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율례(* , 미쉬파팀) - '심판하다', '판결하다'는 뜻의 '솨파트'(* )에서 유래한 말로 법률적으로 선언된 '판결', 혹은 '판단'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는 법정에서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판례(case)와 사회 도덕법적 성격을지니는 '시민법' 또는 '시민법의 기초가 되는 명령'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모든 성경율례의 2대 근본 정신은 공의와 사랑이다.
=====21:2
히브리 종을 사면 - 히브리인이 같은 동족에게 노예가 되는 경우로는 (1) 빚을 갚지 못했을 때(레 25:39) (2) 도적질한 것을 배상할 능력이 없을 때(22:3) 등이었다.그렇지만 이 경우 그는 종이 아닌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고 6년이지난 뒤에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신 15:12). 그러나 이방인 종의 경우는 이와 달랐는데 그는 주인의 영구한 소유가 되어 후손에게까지 상속될 수 있었다(레 25:39-46). 제 칠 년에는...자유할 것이며 - 고대 어느 법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규정이다<레 25장 강해, 모세의 율법과 고대의 법전들>. 신 15:12에 의하면 이런 법은히브리 여종에게도 동일하개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칠년 만에 종에게 자유를 주는 제도는 히브리인들의 안식년 및 희년 제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만은분명하다 (레 25장). 그러나 여기서의 제 칠 년은 반드시 안식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종된 자가 만 6년을 채우고 제 7년째 되는 해를 가리킨다. 물론 종이 그 중간에희년을 당하면 그 즉시로 해방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Wyclife).
======21:3
단신으로 왔으면 - 주인이 종을 해방시킬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상황이 발생할수 있다. 첫째, 종이 결혼하지 않았을 경우이다. 이때에 그 종은 별다른 문제없이 혼자 해방되었다. 둘째, 종된 자가 종이 되기 이전 이미 아내를 얻은 경우이다. 이때 그아내는 남편과 함께 종이 되었다가 남편이 해방될 때 같이 해방되었다. 세째, 종된 자가 종된 후 주인으로부터 아내를 얻었을 경우이다. 이때 그 종은 제 7년째에 해방되었지만 그 아내와 자녀는 해방될 수 없었다. 이 중 두번째 경우가 종의 인권을 보호하기위한 조처라면, 세번째 경우는 주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 할 수있다<21:1-11 강해, 히브리 노예 제도>.
======21:4
상전( , 아돈) - '다스린다'는 뜻에서 유래할 말로 '주권자', '소유자','통제자'란 뜻이다. 종종 하나님의 이름을 대신하는 명칭으로 사용되나(4:10;느 1:11;시 35:17), 여기선 종에 대한 주인의 권리가 절대적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아내를 줌으로 - '여자를 줌으로'라는 뜻인데, 즉 주인이 자기 소유의 여종을 아내로 주는 것을 말한다. 한편 여기서 '주다'에 해당하는 '나탄'(* )은 '물건을준다'는 뜻의 동사로 당시 종은 주인의 소유물처럼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녀들 - '아들들 혹은 딸들'이란 뜻으로 종이 주인으로부터 받은 아내를 통해 낳은 자녀를 가리킨다. 속할 것이요(* , 티흐예) - '하야'(존재하다, 있다)의 미완료형으로 계속적으로 또는 영구히 '...이 되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이는 주인에게 속한다는 '소속'의 의미가 아닌, 주인의 것이 된다는 '소유'의 의미이다.
=====21:5
내가...자유하지 않겠노라 - 본절은 3절에 나타난 바 세번째 경우에 있어서의 예외 사항이다. 즉 종이 주인으로부터 받은 아내와 그리고 그를 통해 낳은 자식들을 사랑하고 또한 주인과 헤어지기 싫어할 경우, 종은 자유를 얻는 것(2절)을 포기하고 계속 주인의 종으로 남아있음으로써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러한 일은 주인으로 하여금 종들을 종으로 부리지 말고 품군이나 우거(寓居)하는 자 같이 대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히브리 율법(레 25:39-43)으로 인해 가능하였을 것이다<레 25장 강해, 모세의 율법과 고대의 법전들>.
======21:6
재판장(* , 엘로힘) - 이는 본래 지존자로서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명칭이다(창 24:3;수 2:11. 그러므로 70인역은 이를 '하나님의 판단'으로 번역하였다.따라서 추측컨대 이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엄숙히 판단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귀를 뚫을 것이라 - 고대 근동의 관습으로 이것은 완전한 예속(隸屬)과 순종을 나타내는 의식이었던 것같다(Knobel). 왜냐하면 고대 근동인들에게 있어서 귀는 '예속의기관'이었으니 귀를 뚫린다는 것은 곧 '자유의 상실'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일 칼타고인들은 종의 표식으로 종의 귀에 귀걸이를 매달았다고 한다(J.P.Lange). 한편 키케르(Cicero,B.C. 106-43)는 그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리비아 노예에게 '네 귀를 충분히 뚫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다.
