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주석, 신명기 2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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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삼가 듣고. 원문상 이는 ‘경청하다’는 뜻의 ‘샤마’가 반복된 문장으로, 직역하면 ‘듣고 듣다’이다. 그러나 ‘샤마’란 단어가 중복되어 쓰일 때에는 대개 ‘주의하여 경청하다’(carefully listen)는 관용적 의미를 지닌다(출 23:22). 그러므로 KJV는 본 절을 ‘열심히 듣다’(hearken diligently)로 번역하였다.

지켜 행하면. 하나님의 풍성한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순종’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 인간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총에 의한 무조건적이고 단독적인 역사이지만, 한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행한 모든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또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의 순종과 불순종에 대해 반드시 보응하신다(욥 34:11, 잠 24:12, 롬 2:6).

 

28:2 청종하면 … 이르리니.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에게는 따로 특별히 복(福)을 구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주어질 것임을 보여준다(마 6:33).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 여부와 그에 따르는 축복은 유기적인 함수 관계에 놓여 있다.

복. [히, 베라카] 기본 동사 ‘바라크’는 ‘무릎을 꿇다’(kneel)란 뜻이다. 이것은 곧 복(福)의 기원을 말하는 바, 모든 복은 위로부터 임하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겸손히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는 ‘순종의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한편, 성경을 주의깊게 고찰해 보면 복에는 두 가지 차원(次元)의 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차원의 복이요, 둘째는, 영적이고 내세적인 차원의 복이다. 전자가 부차적이고 상대적이며 일시적인 복이라면, 후자는 근원적이고 절대적이며 영원한 복이다.

계시가 발전되어 있지 않은 구약 시대에는 복의 개념이 주로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으로 강조되었지만, 하나님의 뜻이 완전 계시된 신약 시대에는 내적이고 영적인 측면으로 강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구약시대를 막론하고 복에 대한 성경의 근본 개념은 동일하다. 곧 참된 복은 인간이 추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이것은 곧 순종에 기반을 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올바른 관계 성립’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복이란 단순히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베푸시는 어떤 유익의 단계를 넘어 바로 하나님 자신이 참된 복의 근원이요, 복 그 자체란 뜻이다(창 15:1, 요 15:5). 따라서 말씀에 대한 순종은 복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복이 되어 주신 데 대한 의무이다. 이런 관점에서 진정 성도가 추구하여야 할 복은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삼는 영적이고 내세적인 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산상 수훈의 8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마 5:3-12). 따라서 오늘날 개인의 장수, 부귀, 명예, 자손 등이 복의 전부인양 착각하고 끊임없이 개인의 물질적 축복만을 비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이나 또는 ‘신앙=물질적 축복’의 복사상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한 부차적인 복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주권적인 뜻에 따라 때로 주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두시기도 하시며(삼상 2:7), 오히려 어떤 때는 사랑하는 자에게 그 신앙의 유익을 위하여 물질적 궁핍이나 역경을 허락하시기도 하신다(히 12:5-13). 그러므로 성도는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축복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전적으로 맡기고, 매일을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참되고 복된 생활을 추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8:3 성읍에서도 … 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성읍’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붐비며 각종 사건과 소문이 빠르게 전해지는 곳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서 복을 받는다는 것은 뭇 사람들이 분명히 알 수 있는 공개적이고도 큰 축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들’은 사람이 매우 드문 한적한 장소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서 복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할지라도 사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여기서 ‘성읍’과 ‘들’은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모든 환경과 장소를 뜻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는 어디에 있든, 그리고 어디를 가든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입게 되리라는 의미이다(Delitzsch, Lange).

 

28:4 네 짐승의 …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가축의 증산이 원활히 이루어져 그 수효가 크게 번성하리라는 것을 가리킨다. 유목 민족에게 있어서 이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7:13).

 

28:5 광주리. 땅에서 거둔 곡식과 과닐, 그밖의 모든 토지 소산을 담아 두거나 저장해 두는 데 쓰이는 각종 용기를 가리킨다.

떡 반죽 그릇. ‘부풀다’는 뜻의 ‘샤아르’에서 파생된 말로 곧 반죽을 부풀리는 ‘반죽 통’을 가리킨다. 히브리인의 주식은 밀가루로 만든 빵이었으므로, 곧 이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 사용되는 모든 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Pulpit Commentary).

 

28:6 들어와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또는 휴식을 취하러 집으로 들어올 때에도 변함없는 하나님의 축복을 입을 것이란 뜻이다.

나가도.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하여 일터로 나가는 길에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사,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형통케 되게끔 도와 주시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본 절 역시 3절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들은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그리고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그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형통케 될 것이란 의미이다.

 

28:7 일곱 길로 도망하리라.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7’이란 숫자는 ‘완전’을 뜻하는 상징수이다(창 2:1-3, 마 18:21-22). 따라서 이는 대적들이 완전히 패배하여 제각기 산산이 흩어지리라는 뜻이다(32:30, 레 26:7-8). 이러한 실제적인 예는 가나안 정복 전쟁시 이스라엘과 아모리 연합군간의 싸움에서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수 10:10-11).

