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유월절의 규례(1-14)
제 10재앙인 장자의 죽음을 예고한 후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그 재앙에서 피하는 길로 유월절 규례를 제시받았다. 그러나 유월절은 단순히 애굽의 재앙에서 구원받는 길이 아니라 그후 이스라엘의 최대 절기가 된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절기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현저한 그리스도의 그림자가 됨으로(고전5:7) 신약시대의 성도들에게도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유월절 양은 그 달(아비브월) 10일에 선택하여 다른 생축과 구별하였다가(3) 14일 저녁에 잡고, 그 피는 우슬초로 문 좌우 설주와 인방에 바르며(7,22), 그 고기는 불에 구워 무교병과 쓴 나물과 같이 먹되(8-10), 온 가족이 여장을 갖추고 급히 먹는다(11). 이 밤에 멸하는 천사가 애굽의 모든 장자들을 칠 때 문설주에 피가 있는 이스라엘 백성은 그 재앙에서 면한 것이다.
그 외 유월절 규례는 1) 유월절 잔치는 7일간 계속되고, 2) 그가 누룩 없는 떡을 먹으며, 3) 절기의 첫날과 끝날에 성회로 모이고, 4) 절기간에는 엄격하게 모든 일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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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가라사대 -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심을 강조하는 구약 특유의 관용어로서 앞에서도 몇번 반복되었다(6:1 ; 7:1 ; 8:1 ; 9:1 ; 10:1 ; 11:1).
애굽 땅에서 - 여기서는 특히 애굽 땅이라는 장소가 강조되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떠나기 바로 직전임을 강조하며, 또한 더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 없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말로 볼 수 있다.
====12:2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 - 이 말은 출애굽하는 달을 그해 정월(正月)로 삼으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기존의 시각 환산법을 초월하여 새로운 월력을 제정하신 이유는,이제 이스라엘이 하나의 자연인으로부터 하나님의 은총으로 선택, 구원받은 선민이 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이스라엘은 그분의 통치권 아래 머물게 된다는 구원사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즉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같이 영적인 일은 그 변화(중생 또는 해방)에서 출발점을 찾는다(벧전 2 : 2). 왜냐하면 이것이 새로운 영적 성장과 그 여정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여기에 나오는 '첫 달'은 아빕(* , Abib- '보리의 푸른 이삭'을 뜻함)월이라 불리우는데 바벨론 유수(幽囚) 이후에는 니산(* , Nisan)월로 그 이름이 바뀐다(느 2 : 1). 한편 이 달을 태양력으로 환산하면 대략 3, 4월에 해당된다<성경 총론, 성경의 도량형과 화폐 및 월력).
=====12:3
회중(* , 콜 에다) - '이스라엘의 온 백성'(Living Bible, all thepeople of Israel), '이스라엘의 공동체'(TEV, the whole community of Israel)를 뜻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회중은 이스라엘 장로들에 의하여 대표되었다(21절).
어린 양(* , 세) - 문자적으로는 염소나 양의 새끼를 가리킨다(5절). 이는중요한 예표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곧 여기서 어린양은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 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사 53 : 1-12).
각 가족대로 - 유월절 식사는 가족 중심의 공동식사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1년 된한 마리의 양이나 염소를 소비시키는데 최소한 10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기서 가족 단위로 유월절 규례를 지키게 하신 것은 가족은 하나의 혈연 공동체 이상의집단으로서, 여호와의 구원의 은총을 찬송하는 신앙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자세한 유월절 규례에 대해서는 <레위기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를 참조하라.
=====12:4
그 어린 양에 대하여 식구가 너무 적으면 - 즉 '한 자리에서 양고기를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식구가 적으면'이란 뜻이다. 이럴 경우 이웃 가족과 연합해서 한 마리를잡아야 했다.
각 사람의 식량을 따라서 -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을 생각하여'(공동번역)라는 의미이다. 이는 가족 중에 노인과 어린아이 및 식욕이 왕성한 청년의 처지까지 일일이 감안해서 양을 잡으라는 뜻이다. 한편 그처럼 해야 되는 이유에 대하여는 10절 주석을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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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 희생 제물의 4대 요건이 제시되어 있다. 즉 그것은 (1)양이나 염소중에서(2)흠 없고 (3) 일 년 된 수컷이라야 했다.