======21:7
그 딸을 여종으로 팔았으면 - 고대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피치 못할 가난이나 빚 등으로 인해 아버지가 자식을 팔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이것이 용납되었다(Herodotus). 남종 같이 나오지 못할지며 - 신 15:17에 의하면 이 경우는 주인이 여종을 첩으로취한 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때 여종은 주인으로부터 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여종도 남종과 마찬가지로 제 7년째 되는해에 해방될 수 있었다(신 15:12).
======21:8
만일...기뻐 아니하여(* ... , 임라아) - '만약'이라는 뜻의 '임'과 '상하게 하다', '깨뜨리다', '불쾌하게 하다'는 뜻의 '라아'가 결합된 형태로 '만일 (그녀를) 불쾌하게 하면', '만일 (그녀와의) 관계를 나쁘게 하면'이란 뜻이다. 이는 상전이 볼 때 그녀가 눈에 차지 않아 그녀를 첩으로 삼지 아니하고, 따라서 그녀와 동침하지도 아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럴 경우 그녀는 속전을 지불하고 자유의 몸이 될수 있었다. 속임이 되었으니(* , 베비그도) - '바가드'(잘못 대하다, 반대로 행동하다)에서 온 말로 '정당히 대하지 아니하였니'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타국인에게 팔지 못할 것이요 - 이스라엘인 노예는 이스라엘 내에서만 매매하고외국인에게는 팔지 못하도록 규정되었다. 이같은 이유는 동족간에는 비록 노예라 하더라도 형제처럼 대우받고(레 25:39,40) 또한 제 7년 째에는 해방될 수 있었으나 외국으로 팔려가면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택한 백성의 자유에 대한 하나님의 세심한배려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한편 모세 율법은 히브리인이 가난 때문에 부득이 이방인의 종이 되었을 경우에는, 그 동족이 속전을 지불하고 그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레 25:47-55).
======21:9
아들에게 주기로 하였으면 - 주인이 어떤 사람의 딸을 첩으로 삼기 위하여 샀으나중도에 마음이 변하여(8절) 아들로 하여금 그녀의 남편이 되게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이때 주인은 장차 며느리가 될 그 여종을 자신의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여야 했다.
======21:10
달리 장가들지라도 - 주인이 새로운 여자 노예를 택해서 그녀를 또 다른 첩으로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리할지라도 상전은 이전에 첩으로 취했던 여종에 대해의식주 및 동침에 대한 권리를 계속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율법 규정이다. 의복 - 일상적인 옷은 '베게드'(* , 레 10:6)이나 여기서는 특별하고 좋은옷인 '케수트'(* )를 가리킨다(신 22:12). 음식 - 역시 좋은 음식인 '쉐에르'(* )를 의미한다. 히브리인들의 평범한 식사를 뜻하는 말은 '레헴'(* )이다(시 42:3). 이는 곧 첩된 여종에게도 주인과같은 수준의 좋은 의복과 음식이 제공되어야 함을 뜻한다. 동침(* , 오나타) - 법적 용어로 '부부권', '부부의 의무'를 의미한다. 성적(性的)인 의미의 동침은 '미쉬카브'(* )이다(민 31:17,18,35). 70인역은 이를 '부부 생활'을 의미하는 '호밀리안'(* )으로 번역했는데 바울이 말한 '부부의 의무'도 이와 같은 의미이다(고전 7:3). 한편 이같은 조항은 당시 가장 비천한 자들 중의 하나인 여종의 권리와 인격에 대해서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시는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을 잘 드러내 준다(마 6:26).
======21:11
이 세 가지 - 일단 첩이 된 여종에게 주인이 남편의 자격으로서 당연히 책임져야할 의무(10절), 즉 의복, 음식, 동침의 의무를 가리킨다. 속전을 내지 않고 거저 나가게 - 일전에(7절) 딸을 여종으로 팔고서 주인으로부터받았던 돈을 다시금 그에게 되돌려 줌이 없이 딸을 자유인의 몸으로 되돌려 받는 것을가리킨다. 따라서 그렇게 되면 이제 그 딸은 더이상 주인에게 속한 여종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결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인의 신분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21:12
쳐 죽인 - '치다'는 말인 '나카'(* )와 '죽게 하다'는 말인 '무트'(* )의 복합어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카'는 '때리다'는 뜻 외에 '살해하다', '학살하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으므로(수 13:21) 이는 살인에 대한 강조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반드시 죽일(* , 모트 유마트) - 히브리어에서는 한 단어를 강조할 때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여기서도 '모트'(죽음)가 반복되어 형벌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뒷부분(14, 15, 16, 17절)도 모두 이와 같은 강조 용법이 사용된 경우이다.