 

28:8 여호와께서 명령하사 … 복을 주실 것이며.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면 ‘여호와께서 복이 네게 있도록 명령하시어’이다. 이처럼 ‘복’을 의인법적(擬人法的)으로 표현하고 있는 원문은 마치 ‘축복’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자에게 즉시 찾아가기 위하여 하나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창고. [히, 아삼] ‘저장하다’, ‘함께 쌓다’는 말에서 파생된 말로, 특히 ‘곡식 창고’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 하나님의 축복은 결코 두 손을 놓은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들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임을 시사해 준다(12:7).

 

28:9 9-10절. 이미 출 19:5-6에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언약 백성, 곧 거룩한 민족으로 세우신 하나님께서 다시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부분이다(7:6, 26:19).

 

28:10 여호와의 이름이 … 두려워하리라. 어떠한 사물을 그 누구의 이름으로 일컫는다는 것은 곧 그 사물이 그 사람에게 속하여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호와’란 이름은 열방 중 언약 관계하에 있는 구별된 백성 이스라엘에게만 독특하게 계시된 하나님의 이름이다(출 3:15, 6:2-3). 따라서 하나님께서 특별히 이 성호로 이스라엘을 부르시겠다는 것은 곧 그들을 자신의 소유로 인 치시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열방들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품속에 있는 이스라엘을 보고 두려워 떨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새끼를 돌보고 있는 어미 사자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과 같다.

 

28:11 많게 하시며. [히, 야타르] 원뜻은 ‘돌출하다’, ‘두드러지다’이다. 이는 곧 다른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풍부하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자손 번성의 축복은 오래 전 아브라함에게도 거듭하셨던 하나님의 축복이다(창 12:2, 13:16, 15:5, 17:6, 22:17).

 

28:12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 이 말은 뒤에 나오는 ‘비’와 관련하여 ‘하나님께서 네게 하늘 보고를 열어 비를 내려 주시므로 철을 따라 풍성한 수확을 거두도록 해 주겠다’(Living Bible)는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다.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팔레스타인의 절기를 따라 ‘이른비’와 ‘늦은비’를 적절히 내려 주시겠다는 뜻이다(레 26:4). 이는 곧 언제, 어디서든 성도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시고 돌봐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한다(마 6:26-32). 11:14 주석 참조.

꾸어줄지라도. 하나님의 축복이 이스라엘 중에 넘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차고 넘치는 그 같은 축복을 타 민족에게 확산시키는 복의 전수자가 될 것임을 시사해 준다(15:6, 창 12:3).

 

28:13 머리 … 위. 여기서 ‘머리’(히, 로쉬)는 ‘명예’와 ‘존귀’를 상징한다. 그리고 ‘위’는 ‘머리’에 대한 병행구로서 강조 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꼬리 … 아래. 여기서 ‘꼬리’(히, 자나르)는 ‘부끄러움’과 ‘비천’을 상징한다. 그리고 ‘아래’는 ‘꼬리’의 병행구로서 강조 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28:14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만을 인간 삶의 유일한 정도(正道)요 푯대로 삼아 똑바로 나아가는 것을 가리킨다(5:32).

다른 신을 따라 섬기지 아니하면. 이는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준행할 수 있는 근간이다. 왜냐하면 하나님만을 자신의 유일한 참신으로 인정하고 섬기는 자세를 갖춰야만 비로소 그분의 말씀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마음이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6:14, 11:28). 십계명 중 제1, 2계명이 모든 우상을 금지하고 오직 여호와만을 섬기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출 20:3-6).

 

28:15 여호와의 말씀을 … 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이는 곧 영(靈)의 일과 선한 일에 “감각 없는 자가 되어 자신을 방탕에 방임하여 모든 더러운 것을 욕심으로”(엡 4:19) 행하는 짓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경은 진리를 알면서도 그 진리대로 살지 않는 자, 하나님의 뜻을 알고도 행치 않는 자에게는 무서운 진노와 심판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마 23:16, 25, 히 10:26-27).

 

28:16 16-19절. 이 부분은 3-6절에 나오는 ‘순종에 따른 축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으로서 ‘불순종에 따른 저주’가 언급된 부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복 또는 저주가 의인화되어 당사자를 끝까지 ‘따라 다니는’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본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3-6절 주석을 참조하라.

 

28:17 저주를 받을 것이요. 27:16 주석 참조.

 

28:18 네 몸의 소생 … 저주를 받을 것이며. 율법은 분명히 자식이 그 부모의 죄로 인하여 저주를 받지 아니하고, 오직 자신의 죄로 인하여 저주를 받을 뿐임을 천명하고 있다(24:16, 렘 31:29-30, 겔 18:2). 그러나 부모들의 죄악된 행위는 그것을 보고 자라는 자녀들의 죄성을 자극하여 자칫 그릇된 길로 인도하기 쉽다. 본 절 역시 바로 이런 뜻에서 한 사람의 불순종이 그의 자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 것 같다(5:9-10). 출 20:5 주석 참조.

