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주석, 창세기 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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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사라가 백이십칠 세를 살았으니. 성경상에서 여자로서는 나이가 언급된 유일한 경우이다. 그 이유는 사라가 ‘약속의 자녀’의 어머니(17:19)로서 모든 성도들의 믿음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히 11:11, 12).

 

23:2 기럇아르바에서 죽으매. ‘기럇아르바’는 ‘아르바의 성읍’이라는 뜻으로 헤브론의 옛 이름이다(수 14:15, 15:13, 21:11). 이곳은 애굽의 소안보다 7년 먼저 세워진 역사 깊은 도시일 뿐 아니라(민 13:22) 고대 사회의 문화 중심지이기도 했다. 한편 이곳은 아브라함이 롯과 헤어진 후 그랄(20:1)과 브엘세바(21:31-34)에 거하기 앞서 약 20년을 살았던 곳인데(13:18) 사라가 이곳에서 죽었다는 것은 곧 전장(22장)의 사건 이후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이 다시 이곳으로 이주하였음을 의미한다. 훗날 아브라함이 죽어 장사(葬事)된 곳도 이곳이다(25:7-10).

들어가서. 빈소(殯所)에 들어간 것을 뜻한다(공동번역).

슬퍼하며 애통하다가. [히, 리세포드 웨리브코타] ‘슬퍼하다’(사파드)는 가슴을 치며 크게 곡(哭)하는 것(삼하 11:26)을 뜻하며, ‘애통하다’(바카)는 스스로의 감정을 자제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렘 9:1)을 뜻한다. 이 두 행위는 모두 장례 의식에서 관례적으로 행해지던 것이다. 즉 아브라함은 자신과 함께 나그네 같은 생을 살아 온 아내 사라가 먼저 죽은 사실에 대하여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느꼈던 것이다. 이것은 평소에 아브라함이 얼마나 사라를 아끼며 사랑했는지를 잘 대변해 준다. 아무튼 내세에 대한 소망을 지니고 있는 자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자의 죽음을 체험하는 것은 억제할 수 없는 슬픔임에 틀림없다. 이점은 사랑하는 친구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예수조차도 우신 사건이 분명히 드러난다(요 11:35). 하지만 성경은 부활의 소망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슬픔을 자제하는 것(살전 4:13)이 죽음을 대하는 성도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교훈하고 있다.

 

23:3 헷 족속. 이들 족속의 원류(源流)는 B.C. 18세기경 소아시아의 수리아 지방에 정착한 철기 문명의 주인공 힛타이트족(Hittites)이다. 본 절에 언급된 ‘헷 족속’은 이들을 떠나 고대 근동 각지로 퍼져 나간 일파로서 후대에 이르러선 ‘가나안족’과 동일시 되었다(신 7:1). 한편 성경 역사상 이들은 선민(選民)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데(삿 3:5, 6, 삼상 26:6, 왕상 11:1, 스 9:1, 2, 겔 16:3), 특히 헤브론 근처에 거주하였던 헷 족속은 훗날 완전히 셈족에 동화되었다.

 

23:4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 [히, 게르 웨토샤브] ‘나그네’(게르)는 고향이나 고국을 떠나 사는 자를 가리키며 ‘거류하는 자’(토샤브)는 낯설고 정이 들지 않는 곳에 체류하는 자를 가리킨다. 하나님으로부터 가나안의 상속자로 인정받은 아브라함(13:14, 15)이 도리어 헷 족속에게 이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아직 하나님의 예언이 성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있는 아브라함의 바른 역사 의식과 고매한 인격을 반영해 준다. 더 나아가 그의 기업이 단지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것임을 깨닫고 있었음을 시사해준다(히 11:13, 벧전 2:11).

매장할 소유지. ‘파다’, ‘뚫다’(카바르)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로 땅이나 언덕에 굴 또는 구멍을 파서 시신을 안치해 두는 장소를 의미한다.

장사하게 하시오. 팔레스타인은 북위 31도 15’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더우면서도 지중해의 영향을 받아 다습(多濕)한 기후를 띠고 있다. 그러므로 시체가 금방 부패하기 마련인데 사후(死後) 24시간 이내에 장사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브라함이 사라의 죽음을 놓고 마냥 슬퍼하고 있지만 않고 서둘러 매장지를 구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23:5 없음.

