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9:22
내려와 쳐서 파하고 - 이스라엘의 어리석은 고집은 그들의 치욕적이고도 철저한 패배로 끝이 났다(신 1 : 44). 이 패배는 출애굽 후 이스라엘이 최초로 겪은 것이다. 한편 이때 아말렉인과 가나안인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을 징계코자 사용하신 심판의 도구라 할 수 있다<수 서론, 가나안의 여러 족속들>.
호르마까지 이르렀더라 - '저주'라는 뜻의 '호르마'는 가데스 부근의 한 장소이다. 비록 이곳은 훗날 이스라엘이 재탈환하여(21 : 3 ; 수 12 : 14 ; 삿 1 : 17) 시므온 지파에게 분배하였지만(수 19 ; 4), 가나안 정복의 첫 교전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패배로 가나안 주변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깔보고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하나님의 명령과 인도를 거부한 자는 세상으로 부터 치욕과 멸시를 당하게 된다(마 5 : 13, 14).
===15:2
내가 주어 거하게 할 땅에 들어가서 - 이는 14 : 30에 "내가 맹세하여 너희로 거하게 하리라 한 땅에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말씀과 비교된다. 그것은 본장에 주어진 제사법을 실천할 사람들은 광야에서 죽어야 했던 구세대가 아니라, 가데스 반역 사건(14장) 당시 20세 미만이었던 사람들과 그 이후에 출생한자들 곧 새 세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15:3
화제(火祭) - 제물을 불에 태워 그향기를 드리는 제사로서, 번제나 소제 등에서 제물을 불에 태워드리는 모든 제사 방법을 총칭한다.
번제 - 레 1 : 3 주석 참조.
서원을 갚는제 - 하나님께 드리기로 특별히 서원한 것을 여호와께 드리는 제사이다.
낙헌제(freewill offering) - 화목제 중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예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이다(레 7 : 16, 17).
정한 절기제 - 해마다 정해진 절기에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는 제사이다. 한편 이상의 제사에 관해 더 자세한 내용은 레위기 서론 '구약 제사의 종류와 의미'를 참조하라.
===15:4
에바 - 구약 시대에 고체의 부피를 측정하는 단위로서 약 23리터에 해당된다.
힌 - 약 3.8리터의 액체량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Vol. I. p. 44, 성경의 도량형과화폐 및 월력>.
소제 - 동물을 희생 제물로 드릴 때 항상 곁들이는 곡식제사를 가리키며, 충성과감사를 상징한다<레 2장>.
===15:5
전제(奠祭) - 일반적으로 번제물이나 화목 제물 위에 포도주나 독주를 부어 드리는제사 방법을 의미한다<레 서론, 구약 제사의 종류와 의미>. 이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향기로운 제물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한편 전제(drink offering)는 상번제와 더불어 아침, 저녁으로(28 : 7 ; 출 29 : 40), 안식일 제사 때(28 : 9), 월삭 제사 때(28 : 14), 그리고 초막절 제사 때(28 : 18-21)에 특별히 드려졌다<레 서론, 구약 제사의 종류와 의미>.
===15:7
향기롭게 할 것이요 - 이 말은 여호와께서 바치는 자의 제물과 그 마음을 기쁘게 받으신다는 신인동형동성론(Anthropomorphism)적 표현이다. 레 2 : 9 주석을 참조하라.
===15:8
화목제 - 하나님과 더욱 돈독한 친교를 다지기 위해 드리는 제사로서, 여기에는 감사제, 서원제, 자원제가 있다. 대부분의 절기 제사는 이 화목제를 중심으로 드려졌다<레 3 : 1-5 강해, 화목제에 대하여>.
===15:9
고운가루 - '흔들다'란 뜻에서 파생된 말인데, 곧 빻은 밀가루를 채에 흔들어 골라낸 부드러운 가루를 의미한다.
기름 - 감람나무 열매로부터 짜낸 올리브(olive) 기름을 가리킨다.
===15:11,12
각기 수효에 맞게 하라 - 드려지는 제물의 가치와 수효에 따라 소제와 전제의 양을정확히 맞추어 제사를 드려야 했다. 이에 대해 아래 도표를 참조하라.
제 물 소제의 양 전제의 양 어린 양 고운가루 1/10에바 포도주 1/4 힌 어린 염소 기름 1/4 힌 수 양 고운가루 2/10에바 포도주 1/3 힌 기름 1/3 힌 수 송아지 고운가루 3/10에바 포도주 1/2 힌 기름 1/2 힌===15:13이
법대로 - 2-12절에 제시된 소제물과 전제물에 관한 제사법을 가리킨다. 물론 이를 확대 해석해서 율법 전체를 의미한다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15:14
타국인이나...대대로 있는 자 - 이들은 통상이나 여행등을 위해 이스라엘을 잠시 방문하는 순수 외국인들과는 구별되는 자들이다. 이들은 본래 이스라엘 12지파의 혈통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인연으로 이스라엘 사회에 오래도록 거주하는 중 그 공동체에 여러모로 동화된 자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만일 이들도 할례를 받는다면, 본토 이스라엘 자손들과 아무런 차별없이 율법의 의무를 지기도 하고, 또한 그 특혜를 누릴 수도 있었다.