흠 없고 - 거룩하신 하나님께 바치기에 적절하고 완벽한 상태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몸에 어떤 결함이나 질병 등 조그마한 흠도 없는 것을 뜻한다(레 22:20;말1:8).한편 여기서 흠이 없다는 것은 죄에 대하여 절대 무흠, 순결하셔서 스스로 인류 대속의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성을 상징한다(히 7:26; 벧전 1:19).
일 년 된 - 특별히 '1년'이 요구된 것은 양이나 염소에게 있어 그때가 가장 신체적으로 왕성하기 때문이고, 또한 한 가족 단위(약 10명)에 적절한 고기량을 제공할 수있기 때문이다(Lange). 따라서 너무 미숙하거나 늙은 것은 제물로서 부적합 했다.
( 이상근 - 유월절 때 난 양이 다음 유월절 때 제물이 된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유월절에서 유월절로 이어가는 끊임없는 유월절 정신을 유지시키기 위함이며, 그간 제물로 정한 양을 흠 없게 기르면서 그 유월절 정신을 성화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수컷 - 또한 '수컷'이 요구된 것은 아마 이 수컷이 양성(兩性)을 대표한다는 기능과 10번째 재앙의 대상이 장자이므로 수컷이 그 사실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이나 염소 중에서 - 양을 가진자는 양을 잡고, 양이 없는 자는 염소를 취하라는뜻이다. 제물로서 이 둘의 가치는 동등하였다(레 1 : 10).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이 어린 양으로서 유월절 희생 제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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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사 일까지 간직하였다가 - 유월절 어린 양은 아빕 월 10일에 준비하여(3절) 그달 14일이 되기 전까지 4일 동안 간직해야 했다. 그 이유는 (1)어린 양의 상태를 충분히 검사할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2)또한 그 어린 양을바라보면서 대신피 흘리는 '대속'(代贖)의 의미를 깊이 새기도록하기 위해서였다. 즉 희생 제물이 될 양과 염소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더욱 선명하게 인식할 수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3) 이상근 - 4일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거한 4대를(창15:16) 상징하는 것 등.
해질 때에(* , 벤 하아르바임) - 히브리 원문대로 해석하면 '저녁들 사이'이다. 이것의 정확한 시간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의견이 있다. (1) 어떤 학자들은 해가 질 무렵부터 해가 진 사이, 곧 오후 3-5시로 생각하며(Josephus), (2) 또어떤 학자들은 해가 진 후 부터 땅거미가 지기 시작해서 어두워질 때까지의 사이, 즉오후 6-7시를 의미한다고도 본다(Aben Ezrs, Keil). 그러나 오늘날 유대인들은 첫째견해를 따라 대략 오후 3-5시 사이에 유월절 양을 잡는다.
( 이상근 "두 저녁 사이에"
1) 첫째 저녁은 해질 때, 둘째는 어두워 질때로 그 사이는 오후 6시부터 7시 20분 사이,
2) 첫째 저녁은 해가 정오를 지나 기울이기 시작하는 때, 둘째는 해가 질때로 그 사이는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
3) 양을 잡는 시간은 제 8시 30분 후, 즉 오후 2시 30분 등
* 2)와 3)은 같은 것으로 결국 두가지로 나누어지는데, 1)을 취한다. 그것은 신명기 16:6과도 맞고, 보다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하여튼, 유월절 외에도 매일 드리는 제사와 향기로운 제물로 "두 저녁 사이에" 드렸다(29:39,41, 30:8, 민28:4).
