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12:1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더니. - 이 말씀도 해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것은
모세가 본래 있던 아내 십보라 외에 다른 아내를 취하였다는 말인가? 그런 해석은 합
당치 않다. 혹설에 이 말씀은 본래 미디안 여자 십보라를 취하였던 일과 관련된 말이
라고 한다. 그 이유는
"미디안" - 은 "구스"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합 3:7 참조). 그러나 그보
다는 이 말씀이 십보라의 죽은 후에 모세가 "구스 여자"와 재혼한 것을 가리킨다고 한
다. 요세퍼스(Josephus)의 고사기(Antiquities II, 10, 2)에 의하면, 에디오피아 공주
가 모세와 결혼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성경 말씀이 아니니 우리가 이것으로 결론을 내
릴 수는 없으나, 참고할 만하다.
민 12:2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
냐. - 여기서 미리암과 아론은, 자기들에게도 모세의 영권(靈權)과 같은 은혜가 있다
고 주장한다. 이것은 명백히 그들의 반역이다. 아론이나 미리암도 물론 신령한 감동을
받고 말씀한 적이 있었다(출 15:20-21). 그러나 모세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이스
라엘의 중보자(仲保者)의 처지에서 사역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권위(權威)는 그들
(아론과 미리암)에게는 없었다.
여호와께서 이 말을 들으셨더라. - 사람이 지도자를 멸시하는 중에도 특별히 그 지
도자의 받은 은혜에 대하여 그렇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를 크게 일으킨다. 그 이
유는 그런 행동은 하나님을 멸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민 12:3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 학자등 중에는 이 귀
절을 이유로 하여 본서를 포함한 오경이 모세의 저술이 아니라고 하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 저작자가 자신을 칭찬할 것인가 하고 의심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좋은 해결이 있다. (1) 오경이 실제에 있어서는 모세의 저술이지만, 이런 문구는 후대
의 삽구이면서도 영감을 받은 저자의 것이라고 함. 그러나 구약 학자 알리스(O.T.
Allis)는 이와 같은 삽구설을 반대한다. 그의 해석에 의하면, 4절에 "갑자기"
(* )란 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뜻밖에 나타나셨다는 것이
다. 이 말은 그 윗절에 기록된 모세의 비상한 온유를 전제한 것이다. 곧, 모세는 미리
암과 아론의 반역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온유하게 지냈는
데, 갑자기 하나님께서 신원해 주셨다는 것이다.
알리스(O.T. Allis)의 이와 같은 해석(4절의 갑자기란 말을 보아 3절에 모세의 비
상한 온유에 대한 관설이 본래부터 있었다는 것)은, 이 부분의 문맥을 밝혀주는데 필
요하다. 그러나 3절에 있는대로 저작자 모세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칭찬하였을 수 있
을까 하는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는다.
(2) 저작자가 자기를 객체화(客體化)시켜 말하였다고 함. 저작자가 자기를 제 3자
격으로 내세우는 일은 옛날부터 가끔 있다. 일례를 들면 오경에 있어서 특별히 출애굽
기, 레위기, 민수기에는 "모세"라는 명칭이 많이 나온다. 일반 세속 문학에도 저작자
들이 자기들의 이름을 그 글 내용에 포함시킨 일이 있다. 예컨대 요세퍼스(Josephus),
크세노폰(Xenophon)의 작품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모세도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자기의
작품에 넣을 수도 있고, 또 자기의 온유에 대하여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설에
는 "온유"란 말(* )이 고난 당함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이 귀절의 난제성을 해결
하려고 한다. 만일 그 말이 그렇게 번역될 때에는, "이 사람 모세는 지면의 모든 사람
들보다 고난을 많이 받더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모세가 그 때에 가장 난처한 자리에
있었다는 그의 자탄(自嘆)이 될 것이다. 그는 일반 민중의 원망도 늘 받고 있었는데,
이 때에는 심지어 그의 형제들까지도 그를 원망하였다. 과연 그 때의 처지는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우리는 오경에 이런 필법이 확실히 있다고 본다. 신 33:1에는 그 아래 나오는 말씀
이 모세의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 내용에 모세라는 이름을 기탄 없이 포함하고 있다
(신 33:4), 그 뿐 아니라, 신약에서도 저작자가 자기에게 대한 말을 객관화시키기 위
하여 자기를 제 3자로 내세운 필법이 벌견된다. 고후 12:1-5을 보면, 바울이 삼층천에
갔던 체험을 말하기 위하여 자기를 제 3자 격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 사람"이라
고 하였다.