===15:15
회중(* , 카할) - 단순한 집합체로서의 '회중'(congregation)과는 달리 특별한 목적으로 모인 '총회'(RSV, assembly)를 뜻한다. 이는 가나안에 건설될 신국(神國) 이스라엘의 성격을 규정한 말로써, 이스라엘은 단순히 히브리인으로 구성된 혈통적 집합체가 아니라, 혈통을 초월하여 여호와 신앙으로 모인 '신앙 공동체'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여호와 종교는 결코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이지 않고 전 우주적인 보편적 종교임을 알 수 있다.
===15:16
한 법도, 한 규례니라 - 하나님의 법은 절대적인 것으로 상황과 사람에 따라 모순되는 내용이 아니며, 또한 하나님의 나라가 건설될 가나안 땅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방인들도 이스라엘 영내에 거주하며, 이스라엘이 누리는 신적 특권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 거하고자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여호와께서 정하신 법규를 온전히 따를 것'이 요구되었으며, 그리고 반드시 이 요구를 충촉시킬 때에만 율법의 각종 보장과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가나안에는 인간 의지가 중심이 된 종교는 결코 용납될 수 없었다(출 12 : 19, 48 ; 레 16 : 29-31 ; 17 : 8).
===15:17-21
본문은 처음 익은 곡식으로 가루떡을 만들어 여호와께 거제로 드릴 것을 규정한 내용이다. 이에 대한 총괄적인 규정은 이미 출 23 : 19에 언급된 바 있다.
===15:18
너희가 나의 인도하는 땅에 들어가거든 - 이는 규례의 적용 시기를 분명히 언급하고 있는 말이다. 즉 지금 전하는 규례는 광야에서가 아니라, 가나안 땅에 들어가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살 때 지켜져야 하는 규례란 뜻이다. 그런점에서 이 말은 또한 규례의 적용 대상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곧 그 대상은 광야에서 죽게될 출애굽의 구세대(시내 산 인구 계수시 20세 이상된 자들)가 아니라, 가나안 땅에 입국하게 될 가나안의 새 세대들이다.
===15:19
그 땅의 양식을 먹을 때 - 후일 아스라엘은 여리고 성 점령 직전에 가나안 땅의 양식을 처음 맛볼 수 있었다(수 5 : 11, 12).
거제(擧祭) - 제물을 높이 들었다 아래로 내려 놓는 제사 방법이다<레 서론, 구약 제사의 종류와 의미>.
===15:20
처음 익은 곡식 가루 떡 - 곧 첫 수확한 곡식을 거칠게 빻아 그 가루로 만든 떡을가리킨다. 이는 한 해의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뜻으로 드려졌는데, '거제'후 그 예물은 제사장의 몫이 되었다(출 29 : 27, 28 ; 레 7 : 14, 32). 한편 이 첫곡식의 열매는 인류 구속을 완성하시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롬 8 : 23 ; 고전 15 : 23).
타작 마당의 거제같이...드리라 - 곧 곡식을 타작한 마당에서 맨 먼저 거두어들인곡식을 한단 묶어 하나님께 거제로 드리는 것 같이 첫 곡식으로 가루떡을 만들어 거제로 하나님께 또한 드리라는 뜻이다. 한편 백성들이 타작 마당으로부터 곡식 한 단씩을 제사장에게 가져오면 제사장은 유월절 기간 중에 들어 있는 '첫 이삭 바치는 날'(the day of first fruit)에, 즉 유월절이 지난 첫 안식일 다음 날에 첫 이삭을 거제로 하나님께 드렸다(레 23 : 10-14). 이것을 '타작 마당의 거제'라고 한다.
===15:21
거제(* , 테루마) - '거제'(heave offering)란 말은 '높이 들어올리다'(lift up)란 뜻의 '룸'(* )에서 파생된 말로, 곧 제물을 높이 들어서 드리는 제사방법을 가리킨다. 즉 제사장은 번제단 앞에서 제사 예물을 양손으로 꽉 붙들고 그것을 상하(上下)로 높이들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놓는 제사 방법이다. 여기서 제사장이 제물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은 그 제물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뜻이며, 그것을 다시내려놓는 것은 그 제물이 제사장의 몫으로 돌려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15:22
그릇 범죄하여(* , 티쉐구) - 이말의 원뜻은 '옆길로 빗나가다', '취하여비틀 거리다', 또는 '알지 못하고 죄짓다'란 의미로서, 연약한 본성 때문에 실수로 범하고 만 비고의적인 범죄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것을 인간 의지가반영된 고범죄(故犯罪)와 구별하시고 그에 합당한 속죄제를 요구하신 것이다. 따라서엄밀히 고찰하면, 여기에 나타난 규례(22-26절)는 앞서 제시된 레위기 규례(레 4 :13-21)와는 구별되는 규례이다. 곧 레위기의 속죄 규례는 보다 분명하고 뚜렷한 어떤위반죄에 대한 속죄 규례인 반면, 여기서의 속죄 규례는 보다 일반적이고 소극적인 태만죄 내지는 무지죄에 대한 속죄 규례라고 볼 수 있다. 여하튼 하나님께서는 인간의약함을 긍휼히 여기셨지만, 그 죄에 대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냉철하게 물으신 것이다.