회중이 그 양을 잡고 - 제사장이 특별히 요구되지 않았다. 가족을 대표하는 자가 준비한 제물을 피흘려 잡으면 그만이었다. 이는 구약 시대에 나타난 만인 제사장 제도의 한 예표적 집례로서, 후일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 안에서 모든 자들이 제사장이 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벧전 2:5; 계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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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피로...바르고 - 피는 생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희생 제사의 요체가 된다(레 17: 11). 따라서 이 의식은 이스라엘 집의 모든 생명이 대속의 은총으로 구원 받았음과또한 그 생명이 하나님께 바쳐졌음을 상징하는 성별 의식이었다. 한편 죽음의 천사로부터 피해를 막는 확실한 증표인 유월절 어린 양의 '피'는 곧 인류를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보호하시고 생명을 얻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예표한다. 실로 '피흘림이 없이는 용서함도 없다'(히 9 : 22)는 것이 속죄의 대원칙이다. 한편 어린양의피를 문에 바르는 이 의식은 첫번째 유월절에만 실시되었으며, 두번째 유월절부터는양 잡는 일과 피 뿌리는 일이 성소와 성소의 제단에서 시행되었다. 그리고 어린 양의피는 우슬초 다발에 적셔 문 인방과 좌우 설주에 뿌려야 했다.
설주 - 문설주의 준말로 문의 양쪽에 세워 문짝을 끼워달 수 있게 만든 기둥(post)이다.
인방 - 좌우 문설주 곧 기둥과 기둥사이를 위아래서 가로지르는 나무(linte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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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에 - 즉 첫번째 유월절이 시작되던 아빕월 14일 밤이다.
불에 구워 - 제물의 고기는 완전히 소화(燒火) 되거나 삶아지는 것이 통례였다(레1 : 9 ; 삼상 2 : 14, 15). 그러나 출애굽의 급박한 상황 아래서 하나님은 유월절 희생을 요리하고 먹기 간편하도록 불에 구우라고 명하셨다. 그런데 혹자(Keil,Delitzsch)에 따르면, 불에 구운 것은 고기의 원형을 그대로 보호하는 것으로서, 곧 일치와 통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후일 뼈가 꺾이지 않은 채 돌아가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요 19 : 36).
(이상근 - 물에 삶거나 오븐에 넣어 요리한 것이 아니라 날 것을 그대로 나무 꼬챙이로 꽂아 생불에 굽는 것이다. 탈무드에는 금속 꼬챙이를 쓰면 안되고, 석류 꼬챙이를 어린 양의 입에서 항문으로 꿰어 구울 것을 밝히고 있다. "통태로, 그래서 머리나 정강이를 자르지 않고, 또 뼈도 꺾지 않고(46) 내장을 창자와 함께 뱃속에 있는 채로 구웠다"(카일, Rashi).
이와같은 요리범에는 그 때 사정이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1) 삶는 것보다 단순하고 빨리 요리할 수 있던 것, 2) 불에 구우므로 성결하게 한 것, 3) 어린 양 전체를 요리하는데 굽는 길 외에는 어려운 것 등(Rawilson).
동시에 이와같은 요리법은 여러가지 뜻으로 풀이 되었다. 1) 날 것으로 먹는 것은 그리스도에서 고난을 제하고 그를 믿는 것이고, 삶아 먹는 것은 고기에 수분을 섞는 것이니 그리스도에게 다른 사상을 첨가시켜 믿는 것이니 이런 신자들을 복음을 삶는자다(스펄전). 2) "두 나무 꼬챙이를 어린양에 꽂아 굽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상징한다"(Justin Martyr). 3) "제물을 통채로 굽는 것은 어린 양의 통일성과 완전성을 통하여 참여자들이 주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고, 친교하는데 들어가는 것이다"(카일). 4) 제물을 자르지 않는 것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몸이 꺾이우지 않을 것의 그림자이기도 했다(요19:36).
무교병 - 효소의 역할을 하는 누룩을 넣지 않고 만든 빵이다. 이것은 누룩으로 부풀릴 시간조차도 없는 첫 유월절의 긴박한 상황을 나타낸다. 동시에 누룩은 죄와 옛생활의 상징이기 때문에(고전 5 : 5-7), 무교병은 구속받은 거룩한 자가 먹을 신령한음식을 상징한다.
(이상근 - 현재도 유대인들은 유월절 때 두께 약 17Cm, 직경 30Cm 정도의 원형의 무교병을 구워먹는다.)
쓴 나물 - 원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식물인지는 밝히지 않고 단순히 '쓴것'(* , 메로림)이라고만 표기하였다. 그러나 분명 이것은 애굽의 쓰라린생활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것을 먹을때마다 애굽의 쓰라린 옛 생활을 겸손히 돌아보고 그곳으로부터 피흘려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했다(신 5 : 15 ; 15: 15).
