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더니 - 여기서 '구스'는 원문에 '쿠시'(* )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족속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아라비아 반도 및 앗시리아 지역 등에 널리퍼져 정착한 검은 피부색의 함족 계통을 말한다. 한편 모세의 아내가 된 '구스 여인'(the Cushite woman)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1) 그중 '구스'를 '미디안'과 동일시하여(합 3:7) '구스 여자'를 모세의 본처인 '십보라'(출 2;21)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Calvin, Knobel). 그러나 본서의 기록자 모세가 자신의 아내에 대해 그같이 불투명하게 언급했을 리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모세 소명 전의 도피 생활에서 이루어진 오랜전의 사건을 놓고 새삼 미리암과 아론이 문제 삼았을 리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의 견해를 용납하기 어렵다. 따라서 어떤 학자는 (2) 모세가 그의 아내 십보라의 사망 후 재혼하였는데, 바로 그 새 아내가 '구스 여자'였다고 주장한다(Michaelis, Keil, Ewald). 문맥상 이 견해가 타당한 듯하다. 유대 전승도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즉 모세는 출애굽시 함께 탈출해 나온 잡족 가운데 한 여인을 취하여 후취(後娶)로 취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Keil & Delitzsch, Pentateuch. Vol. I-iii. p. 76). 즉 '그것은 율법에 표현된 바 유대인과 이방인 간의 평등 사상 및 친교관계를 직접 나타내 보여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Baumgarten). '그것은 미래에 이루어질 유대인과 이방인과의 복된 연합 관계를 본보기로 보여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Gerlach).
미리암과 아론이...비방하니라 - 원문에서 강조하는 바는 '미리암'이 모세 비방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첫째 미리암의 이름이 이스라엘의 제사를 집례하는 대제사장 아론의 이름보다 앞서 기록되었기 때문이며, 둘째 '비방하니라'(* , 테다베르)는 말의 동사가 여성형 주어를 취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셋째 이 사건에 대하여 미리암만 징계를 받아온 이스라엘의 앞에서 수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미리암이 적극 주도하고 아론이 이에 소극적으로 동조한 것이었다(Keil, Pulpit Commentary, Lange). 한편 그들이 모세의 결혼을 두고 비방거리로 삼은동기에 대해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이방인과의 결혼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린 것이라면 하나님께서 침묵하시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영적 순수성 보존을 위해가나안 7족속과의 통혼을 금지하셨을 뿐(출 34:16; 신 7:1), 이방인과의 결혼을 아예 금지시키신 것은 아니었다(창 48:5; 롯 4;13-22). 또한 가나안 정복 당시와 에스라 9장, 그리고 느헤미야 13장에 강조된 이방인과의 결혼 금지는 그 결혼이 가져올 종교적타락(우상 숭배)과 도덕적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자체가 무슨 절대법은 아니었다. (2) 선민(選民)으로서의 민족적 우월성과 배타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은 그 종교적 자긍심보다 그 육신적 우월 의식에 사로잡힐 때마다 질책을 면치 못했다(Kurtz). (3) 그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모세의 탁월한 지위에 대한 그들의 교만한 질투심 때문이었다(2절). 그러므로 그들은 실로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는 경구를 깊이 깨달아야 했다.
===12:2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한 근본 이유는 자신들에 비해 월등한 모세의 지위 및 탁월한 권위에 대한 시기심 때문이었다. 여기서 '...와(더불어)'라는 전치사 '베트'(* )는그 해석상 '...로 부터'로 봄이 더욱 타당하다. 즉 '하나님께서 모세의 잎으로부터만 백성에게 말씀하셨느냐'는 의미이다. 이는 모세의 중보적(中保的) 기능을 언급한 것으로서, 미리암과 아론 역시도 이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들도 신령한 은혜를 체험한 자들이었다. 즉 미리암은 여선지자 자격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기도 했으며(출 15:20,21), 아론은 우림(Urim)과 둠밈(Thummim)이 부착된 판결 흉패를 입은 대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도 했고 또한 모세와 더불어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고 거룩한 사역에 동참하기도 했었다(2:1; 출 28:15,30). 그러나 그들에게는 가장 직접적인 신정 정치(神政政治)하에서의 모세만이 가지는 특수한 권위와 기능 곧 중보자로서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출 4:16; 32:22). 그러므로 결국 그들이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따라 모세에게만 독특하게 주어진 그 권위에 도전한 것은 그 권위를 덧입히신 하나님께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여호와께서...