지키지 못하되 - 하나님께서는 제사법과 더불어 그 법을 어길 경우를 대비한 법을또한 허락해 주셨다(Knobel). 이처럼 인간의 약함을 인간 자신보다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는(시 103 : 4) 당신의 깊으신 자비와 긍휼로 인간이 계속적으로 당신과 교제할 수 있도록 속죄의 길을 열어주셨다(요 14 : 6).
===15:23
명한 날부터...대대에 지키지 못하여 - 이는 비록 많은 시간이 경과된다 하더라도하나님께서 제시한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세대와 개인을 만날 수 없다는 불행한 가능성을 암시한 말이다(롬 3 : 10, 20). 동시에 이는 율법외에 인간을 의롭게 할 또다른 한 법이 계시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가능성을 시사한 말이기도 하다(롬 3 : 11).그리하여 실로 하나님께서는 때가 찬 경륜을 따라 '율법의 완성'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셔서, 그를 믿는 자는 누구나 그 믿음으로써(以信) '의인' 되게 하심으로(得義) 위의 희망적인 가능성을 현실화 하셨다(롬 8 : 2).
===15:24
회중이...범죄하였거든 -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의 범죄나 혹은 그들을 대표하는 제사장의 범죄는 한 개인의 범죄보다 하나님 앞에서 더 심각하게 다뤄졌다<레 4 : 13-5: 13>. 따라서 온 회중의 속죄를 위해서는 '수송아지'와 더불어 '수염소'가 드려졌는데, 여기서 수송아지는 번제용이었고 수염소는 속죄제용이었다. 그런데 실제 제사를드릴 때는 항상 그러했듯, 속죄제를 먼저 드려 죄용서 받은 후 헌신의 상징인 번제를드렸을 것이다(Keil). 그리고 속죄제를 드리는 방법은 레 4 : 13-21에 명시된 규례대로 드렸을 것이다. 한편, 그런데 여기서 회중의 범죄시, 수송아지와 더불어 수염소까지 요구된 것은 초기 규례(레 4 : 13-21)의 경우(수송아지만 허용)와는 조금 변경된것이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이는 율법의 기본 정신이 변질되지 않는 한 사소한 세부 규정은 당시의 상황 및 특징 등을 따라 보다 충실하게 보충, 확대될 수도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화제(* , 올라) - 원문상으로 '번제'를 의미한다. 개역 성경에 '화제'로 번역된 것은 그것이 온전히 불로 태워져 드려진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규례대로 그 소제와 전제를 드리고 - 즉 8-10절에 명시된 대로 수송아지를 드릴 때동반되어야 할 소제물(고운 가루 3/10 에바, 기름 1/2힌)과 전제물(포도주 1/2힌)을드리라는 뜻이다<11, 12절 도표 참조>.
===15:25
속죄하면(* , 키페르) - 기본 개념은 '덮다', '지워버리다'란 뜻이다. 이처럼 '속죄'는 희생의 피를 근거로,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죄를 가리우는 것'(시32 : 1)이요, '도말하는 것'(시 51 : 1)이다.
그릇 법죄함 - 이 말의 기본 동사 '솨가그'(* )는 '비틀거리다', '실수하다','길을 잃다' 등의 의미를 띠고 있다. 그러므로 '그릇 범한 죄'란 곧 죄를 죄인줄 깨닫지 못하고 지은 죄, 서두르다 실수하여 지은 죄, 또는 육신의 연약함 때문에 부득이지은 죄 등을 가리킨다.
===15:26
타국인도 사함을 얻을 것은 - 타국인들도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소속되어 있었던고로, 그들 역시 회중이 저지른 범죄의 영향하에 있었고, 아울러 그 범죄를 속하는 속죄의 은총 영역 안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하나님의 속죄의 은총은 결코 편협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고 전 인류에게 미치는 것임을 시사한다. 실로하나님은 모든 인간의 주인으로서, 그들이 당신의 법도에 따라 죄 고백을 성실히 한다면, 받아들이실 것을 약속하셨다. 그리고 이 약속은 온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마침내 구체적으로 성취되었다. 그러므로 죄를 고백하는 모든 자는 그지위와 혈통에 구애받지 않고, 예수 안에서 구속과 자유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롬 8 : 19-23 ; 고후 5 : 17).
===15:27
한 사람이 그릇 범죄하거든 - 개인의 죄는 회중의 죄에 비해 적은 예물이 요구되었다<레 4 : 27-5 : 13>. 이 경우 원칙상 '암염소'가 요구되었으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가난한 자에게는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새끼'를,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극빈자에게는 '고운 가루'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레 5 : 7-13>. 이는 개인 각각의 형편을깊이 이해하시는 하나님의 넓으신 사랑을 반영하며, 더불어 범죄자는 어떤 경우에라도 하나님 앞에서 속죄 제사를 드림으로써 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엄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히 9 : 22).
===15:28
그릇 범죄한 - 25절 주석 참조.