 

23:6 내 주여. 히브리인들에 의해 ‘여호와’ 대신 하나님을 호칭하던 단어로 사용되긴 하였으나, ‘주’(אֲדֹנָי 아도나이)는 단순히 상대방을 높여 부르던 일반적인 존칭어이다(18:3).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 직역하면 ‘하나님께서 높은 자리에 임명한 자’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헷 족속들도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며, 그분께 순종함으로 말미암아 영적, 물질적으로 큰 축복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러한 평가는 아브라함이 자신을 낮추어 말한 것(4절)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무릇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는 진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내 준다(마 23:12). 한편 히브리인들은 가장 위대하고 탁월한 존재들을 묘사할 때 ‘하나님’의 이름을 동반하여 표현하기를 즐겨하는데 여기서도 그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금할 자가 없으리이다. 당시 아브라함의 사회적 지위와 주위 사람들에게 끼친 중후(重厚)한 인품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해주는 말이다.

 

23:7 헷 족속을 향하여 몸을 굽히고. 자신이 막벨라 굴을 매입하는 데 있어 헷 족속이 거간(居間) 역할을 수행해 주도록 부탁하기 위한 정중한 자세이다. 당시 고대 근동의 풍습에 의하면 모든 거래에 있어 보증인의 역할을 하는 중개인의 입회가 필요하였다.

 

23:8 당신들의 뜻일진대. 직역하면 ‘당신들의 영혼에 부합되면’이다. 흔히 ‘영혼’은 사람의 전의지(全意志)를 대변한다(시 105:22). 이처럼 아브라함이 매장지를 구입함에 있어서 헷 족속 전체의 의사를 고려한 것은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를 피하며 또한 그들의 매장지 중 하나를 단순히 호의로 받아들여 사용하기 보다는(6절) 적법한 절차를 밟아 확실한 소유권을 획득하기 위함에서였을 것이다.

소할의 아들 에브론. ‘에브론’은 ‘새끼 사슴’이란 뜻이다. 10절에 의거하면 그는 성읍의 최고 통치자는 아니었을지라도 덕망 있는 지도자적 인물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왜냐하면 당시 각종 행정과 사법 등의 일처리를 위하여 성문의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던 자는 지도자급 인사에 한하였기 때문이다.

 

23:9 막벨라 굴. ‘막벨라’는 ‘이중의’(double)라는 뜻의 히브리어 ‘카팔’에서 파생된 말로 ‘이중으로 된 굴’이란 뜻이다. 아마 이는 (1) 입구가 두 개인 굴을 가리키거나 (2) 굴 속에 또 하나의 굴이 있는 겹굴 (3) 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 장사될 수 있는 큰 굴을 말할 것이다. 여하튼 특이한 형태를 지칭하던 이 말은 은연중에 장소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굳어지고 만 것 같다.

충분한 대가. [히, 케세프 말레] ‘케세프’(은)와 ‘말레’(많은, 풍부한, 풍성한)가 합쳐진 말로 ‘많은 은(銀)’을 뜻한다. 이는 ‘충분한 돈’, 즉 당시 거래되던 가격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의미인데 물물교환의 매개체로 귀금속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성경상의 첫 번째 기록이다.

 

23:10 성문에 들어온 모든 자가 듣는 데서. 정확한 등기법이 없던 시대에 거래의 합법적인 공증(公證)을 받으려면 이처럼 모든 거래 행위와 공공 생활의 중심지였던 성문(34:20, 삼하 15:2, 느 8:1, 렘 17:19) 앞에서, 그리고 여러 증인 앞에서 공식적인 거래를 하여야 했다.