======21:13
계획함(* , 차다) - '기다리다', '추적하다'는 뜻으로 강도가 사람을 기다리거나(잠 23:28;호 6:9) 사냥꾼이 짐승을 추적하는 것과 같이 고의(故意)에 의해 살인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본절은 이러한 고의적 살인이 아닌 과실 치사나 정당 방위의 경우에는 보복적 죽음을 면하도록 조처하고 있다. 붙임(* , 인나) - '넘겨주다'는 뜻인 '아나'의 사역형 수동태로 하나님이 상대방에게 생명을 넘겨주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성경에는 개인적인 경우 뿐만 아니라,민족간의 전쟁도 하나님께서 '붙이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민 21:2;수 10:8;삿 1:2;삼상 14:10 등), 이것은 개인의 모든 생명과 국가의 모든 장래가 오직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보여 준다(마 10:29). 한 곳을 정하리니...도망할 것이며 - 당시 고대 근동에서 인정되던 복수권(復讐權)의 남용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처음에는 하나님의 제단이 있는 성소가 유일한 도피처였는데(14절) 훗날 보다효율적이고 공식적인 도피성 제도로 발달되었다(민 35:5-15;신 4:41-49;수 20:1-9).하나님께서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하나의 살인이 기계적으로 또 다른 살인을 부르는것을 막으셨는데 이것은 인간 생명이 얼마나 고귀하게 취급되어야 하는지를 간접적이나마 시사해 준다(마 16:26).
======21:14
내 단에서라도 - 법률 구조가 지니고 있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여 고의적으로 살인한 자에 대해선 그 어떠한 장소나 상황하에서도 사면(赦免)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살죄(謀殺罪) 외에도 하나님을 업수이 여기며 그분의 자비를도리어 악으로 갚은 것이라는 측면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아내려(* , 틱카헨누) - '취하다'(take)는 뜻인 '라카흐'(* )의명령형. '체포하다', '빼내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바 곧 '체포해서 밖으로 끌어내라'는 뜻이다. 이는 하나님의 성소를 범죄한 인간의 더러운 피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한 조처이다(왕상 11:15).
======21:15
아비나 어미를 치는 자 - 십계명에서 인간에 관계된 첫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네 생명이 길리라"(20:12)는 것이다. 이는 효(孝)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증거해 주고 있는데 사실 부모는 마땅히 자식들로부터 공경받아야 할 대상이다<20:12>. 왜냐하면 첫째, 부모는 자식들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신 분들일 뿐 아니라 또한 갖은 고생을 감내해 가며 키워 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둘째, 부모는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권위를 가지고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일 자식이 부모를 냉대한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인륜을 저버린 배은 망덕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세 율법은 그런 자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징계를 규정하고 있다(17절).
======21:16
사람을 후린 자 - 여기서 '후리다'에 해당하는 '가나브'(* )는 '몰래 도적질하다'란 뜻으로 곧 사람을 유괴(誘拐)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런 행위를 한 자는극형에 처해졌는데, 이는 생명을 도적질한 자는 자신의 생명으로 배상해야 된다는 원리이다. 팔았든지 - 인신 매매 행위는 고대 세계의 일반적 현상으로(창 37:28), 호머(Homer)는 일찍이 페니키아의 노예상을 보편적 직업 중의 하나로 인정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빚이나 도적질의 배상 같은 경우에만 이를 인정할 뿐, 인신 매매를 엄격히금하고 사형죄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인간의 완악함으로 인해 이 계명은 후대로 갈수록 점점 무시되었는데(암 2:6;8:6;슥 11:12) 급기야는 예수께서도 사람에게 은 삼십에팔리우셨다(마 26:14-16). 수하(* , 베아도) - 직역하면 '손 안에',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란 뜻으로, 곧 강제로 감금하거나 무력으로 통제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21:17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 '저주하다'에 해당하는 '칼랄'(* )은 '가볍게 여기다', '무시하다', '훼방하다'는 뜻으로 이는 '공경하다'(* , 카바드)란말이 '중요하게 여기다', '영광을 돌리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본절은 부모를 욕하거나 미워하는 것 또는 멸시하는 것과 같은 모든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곧 부모의 권위를 무시하고 그의 은혜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악과 다름없다(15절). 그러므로 부모를 저주하는 죄는 하나님을 저주하는 죄(레 24:16)와 더불어 말을 함부로 사용하여 죽임을 당하는 두 가지 죄 중 하나였다(Pulpit Commentary). 이는 성경이 부모의 권위를 얼마나 높이 존중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후일 예수께서는 이 조항을 부모 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마 5:22), 율법의 참 정신을 일깨우셨다.
=====21:18,19
싸우다가(* , 리브) - '말다툼하다', '논쟁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율법이사소한 말다툼이 살인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생명이 존귀하기 때문이다. 돌이나 주먹 - 이것들은 원래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아니므로, 우발적인 살인 도구로 쓰이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쇠 도구가 사용되었을 경우에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인정, 사형에 처해진다(레 24:17,21;민 35:16;신 19:11 이하). 기간 손해(* , 쉬브토) - '쇠바트'(쉬다)에서 온 말로 부상으로 인해 일을 그만 두고 있는 동안 입은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한편 히브리인들은 이 규정을정확히 시행하기 위해 일단 가해자(加害者)를 감옥으로 보낸 후, 제 3자(三者)로 하여금 부상자의 용태를 주의깊게 살펴보게 하였다. 만일 부상자가 회복되면 가해자는 치료비 전액과 피해 기간에 따른 손해 배상을 지불하고 풀려날 수 있었으나, 만일 피해자(被害者)가 죽으면 살인죄(12절)가 적용되었다.