들으셨더라 - 이는인간의 행동과 사고 전체를 지켜보고 계시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강조한 표현인 동시에, 이 사건의 정확하고도 공정한 심판을 하시고자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나설실 것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12:3
온유함(* , 아나우) - 원문상 '온유'란 '자기를 낮춤', '괴롭힘을 당함', '겸손함'이라는 뜻을 지니고있다(LXX, Vulgate). 그러므로 모세가 온유했다는 말은 자신을 비방하는 소리에 대항치 않고 감정을 억제하며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묵묵히 참아 하나님의 뜻을 기다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편, 이같은 자기 절제는인간의 본성적 기질로는 불가능하며, 오직 성령의 도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갈 6:22,23).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勝) 하더라 - 즉 당시 모세의 '온유함'을 따라갈 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모세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교만한 표현이 아니라, 그 당시의 정황을 객관성 있게, 그리고 모세의 심적 고통을 깊이있게 다룬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비평 학자들은 본절의 표현을 근거로, 본서 및 오경의 저자를 모세로 보지 않고 후대 기록자에 의한 삽입문이라 본다. 그렇지만 고대의 저작 속에 필자가 자신을 객관화시켜 묘사한 작품은 허다하다(Josephus, Xenophon). 아니면 모세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대필(代筆)케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H.E. Freeman). 여하튼 이러한 사실에 대해 칼메트(Calmet)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음미할 만하다. '여기서 모세가 아무런 교만의 마음 없이 자신을 칭찬한 것처럼, 다른 곳에서는 아무런 위선의 마음없이 또한 자신을 질책할 것이다'(Kiel & delitzsch, Vol. I-iii. p. 78).
===12:4
갑자기(* , 피테옴) - 원뜻은 '눈깜박일 동안'으로서, 본문에서는 준비할 여유도 없이 순간적으로 진행된 사실을 나타낸다. 즉 하나님께서 그 일에 개입하사 말씀하실 것이라고는 3인 중 마무도 상상치 못했다는 의미이다.
삼 인은 회막으로 - 회막(會幕)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과 친히 만나시는 장소로서 곧 이스라엘 통치의 핵이었다(17:4; 출 29:42,43). 한편 이곳으로 3인을 부르신 것은 그들 상에 진행된 비방 문제를 판결하기 위함이었다. 혹자(lange)는 이 일 이후부터 회막의 앞뜰에 여인들의 출입이 가능해졌다고 한다<5절>.
===12:5
여호와께서...강림하사 - 곧 회막 위에 머물러있던 구름이 회막에 완전히 내려 앉은 것을 의미한다(10절: 11:25).
장막 문에 서시고 - 모세를 비방했던 미리암과 아론이 나아오자 구름 가운데 임하신 하나님께서 '장막 문' 곧 '회막 뜰 입구'에 서셨다(레 8:3,31,33). 아마 이때 구름은 미리암과 아론 두 사람을 덮고 그 구름 속에서 여호와가 말씀하심으로써 당신의 현존(presence)을 밝히셨던 것 같다.
===12:6
내 말을 들으라 - 원문에는 '제발', '부탁하건데' 라는 의미의 부사 '나'(* )가 첨가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제발 부탁하건데 이제 내말을 들으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인간적인 비방을 삼가하고 거룩하고 공의로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인간사(人間事)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시 119:105; 계 20:4).
너희 중에 선지자가 있으며 - 직역하면 '만약 너희 가운데 여호와의 선지자가 있으며'이다. 이는 미리암과 아론의 직능이 '선지자' 또는 '선지자적 역할'을 담당한 자라는 사실을 암사히는 표현이다. 한편, 여기서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들에게 당신의 뜻을 계시하시는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하셨다.
(1) 이상으로(* , 바마르아) - '이상'(vision)이란 '보다', '나타나다', '제시하다' 등의 뜻을 지닌 히브리어 '라아'(* )에서 유래한 말로 곧 하나님께서 인간의 감각을 통하여 인지(認知)시키시는 초자연적인 광경을 가리킨다(창 46:2; 삼상 3:15; 겔 1:1).
(2) 꿈으로(* , 바할롬) - 외부의 변화없이 인간 내면의 사고 작용과 감각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시는 방법이다(창 20:6; 삼상 28:6; 단 2:4). 그러나 모세는 이러한 간접적이고 일방적인 방법으로 하나님과 교제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상호 '하나님과 대면하는' 영광을 부여 받았다.