 

23:11 그 밭을 … 그 속의 굴도 내가 당신께 드리되. 아브라함이 매장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막벨라 굴만을 사려 했으나 에브론이 굴 뿐 아니라 그 굴이 위치해 있는 밭까지 아브라함에게 무상(無償)으로 주려한 것은 굉장한 호의임에 틀림없으나 그 이면에는 다분히 이해 타산적인 동기가 담겨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시 법에 의하면 땅 주인이 그 땅에 속한 모든 것의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었으니 막벨라 굴만을 아브라함에게 양도하면 그 굴에 대한 납세 의무는 여전히 에브론에게 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에브론은 납세 의무의 원천이 되는 밭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아브라함에게 완전히 넘겨 주려 하였음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밭’(사데)이란 좁다란 개간지가 아니라 넓은 들판을 가리킨다.

 

23:12 몸을 굽히고. 표면적이나마 에브론이 보여 준 호의에 대하여 일단 감사를 표하는 자세이자 헷 족속 앞에서 굴과 더불어 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자 했던 그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하기 위한 몸가짐이다.

 

23:13 합당히 여기면. ‘참으로 굴과 그 밭을 양도하려고 한다면’이란 뜻이다.

그 밭 값을 … 주리니.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기업(基業)으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이다(13:15).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일 아브라함이 에브론에게 막벨라 굴과 밭을 무상으로 양도받았다고 할 것 같으면 그는 자신의 기업을 하나님이 아닌 이방 족속으로부터 받은 셈이 될 것이다. 이는 곧 하나님의 약속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가 되니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제의를 거절하고 끝까지 그에 준하는 값을 치루려 한 것이다.

 

23:14 없음.

 

23:15 땅 값은 은 사백 세겔이나. 비록 간접적이긴 하나 에브론이 받기 원하는 가격이 정확히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밭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땅의 가치를 헤아려 볼 때 이는 아브라함의 부(富)와 지위를 최대로 이용한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은 사백 세겔은 4.56kg(약 1,200돈)에 해당하는 중량이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가 되리이까. 서로 상당한 부와 명예를 지니고 있는 실력자들끼리 어찌 밭 하나 주고 받는 일로 셈하고 흥정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미이다. 이는 호의를 가장하여 자신의 탐욕스런 저의를 숨기고 있는 교묘한 말이다.

 

23:16 상인. [히, 사하르] 원뜻은 ‘돌아다니다’, ‘뛰다’, ‘배회하다’로 여기서 여러 지역과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무역하는 ‘상인’이란 뜻이 파생되었다(42:34, 왕상 10:28).

통용하는 은. 상인들 사이의 거래에서 공적으로 사용하던 은인데 보통의 은에 무게를 표시하는 표식(mark)을 찍어서 그 가치를 나타내었다.

 

23:17 없음.

 

23:18 헷 족속이 보는 데서. 합당한 대금을 지불하고 체결된 정식 계약을 여러 증인들 앞에서 공증(公證)하기 위함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당시에도 초보적인 문자가 있기는 하였으나 아브라함과 에브론은 문서가 없는 구두 계약(口頭契約)을 맺었거나 아니면 간략한 매매 계약서와 함께 여러 사람 앞에서 공증받는 병행 계약을 맺었던 것 같다.

 

23:19 사라를 … 장사하였더라. 사라가 처음으로 묻힌 이래 이곳에는 아브라함(25:9)과 이삭, 리브가, 야곱과 레아(49:31, 50:13) 등의 3대 족장과 그의 아내들이 묻혔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요셉은 야곱이 하몰의 자손들에게서 산 세겜 땅에 장사되었다(수 24:32).

마므레는 곧 헤브론이라. 엄밀히 말하면 마므레는 헤브론 지경 내의 한 지역이다(13:18). 그리고 ‘마므레’란 지명은 그곳을 점령한 아모리 종족의 한 부족장 이름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14:13).

 

23:20 아브라함이 매장할 소유지로 확정되었더라. 마므레의 매장지가 아브라함의 소유로 등기 이전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 위해 재언급되었다. 한편 가나안의 상속자 아브라함(13:15, 17)이 가나안에서 실제적으로 소유한 유일한 땅이 의미 심장하게도 자신의 최후 안식처가 될(25:9) 한 조각 장지(葬地)였다는 사실은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약속받은 가나안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를 시사해 준다. 그것은 곧 그의 궁극적인 기업이 죽음과 함께 유업으로 받을 하늘 가나안, 즉 천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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