여호와 앞에 얻은 죄 - 여기서 '죄'에 해당하는 말은 본래 '표적을 맞추지 못하다', '과녁으로부터 빗나가다'란 뜻의 기본 동사 '하타'(* )에서 파생된 말이다.따라서 성경이 말하는 '죄'란 하나님의 목적과 뜻에서 빗나가고, 하나님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15:29
본토 소생...타국인 - 여기서 '본토 소생'(* , 에즈라흐)은 지역적으로 혹은 혈통적으로 태어나면서 부터 이스라엘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 자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타국인'(* , 게르)은 본래 지역이나 혈통이 이방 출신이었으나, 할례를 받음으로써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된 자들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들은 순수한 '외국인'(* , 노크리)들과는 구별되는 존재들로서, 이스라엘 본토 소생들과 동일하게 율법의 의무 및 권리가 부여되었다.
===15:30
짐짓(* , 베야드 라마) - 직역하면 '높은 손으로', 또는 '손을 높이들어'이다. 이것은 의지적이고 공개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권위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행동이다(신 32 : 27 ; 사 10 : 32). 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극도로 교만하여 손을높이 쳐들어 휘두르듯이 공개적으로 범하는 죄악은 속죄제로 죄 용서함 받을 수 없었고 오직 멸망과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었다(마 12 : 31, 32 ; 요일 5 : 16).
여호와를 훼방하는 자니 - 여기서 '훼방하다'(* , 가다프)란 말은 '말로써 난도질하다', '불경스런 말을 하다'는 의미이다(겔 20 : 27). 결국 여호와께 '손을 높이 쳐든' 범죄는 여호와를 멸시하고 모독하여 그분의 영광을 크게 훼손시키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
끊쳐질 것이라 - 여기서의 의미는 단순히 언약 공동체에서 파문당하여 축출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죄에 대한 대가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부모의 권위를 모독한 자에게도 죽음이 돌아갔는데(출 21 : 17 ; 레 20 : 9), 하물며 부모의 권위 이상이신 하나님의 영광을 '훼방한'자라면 영원한 죽음을 면치 못할것이다(마 12 : 31, 32).
===15:31
그 죄악이 자기에게로 - 직역하면 '그의 죄악이 그의 위에'이다. 이는 결단코 속죄될 수 없고 오직 그 죄책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표현이다.
===15:32
광야에 거할 때에 - 이때가 언제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모압 평지에도착한 뒤의(20장) 사건인 듯하다. 그런데도 본절 이하의 사건이 여기에 기록된 이유는 앞절에 언급된 '여호와께 짐짓' 범죄한 자(30절)의 경우를 예로 들기 위해 정착 기간이 길었던 모압 평지의 생활 동안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이부분에 첨가한 것으로 보인다(Keil, Pulpit Commentary).
안식일에...나무하는 것 - 안식일에는 일체의 노동(심지어 불 피우는 일까지)이 금지된 법규가 시내 산에서 공포된 적이 있었다(출 35 : 1-3). 그리고 율법 전반을 통하여 누차 안식일 준수를 거듭 명령한 바 있었다. 이 사실을 엄연히 알고도 안식일에나무를 한 것은 고의적으로 여호와의 명령을 거역하는 행위였다. 결국 그 범죄자에게는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었으며, 짐짓 범한 죄의 대가인 죽음이 기다릴 뿐이었다(출31:14,15; 35:2).
===15:33
모세와 아론과 온 회중의 앞으로 - 여기서 '온 회중'은 문자 그대로 200만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그들을 대표하는 장로 및 두령들의 회(會)를 가리킨다(실제 성경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본절의 표현은 범죄자를 이스라엘 공동체의 재판석 앞으로 끌고 왔다는 뜻이다.
===15:34
어떻게 처치할는지 - 곧 처형하라는 명령은 이미 받은 바 있으나(출 31 : 14, 15 ;35 : 2), 안식일 규례 위반자에 관한 한 아직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처형할지는 지시되지 않았으므로, 지금 그 방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Keil).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신정(神政) 국가로서 모든 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는 하나님이셨다. 즉 이스라엘은 율법을 집행할 때 지도자의 즉흥적이고 강압적인 판단이나 군중들의 충동에 의해 법이 집행된 것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여호와의 뜻에 온전히 맡기는계시 의존적인 삶을 살았다. 이처럼 성경은 가장 공의로우신 하나님께 최종 판결을맡김으로써 죄로 오염된 인간 이성의 오류를 방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딤후 3 :15-17).
===15:35
진 밖에서 돌로...칠지니라 - 먼저 '진 밖에서' 사형 집행을 하도록 명한 것은 하나님의 임재의 거룩성이 미치는 영역, 곧 이스라엘 진영의 거룩성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였다(12 : 15 ; 행 7 : 58). 그리고 '돌로 쳐 죽이는' 형벌을 명한 것은 그 범죄에 대하여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또한 공동체의 연대 책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였다(레 20 : 2). 이처럼 하나님은 당신의 권위와 영광에 도전하는 자들에게는 예외 조항을 두지 않고 공개 처형시킴으로써 그 죄가 지니는 심각성과 파괴성을 온백성에게 교훈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출 31 : 14, 15 ; 레 20 : 2 ; 24 : 14 ; 수 7 : 25).
===15:36
돌로...쳐 죽여서 - 이러한 처형은 히브리 사회에서 가장 극악한 죄에 대해 시행하던 일종의 공개 처형법으로써, 안식일 규례 위반자 외에도 우상 숭배자(레 20 : 2-5), 여호와의 성호를 모독한 자(레 24 : 15, 16), 부모에게 대적하는 패륜아(신 21 : 18-21), 간통한 남녀(신 22 : 22-24) 등에게 적용되었다.
