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9:1
내가 말하기를 나의 행위를 조심하여 내 혀로 범죄치 아니하리니 악인이 앞에 있을
때에 내가 내 입에 자갈을 먹이리라 하였도다. - 하나님의 징벌을 받는 성도가(8,9 참
조), 악인들의 비방을 들으면서도 침묵하는 이유는, 그가 비록 그 악인들의 조롱을 받
으나, 어느 정도 그가 받아 마땅할 줄로 아는 까닭이다. 다윗이 시므이란 자의 저주하
는 말을 듣고도 참은 것은, 그 일례이다(삼하 16:5-14). 그가 그것을 면하는 방법은
그 악인들과 변론함에 있지 않고, 고요히 회개하며 하나님께 기도하여 그 징벌의 해제
를 받는데 있다. 그가 만일 침묵하지 못하면, 그것은 불신앙의 행위이니 범죄가 된다.
욥 5:17, 18; 애 3:26-39 참조.
시 39:2
내가 잠잠하여 선한 말도 발하지 아니하니 나의 근심이 더 심하도다. - 이 귀절 말
씀은, 그가 그 원수들 앞에서 자기의 정당한 변호도 하지 않기를 결심한 때가 있었다
는 의미인 듯하다. "나의 근심이 더 심하도다". 시 32:3; 렘 20:9 참조. 다윗은 침묵
으로 그의 억울함을 눌러 두고 참아 나아가려고 하였으나, 그 억울한 심정("근심")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리하여 그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기도하게 되었다. 3,4절 참
조.
시 39:3,4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뜨거워서 묵상할 때에 화가 발하니 나의 혀로 말하기를. -
"뜨거운" 염려나 걱정을 사람 앞에서 토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만 기울여 냉각(冷却)
시킴은, 신앙적 행위이다. 그것은 또한 지자(智者)의 처신법도 된다. 사람 앞에 그의
불을 토하면 유해 무익할 뿐이지만, 하나님 앞에 그것을 기울이면 해결을 얻는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 하사 나로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
인간은, 그 수명이 길지 못한 사실과 그 연약한 내용을 잊을 때에 범죄한다. 그러므로
다윗은, 마음에 일어나는 화로 인한 실언(失言)을 막기 위하여 인생의 무상을 더욱 강
력히 느끼기 원하다. 그것이 지혜이다. 과연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다(전 7:4).
엡 5:15-16도 이런 지혜를 가르친다.
사람이 범죄치 않으려면, 무엇보다 지혜를 소유해야 된다. 일단 말로 토하고 싶은
따거운 감정은, 불의 기세처럼 요동하는 법이다. 그것은 맹목적으로 그 만족을 채우려
고만 한다. 이 때에 그것을 진정시킬 만한 힘은 지혜이다. 지혜로써야 말의 죄악을 막
을 수 있음에 대하여, 잠언은 많이 가르치고 있다. 잠 12:16에 말하기를, "미련한 자
는 분노를 당장에 나타내거니와 슬기로운 자는 수욕을 참느니라"하였고, 잠 12:18에
는, "혹은 칼로 찌름 같이 함부로 말하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 같으니라"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혜는, 무엇보다도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을 명심하는 데서 생긴다. 이
런 지혜가 있는 자는 말에 주의한다. 옛글에도 말하기를, "사람이 죽어 갈 때에는 말
이 선해진다"(人之將死其言也善)라고 하였다.
시 39:5
주께서 나의 날을 손 넓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의 앞에는 없는 것 같사
오니 사람마다 그 든든히 선 때도 진실로 허사 뿐이니이다(셀라). - 이것은 인간의 일
생이 짧은 사실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함이니 사람이 보기에는 "손 넓이"같고, 하나님
보시기에는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또 절 끝에는 "허사"라고 했는데, "허사"는 히브
리 원어로 헤벧(* )인바, 입김(vapor)을 의미한다. 인간의 무상은 불신자들도 깨
달을 정도로 확실하다. 그들도 그것에 대하여 탄식하기를, "흰 망아지가 틈을 지나감
(白駒過隱) 같이 세월은 잠간 지나간다"고 하였다.
시 39:6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에 분요하며. - "그림자"는 실체가
아니니 빨리 지나간다. 인생이 역시 그와 같아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약 4:14 참
조).
재물을 쌓으나 누가 취할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 히브리 원문에는 "재물"이란 말
이 없는데 한역에는 그 말을 보역하였다. 그러므로 여기 "쌓"는다는 것은, 이 세상 것
들 가운데 그 무엇이든지 관설할 수 있다. 진시황(秦始皇)이 쌓은 만리 장성은 뉘 것
이 되었는가?
시 39:7
주여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 다윗은 이때까지 인생의
헛됨을 깊이 탄식하다가, 이제는 하나님께 소망을 둔다. 그것이 불신자들과 다른 점이
다. 불신자들은 인생의 헛됨을 알면서도 더욱 헛된데로 들어간다. 그들은 이 세상 것
에 더욱 욕심을 부린다. 그들은 우상을 섬긴다. 그러나 신자는, 인생이 헛된 줄 알고
하나님에게로 깊이 나아가 단단히 그를 의지하며 그에게만 소망을 둔다. 하나님만은
참되시니 우리는 그에게만 소망을 둘 만하다. 이 세상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가
지면 가질수록 우리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 것을 늘 따르는 자는
언제든지 더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찾아 만난 자는, 그 시간에 별세하
여도 만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은 참된 생명의 근원이시기 때문이다.