 

28:19 없음.

 

28:20 저주와 혼란과 책망. 불순종에 따르는 하나님의 ‘징계’를 강조적으로 나타내는 중언법적 표현이다. 하지만 굳이 그 의미를 세분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저주’에 해당하는 ‘메에라’는 ‘축복’의 반대 개념으로서 ‘하나님의 은혜가 끊어진 상태’를 뜻한다. 다음으로 ‘혼란’에 해당하는 ‘메후마’는 하나님의 징계로 인해 인간이 겪는 ‘큰 소동’이나 ‘혼란스러움’, ‘당혹감’ 등을 가리킨다(7:23, 삼상 14:20). 그리고 ‘책망’에 해당하는 ‘미그에레트’는 하나님께로부터 받는 ‘심한 책망’을 의미한다.

 

28:21 염병. [히, 데베르] ‘파괴하다’는 말에서 온 단어로 ‘흑사병’ 또는 ‘악역’(惡疫, pestilence)으로도 번역될 수 있다. 이것은 죽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이고 혹독한 질병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이런 점에서 70인역(LXX)은 이를 ‘죽음’(헬, 싸나토스)이란 말로 번역하고 있다.

 

28:22 폐병. [히, 샤헤페트] ‘여위게하다’, ‘소모하다’란 뜻의 ‘샤하프’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몸의 기력을 소진시켜 사람을 죽게 하는 병으로서 일명 ‘결핵’(tuberculosis)으로도 불리운다.

열병. [히, 달레케트] ‘불붙다’는 뜻의 ‘달라크’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뒤이어 나오는 염증 및 학질과 마찬가지로 심한 열을 발생시키는 ‘염증’(inflammation)을 가리킨다(Delitzsch, Keil, Lange).

한재. [히, 헤렙] ‘황폐하다’, ‘파멸하다’란 말에서 온 단어로 ‘칼’이나 ‘예리한 도구’를 가리키기도 한다(13:15, 창 27:40, 수 5:2). 그러나 여기서는 ‘아주 극심한 가뭄’을 의미한다.

풍재. [히, 쉬다폰] ‘말라 죽게 하다’는 뜻의 ‘샤다프’에서 파생된 단어로 마르고 시드는 ‘고조병’(枯凋病)을 가리킨다. 이는 농작물을 시들게하는 건조한 바람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므로 공동번역은 ‘열풍’으로 번역하고 있다(창 41:23).

썩는 재앙. [히, 예라콘] ‘창백’이란 뜻의 ‘예레크’에서 온 단어이다. 찬 이슬로 젖어 있는 잎사귀가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나 태양열로 인해 썩어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Keil). 한편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곰팡이’(mildew)로 번역하고 있다(KJV, NIV, RSV).

너를 치시리니. ‘치다’에 해당하는 ‘나카’는 ‘살해하다’는 뜻도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 말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한 적대 행위를 의미한다.

 

28:23 하늘은 놋이 되고 … 땅은 철이 될 것이며. 이는 오랫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땅이 쇠덩이처럼 굳어 버리는 극심한 한발 현상을 수사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레 26:19). 팔레스타인은 비교적 우기(10-4월)와 건기(5-10월)가 명확히 구분된다(11:14). 따라서 우기에 적당한 양의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들기 쉽다. 또한 건기에는 이따금씩 내리는 비와 이슬만이 식물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공급원이 될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때 가뭄이 들게 되면 초목들은 말라 죽고 땅은 메말라 갈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때를 따라 적절히 내리는 비가 곧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면(12절), 본 절의 표현은 하나님의 저주를 상징하는 말이다. 따라서 결국 본 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게 될 가나안 땅이 비록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라 할지라도(26:9)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는 자들에게는 땅이 그 소산을 내주기를 거절하는 피폐한 땅으로 변모하게 되리라는 무서운 경고이다.

 

28:24 티끌과 모래. 황폐한 토양에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일어나는 흙먼지를 가리킨다. 팔레스타인에는 아프리카에서 지중해 쪽으로 부는 뜨거운 바람인 ‘시로코’(sirocco) 때문에 이러한 먼지가 자주 일어난다(Robinson, Thomson). 그러므로 이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안질이나 오한 등의 병에 걸리기 쉽다.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에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내왔던(8:4)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탓에 결국 가나안 땅에서 이러한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8:25 일곱 길로 도망할 것이며.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할 경우 누리게 되는 축복과는 정반대되는 저주이다(7절).