====21:20,21
매 - 당시 부모는 자식에 대해 채찍이나 매로 징계할 사형(私刑) 권리가 있었다(잠 13:24;22:15 등). 그런데 주인도 종에 대하여 이런 권한을 가졌다는 것은 곧 그가종에 대하여 부모의 권위를 지녔다는 말도 된다. 당장에 죽으면...연명하면 - 이는 종을 살해하게 된 주인의 과실이 의도적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이다. 따라서 매를 맞아 종이 즉사한 경우에는주인의 구타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그를 처벌하였지만(20절), 몇 일을 경과한후에 죽으면 주인의 실수로 인정되어 이미 종이 죽음으로써 주인이 당한 경제적 손실을 죄값으로 치부하고 더이상 처벌을 가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제도는 종에 대한주인의 살해 의도 여부에 따른 동기 판별법으로서, 종의 인권을 보호해줌과 아울러 주인의 재산권도 동시에 인정해 주고 있는 율법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고대 근동의이방법에 따르면, 종은 단순히 주인의 소유물로서 주인의 판단 여하에 따라 팔고, 죽이는 등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21:18-36 강해, 고대 근동 지역의 법전과 이스라엘법;레 25장 강해, 모세의 율법과 고대의 법전들 >.
====21:22
싸우다가(* , 인나추) - '밀어붙이다', '앞으로 내쫓다'는 뜻의 '나차'(* )에서 파생된 말로, 18절의 경우처럼 말다툼이나 논쟁이 아닌 신체적 접촉이있는 싸움을 의미한다. 아이 밴 여인 - 남편의 싸움에 끼어 든 아내로서 곧 수태한 여인을 가리킨다(신25:11). 낙태케 하였으나 - 카일(Keil)은 여기서 '낙태'라는 말을 '조산'으로 이해하였다.즉 그는 본절을 임산부가 외부의 충격을 받아 아기를 일찍 낳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이 경우 아이가 죽지 않고 태어나면 벌금을 내는 것으로 그쳤지만, 아이가 죽었을 경우에는 동해 보복법(24,25절)이 적용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NIV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한글 개역 성경과 마찬가지로 여진히 본절을 '낙태에 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벌금을 내되...판결을 좇아낼 것이니라 - 피해자의 요구 금액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경우, 가해자가 재판장에게 호소하여 정당한 선에서 보상액을 조정할 수 있음을의미한다. 이처럼 모세의 율법은 어느 한편의 권익만을 보호하지 않고 쌍방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곧 공의를 철저히 수호하면서도 근본적인사랑의 정신을 잃지 않는 모세 율법의 특징이다(1절).
=====21:23
다른 해가 있으면 - 산모(産母)와 태아(胎兒) 모두에게 해(害)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21:24,25
눈은 눈으로...갚을지니라 - 소위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과 일맥 상통하는 동해 보복법(同害報復法)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신 19:21 주석과 본장18-36절 강해를 참조하라). 한편 히브리인들은 장차 메시야가 자기 가족 중에서 나오기를 모두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모나 아이에 대한 위해(危害)는 이런 희망을 없애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엄벌에 처했던 것이다. 한편 '눈은 눈으로'라는 여기서의동해 보복(同害報復)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임산부를 보호한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개인의 보복을 최대한 억제하고 재판장의 판결에 따르게 함으로써(22절) 복수의남용을 막고자 한 데 있었다. 그리고 이와 동일한 보복의 원칙은 레 24:19,20 및 신19:21에도 나타나는데, 그것들 역시 보복이 목적이 아니라, 이같은 엄격한 규정을 통해 보복의 악순환을 예방하는 데 역점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율법의본 정신은 후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용서와 사랑의 법'으로 승화, 완성되었다(마 5:38-44).