아울러 먹되 - 쓴 나물의 쓴맛은 어린 양의 달콤한 고기와 중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는 우리의 고난스런 삶을 대신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사역에 대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 52 : 4-6 ; 마 11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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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나 물에 삶아서나 먹지 말고 - 유월절 식사 의례시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조항이다. 이는 분명 신적 권위에 의해 규정된것인 만큼 이스라엘 백성들은 철저히 지켜야했다. 하나님께서는 오직 당신의 방법에 따라 이스라엘의 구원을 실행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한편 희생 제물을 날고기로 바치고 먹는 행위는 고대 이방 우상 종교의 흔한 관습이었고, 또한 '삶아서' 먹는 행위 역시 애굽의 일반적인 풍속이었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것과 구별시킨 듯하다.
머리와 정강이와 내장을 다 불에 구워 - 희생 제물의 몸통 부분만이 아니라, 율법 조항에서는 대부분 소각시키도록 되어 있는 머리, 내장, 정강이 등을 포함한 신체 모든 부위를 구워 먹도록 했다. 물론 이때 각 부위는 일단 드러내어져 오물이 깨끗히 제거된 뒤 원상 복귀된 채 구워졌을 것이다(유대 주석가들). 이처럼 각 부위를 보존케 한 것은 8절에도 언급했듯이, 뼈를 손상 당하지 않고 죽어가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요 19 : 36). 아울러 온전히 보존된 어린 양의 고기를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일체 의식'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Keil, Bahr). 이러한 사상은 후일 사도 바울에 의해 더욱 명확해진다(고전 10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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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며 - 일가족이 먹을 분량을 이미 계산한 터인지라(4절), 이런염려는 없었겠으나 만에 하나 남겨질 경우를 대비한 규례이다. 여기서 '아침까지 남은 것'이란 다 먹지 못한 고기 부위 및 살을 제하고 남은 뼈 등의 부스러기를 가리킨다.
곧 소화하라 - '불에 완전히 살라버리라'는 뜻이다. 만일 먹다 남은 것을 그냥 버릴 경우, 그리스도의 몸을 예표했던 그 성물이 더럽혀지거나 소홀히 취급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규례는 그후 모든 제사 음식에 다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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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띠를 띠고...급히 먹으라 - 마치 출정하는 군인들의 그것처럼 긴장이 감도는 지시이다. 사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제 출애굽하라는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반의 여행 준비를 갖추고 모든 행동을 재빨리 시행해야 했다.실로 이 지시는 430년간 기다렸던 출애굽이 이제 목전에 다가왔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여기서 '급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히파존'(* )은 '도망하다'는 뜻의 '히파드'에서 온 말로서 도망치듯 서두르는 것을 뜻한다. 한편 하나님께서 이렇게 급히먹도록 하신 이유는 그들이 당시 그토록 급하게 구출된 것이 오직 주의 은총 때문이었음을 후손들에게 두고 두고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여호와의 유월절이니라 - 지금까지 지시한 모든 내용은 이스라엘의 구속자여호와께서 당신의 백성을 위해 특별히 제정하신 유월절이었다. 따라서 너희는 경건한 마음으로 이 식사에 임하라는 뜻이다. 한편 여기서 '유월절'(* , 페사흐)이란 문자적으로 '넘어간다'(Passover)는 뜻으로서, 즉 여호와께서 애굽을 심판하시던날 밤, 죽음의 천사가 피 묻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집은 그냥 지나쳐 넘어간 사건에서유래된 말이다. 이 사건 이후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면서 부터 준행해야 할 이 유월절은 이스라엘인과 애굽인(이방인) 사이를 구별하여 축복과 저주, 생명과 죽음의 대조적인 일을 행하신 여호와의 구원 행위를 기념하는 절기인 동시에, 애굽의 종살이에서 이스라엘이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레위기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또한 이는 오순절, 장막절과 함께 이스라엘 3대 절기 중 하나이다.