모든 나라 중에 흩어지고. 여기서 ‘흩어지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레자아와’의 기본형 ‘제와아’는 ‘진동하다’, ‘움직이다’란 의미이다. 여기서부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란 의미가 파생되어 결국 본 절의 의미는 땅의 모든 나라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공의 신세가 될 것이란 뜻이다(Schultz, Keil, Pulpit Commentary). 그런데 모세의 이 말은 다분히 예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왜냐하면 이 말과 같이 이스라엘 백성은 실제로 하나님께 불순종하다 B.C. 722년 앗수르에 의해 북 왕국 이스라엘이,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남 왕국 유다가 각각 멸망당하므로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대인들은 A.D. 70년 로마 제국에 의하여 또다시 멸명당하므로 세계 각처에 완전히 흩어지게 되었다. 물론 1948년 이스라엘 공화국이 재건되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귀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디아스포라)은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 무수히 많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의 엄중성을 생생히 증거해 주고 있는 역사적인 실례가 아닐 수 없다.

 

28:26 네 시체가 … 짐승들의 밥이 될 것. 전쟁에 패배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이처럼 시신이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은 사자(死者)에게 있어서 가장 큰 수치이자 모멸이 아닐 수 없다(왕상 14:11, 렘 7:33, 16:4). 특히 시신이 무덤에 안장되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저주로 생각하는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선 더욱 그러하다.

 

28:27 종기. [히, 쉐힌] 부스럼이나 염증, 독종 따위를 가리킨다. 출 9:10 주석 참조.

치질. 여자에게 생기는 ‘자궁병’까지 의미한다는 견해도 있으나(Lange) 분명치 않다. 종종 ‘종창’(Living Bible, tumour)이나 ‘궤양’(RSV, ulcer)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유대 랍비들은 이를 ‘항문의 질병’으로 이해한다(Keil).

괴혈병.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인하여 빈혈이나 출혈 증상이 생기고, 전신 피로 혹은 무기력 증세가 따르는 병이다(레 21:20). 공동번역은 ‘옴’으로 번역하고 있다.

피부병. 애굽, 수리아 등 고대 중 근동 지역에 흔한 질병으로서 일반적으로 피부가 마르므로 인해 생기는 ‘가려움증’(KJV, itch)을 가리킨다.

 

28:28 미치는 것. [히, 샤가] ‘날뛰다’란 뜻으로, 정신이 혼란해져 정상적인 의식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가리킨다.

눈 머는 것. [히, 아와르] 원뜻은 눈을 덮고 있는 ‘막’을 가리킨다. 그런데 카일(Keil)은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육체적 맹인 뿐만 아니라, ‘정신적’ 또는 ‘영적 맹인 상태’라고 주장하였다.

정신병. [히, 타마] ‘간담이 서늘하도록 놀라다’는 뜻으로, 터무니없이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증세를 가리킨다.

 

28:29 맹인이 어두운 데에서 더듬는 것. 인간사에 있어서든 영적 구원 문제에 있어서든 올바른 지향점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방황하는 것을 의미한다(Delitzsch). 한편 하나님을 떠난 자가 겪게 될 이러한 어려움에 대하여 성경은 “맹인 같이 담을 더듬으며 눈 없는 자 같이 두루 더듬으며 낮에도 황혼 때 같이 넘어지니”(사 59:10)라고 묘사하고 있다.

너를 구원할 자가 없을 것이며.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의 품을 떠나 불순종의 패역한 길을 걷게 될 때, 그들은 치료의 하나님이시요(출 15:26), 구원의 하나님이신(대상 16:35, 시 18:46) 여호와께 버려지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이다. 이 말은 반대로 이스라엘을 지키시며 치료하시며 구원해 줄 자는 천지간에 오직 한 분 여호와 뿐이심을 일깨워 주는 말이기도 하다.

 

28:30 여자 … 집 … 포도원. 본 절은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소유가 하나도 남김 없이 원수들에게 약탈당하리라는 경고이다. 특히 자신과 약혼할 처녀를 원수에게 빼앗기거나, 자기 품의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가장 가슴 아프고도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형벌은 하나님의 신부인 이스라엘이 신랑인 남편을 저버린 데 대한 가장 합당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28:31 소 … 나귀 … 양을 원수에게 빼앗길 것이나. 유목 민족인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이러한 가축들은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대적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곧 경제적 파산을 의미한다(4절).

 

28:32 네 자녀를 … 빼앗기고.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당시 무서운 장자 재앙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의 자녀들을 보호해 주셨었다(출 11:7). 그러나 만일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할 때에는 그러한 보호의 손길을 거두고 그 자녀들을 이방 민족에게 포로로 넘기겠다는 실로 엄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식은 한 가정의 기쁨일뿐 아니라 한 국가의 미래이니 더욱 그러하다.

눈이 피곤하여지나. ‘피곤하여지다’에 해당하는 ‘칼라’는 너무도 간절하고도 애타는 마음으로 인해 눈이 극도로 피곤해지거나 상한 상태를 가리킨다(시 119:81, 사 38:14).

네 손에 힘이 없을 것이며. 대적들의 노략질에 대하여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앉아서 당하기만 해야 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무능한 상태가 될 것이란 뜻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열방의 머리가 되고(13절) 또한 세계 만민이 보고 두려워 떨게 될 것이라는 말(10절)과는 철저히 대조적이다.