===15:37-41
본문은 거룩한 선민의 의복에 관한 규례로서, 곧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보다 온전히 기억하여 지킬 수 있도록 하기위해 그들 의복의 옷단 귀에 '술'(tassels,NIV)을 달도록 한 내용이다.
===15:38
옷단 귀에 술을 만들고 - 여기서 '옷'(* , 베게드)이란 이스라엘인들이 걸치던 일상 외투를 가리킨다. 이 '베게드'가 신 22 : 12에는 '케수트'(* ), 즉별 치장없이 몸가림을 위한 '겉옷'이란 말로 대치되어 있다. 결국 이것은 통으로 되고 앞 뒷면이 분리된 의복으로서 자연히 네 개의 모서리(끝단)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이 네 끝단에 '술'(fringes, KJV ; tassels,NIV)을 달게 된다. 한편 이 겉옷은 여행자나 가난한 이들에겐 이불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출 22 : 27).
술을 만들고 - '술'(* , 치치트)이란 '꽃피다'는 의미를 지닌 '추츠'(* )에서 유래한 말이며 '장식', '꽃', '끈'을 가리킨다. 이것을 청자색 실로 외투의맨끝단에 달았는데, 이러한 관습은 율법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있어서 생명의 꽃이라는상징적 의미를 내포한다(출 28 ; 36). 훗날 외식하는 유대인들은 이 '술'을 크게 하여 자신들의 경건을 공개적으로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이 '술'을 옷에 달도록 명한것은 자신의 경건을 과시하라는 뜻이 결단코 아니고,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죄에 빠지지 않게끔 조심하라는 시각적 교육 효과를 위한 것이었다(39, 40절).
청색 끈을...술에 더하라 - 여기서 청색 끈은 옷 네 귀에 달린 '술 뭉치'를 옷에단단히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Keil). 아울러 그것은 하늘 색깔을 상징하는 바, 곧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늘에 속한 백성으로서 그러한 백성답게 거룩하게 살아가야 할 것을의미하기도 한다.
===15:39
방종케 하는(* , 조님) - 이 말의 원뜻은 '간음하다'로서, 상징적으로는 '우상을 섬기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문에서는 여호와를 떠나 이방의 세속적 문화에 도취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마음과 눈의 욕심을 좇지 않게 - 눈은 죄악을 받아들이는 통로라 할 만큼 죄악에민감하다. 따라서 일단 눈을 통과한 죄는 인간의 마음에 정착한 후 곧 한 개인의 전인격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 기관과 인간의 사고 및 정서의 상호 관계는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빌지 않더라도 성경이 누누히 경고하고 있는바이다(마 5 : 27-2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나약한 감각과 마음을 이해하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옷에 이방인과 구별되는 '술'을 달게 하심으로써, 그'술'을볼 때마다 세상으로 향하던 눈을 돌려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기억하고 인식토록 했으며, 또한 그 행동에 있어서도 구별된 거룩한 백성답게 이방인의 모범이 되도록 하였다.
===15:40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 - 거룩하신 하나님께서는 무엇보다 당신의 백성에게도 역시 '거룩'(성결)을 요구하셨다(레 11:44,45). 그러므로 '거룩'은 선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거룩'은 어떤 의식적인 행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본절의 말씀처럼 부단히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준행함으로써 이뤄져갈 수 있다. 실로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의 죄악을 깨닫게 하고, 회개로 인도하며, 거룩한 인격으로 변화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요 20:31; 딤후 3:15; 히 4:12,13).
===15:41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니라 - 하나님은 규례를 계시하실 때 종종 당신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과연 어떤 분이 되시는가를 강조하셨다<출 20 : 1, 2 ; 29 : 45, 46 ; 레 11 : 45>. 즉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강압적으로 율법의 멍에를 지우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구원자이시며 인도자로서 그들의 진정한 유익을 위해 율법을 제공하심을 밝히시고자 당신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언급하셨던 것이다. 한편 본절에 언급된 바 '출애굽' 사건은 흑암의 세력으로부터 당신의 백성을 해방시킨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 사역을 보여 주는 대사건으로서, 하나님 백성된 자들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밝혀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 '출애굽'사건은 오늘날 영적으로 우리 성도들 개개인에게도 실재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가나안 입국의 40년 유보와 20세 이상자들의 광야에서의 죽음이 예고되었던 가데스
불순종 사건(14장)에 이어 나오는 본장은 언뜻 보기에 14장과는 전혀 연관 없는 내용
같다. 그러나 본장에 기록된 율법을 실천할 사람들이 광야에서 최후를 맞이할 20세 이
상의 구세대가 아니라 20세 미만이었던 자들과 그 후손들이었기 때문에 본장과 앞장과
의 연결은 자연스럽다. 특별히 본장에 언급된 율법은 주로 레위기 1-7장과 연관을 가
진 것이라는 점과 본장이 기록된 때는 가나안 입국을 눈앞에 두었던, 즉 출애굽 제 38
년째가 되는 광야 생활 말기였다는 사실을(신 2:14) 염두에 두고 살펴야 할 것이다<본
장 주석>.