(3) 또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해석은 다음과 같다. 곧, 이때에 모세가 대필자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궤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도 모세가 브사렐을 시켜서
하도록 하였다(출 36장 이하). 그러나 모세는 그것을 "내가 만들었다"고 하였다(신
10:3). 예레미야도 그 저술에 있어서 바룩이라는 제자를 사용한 일이 있고(렘 36:2),
바울도 대필자를 사용한 적이 있다(살후 3:17; 골 4:18). 이 점에 대하여 프리만
(Hobart E. Freeman)의 "구약 선지서 서론"이란 책 165페이지를 참조하여라(An
Introduction to the O.T. Prophets, 1968, p. 165). 위의 세 가지 해석 중에서 나는
둘째 해석을 택한다.
민 12:4-9
이 부분이 말한대로 다른 선지자들에게 주신 이상과 꿈의 계시는 어떤 것인가? 우
리 본문 6절에
"그에게" - 란 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그의 속에"(in him)라고 번역되어야 한다. 그러
므로 이상(異狀)과 꿈은 그것을 받는 자의 영혼 속에 관계되어 있음이 분명하다(Keil
& Delitzsch, Pentateuch, III, p. 78). 그와 반면에 8절에 있는대로 여호와께서 모세
에게는
"대면하여 명백히 말하고" - 란 말씀과
"여호와의 형상" - 을 보여주시겠다는 말씀은, 특별한 계시(啓示) 방법을 보여준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모세에게 임한 계시가 특수하게 객체화(客體化) 되
어 있음을 가리킨다. 그것이 그의 저술에 있어서 주관적(主觀的) 입장을 없이 하고,
자기를 제 3자 격으로 객관화시키고 자기 이름을 내세운 원인이 된 것이다. 그는 자신
이 저작자이면서도 자기의 "온유"(혹은 고난)에 대하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3절).
민 12:10
미리암은 문둥병이 들려 눈과 같더라. - 그 때에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린 것은, 물
론 하나님의 진노에 의하여 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사람의 죄를 벌하시기 위
하여 기적적으로 질병을 주신 것은 특별히 계시 시대에 있었다. 어떤 죄를 다스리는
방법에 있어서 엄격한 하나님의 처사는 계시 시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후대에
하나님께서 같은 죄악을 다스리실 때에, 혹 덜 엄격하게 취급하신다고 하여 그 죄가
이제는 경하게 생각되었다고 할 수 없다. 죄는 언제든지 회개하지 않는 자에게는 같은
죄로 남아 있고, 마침내 어떤 모양으로든지 다스림을 받을 것은 확실하다.
민 12:11
이론이 이에 모세에게 이르되 슬프다 내 주여 우리가 우매한 일을 하여 죄를 얻었
으니 청컨대 그 허물을 우리에게 돌리지 마소서. - 아론은 모세의 형이었다(출 7:7).
그러나 이 장면에 있어서 그는 모세에게 대하여 "내 주여"(* )라고 하였다. 이것
을 보면, 모세는 말할 수 없이 자기를 낮추었지만(3절) 도리어 하나님의 영권(靈權)에
의하여 엄위롭게 보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온유 겸손하여 하나님만 의지하는 자에게
는, 하나님께서 그의 위엄으로 함께 하여 주신다.
민 12:12
그로 살이 반이나 썩고 죽어서 모태에서 나온 자 같이 되게 마옵소서. - 이 말씀을
보면 아론은 모세를 대할 때에 하나님의 위엄이 함께 한 자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므
로 그가 미리암의 비참한 처지를 모세에게 해결하여 달라고 청원하였다. 이론의 이와
같은 태도를 보아도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모세는 직접 성령의 기관이었던 것이 사실
이다. 따라서 3절의 말씀과 같이 모세는, 자기를 객체시하고 그에게 이루어진 하나님
의 은혜(그의 온유)에 대하여 증거할 만하였다.
민 12:13
모세가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하나님이여 원컨대 그를 고쳐 주옵소서. - 모세
는 한 마디도 자기에게 대한 변호는 하지 않고 미리암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민 12:14,15
하나님께서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미리암의 질환을 고쳐 주시되 다만 그를 "진
밖에 7일을 가두"어 그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라고 하였다. 하나님의 교회에
서 죄를 범하는 자는, 친히 부끄러움을 당하므로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 드릴 수 있다. 그가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 드림으로 문둥병과 같은 무서운 재앙도 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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