 

28:33 항상 압제와 학대를 받을 뿐이라니. 이 경고는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겪었던 지긋지긋한 400년간의 종살이 생활을 상기시켜 주는 말이다. 이제 겨우 어렵게 벗어난 그같은 압제와 학대(출 1:8-22, 5:6-14)의 노예 생활을 이스라엘이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하여도 끔찍한 저주가 아닐 수 없다.

 

28:34 네 눈에 보이는 일로 … 미치리라. 삶에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없고, 눈만 뜨면 오로지 고통과 압제와 학대의 연속이라 할 때 결국 인간에게 찾아드는 것은 극도의 절망과 공포로 인한 정신 분열일 수밖에 없다.

 

28:35 종기. 출 9:10 주석 참조.

발바닥에서부터 정수리까지. 혹독한 재앙이나 온갖 질병으로 인해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처참한 상태를 나타내는 강조적 표현이다(욥 2:7, 사 1:6).

 

28:36 너와 네가 세울 네 임금. 이 말은 현재 신정 체제하에 있는 이스라엘이 장차 세속적인 정치 체제인 왕정 체제를 수립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 주는 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사무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B.C. 1050년경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옹립하였다(삼상 8-11장).

너와 네 조상들이 알지 못하던 나라. 훗날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를 B.C. 722년과 B.C. 586년에 각각 멸망시키고, 그들 왕과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갈 앗수르와 바벨론(왕하 17:1-18, 25:1-7)을 가리킨다(25절). 그런데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요단을 건널 때가 대략 B.C. 1405년 경이었기 때문에 이 당시 이스라엘은 B.C. 1354년 경에 건국된 앗수르와 B.C. 625년경에 건국된 바벨론(신바빌로니아)을 알지 못했다.

목석으로 만든 다른 신들. 앗수르와 바벨론인들이 섬기던 주된 우상으로는 므로닥(렘 50:2), 벨(사 46:1), 느보(사 46:1), 담무스(겔 8:14) 등을 들 수 있다.

 

28:37 놀람과 속담과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 여기서 ‘놀람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이스라엘이 이방 민족을 크게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되면 타민족의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훗날 실제적인 현실로 나타났다(애 2:15, 16, 겔 36:4, 단 9:16).

 

28:38 메뚜기가 먹으므로. 여기서 ‘메뚜기’를 가리키는 ‘아르베’는 ‘증가하다’, ‘너무 많다’는 뜻의 ‘라바’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는 곧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 채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는 메뚜기를 가리킨다. 이러한 메뚜기 재앙은 오늘날 아프리카 지역에서 목격되곤 하는데, 고대 근동에 있어서는 가장 무서운 자연 재해 중의 하나였다(출 10:12-15). 한편 성경에는 종종 이와 같은 메뚜기 재앙이 언급되고 있는데 대개 하나님의 징계와 관련하여 나타난다(출 10:12-15, 대하 7:13, 시 78:46, 105:34-35, 욜 1:4, 2:25).

 

28:39 포도원을 심고 … 포도를 따지 못하고. 지중해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지방은 기후상 포도 재배에 알맞다. 따라서 일찍부터 산지를 개간하여 만든 포도원이 발달하였다. 여기서 생산되는 포도나 포도주는 이스라엘인의 식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으며, 포도주는 일상생활의 주 음료로 애용되었다(삼하 16:2, 요 2:1-11). 또한 포도주는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이기도 하였으며(삼상 1:24, 10:3), 때로는 약으로 쓰이기도 하였다(눅 10:34, 딤전 5:23). 따라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이러한 포도를 거둬들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벌레. [히, 톨라아트] ‘분홍색 벌레’, ‘유충’이란 뜻이다. 혹자는 과수(果樹)나 벼 따위에 기생하면서 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흑갈색 갑충인 ‘바구미’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Pulpit Commentary).

 

28:40 감람나무 … 기름. 감람나무(olive tree) 역시 히브리인들에게는 포도나무 못지 않게 생활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이다. 왜냐하면 열매의 수확량이 많은데다 이 열매에서 짜낸 올리브유는 식용유, 등잔 연료(민 4:16), 약재(막 6:13, 눅10:34) 등과 같이 다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름은 하나님의 성소에서 사용되는 관유(灌油)를 제조하는 데에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출 30:24, 25). 한편 이러한 감람나무는 팔레스타인 중에서도 특히 베들레헴이나 헤브론 근처에 많이 자란다.

떨어지므로. 이에 해당하는 ‘나샬’은 ‘잡아 뜯다’, ‘벗기다’(출 3:5)란 뜻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도적인 심판에 의해 떨어지는 것임을 강조해 준다(Schultz).

 

28:41 자녀 … 네게 있지 못할 것이며. 32절에 언급된 저주의 재강조이다. 이는 가정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장래의 소망이 사라지는 엄청난 비극이다(32절).

 

28:42 메뚜기. [히, 첼라찰] ‘딸랑거리다’, ‘윙윙거리다’는 뜻의 ‘찰랄’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메뚜기가 날 때 날개에서 나는 소리에서 따온 낱말임에 분명하다(Lange, Keil). 38절의 ‘아르베’와 비교해 보라.