한편 본장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즉 본장에는 각종 제사에 첨가될
소제와 전제에 대한 상세한 규정(1-16절)과 처음 익은 곡식을 하나님께 드리는 법
(17-21절) 및 부지중에 지은 죄를 속하는 제사에 관한 율례(22-31절), 안식일을
범한 자에게 사형이 실제 집행된 사실(32-36절), 여호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옷단의 술에 관한 규례(37-41절) 등이 열거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각종의 율례들은 특별한 원칙없이 열거된 것 같으나 다음과 같은 분
명한 여러 목적을 가지고 제시되어 있다. 즉 이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정복 전쟁을
마친 후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생활할 것을 명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덧붙여 가데스의 불순종 결과 20세 이
상된 자의 가나안 입국이 금지된 것(14:23)으로 인해 낙심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비록
그들은 광야에서 죽어가야 하지만, 그런 위경에도 불구하고 기필코 당신의 백성을 가
나안으로 인도하여 들이셔서(2절) 그곳에서 당신의 나라를 세우시겠다는 하나님의 강
한 집념을 분명히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장(14장)의 불신앙과 불평
을 청산하고 하나님께 나아가 은혜를 경험하는 길은 오직 피흘림이 있는 제사만으로
가능함을 가르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1. 소제와 전제에 대한 규정(15:1-16)
가데스 불신앙 사건으로 가나안 입국이 유보되고 광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을
때(14:26-35) 이스라엘은 절망과 실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
나님은 본문에서 가나안 땅에서의 제사에 연관된 규례를 제시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
들에게 죽음의 땅 저 너머에 펼쳐질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게 하셨다.
이러한 본문에는 제시될 율례가 적용되는 장소와 시기에 대한 규정(1, 2절)과
독립적으로 드려지는 제사가 아닌, 다른 제사들에 곁들여지는 소제(meat offering)와
전제(drink offering)에 관한 규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3-12절). 그런데 이 규정
들은 소제와 전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레위기 1-7장의 첨가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본문에는 이스라엘의 제사 규례가 순수 혈통의 이스라엘인이나 그들 중에 거하는
개종한 이방인이나 구별없이 동일하게 지켜야 할 것임이 언급되어 있다(13-16절).
이로써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 때부터 약속하셨던 가나안 땅에서의 축복된 삶에 관
한 청사진의 일부를 내비치셨으며, 당신이 건설하실 나라는 단순히 혈통에 의해 폐쇄
된 공동체가 아니라 신앙으로 뭉쳐진 열린 사회임을 강조하셨다(롬 11:25, 26). 이와
같이 비록 인간은 아담 이래 영적으로난 도덕적으로 실패와 타락을 거듭해 왔으나, 하
나님께서는 당신의 언약을 성실히 수행하시면서 인류 구속의 대업(大業)을 완성해 오
셨다.
* 향기로운 제사. 본문 중에는 '여호와께 향기롭게 드린다'는 말이 나온다(3, 7,
10, 13절). 이 말은 대홍수 후 노아가 드린 제사를 하나님께서 친히 흠향(歆響)하신
때부터 생겨난 말로서(창 8:20,21), 하나님께서 기쁘고 흡족하게 받으실 만한 온전한
제사를 드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하나님께서 값비싸고 풍성한 제물만을 원하시는 분으
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향기롭게 여기시는 기준은 제물의 값어치 이전
에 그 제물을 드리는 자의 마음 자세와 삶의 양태를 먼저 살피시며 그것으로 그 제물
의 질을 측정하신다(사 1:10-17;빌 4:15-18). 즉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에게 가장 기
쁘게 받으시는 것은 제단에 올려진 제물과 그 향내가 아니라 그들의 아름다운 행실에
서 나오는 향기인 것이다(마 25:34-40).
그러므로 '여호와께 향기롭게 드리는'자는 제물을 헌상하기 이전에 그 제물을 바치
는 자신의 삶의 모습과 마음가짐을 점검하여야 한다(창 4:1-15;히 11:4). 그리고 삶
전체가 바로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물임을 명심하여(롬 12:1) 참 성결과 경건에 힘써야
한다(약 1:27).
* 우거하는 타국인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역사를 더해 가면서 점점 폐쇄성과 배
타성을 짙게 형성했지만, 그들의 초창기 역사와 그들 인적 구성원들을 세밀히 살펴보
면 처음에는 그렇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그들 중에는 비록 율법의 보호를 받
을 수는 없지만 손님으로서의 권한을 누릴 수 있는 나그네들(신 15:3)과 가나안 땅에
함께 거주하게 된 이방인(타국인)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단순히 순수 히브
리 혈통을 가진 자만의 집합체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우거하는 타국인들은 이스라엘 내에서 자유스럽게 활동할 수 있긴 하
였으나 그들 모두가 이스라엘 내의 시민권을 소유한 자들이 아니었으므로 완전한 시민
인 이스라엘인들과는 구별되었다. 또한 토지 소유권이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주어졌으
므로(34,36장) 그들은 주로 순수 이스라엘인들의 품꾼이나 잡역부로일했다(신 24:14).