===12:7
나의 온 집에 충성됨이라 - 여기서 '나의 온 집'은 회막 뿐 아니라 회막에 관련된 각종 규레 및 나아가 하나님과 이스라엘 간의 언약 관계 그리고 언약 백성 모두를 총괄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그리고 '충성하다'(* , 네에만)란 말은 '확실하다', '진실(충실)하다'는 등의 뜻이 들어 있는 '아만'에서 유래한 말로서, 모세가 오랜 기간에 걸쳐 어떤 상황 아래서도 하나님께 최선의 헌신을 다함으로써 충실하다는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창 42:20; 신 28:59; 히 3:2). 이런 이유 때문에 모세는 일반 선지자와는 달리 '이상'이나 '꿈'과 같은 간접적인 의사 소통 방법이아닌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face to face) 특별한 방법으로 교제했던 것이다<8절>.
===12:8
그와는 내가 대면(對面)하여 - 여기서 '대면하다'(* , 페 엘 페)란 말의 문자적 의미는 '입과 입을 마주 대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출 33:11에는 '얼굴과 얼굴을 서로 대하여'(face to face)란 말을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두 표현은 동일한 의미로써 곧 매우 친밀한 교제 관계를 나타낸다. 즉 하나님은 모세에게는 일반 선지자들에게 사용하시는(6절) 꿈(dreams)이나 이상(visions)과같은 계시 방법을 사용치 않으시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직접 그와 가까이서 대화하셨음을 강조한 것이다.
명백히 말하고 은밀한 말로 아니하며 - 직역하면 '외모를 보듯이 하고 수수께끼로아니하며'이다. 즉 눈으로 보아 단번에 이해할 정도로 확실히 말하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애매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호와의 형상을 보겠거늘 - 죄인된 인간은 그 누구도 하나님의 본체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대원리이다(출 33:18-23; 딤전 6:16). 그러므로 여기서 '여호와의 형상'(* , 테무나트 예호와)이란 여호와의 본체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또한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나신 하나님(겔 1:26; 단 7:9), 또는 여호와의 사자(使者)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하나님의 형상(창 16:7)과도 전혀 다르다(Keil). 여기서 '여호와의 형상'이란 출 33:11의 경우처럼 외형적인 고유한 형상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여기서의 '형상'이란 출 33:11의 경우처럼 그의 위엄스럽고 영광에 찬 임재의 상징을 나타낸다. 이는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인간에게 찾아오셔서 그와 만나시기위해 사용하신 특수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결국 본질 전체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는 모세의 직위와 역할은 다른 모든 선지자들 및 백성들보다 탁월하기 때문에, 아무도 하나님께서 부여하시고 인정하신 모세의 권위를 시기하거나 비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12:9
여호와께서...진노하시고 떠나시매 -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세 지도자 사이에 발생한 분란을 재판장의 자격으로 해결하시고 그곳을 떠나가셨다. 한편 피고 미리암에 대한 진노의 표시로는 뒤이어 나오는 '문둥병' 징계로 이해할 수 있으나, '아론'에 대한 진노의 결과는 언급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론에게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죄의식과 더불어 잠시 동안의 제사 집례 중지 등으로 죄책이 돌아갔을 것이다.
===12:10
구름이...떠나갔고 - 즉 여호와의 임재의 가시적(可視的) 증거인 구름이 걷힘으로 여호와께서 그곳을 떠나가셨음을 보이셨다(5,9절).
미리암은 문둥병이 들려 - 그 당시 문둥병은 하나님으로부터 진노를 산 자들이 걸리는 천형(天刑)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치료되기까지 하나님의 임재의 거룩성이 미치는 진(陳)에서 격리되어 생활해야 했다<레 13, 14장>. 한편 여기서 문둥병의 증세가 '눈과 같이' 희어졌다는 말은 그 병세가 상당히 악화(惡化)되었음을 나타낸다.
아론이...본즉 - 당시 아론은 제사장으로서 문둥병을 판별해야 하는 직무를 갖고 있었다(레 13:2). 따라서 그는 미리암의 증세를 살폈을 것인데, 여기서는 그 증세의 완연함으로 인해 자세히 관찰할 필요도 없이 즉각 알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모세 비방에 가담한 아론에게는 문둥병이 발병하지 않았다는데,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1) 그는 미리암의 충동질에 단지 동조했을 뿐이다. (2) 거룩한 제사를 집례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직책의 부정을 막기 위해 문둥병이 면제되었다. (3) 문둥병 발병은 교훈적인 성격의 징계로써 비방자의 대표인 미리암만으로도 충분했다. 따라서 구태여 대제사장 아론을 징계하지 않더라도 신적 권위자에 대한 질투가 가져다 주는 부정적 결과를 미리암을 통해 아론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Matthew Henry's Commentary, Pulpit Commentary).