 

28:43 43-44절. 본 절들은 12-13절에서 언급된 축복의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은 그곳 주석을 참조하라.

너희 중에 우거하는 이방인. ‘이방인’을 가리키는 ‘게르’는 ‘나그네’, ‘손님’, ‘타국인’ 등과 같은 뜻으로, 이스라엘에 귀화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엘 사회에 동화 되어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는 이방 잡족(雜族)을 의미한다(10:18).

 

28:44 없음.

 

28:45 앞서 언급된 경고의 거듭되는 주지(主旨)이다(15절).

 

28:46 표징. [히, 오트] 원뜻은 ‘깃발’, ‘신호’(sign)를 가리키나 상징적으로는 어떤 사실에 대한 ‘증거’(사 19:20)를 뜻한다. 70인역(LXX)은 이를 ‘세메이온’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초자연적 현상’을 뜻하는 ‘이적’(miracle)과 같은 말이다(마 12:38). 그렇지만 본문에서는 이 말이 이스라엘의 파멸과 관련되어 사용되었으니 ‘경고’ 또는 ‘교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훈계. [히, 모페트] ‘증표’, ‘징조’(omen)란 뜻인데 사실상 ‘표징’과 같은 말이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들은 ‘경이’(wonder)로 번역하고 있다(KJV, NIV, RSV).

 

28:47 모든 것이 풍족하여도 … 여호와를 섬기지 아니함으로. 하나님께서 애굽의 압제하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이스라엘을 건져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가나안 땅(27:3)으로 인도하신 이유는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에게 세웠던 언약을 기억하셨기 때문이다(출 2:23-24). 그리하여 그들을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언약의 땅에서 영광과 경배를 받으시기 위해서였다(출 19:5-6).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이러한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저버리므로 결국 대적들에게 비참하게 멸망 당하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25절).

 

28:48 철 멍에. 매우 견디기 힘든 무겁고도 견고한 속박을 의미한다. 사실 목이 굳을 대로 굳은 이스라엘(왕하 17:14)에게 있어 그 같은 철 멍에의 속박(대하 36:17-20)은 아주 적합한 형벌이었다.

 

28:49 땅 끝에서 한 민족.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지리에 어두웠기 때문에 지금의 중동지방에 위치했던 앗수르나 바벨론은 ‘땅 끝’에 있는 나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혹자는 여기서의 ‘한 민족’을 후에 일어난 ‘로마’로 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뒤이어 나오는 ‘독수리’는 로마군의 군장(軍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Pulpit Commentary). 그러나 이를 꼭 앗수르(사 5:26)나 바벨론(렘 28:14, 49:22, 겔 17:7), 아니면 로마와 같이 특정한 한 나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는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패역할 때마다 그들을 괴롭히도록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모든 열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Keil).

독수리 … 너를 치러.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 교만할 때, 강력한 이방 군대가 마치 독수리처럼 ‘매우 신속하고도 빠르게’ 그들을 멸망시키러 올 것이라는 뜻이다.

그 언어를 알지 못하는 민족. 실제로 히브리어는 서셈어군에서 기원하였으며, 알파벳으로 구성된 방언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앗수르어나 바벨론어는 동셈어군에서 유래하였으며, 음절로 이루어진 방언이다. 따라서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28:50 용모가 흉악한 민족. 여기서 ‘용모가 흉악하다’는 것은 외형적 모습을 묘사한 말이 아니라, 노약자나 어린 아이도 무자비하게 해칠 정도로 ‘성질이 매우 거칠고 포악한 것’(잠 21:29)을 가리킨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로 대하 36:17-21에 잘 나타나 있다.

 

28:51 곡식이나 포도주나 기름. 이는 가나안의 3대 소산물이자(7:13) 생필품으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대적이 침입하여 이를 모두 거두어 간다면 당장의 생계가 치명적으로 위협당하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33절).

 

28:52 네가 의뢰하는 … 성벽을 다 헐며. 이 예언은 B.C. 586년 남 유다 왕국의 예루살렘 성읍이 바벨론에 의해 포위된 상태에 있다가 결국에는 함락된 역사적 사실(왕하 24:20-25:12, 대하 36:13-21)이 되었다(25절). 실제로 당시 유다 왕국은 하나님보다도 자신들의 견고한 성읍과 높은 성벽을 더 의지하고 이로써 충분히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였다(사 25:12, 렘 50:15).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의지하는 모든 것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바벨론의 포로가 되게 하셨다.

 

28:53 네 몸의 소생의 살을 먹을 것이라. 이러한 예언은 엘리사 선지자가 활약했던 시기에도 부분적으로 성취되었다. 즉 여호람(B.C. 852-841) 치하의 북 이스라엘 왕국은 한때 아람군대의 침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수도 사마리아가 한동안 포위되었었는데, 성 안의 사람들이 양식이 없어 굶어 죽게 되자 자녀를 삶아 먹는 일이 발생하였다(왕하 6:24-33). 그러나 이 예언이 보다 구체적으로 성취된 때는 선지자 예레미야 당시 남 유다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의해 함락될 때이다. 이때는 칼에 죽은 자가 주려 죽은 자보다 오히려 나았을 정도로 부모가 자녀를 삶아 먹는 일이 허다하였다(애 2:20, 4:9-10).