====21:26,27
한 눈이나...한 이 - 당시 종은 어디까지나 주인의 소유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21절) 자유인과는 다른 법을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세 율법이 한 인격체로서의 종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절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즉 여기서 눈과 이는 인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과 비교적 덜 중요한부분을 총칭한 표현으로, 주인이 종의 인체 중 어떠한 부위라도 잃게 하면 그 대가로종을 해방시켜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상전의 무분별한 폭행 행위로부터 종의 신체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율법인 것이다. 후일에 나타나 로마법이 종의권익을 전혀 인정치 않는 것으로 보아(Knobel), B.C. 15세기의 모세 율법이 그 얼마나동의로운 법률인지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21:28
돌에 맞아 죽을 것이요 - 소에게 사람과 같은 죄의식이나 도덕심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이처럼 소가 사람을 받아 죽였을 경우, 그 소를 돌로 쳐죽이는 데에는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1) 비록 짐승이라도 생명에 대한 피값을 치러야 한다는점(창 9:5), (2) 율법을 어겼을 때의 사형 방법(레 20:2;신 17:5)을 적용함으로써 동물도 율법 아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고기는 먹지 말 것이며 - 따라서 히브리인들은 돌에 맞아 죽은 짐승은 피 흘린죄를 범한 저주받은 동물로 간주하여(레 24:16;민 15:35;신 21:21) 식용으로 사용하지않았다. 후일 엄격한 유대 랍비들은 이 고기를 이방인들에게 파는 것조차 금지시켰다.이런 점에 있어선 목매어 죽은 것도 마찬가지였다(행 15:20). 임자는 형벌을 면하려니와 - (1) 소는 본래 부지 불식간(不知不識間)에 받는 버릇이 있으며 (2) 주인은 그 소를 잃은것, 즉 재산상의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써 이미 부주의에 대한 죄값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21:29
경고를 받았으되...받아 죽으면 - 이 경우 주인은 버릇 나쁜 소를 단단히 단속해야 할 의무를 태만히 한 직무 해태(懈怠)죄를 범한 셈이 된다. 따라서 주인은 사람의피를 흘리게 한 자는 반드시 그도 피를 흘려야 한다 (창 9:6)는 율법에 따라 사형에처해지게 되었다. 단, 이 경우 주인은 속죄금(贖罪金)으로 대속될 수 있었다.
======21:30
속죄금(* , 코페르) - '덮다', '가리다'란 뜻의 '카파르'에서 온 말로 '죄를 덮어 주는 것', 곧 '몸값', '보석금'을 가리킨다. 명한 것을...낼 것이요 - 이 속죄금은 생명에 대한 속전(贖錢)이었으므로, 그 요구액은 아마 상당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21:31
아들을 반드시...율례대로 - 당시 히브리인들의 속전 제도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세분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같은 규정대로 행하라는 뜻인데 속죄금은 최저 은 3세겔에서 최고 은 50세겔에까지 이르렀다(레 27:3-8).
=====21:32
남종이나 여종을 받으면...은 삼십 세겔 - 은 삼십 세겔은 당시 종 한 명의 일반적인 몸값이었다. 여기서 1세겔(shekel)은 무게 단위로 11.4g이니 은 30세겔은 342g이된다<성경 총론, 성경의 도량형과 화폐 및 월력>. 그런데 훗날 인류의 대속자인 예수그리스도께서도 종 한 사람의 몸값인 은 30세겔에 십자가에 내어줌을 당하셨으니 자못의미 심장하다(마 26:14-16).
======21:33
구덩이 - 우물이나 샘을 뜻하며 물이 귀한 팔레스틴 지방에서 이런 우물은 개인의재산으로 인정되었다(창 26:15). 그런데 깊이 판 웅덩이는 짐승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었다(창 37:20 이하). 따라서 주인은 항상 그것을 두꺼운 판자나 평평한 돌로 덮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다(창 29:11). 후일 예수께서'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진 양' 이야기를 하신 것은(마 12:11) 당시 사람들도 이 법을익히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21:35
그 값을 반분하고 - 이처럼 우연한 사고를 낸 가해자의 소를 팔아 그 값을 피해자와 똑같이 나누도록 한 것은 결과적으로 양측이 같은 입장이 되게 하는 것이다. 훗날예언자들이 외쳤던 '공평'은(렘 9:24;22:3;겔 45:9) 이와 같은 법에 그 기반을 두고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성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법들을 통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즉 (1) 하나님의 법은 모든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2) 사람은 누구든 사소한 부주의로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 것이며 (3) 만일 피해를 입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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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 소를 갚을 것이요 - 이 역시 동해 보복법(24,25절)에 준한 공평한 보상의 원리이다. 자신의 소가 본래 받는 버룻이 있는 줄을 알면서도 이를 단속하지 아니하여사고를 낸 경우는, 고의적으로 상대편의 소를 죽게 한 것이나 다름 없으므로 그 생명값에 해당하는 보상으로 자신의 소를 넘겨 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죽은 상대편의소는 가해자의 몫이 되었는데 그럼으로써 가해자도 정도에 넘치는 손해를 입지 않을수 있었다.
전장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삶의 근거인 십계명과 계약 법전의 종교적 율례를 살펴보았었다. 그런데 이제 본장에는 실생활에 부딪치는 문제들, 특히 제5계명과 제6계명의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이 율례화되어 있다. 즉 공의와 자비에 입각한 성경 율례의 근본 정신 아래 당시 사회나 경제 구조상 자연스럽게 가질 수밖에 없었던 각종 규례들이 언급되어 있다. 이를 크게 나누면 노예 제도의 제규정들(1-11절)과 사형에 해당하는 죄(모살죄, 부모 구타죄, 유괴죄, 부모에 폭언한 죄, 12-17절), 그리고 각종의 손해 배상(18-36절)에 관한 규례로 대별할 수 있다. 아뭏든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항상 문제가 발생하며 그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 틀 자체를 계약, 혹은 법이라 지칭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제 그러한 법으로서 민간, 사회, 종교 각 분야에 걸쳐 하나님께서 직접 주시는 율례를 갖게 된 것이다.