공자는 하나님을 참되이 몰랐지만 이 세상 것보다 도(道)라는 것을 더 높였다. 물론
그가 생각한 바 "도"란 것은 "참 도"가 아니고, 일종 철학적 견지에서 본 도덕에 불과
하다. 그는 "도"를 이 세상보다 귀히 여기는 의미에서 말하기를, "아침에 도를 들었으
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期道而夕死可也)라고 하였다. 도를 들어도 이렇게 만족하다
고 하였거든, 하물며 하나님을 알게 된 진리 지식이야 말할 것이 무엇이랴.
시 39:8
나를 모든 죄과에서 건지시며 우매한 자에게 욕을 보지 않게 하소서. - 여기서는
다윗이, 자기 고생의 원인이 전적으로 자기 죄 값인 줄 알고, 하나님 앞에 사죄 받은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 뒤로 그는, 원수에게서 구원하여 주
시리를 애원한다. "우매한 자"란 말은 히브리 원어로 나발(* )이니, 어리석을 뿐
아니라, 비열하여 전연 무가치한 자를 가리킨다(Calvin). 이런 자는 하나님을 모르고
진리를 무시하며 성도를 박해한다. 하나님은 성도를 그 범죄건에서 경성시키기 위하여
악인의 핍박 행위를 버려 두시는 일이 있다.
시 39:9,10
내가 잠잠하고 입을 열지 아니하옴은 주께서 이를 행하신 연고니이다 주의 정책을
나에게서 옮기소서 주의 손이 치심으로 내가 쇠망하였나이다. - 사람들이 역경과 곤고
에 빠진 때에는, (1)그 원인을 우연에 돌리기 때문에 낙심하며, (2)남들에게 돌리기
때문에 불평하고 다투나니, 따라서 범죄를 더할 따름이다.
그러나 진리를 아는 자는 그 원인을 자기의 죄 때문에 임한 주님의 징계에 돌린다.
따라서 그 때에 그는, (1)겸손히 회심할지언정 변명하지 않고, (2)하나님의 손 밑에서
그 징계를 달게 여기며, 하나님께서 그것을 벗겨 주실 수도 있는 줄 알고 기도한다.
그러므로 다윗은, "주의 정책을 나에게서 옮기소서"라고 기도하였다.
시 39:11
주께서 죄악을 견책하사 사람을 징계하실 때에 그 영화를 좀 먹음 같이 소멸하게
하시니 참으로 각 사람은 허사 뿐이니이다(셀라). - 하나님의 징벌 방식에는 돌연한
뇌격(雷擊)처럼 나타나 보이지 않고, 은밀하게 소멸시키는 방식도 있다. 그것도 무서
운 것이다. 이 벌 아래 든 자는 망하는 줄도 모르고 망한다(호 5:12 참조).
"참으로 각 사람은 허사 뿐이니이다". 여기 "허사"란 말에 대하여는 5절의 같은 말
해석을 참조하여라. 인간이 주님의 구원하시는 은혜를 받는 한, 헛되지 않다는 의미도
이 문구에 확실히 포함되었다.
시 39:12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 - 이것은, 기도를 들어 주소서 하는 기도이다. 이것을 보면,
다윗이 벌써 오랫 동안 그의 문제를 가지고 간절히 기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 대저
나는 주께 객이 되고 거류자가 됨이 나의 모든 열조 같으니이다. - "나는 주께 객이
되고 거류자가 됨"이란 문구에 있어서, "주께"란 말은 히브리 원어로 임막(* )이
니, "당신으로 더불어"란 의미이다. 그러면 이 문구의 뜻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
는 어떤 의미에서 나그네와 같은데, 다윗 자신도 하나님처럼 이 세상에서 나그네라는
의미이다. 신자의 고향은 하늘에 있다.
스펄죤(Spurgeon)이 강해한 바와 같이, 신자는 이 세상에서 객이니 만큼 그에게 다
음과 같은 사실들이 따른다. (1)신자는, 이 세상에서는 잘 알리지 못하고 때로는 오해
와 박해를 받음. (2)그는 외로운 나그네처럼 생활의 불편을 많이 당함. (3)그는 방심
할 수 없고 늘 조심해야 됨. (4)그는 외국과 같은 이 세상에서 적은 혜택이라고 고맙
게 여기고 감사해야 됨. (5)그는 하루 바삐 그의 고국, 곧, 하늘 나라에 가기를 원해
야 됨. (6)그는 이 세상에서 고국에 가지고 갈 수 없는 무거운 것들(이 세상 것들)을
매수하지 말고, 오직 거기 가지고 갈 수 있는 영적 보화들만 가지며 보수(保守)해야
됨. (7)그의 마음은 언제나 그의 고국, 곧, 하늘 나라에 있어야 됨. (8)그는 그의 본
향(本鄕)을 찾아가는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됨. 그리고 (9)그는, 그의
본향에 많은 소득을 가지고 돌아가려고 힘써 준비해야 된다.
"거류자"란 말은 히브리 원어로 토솨브(* )니 여행자로서 외국에 일시 거주
하는 자를 의미한다. 창 23:4; 레 25:13; 히 11:13; 벧전 2:11 참조. "나의 모든 열조
같으니이다". 창 47:9 참조.
시 39:13
주는 나를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소서. - 이것
은, 아마 병으로 고생하는 다윗이 하나님 앞에 사죄를 받아 건강해지기를 원함인 듯하다. 그가 세상을 애착하여 더 살기를 원한 것은 아니고, 아마 내세(來世)에 들어갈 준비를 위한 생활이 그리워져서 이렇게 기도하였을 것이다.
Previous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