그래서 성경을 그들을 언급할 때 곤궁한 자들과 과부들과 그 아들 및 경제적으로 연약
한 자들과 동일 부류로 취급했으며, 이스라엘 백성이 그들에게 자선을 베풀도록 규정
하고 있다(레 19:10;23:22;겔 22:7).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과거 나그네로
있을 때를 기억하며 자신들의 거주지에 우거하는 자들에게 선대해야 했다(출
22:20;23:9신 24:18).
그런 점에서 우거하는 타국인들은 고아, 과부와 마찬가지로 3년마다 십일조의 농산
물을 분배받을 수 있었으며(신 14:29) 안식년에는 아예 토지의 전 생산물을 수거할 수
도 있었다(레 25:6). 그리고 종교적인 면에서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과 동일하나 정결
의식법(19:10;레 17:13-16;18:6)과 안식일법(출 20:10;신 5:14)을 지켜야 했으며 속죄
제물을 바칠 때에 금식을 해야 했고(레 16:29) 희생 제물을 바칠 수 있을 뿐 아니라
(15:14,15,29;레 17:8,9;22:18) 각종 축제일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신 16:11,14). 또
한 그들이 할례를 받은 경우 이스라엘 백성과 동일한 입장에서 유월절 축제에도 참여
할 수 있었다(9:14;출 12:48).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과 각종 사회적인 혜택을 누리는
일에 있어서 이스라엘 백성과 별차이 없었다. 특별히 타국인이라 할지라도 믿음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을 신실히 준행하며, 언약의 표식인 할례를 행한 경우에는 순수
이스라엘 혈통과 동등한 지위를 허락받았다(롬 3:29). 이는 곧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
님의 주권과 법도를 인정하는 자들의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2. 처음 익은 곡식 드리는 법(15:17-21)
본문에는 각종 제사에 곁들여지는 소제와 전제 등의 내용을 다루었던 1-16절과 그
맥을 같이 하는 내용으로,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그 땅의 양식을 먹
게 될 때 처음 익은 곡식을 거제(擧祭)로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법이 기록되었다.
여기서 거제란 제물을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내려 놓는 제사로서 그런 행위는 우선
하나님께 바쳤던 제물을 다시 제사장이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것을 상징한다(출
29:27,28;레 7:14,32). 이 제사 제물은 결국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래로 얻게 될 풍성
한 소출들의 예표격으로서 이스라엘이 먹게 될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
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노동으로 인해 얻은 첫 열매를 통해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
으로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을 높여 드리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처음 익은 곡식을 거제로 드리는 규례는 곧 가나안 땅을 반드시 허락하시며,
그곳에 백성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시고, 그들로부터 감사와 영광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전하신 제사 제도는 단지 하나님의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라 그 제사를 드리는 인간에
게도 무한한 은혜와 축복을 허락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지혜로우신 배려이다.
3. 부지중 범한 죄를 속하는 제사(15:22-31)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드릴 각종 제사와 그 제사에 참가할 수 있는 자들에 관한 내
용(1-21절)에 이어 본문에는 부지중(不知中), 곧 비고의적으로 범한 죄의 용서를 위해
속죄제를 드려야 할 것이 명시되었다.
즉 본문은 그릇 범죄하여 하나님의 율례를 어긴 자가 드려야 할 제사에 관한 명령
(22-24,27절)과 회중이냐 개인이냐를 불문하고 반드시 속죄 제사로서만 용서된다는 내
용(25,26절), 그리고 우거하는 타국인에게도 이같은 헤택이 주어진다는(26,29절) 내용
등으로 엮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치 말아야 할 사실은 위의 규례가 단
순히 부지중에 범죄한 자들에게만 적용될 뿐 고의로 죄를 범한 자에게는 적용되지 않
으므로 그들에게는 속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30,31절). 따라서 고범자
(故犯者)들은 반드시 백성 중에서 끊어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속죄 규례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범죄할 가능성이
있는 유약한 존재임을 지적해 주며, 또 하나님께 대항하여 의지적으로 범죄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가를 강조해 준다. 한편 본문에 제시된 법정신은 결과 위
주의 판결을 내림으로써 오류의 가능성이 다분한 오늘날의 재판 제도에 바른길을 제시
하며, 더 나아가 각 개인의 대인 관계에서 사랑과 화해와 관용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다.
* 단죄(斷罪) 되어야 할 죄. 하나님께서는 죄인 구원을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
까지 내어주시는 열심을 보이셨다. 그런데 이러한 열심은 당신의 형상따라 창조된 인
간을 사랑하신(요 3:16) 때문이지 그 인간이 범한 죄마저 사랑하셔서 행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사실 모든 죄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며 그분의 영광에 도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알지 못하는 중에 범한 죄라 할지라도 기필코 하나님 앞에서 단죄되어야
하는 것이 하나님의 공의의 법이다(레 5:17).
그러므로 몰라서 범죄했노라고 핑계를 대거나 무지(無知)를 이유로 들어 자신의 허
물과 과오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거룩하신 하나님께 대한 또 하나의 범죄이다. 이런 관
점에서 상황 윤리론자들이 주장하는 상대적인 선(善), 상황적인 범죄 규명 등은 하나
님 보시기에 가증한 것일 수 밖에 없다.