한편 이 율례들은 다른 고대 법전들과 유사점을 갖고 있으나 결과 간과되어서는 안될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이 율례들, 곧 이스라엘의 제반 법들은 철저히 신본주의적(神本主義的) 성격을 지닌다. (2)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을 모두가 존귀한 존재이므로 계급과 신분을 초월하여 모두 법 앞에서 평등하게 지배받고 보호받는다. (3) 도덕적이며 의례적인 법 나아가 민법, 형법 등의 모든 분야의 법들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의 법 안에, 즉 종교법 안에 포함되어 있다. 즉 그들의 삶의 근본 기준은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이었다. 따라서 그 율례를 지키는 것은 곧 그분의 통치를 인정하는 외적이고 확실한 신앙 고백이 될 수 있었다. 한편 이 율례는 특수한 역사와 문화 배경을 가진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언약의 율법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고대 이스라엘의 생활과 역사적 정황을 고려하여 이 율례들을 살펴보아야만 각 법조문이 내포하고 있는 사상과 이념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1. 히브리 노예를 향한 하나님의 인권 선언(21:1-11)
대신(對神)관계의 종교법을 다룬(20장) 직후 가장 먼저 히브리 노예에 관한 법률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본문은 어떤 속박(束縛)에 매인 노예도 영원한 노예가 아님을 보여 준다. 즉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남자 노예가 된 자는<2절 주석> 6년을 노예로 수고하면 하나님의 안식년인 제7년에는 반드시 값없이 풀려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2-6절). 그리고 여자 노예에 관한 규례(7-11절)도 나오는데 대체적으로 종으로 팔린 히브리 여자들은 주인의 첩의 신분을 얻게 된 듯하다. 따라서 여종은 남종과는 달리 무기한으로 주인에게 속하여 그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었다. 이는 또 다른 의미의 자유와 안녕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처럼 종교법 이후에 제일 먼저 노예 제도가 언급된 것을 그 만큼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의 존귀성을 인정한다는 표시이다. 동시에 인간 생명의 소유권은 인간 스스로 가질 수 없고 오직 하나님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해 준다. 또한 하나님이 원하는 세계는 인간이 인간을 압제하고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인격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협조하는 만인 평등의 세계라는 점을 간접 시사해 준다.
한편 노예 해방을 엄명한 이 규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아 모든 죄의 노예들이 마침내 자유함을 얻는다는 복음의 핵심적 사실을 예시한다. 즉 인간을 자신과 죄악의 올무에서 자유케 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예수님을 통한 구원과 은혜이다. 이와 같이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한 하나님의 해방 선언은 이 죄악된 세계로부터 영적 구원을 마련하였으며, 그 구속의 은혜를 믿는 자들에게 억제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를 제공하였다<노예제도의 정당성 여부 문제는 신 15:12-18을 참조>.
* 히브리 노예 제도. 인간의 역사를 소유의 역사로 인식하는 유물 사관(唯物史觀)은 인간을 생산 도구화(道具化)한 고대의 노예 제도를 필연적 시대의 산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즉 비인간화(非人間化)시키는 노예 제도는 아무리 경제적이고, 세속적 목적을 위해 존속시켜 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히 죄악이며 인간 스스로의 인격성을 무시하는 가장 수치스런 범죄이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도 범죄한 인간의 가치 체계와 사회를 점진적으로 개혁하시려는 당신의 계획에 따라 그 제도를 이스라엘 내에서 일시 허용하셨지 이 악습을 근본적으로 허락하시지는 않았다. 따라서 노예의 고약을 당연시하는 세계 속에서 히브리인의 노예제도는 그래도 다음과 같은 인간 회복의 빛은 제시하고 있다. (1) 노예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한 분 하나님에 의해 지음 받았다는 평등 사상이다. (2)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의 노예 생활로부터 인도하셨다는 이스라엘 민족 특유의 은혜 의식과 역사 의식(신 5:15)이다. 한편 예수께서도 탕감의 비유(마 18:21-35)로써 이러한 자비와 관용의 정신을 교훈하셨다. 이러한 신명기적 사상은 이후 해방 제도를 공식화하는 희년(禧年)을 규례화하게 되었다(신 15:13,14).