 

28:54 온유하고 연약한 남자까지도 … 바라보며. ‘바라보며’(히, 테라)란 말은 ‘악한 눈으로 보다’ 또는 ‘-에 대하여 악한 눈을 가지다’란 의미이다. 곧 이는 자녀를 더 이상 자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먹을 고기 덩어리로만 보는 극악한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이처럼 가족끼리도 서로 자녀의 고기를 혼자만 먹을려고 바라본다는 것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얼마만큼 야만적이며 야수화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아울러 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죄의 대가가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를 생생히 증거해 준다.

 

28:55 없음.

 

28:56 발바닥으로 땅을 밟아 보지도 아니하던 자.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란 까닭에 가마나 나귀 등과 같은 탈 것만을 타고 다녀 별로 신발에 흙을 묻혀 보지 아니하던 이스라엘의 귀부인들을 가리킨다(Delitzsch, Hengstenbery, PulpitCommentary).

 

28:57 자기가 낳은 어린 자식을 남몰래 먹으리니. 배고픔이 극치에 이를 경우, 평소 우아한 품위를 자랑하던 귀부인들조차도 모든 품위와 자제력을 잃고 심지어 자기 자녀까지 잡아먹을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버린 짓일 뿐 아니라, 그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불신앙적 행위이다. 즉 이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주권적 통치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멸망할 짐승 같은 짓이다(시 49:20).

 

28:58 이 책. 비단 본서 신명기만을 가리킨다고 볼 필요는 없다. 모세는 십계명(5:6-21, 출 20:1-7)을 비롯하여 언약서(출 20:22-23:33), 성결 법전(레 11-26장), 제사 법전(레 1-10장) 등도 기록하였다. 따라서 이는 모세가 백성들에게 전해준 ‘토라’(Torah, 모세 오경) 전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Keil, Pulpit Commentary).

율법. 이에 해당하는 원어는 바로 ‘모세 오경’을 지칭하는 ‘토라’이다. 그런데 이 말은 광의적으로는 ‘구약 성경 전체’를, 협의적으로는 ‘십계명’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여러 법적 조문 및 교훈을 의미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모세 율법, 곧 ‘토라’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십계명: 모든 다른 율법들의 근간이 되는 율법 전체의 핵심이며 기초이다(출20:1-17, 신 5:6-21).
2. 언약의 율법: 십계명 바로 다음에 뒤따라 나오는 율법으로서 일명 ‘언약서’라 불리기도 한다(출 20:22-23:33).
3. 성결의 율법: 거룩한 하나님께 가까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며 하나님의 백성된 자로서 어떻게 성결을 유지해야 되는지 그 방법을 자세히 언급한 의식법이다(레 17:1-26:46).
4. 제사의 율법: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임무 및 역할에 대해서 서술된 법이다(레 1:1-16:34, 27:1-34).
5. 신명기 율법: 이스라엘 초기 율법(특히 언약의 율법)과 역사를 개관, 요약 혹은 재해석하는 부분이다(신 12:1-26:19).
6. 제의적(祭儀的) 율법: ‘제2언약서’라 불리워지기도 하는 이 부분은 주로 가나안 족속의 우상을 파괴하라는 것, 안식일 및 3대 절기를 준수하라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출 34:10-27).

여호와라 하는 영화롭고 두려운 이름. ‘여호와’란 이름에 대해서는 출 3:15, 6:2 주석을 참조하라.

 

28:59 극렬하게 하시리니. ‘극렬하다’에 해당하는 ‘팔라’는 ‘크다’, ‘구별하다’, ‘경이롭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는 하나님께서 그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크고 두려운 재앙을 내리실 것이란 말이다.

 

28:60 애굽의 모든 질병. 혹자는 모세가 바로 앞에서 행하였던 열 가지 재앙(출 7:14-12:30) 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Pulpit Commentary). 그러나 지금까지의 문맥으로 보아 이는 하나님께서 타락한 자기 백성을 징계하기 위하여 사용하시는 징계의 모든 수단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봄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는 애굽에 내렸던 것과 같은 재앙 뿐아니라, 지금까지 언급된 것과 같은 각종 질병(22, 27, 28절)도 포함될 수 있다.

 

28:61 율법책에 기록지 아니한 모든 질병.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신다면 인간이 지금까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질병으로 타락한 백성을 징계하실 수 있다. 인간이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져 패역 무도한 죄악을 쌓으면 쌓을수록 온갖 극악한 종류의 질병은 더욱더 창궐하여 마침내는 인간을 멸망의 길로 내몰 것이다.