한편 하나님께서는 본문에서 볼 수 있듯이 부지중에 범한 죄에 대해서만은 충분한
대책을 세워 놓으셨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자는 결단코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상황을
합리와하여 자신의 죄를 변호해서는 안 된다. 단연코 하나님 앞에 나아가 진지한 마음
으로 자신의 허물과 죄를 고하고 그분이 내리시는 무한한 긍휼과 용서하시는 사랑을
덧입을 수 있어야 한다.
* 회중의 죄와 개인의 죄를 구분함. 본문에는 부지중에 지은 죄를 속죄하는 제사 규
정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 규정을 살펴보면 특이 하게도 회중이 지은 죄와 개인
의 죄에 따라 드려지는 제물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는 하나님께서 개인 범죄보다 단
체의 공동 범죄를 더욱 심각하게 취급하신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한 단체가 범한 공동 죄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시 하
지 않으나 한 개인의 실수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단죄의 칼로 난도질하는 경우가 맣다.
즉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력으로 한 개인을 사회에서 매장시키기는 잘하면서도 단체의
수 많은 죄에 대해서는 좀처럼 지적할 줄 모른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개인
뿐 아니라 특히 단체의 범죄에 대해 심판을 연기하실지언정 결코 그 죄들에 대해서 간
과하지 않으신다.
특별히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도용하여 자신들의 사악한 이익을 축적
하는 무리들에 대해서는 그 죄가를 친히 갚으실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
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은 범죄에 대해 깊은 참회와 올바른 삶에 대한 진지한 열망이 있
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각자가 속한 공동체의 범죄를 막는 방부제로서의 역할 뿐 아
니라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룩한 제사장으로서의 사명 또한 잘 감당해야 할 것
이다(벧전 2:9).
4. 안식일을 범한 자의 사형(15:32-36)
본문은 비고의적 범죄와 고의적 범죄의 구분과 그 해결방안을 다룬 전문(22-31절)의
예시적 내용으로서 안식일을 고의로 범한 자(32-34절)를 돌로 처형시킨 사실(35,36절)
을 기록하고 잇다.
사실 안식일을 거룩히 구별하여 지킬 것은 이미 십계명 중 제 4계명에 제시되었었고
(출 20:8-11), 그날에는 불도 피우지 말라는 엄격한 명령이 주어졌었다<출 35:1-3 강
해, 불도 피우지 말라는 안식일 규례의 의미>. 그런데도 본문에서처럼 안식일에 나무
를 한 것은 의도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것이 분명하니 그에 따른 죽음의 형벌이
주어졌다(출 31:14,15;레 20:2).
이처럼 하나님의 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이거나 그것을 하찮게 여긴 관계로 그
법을 어긴 자에게는 필시 죽음이 예비되어 있을 뿐이다. 하나님의 법을 따라 순종하는
것은 그 어떠한 제사와 봉사보다도 값어치가 있다(삼상 15:22). 순종은 곧 죽음의 형
벌을 면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는 생명을 얻게 하는 지름길이다.
5. 옷단의 술(15:37-41)
지금까지 계속해서 주어진 각종 율례들은(1-36절) 그 내용면에서 뚜렷한 일치점 이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규례들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
복을 더욱 가시화(可視化)하며, 가나안 입국 이후에 언약 백성이 지켜야 할 내용들이
라는 점에서 분명 일관된 주제를 지니고 있다. 본문에 제시된 의복에 착용할 '술'에
관한 규례도 바로 언약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서의 성별된 삶을
위해 필요한 조처라는 점에서 전장의 전체 내용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한편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겉옷 단 귀에 '술'을 달게
하신 것(37,38절)은 그들이 그 '술'을 볼 때마다 자신들이 여호와와 언약을 맺은 백성
으로서 거룩한 신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기 위함이었다(41절). 또한 그들로 하여
금 하나님의 명령을 더욱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39,40절). 결국 '술'
은 이스라엘 백성의 성결과 경건을 위한 인식표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오늘날 성도
들에게서 발견되는 중생의 체험과 구원받았다는 확신 및 분명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의 자의식에 견줄 만하다.
* 형식화 되어 버린 옷 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당신과의 언약을 항상 기억
하고 당신의 법에 신실히 순종하도록 하는 표(表)로서 옷에 술을 달게 하셨다. 이러한
제도는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거룩한 것으로 깊은 영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
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은 이 제도의 영적 의미보다 형식적인 측면에 더
강조점을 둠으로써 옷 술을 크게 하고 경문(經文)을 넓게 하여 자신들의 경건과 언약
백성으로서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즉 그 옷 술은 자신들의 경건을 북돋우는
성결의 인식표가 아니라 자랑과 교만의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마 23장).
이렇게 알맹이를 잃어버린 외식적 율법주의가 철저히 인간의 이기적인 목적을 채우
기 위한 방편화가 되자 하나님께서는 많은 선지자들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스
라엘을 책망해 오셨다. 사실 신앙의 외형적인 것들로 신앙 생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나 평가받으려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신앙 생활에 있어서 형식
적 요소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라 진실한 신앙 내용이 겸비되지 않은 형식은 하나님
앞에서 가증한 것으로 정죄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에게 요구되는 바는
옷 술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고 그들 각자가 얼마나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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