===12:11
내 주여(* , 아도니) - 아론은 모세의 형이지만(출 7:7), 이제는 모세가 신적 권위에 있어서 자기보다 월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종이 주인에게 부르는 호칭인 '아도아니'를 사용하여 그에게 호소하고 있다. 특별히 '주'(主)라는 호칭 앞에 '제발, 청하오니' 등의 뜻인 히비르어 '비'(* -한글 개역 성경에는 '슬프다'로 번역됨)를 언급하여 '비 아도니' 곧 '제발 나의 주여!'(please my Lord-NIV)라는 강력한 소청을 말하였다. 그러므로 이는 스스로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낮아지고, 낮아지고자하는 자는 높아지는 겸손의 진리를 웅변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욥 5:11; 마 23:12).
허물을 우리에게 돌리지 마소서 - 아론은 자신과 미리암이 모세를 비방한 것<2절>이 악한 동기(질토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인하고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죄의 짐을 면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죄의 짐은 범죄자의 몫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면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신앙관이었기 때문이다(8:12; 레 4:4). 이는 책임 회피성 간구라기보다 자신의 죄악을 적절히 깨닫고 통회하는 자만이 요구할 수 있는 청원이다. 한편 구속사적으로 이 간구는 죄의 짐을 벗게 되는 놀라운 사실을 예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롬 5:8).
===12:12
살이 반이나 썩고 죽어서...나온 자 - 생명과 기쁨을 동반하는 출산(出産)을 기대했다가 살이 거의 썩어버린 사산아(死産兒)를 낳는 것처럼 절망적인 때는 없을 것이다. 지금 미리암의 문둥병 증세가 부패한 사산아처럼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아론의 간절한 청원과 모세의 다급한 중보 기도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녀는 지금 살이 썩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손가락 발가락 부분이 오그라드는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12:13
원컨대...고쳐 주옵소서(* , 나 레파 나 라) - 원문에는 '원컨대'를 뜻하는 불변사 '나'(* )가 두번이나 거듭되고 있다. 그러므로 본문을직역하면 '제발 청하옵나니 그녀를 고치소서 제발 청하옵나이다'로서 매우 급박하고 간절한 기도문이다.
===12:14
아비가...침을 뱉았을지라도 - 히브리인들은 사형이나 축출 등 극단적인 범죄의 경우가 아닌 일반 중죄를 범하였을 때에는, 그 아비나 형제가 범죄자에게 침을 뱉음으로써 심한 모욕을 주어 징벌하였다(신 25:9; 사 50:9). 그리고 이 경우 모욕을 당한 자는 반드시 수욕(受辱)의 기간이 요구되었다. 하물며 하나님의 대리자인 모세의 권위에도전한 미리암의 죄를 지나칠 수 없으셨던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관례를 응용하여 7일간의 참회 기간을 그녀에게 제시하셨던 것이다.
진 밖에칠 일을 가두고 - 미리암의 범죄 대가는 극심한 문둥병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른 모세의 중보 기도 결과 그녀는 7일간의 수욕 기간을 거친 후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한편 여기서 '7'은 완전수로서, 결국 7일간의 격리는 (1) 범죄가 하나님과의 교제를 완전히 차단하고야 만다는 사실과 (2) 완전한 참회를 통하여 비로소 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는 엄숙한 경고를 담은 명령이다. 한편 문둥병이 완쾌될 경우 정결 의식을 거친 후 비로소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는데, 본문에는 언급이 없지만 7일 후 미리암도 이 정결례를 치룬 후 진(陳)에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레 14:1-20).
===12:15
백성은...진행치 아니하다가 - 미라암과 아론의 범죄로 인해 이스라엘 전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로의 행군을 잠시 중단해야만 했다. 그러므로이는 한 개인의 죄악이 거룩한 공동체(교회)와 하나님 나라 건설에 얼마나 큰 피해를 제공하는지를 실증적으로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생명과 미래를 나눠가지는 신앙 공동체이자 운명 공동체이다(고전 12장).
===12:16
하세롯 - 11:35 주석 참조.
바란 광야 - 이곳은 10:12에 이어 두번째로 언급되었다(따라서 자세한 내용은 10:12 주석을 참조하라). 이런 계속적인 언급은 이스라엘이 아직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 생활 중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의 남방 경계인 가데스(Kadesh)에 진을 치고(13:26; 신 1:19), 그들의 부푼 미래가 펼쳐질 가나안에 12정탐꾼을 파견하게 된다(13장).