 

28:62 별 같이 많았을지라도 … 남는 자가 얼마 되지 못할 것. 일찍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던 약속(창 15:5)과는 대조되는 구절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의 약속대로 번창했다. 즉 출애굽하여 가나안으로 진군하기 시작하던 당시 이스라엘의 수효는 장정만 60만 가량이었다(출 12:37). 그러나 정작 그들이 가나안에 정착한 후 하나님께 불순종하므로 말미암아 바벨론에 모두 포로로 잡혀 갔을 때(B.C. 586년), 본토에 남은 자는 불과 2만명 안팎이었다(W. F. Albright). 이와 같은 사실은 본문의 하나님의 예고가 얼마나 정확하게 성취되었는지를 단적으로 증거해 준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께서 경고를 발하실 때 즉시 깨닫고 죄악의 길에서 돌이켜야 할 것이다.

 

28:63 이제는 여호와께서 … 멸하시기를 기뻐하시리니. 이는 하나님의 공의의 속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악인조차도 그 죄악 중에서 멸망당하는 것을 결코 기뻐하시지 않는 분이기 때문이다(겔 18:23, 33:11, 벧후 3:9). 따라서 그러한 하나님께서 하물며 열국 중에서 선택하여 자신의 자녀로 삼은 이스라엘이 그 죄악 중에서 멸망당하는 것을 결코 기뻐하실리 없다. 결국 본 절은 끝내 회개하지 않는 자에게는 엄한 징계의 채찍을 가해서라도 마침내 회개시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간절하고도 애타는 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28:64 만민 중에 흩으시리니. 이 예언은 A.D. 70년 로마에 의해 유대 민족이 멸망당하므로 말미암아 완전히 성취되었다. 25절 주석 참조.

목석 우상. 앗수르인과 바벨론인들 등이 섬기던 이방 각종 이교 우상들을 가리킨다. 36절 주석 참조.

 

28:65 네 발바닥이 쉴 곳도 … 정신으로 산란케 하시리니. 영원한 안식처 되시는 하나님을 떠난 자는 외적인 평안 뿐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평안조차 누릴 수 없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실제로 그들은 바람에 혼들리는 잎사귀 소리에도 놀라 도망하고 마는 병약한 자들이 될 뿐이었다(레 26:36-37).

 

28:66 네 생명이 위험에 처하고. 문자적으로는 “너를 위하여 네 앞에 매달리리니”이다. 마치 천길 낭떠러지를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목숨처럼 ‘네 생명을 잠시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Lange,Keil). 이는 생명의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을 떠난 범죄자들이 자기 목숨에 대하여 얼마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를 잘 알려준다(Luther).

확신할 수. ‘확신하다’에 해당하는 ‘아만’은 ‘견고케 하다’(대상 17:23)란 뜻과 더불어 ‘양육하다’는 뜻도 지닌다. 따라서 이는 자기 생명을 보존할 뿐 아니라, 생명의 참된 의미를 고양시켜 나가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8:67 아하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극도의 고통과 괴로움으로 인해 오직 시간 흐르기만을 고대하는 처참한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말이다(욥 7:3-4). 이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순종의 생활이 그 어디서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운 천국 생활이라면, 하나님을 떠난 불순종의 생활은 본질적으로 매 순간 매 상황이 지겹도록 긴 지옥 생활임을 잘 시사해 준다.

 

28:68 배에 싣고 … 그 길로. 이스라엘의 출애굽 여정은 시내 반도 남부를 거쳐 가나안에 도달하는 육로로 이루어졌었다(민 33:1-49). 따라서 이스라엘이 배에 실려 그같은 육로를 되밟게 되리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이는 배를 이용하는 해상 교통이 육로 교통보다 빠른 점에 빗댄 말로서 ‘급속히 되끌려 가리라’는 뜻인 듯하다. 또한 당시 해상을 이용한 노예 무역에 비추어볼 때 이는 ‘노예 상태로 되돌아가리라’는 뜻인 듯도 하다(Keil, Hengstenberg).

너를 애굽으로 끌어가실 것이라. 출애굽의 은혜를 망각하고 시내 산 언약(출 19:5-8)을 파기한 이스라엘은 더 이상 자유민으로서 하나님의 신정 통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었다. 따라서 본 절은 하나님이 다시 그들을 애굽의 비참했던 노예 상태로 되돌리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실로 “출애굽이 이스라엘 민족의 탄생을 의미한다면 입(入)애굽은 이스라엘 민족의 죽음을 의미한다”(Schultz).

남녀 종으로 팔려 하나 너희를 살 자가 없으리라. 이스라엘이 불순종으로 인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쓸 데 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풍자적 표현이다.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지켜 행할 때 ‘보배로운 백성’이 되리라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26:18). 한편 실제 역사는 본 절의 성취를 생생히 보여준다. 즉 불순종한 이스라엘 백성은 앗수르의 살만에셀에 의해(왕하 17:3-6),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에 의해(왕하 25:1-21), 그리고 로마의 티투스(Titus) 및 하드리아누스(Hadrianus)에 의해 수없이 노예로 잡혀갔으며 또한 노예로 매매되었다(Jerome, Philo, Josep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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