한편 고대 세계에서 노예가 된 경우는 전쟁 포로, 납치되어 노예상에서 거래됨, 채무 불이행에 따른 예속, 도적질을 한 경우 배상 능력이 없을 때(23:1-4) 등이었다. 이들은 상품으로 평가되었으며 속전(贖錢)을 치르지 않으면 결코 노예의 신분에서 풀려날 수 없었다. 그러기에 탈주 노예는 사형에 처하여졌었다. 그러나 성경의 법규는 히브리 노예가 해방될 수 있는 경우를 무려 5종류에 걸쳐 설명한다. (1) 6년의 노동을 끝내면 제7년째에 풀어 준다(2-4절). (2) 희년을 맞이했을 경우에는 석방시킨다(레 25:39-43). (3) 여종을 첩으로 취하고서도 주인이 그에 따른 의무를 이행치 않을 경우에는 풀어 준다(7-11절). (4) 상전에게 맞아서 고칠 수 없는 불구자가 된 종은 속전없이 풀어 준다(26,27절). (5) 상전의 가혹 행위를 못견뎌 탈출한 종은 그 상전에게 넘겨 주어서는 안 되고, 피난권을 부여해야 한다(신 23:15). 이상과 같이 하나님은 종의 눈과 치아(齒牙)까지고 돌보실 정도로(26,27절) 그들의 인격과 생명을 존중하셨다. 인간의 모든 계급과 신분의 고하를 불문하고 하나니께서는 각각의 영혼을 사랑하시며 특히 당신을 사랑하는 자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신다(마 10:29).
2. 사형(死刑)에 해당하는 범죄(21:12-17)
앞 부분(1-11절)에선 생명과 인격을 보존하는 율례가 언급되었던 반면 본문에서는 생명과 인격을 말살하는 사형에 대한 법률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제 5계명과 6계명에 대한 추가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타인을 살해한 경우(12-14절), (2) 부모를 구타했을 경우(15절), (3) 유괴죄(16절), (4) 부모를 저주한 경우(17절)이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살인을 (1) 고의적 살인으로 반드시 사형에 처할 경우와(12절) (2) 하나님의 심판의 대리자로 살인을 한 경우(13절) 및 (3) 실수로 살인한 경우 등으로 구분한다. 이때 (2),(3)의 경우는 하나님께서 도피성이라는 곳을 마련하셔서(민 35:11) 그들이 피의 보복을 당하지 않게 하셨다. 이처럼 하나님은 증거(결과) 중심주의가 아니라 동기 중심주의의 사형 제도를 제정하심으로 고의적인 살인자를 엄벌하시는 동시에 무모한 희생을 예방하셨다. 이러한 동기 중심주의의 사형 제도는 예수에 의해 더욱 심화, 구체화되어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저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셨다(마 5:21,22).
결론적으로 이 사형 제도는 악인을 징벌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강경한 처벌을 통해 또 다른 법죄를 예방하고, 선한 영혼들을 보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 사형 제도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공의로 통치하시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사형 제도는 존속되어야 하는가. 사형은 인간의 존재 근거(根據)를 강제로 박탈하는 형벌이다. 그리고 돌이킴의 기회가 없는 것인 만큼 해당자에 대한 정확한 심판이 요구된다. 한편 사형 제도의 반론은 인간이 하나님께서 부여한 어떠한 생명도 끊을 수 없다는 점에서 타당하기도 하다. 또한 재판 과정의 오류로 억울한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인간 역사 속에서 유지되어 왔던 것은 불의한 세상 가운데서 공의를 실현하며 선한 양심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더욱이 성경적 입장에서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은 그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창 9:6)을 살해한 자라는 점에서 정당시되었다. 즉 살인은 하나님의 소유인 생명(피)을 빼앗는 죄이기 때문에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한편 본문에 보면 사형에 해당하는 죄 가운데 부모에게 대한 모욕죄도 포함된 것을볼 수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부모에 대한 불경은 마땅한 징벌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부모에 대한 불경을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로 규정함으로써 타집단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유교적 효(孝)는 윤리적 명령인데 반해 이스라엘의 부모 공경은 하나님의 절대 명령이라 할 수 있다. 즉 부모를 능멸하는 것은 자기의 존재 근원을 불신하는 것이며, 나아가 부모의 권위가 하나님에 의해 주어졌다는 점에서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도전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사형 제도는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가족의 질서 및 백성의 질서에 따른 공동 생활을 근본적으로 파괴한 자에 대한 것이었다. 즉 하나님이 제정하신 질서와 부여하신 권위를 파괴하고 업신여긴 자에게는 반드시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이 집행되었다.
이런 점에서 사형은 인간의 필요 이전에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도구로써 그 정당성과 계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주장되고 상대적으로 사형의 폐기론이 주장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여전히 유지되어야 할 하나님의 통치의 한 방법이다. 물론 이 제도는 추악한 독재자나 권력자의 전유물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시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자는 항상 하나님의 공의의 법을 실현한다는 경건한 의식에 따라 법 집행을 해야만 한다.