애굽에서의 맛있는 음식을 동경하며 원망과 불평을 일삼음으로써 지도자 모세를 괴
롭히고 하나님의 출애굽 역사를 비웃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큰 재
앙을 당했으며 그중에 몇몇은 비참하게 죽어가야 햇다(11장). 그런데 본장에서는 일반
백성이 아닌 민족의 지도급 인사들인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가 이방 여인과 결혼한 사
실을 빌미로 그를 비방함으로써 하나님의 준엄한 징벌을 받는 장면이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개선되지는 않고 더욱 암울해 가던 이스라엘 민족의 영적, 정신적 상태는 마침
내 13, 14장에 이르러 불순종의 극치를 이룬 가데스 바네야 사건으로까지 치닫게 된
다.
이처럼 지도자들의 시기심이 가져다 주는 폐해(弊害)를 다룬 본장을 약술하면 다음
과 같다. 모세가 이방 여인과 결혼한 사실을 두고 미리암과 아론이 비난하는 장면
(1,2절). 비난 받은 모세에 대한 객관적 평가(3절). 하나님께서 모세를 변호하
시는 장면(4-8절). 비방의 선봉에 있던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린 사실(9-12절).
모세의 중보 기도로 미리암이 완쾌된 일(13-15절). 그 후 이스라엘이 바란 광야에
도착한 사실(16절) 등이다.
한편 미리암과 아론의 비방이 이처럼 심각하게 발전된 이유는 그 비방 속에 숨겨
진 그들의 추잡한 명예욕과 시기심 때문이었다. 그들이 지도자 모세를 비방한 것은
곧 그 권위를 인정하신 하나님께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그들은 한 인간과
하나님을 동시에 비방하는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아뭏든 미리암의 문둥병 발병 사건
은 인간의 불의한 시기와 질투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더럽고 죄악된 죄인가를 여실
히 증명해 준다(마 7:1-5). 더불어 상대의 허물을 힐난하기 앞서 자신을 살피는 것이
얼마나 지혜로운가를 가르쳐 주며, 상대를 비방할 일이 있으면 먼저 공의로운 심판자
이신 하나님께 아뢰고 그 다음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서 권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약 5:19, 20).
1. 아론과 미리암의 모세 비방 및 하나님의 변호(12:-8)
'기브롯 핫다아와', 곧 '욕망의 무덤'이라는 지명을 남길 만큼 뼈저린 아픔을 경험
했던 이스라엘이었음에도(11:31-35)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인간적인 욕심의 노예에
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본문은 바로 그러한 욕심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으로서 미리암과 아론이 구스
여자를 아내로 맞은 모세를 비방함으로써 시기심에 불타는 그들의 저의(底意)를 드러
낸 내용을 기록하고 잇다(1, 2절). 이에 모세는 그들의 비방에 침묵하였으나(3절), 그
들의 추악한 내면을 살피신 하나님께서는 친히 모세를 변호해 주셨다(4-8절).
이처럼 자신을 향한 비난에 개념치 않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뢰하고 침묵함으로써
인간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았던 모세를 통하여 마음을 잘 다스리며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신앙 인격에 큰 도움이 됨을 발견할 수 있다(잠 16:32). 그리고 그러한
모세를 위해 변호하시고 그 위상(位相)을 확고히 해주셨던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하
나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힘쓰는 자들에게 힘과 방패가 되어 주신다는 진리를 얻을 수
있다(시 5:12;28:7).
* 온유한 마음을 소유한 모세. 사람이 자기 동료들 중에서 높임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에게 부딪쳐 오는 비판과 도전들을 이겨내는 데는 그 만큼 더 훌륭한 인격, 특히 온
유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모세가 자신이 기록한 본문에서 자신을 가리켜 '온유함이
크다'고 평한 적(3절)은 자기 인격을 과시하려는 그의 교만함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
위치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역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과, 모세 자신은 비난받
는 상황에서 참아내는 것이 매우 곤혹스러웠음을 시사하는 말이라 하겟다.
