18 그러므로 뭇 민족들아, 잘 들어라! 나의 증인들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히 지켜보아라!
6:19 온 땅의 사람들아, 너희도 잘 들어라! 이제 내가 이 백성에게 재앙을 내릴 것이니, 그것은 그들이 지금껏 자기들의 계획대로 살아온 죄악의 열매다. 그렇다!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내 율법을 거부하였다.
6:20 이스라엘 백성들아, 너희가 시바에서 향을 가져다가 내게 분향하고, 아무리 먼 곳에서 좋은 향료를 가져다가 내게 바친들, 그런 것들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너희가 아무리 많은 번제물을 태워 내게 바쳐도, 나는 그것들이 싫다! 너희가 아무리 좋은 희생제물을 내게 바쳐도,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다!
6:21 그러므로 나 주가 말한다. 이제 내가 이 백성이 걸어가는 길에 온갖 걸림돌을 숨겨놓을 것이니, 모든 아버지들과 자식들이 함께 걸려 넘어지고, 모든 이웃들과 친구들이 다 함께 넘어져서 모조리 멸망할 것이다.”
6:22 ○ 주께서 말씀하신다. “보라, 먼 북쪽 땅 사람들이 몰려온다. 크고 강대한 한 민족이 땅 끝에서부터 떨치고 일어나 이리로 몰려오고 있다.
6:23 그들은 활과 창으로 무장했고, 아주 난폭하여 자비를 모르는 자들이다. 그들이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오는 모습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세게 밀어닥치는 성난 파도와 같다. 딸 시온아, 그들이 전열을 갖추고 우르르 몰려와서 너를 치려고 한다.”
6:24 예루살렘 주민들이 크게 놀라 공포에 떨며 말한다. “아, 우리가 그토록 두려운 전쟁 소식을 듣는 순간, 우리의 두 팔은 맥이 풀려 축 늘어져 버렸습니다. 공포에 사로잡혀, 아이 낳는 여인처럼 고통 가운데 몸부림을 칩니다.”
6:25 예루살렘 주민들은 또 서로에게 말한다. “밭에도 나가지 말고, 길거리에도 돌아다니지 말라. 보라, 적들이 칼로 무장하고 있고, 사방 천지에 공포가 있다.”
6:26 오, 나의 백성들이여, 굵은 베옷을 입고, 잿더미 가운데서 뒹굴라. 외아들을 잃은 사람처럼, 서럽고 비통하게 울어라. 이 땅을 파괴하고 우리를 멸망시킬 자가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6:27 ○ 주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예레미야야, 내가 너를 내 백성의 감독관으로 세워 놓았다. 그러므로 너는 그들이 가는 길을 살펴보고 시험해 보아라.”
6:28 그래서 이 백성을 살피고 시험해 본 결과, 나는 이런 평가를 하였다. “주여, 이 백성은 심히 완고한 자들이며 거역하는 자들이고 비방을 일삼는 자들입니다. 얼마나 고집이 세고 악한지, 마치 놋이나 철과 같이 단단합니다. 참으로 이 백성은 모두가 타락한 자들입니다.
6:29 풀무질을 세게 하여 용광로를 뜨겁게 달구면, 납이 아예 녹아 없어지므로 제련하는 사람의 수고가 모두 헛된 것처럼, 이 백성은 너무도 악하여 아무리 풀무질을 세게 해본들, 도무지 죄악이 제거되지 않습니다. 정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6:30 “그렇다! 이제 이 백성은 아무 쓸모없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내버려진 은’이라 부를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나 주가 그들을 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