3. 피해 보상에 관한 법령(21:18-36)
사형에 해당하는 법조문을 다룬 율례(12-17절)에 이어 본문은 육체적 상해자와(18-32절) 재산권 침해자에(33-36절) 대한 처벌 및 배상에 대한 규정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이른바 동해 보복법(同害報復法)의 배상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 동해 보복법은 하나님의 엄격한 공의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그 본래 의도는 더 큰 보복의 악순환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특이하게도 사람 뿐만 아니라 짐승이 손상을 입힌 때를 위해서도 상세한 법조문이 주어졌는데 이는 (1)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신. (2)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고의적이든 비고의적이든 간에 자신의 부주의나 불성실에 의한 상해라면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신. (3) 생활 중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하나님의 정의의법은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는 정신. (4) 소극적인 자기 관리(타인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으려는 주의)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웃의 유익을 위해야 한다는 정신에서일 것이다.
* 동해 보복법(同害報復法). '피의 보복법'(창 9:6)이 살인 행위에 관한 처벌법이라면 이 법은 신체 상해의 경우를 대비한 처벌법이다. 이 '동해 보복법'이라는 용어는 로마 성문법인 '십이 동판법'(十二銅板法)에 있는 한 조항에서도 발견되리 만치 고대 사회의 역사 깊은 법규이자 형집행 방법이었다. 고대 근동법 중 구약 이외에 동해 보복법이 언급되어 있는 법전은 함무라비(Hammurabi) 법전이다.
보복률(Lex Talionis) 사상은 남에게 치유될 수 없는 영구한 상해를 입힌 자는 그 대가를 반드시 되돌려 받아야만 한다는 고대 사회의 단순한 보복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형법이 발달하지 못한 고대 국가에서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 집행의 초기 형태로 이 보복률이 필요악적으로 요청됐다. 그러나 이후 인류의 정신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이법은 개인의 인권과 국가 인력의 낭비라는 측면에서 점차 개선되어 오늘의 금전적 보상제도나 금고형, 징역 드으로 대체되었다.
한편 구약에서 이 법이 언급된 데는 본문과 레위기 24장 21절과 신명기 19장 21절등 세 곳이다. 그런데 다른 율법 규정이 결의론적(決疑論的) 형식('만일...하면...하라'식의 문체)으로 기록되어 있는 반면, 이것은 필연법적(必然法的)인 형식 ('반드시...하라')으로 기록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분명 이 법이 어떤 지배층에게는 적용되지 않아도 되는 힘 없는 법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단연코 적용되는 절대법임을 시사한다. 그런데 성경이 제시하고 있는 '동해 보복법'의 근본 원리는 감정에 치우쳐 죄 값 이상의 보복을 함으로써, 계속 파생될 보복의 악순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질서와 보호의 정신이었다.
이러한 율법의 근본 정신을 성취하고 승화시킨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마 5:17). 즉 예수님께서는 악을 악으로 갚는 인간의 단순 논리를 초월하여 악을 선으로 갚는 사랑과 희생의 법을 가르치셨다(마 5:28-44).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해 보복법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으로 말미암아 '오른 뺨을 치면 왼 뺨까지도 돌려대라'(마 5:39)는 원수 사랑의 법으로 승화되었다. 이러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용서의 법이 곧 기독교의 근본 정신이다.
* 고대 근동 지역의 법전과 이스라엘 법. 이스라엘의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진정한 통치자이신 하나님께서 친히 만드신 언약의 법이었다. 20:22-23:33은 이른바 '언약 법전'으로 법규(mishpatim)가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그 법규는 하나님의 축복과 보호가 약속되어 있으며, 이스라엘 백성이 앞으로 가나안에서 정착하게 될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이 법은 인간의 일상사를 대상으로 하짐나 그 궁극적인 지향점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인 만큼 종교적 색채가 짙은 법이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선 세속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이 선명히 구별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인생이란 여호와와 맺은 언약을 기반으로 여호와의 요구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했다. 이와 같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간다는 신전(神前)의식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상황에 부딪칠 때마다 율법 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판례법이 적용되었는데,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진실하려는 최선의 자세였다.
비옥한 반달 문화권에 속한 이스라엘로서는 일찍부터 문물이 발달했었던 그 주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언약 법전의 많은 법규 내용들이 인근 앗시리아나 바벧론의 법전과 내용, 형식에 있어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삶의 내용(content)이 동일하며 인간의 일상사에서 추구하는 것이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지 구약 성경의 법이 함무라비 법전 등을 차용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무라비 법전을 이스라엘과 맞지 않는 귀족 계급의 우위를 전제해 두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여호와 신앙에 앞서 법을 국가의 수호 체제로 여기거나 어느 한 개인의 유익을 위해 법률을 제정.적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언약 신앙은 왕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이 주신 율법에 복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언약 법전과 고대 근동의 법전은 큰 차이를 드러낸바, 이스라엘의 법은 인도적 정신, 윤리성의 강조, 저변에 깔린 여호와 신앙을 기초했다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이스라엘의 법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것은 세속적 가치 기준에 오염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 삶의 준거를 항상 하나님의 뜻(법)에 두어야 한다(빌 1:27). 그럴 때만이 참 존재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하나님의 법을 떠난 정의와 법규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해롭게 하며 인간에게 가중한 부담만 제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