사실 모세의 인격은 어머니로부터의 신앙 교육과 미디안 광야 40년간의 연단 기간을
통해 보통 사람으로서는 측량할 수도 없는 고매한 지도자적 성품을 가지게 되었다. 또
한 그는 자기를 조성하시고 지도자로 부르신 하나님께 삶 전체를 드림으로 인해 맡겨
진 직분을 무사히 감당할 수 있었고 또한 온전한 인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즉 그는
어느 순간에라도 하나님과 그분의 영광을 의해서는 자신의 생명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11:15;출 32:32) 인간적인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온유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소유할 수 있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모세의 온유한 성품은 생래적(生來的)인 것이라기보다는 그
가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어진 후천적(後天的) 기질이었다. 종교 개혁
자 칼빈(Calvin)도 '하나님을 바로 알 때 자신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피력함으로
써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바른 인간됨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호 6:3). 그
러므로 우리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게 배우라"(마 11:29)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아름다운 관계를 형성할 때 비로소 성경이 누누히 복되다고 인정한
'온유한 성품'을 소유할 수 있다(마 5:5).
2. 미리암의 문둥병 발병과 치료(12:9-16)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시기한 나머지 비방을 일삼자 하나님께서는 그와 관련된 세
사람을 부르시고 먼저 모세와 당신과의 친밀한 관계와 그의 충성됨을 설명하심으로 그
를 변호해 주셨다(1-8절). 그리고 본문에 이르러 그 비방의 주역인 미리암에게 문둥병
을 내리셔서 그녀의 허물을 질책하셨다.
즉 본문에는 미리암의 문둥병 발병(9,10절)과 이에 자신들의 허물을 깨달은 아론의
중재 역할(11,12절) 및 모세의 중보 기도로 인한 미리암의 치유(13-16절) 등과 같은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결국 미리암이 문둥병자가 됨으로써 두 사람의 비방이
잘못된 것임이 알려졌고, 반면에 모세는 하나님의 권위와 절대적 신임을 받은 자로 새
롭게 인정되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 가운데 진행되는 범죄를 결코 용
납치 않으시며 그 범죄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징계하셔서 이스라엘 내에 성결이 지속적
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하신다(히 10:3)). 더불어 온유하며 당신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
는 자에게 특별한 관심과 은혜를 베푸신다(시 76:9;단 3:28).
* 중보 기도와 그 실례. 성경 기자들은 타인을 위하여 간구하는 중보 기도의 귀중성
과 그 신비한 효과를 믿었다(엡 1:15,19;3:16-19;빌 1:9-11;골 1:9-12). 그런데 이 중
보 기도는 사심없이 타인의 영혼을 사랑하는 자가 드릴 수 있는 것이며 타인을 사랑하
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성경에 언급된 이러한 중보 기도의 몇몇 사례를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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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도 자 | 대 상 자 | 관련 성구 | 응 답 여 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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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돔 성 거민 |창 18:22-33 | 롯과 그 딸들만 구원 |
| 아브라함 +-------------------+------------+-------------------------------+
| |아비멜렉 |창 20:17 | 그 가정을 치료함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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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17; | |
| |이스라엘 백성 |출 32:32 | 용서 및 공의의 심판 |
| 모 세 +-------------------+------------+-------------------------------+
| |누이 미리암 |12:13 | 문둥병 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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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무 엘 |백성들 |삼상 7:5,9 | 영적 각성과 블레셋 격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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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윗 |이스라엘 |대상 21:17 | 심판의 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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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 로 몬 |이스라엘 |대하 6:21-42| 지혜로운 통치와나라의 번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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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 기자 |예루살렘 |시 122:9 | 성전의 터가 되게 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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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람|여로보암 |왕상 13:6 | 왕의 손이 회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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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스기야 |백성들 |대하 30:18 | 백성을 고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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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욥 |자기 친구들 |욥 42:9,10 | 그들을 용서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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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모 스 |이스라엘 |암 7:2 | 심판의 유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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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백성 |요 17:9 | 그들을 통해 영광받으심 |
|예수 그리스도+-------------------+------------+-------------------------------+
| |자기를 죽게 한 자들|눅 23:34 | 보혈을 믿는 자에게 구원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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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 데 반 |돌로 치는 자들 |행 7:60 | 유대 전역에 복음 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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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 울 |디모데 |딤후 1:3 | 강건한 복음 사역자로 세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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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님의 영광과 타인의 평안을 위해 드려지는 중보 기도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기쁘게 열납하시고 일일이 그리고 세밀한 부분에까지 응답하신다
(약 5:14-16). 그러므로 형제 사랑과 하나님 나라 확장에의 명령을 받은 우리는 중보
기도를 통하여 이 땅에 참 사랑과 평화가 실현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
련하여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도 있으니 곧 중보 기도의 한계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창 18:22-23 강해, 중보 기도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