=====12:12
애굽의 모든 신에게 벌을 내리리라 - 사람과 짐승을 막론하고 애굽의 모든 장자와초태생의 죽음은 곧 애굽의 각종 신(神)에 대한 징벌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장자의 죽음에는 바로의 장자도 포함될 것이 분명한데, 그 당시 애굽에서는 바로와 그의 아들까지 신격화된 상태였으므로 바로 장자의 죽음은 애굽신에 대한 징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애굽의 여러 우상 신들은 당시 고양이, 염소, 암소 등 각종 짐승의 형태로 형상화되어 숭배 받았기 때문이다<32 : 1-6 강해, 애굽의 우상 종교>. 결국 자신들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고 여호와의 심판으로 죽임을 당한 애굽의모든 신들은 무엇보다 이 열번째 재앙에서 그 무기력과 헛됨을 여실히 드러내고야 말았다.
나는 여호와로라 - 장자 심판을 통해 애굽의 모든 신들에게 벌을 내리는 주역이 바로 오직 홀로 유일한 참 신이신 하나님 여호와란 사실을 강조하는 말이다. 동시에 여호와란 이름으로 시행되는 그 심판의 불변성과 긴급성을 강조한 말이다<3 : 15>.
====12:13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 피는 생명이다(창9 : 4). 따라서 피흘림은생명의 허비 즉 죽음을 의미하므로 죽음의 천사가 다시 죽음의 피가 발려 있는 집을칠 필요는 없었다. 따라서 이 유월절 어린 양의 피는 죽음을 통하여 생명을 탄생시키는 구속의 피이다. 즉 일찍이 에덴 동산에서 가죽을 만들기위해 잡은 짐승의 피로 예표되었듯이(창3 : 21), 장차 십자가 위에서 죄인들의 죄를 속하기 위해서 흘리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를 상징한다. 따라서 본절은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서만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건질 수 있음을 뚜렷이 계시하고 있는 복음의 말씀이다(요 6 : 54 ;엡 1 : 7 ; 벧전 1 : 19).
=====12:14
이 날 - 아빕월(정월) 14일을 가리킨다.
영원한 규례로 대대에 지킬지니라 - 유월절을 영영할 기념일로 지킬 것을 명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당신의 백성을 악한 세력에서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이 영원히 계속될 것과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민(選民)된 것이 오직 당신의은혜였다는 사실을 영원토록 기억하여 감사케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영적으로 이 출애굽의 유월절 역사는 예수의 재림 때까지 각 개인과 나라의 역사속에 계속재생될 것이다. 한편 여기서 특별히 '영원한', '대대에'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지금도 계속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는 뜻인가? 유대인들은 이 절기를 지키는 일에 있어서 현재도 매우 충성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유월절의 참된 의미는 진정한 어린 양인 그리스도의 거룩한 십자가 희생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성찬 예식속에서 계속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고전 11 : 26). 그러므로 유월절 어린양이 예표한 바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은 문자적으로 유월절을 지킬 필요가 없이, 다만 그리스도의 보혈을 믿음으로 구속의 은혜를 받은 사실을 기념하는 성찬에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그리스도 안에서 '대대로 영원히' 유월절을 체험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12:15
칠 일 동안 - 아빕월 14일 저녁부터 21일 저녁까지의 기간을 말한다(18절). 히브리인들은 하루를 해 질 때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해 질 때까지로 간주한다.
그 첫날 - 16절의 첫날은 아빕월 제 15일 낮을 의미하지만 여기서의 첫날이란 말은14일 저녁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왜냐하면 첫날부터 칠 일까지 - 14일 저녁부터 21일 저녁까지의 기간(18절)을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첫날이란 말은 14일저녁 이후의 시간을 포함한다.
이스라엘에서 끊쳐지리라 - 이스라엘 회중으로부터 제거당한다는 말인데(19절),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는 말이다. 무교병(無敎餠)은 누룩이 없는 순수한 떡으로 죄와 옛생활로부터 깨끗해진 새 생명을 상징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자가 그러한 무교병 먹기를 거절한다면, 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허여해 준그 새 생명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자이다. 그러한 자가 하나님의 백성된 자격을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여기서 '끊쳐진다'는 말은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서의 추방 곧 출교(黜敎)를 뜻하는 말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각종 권리를 누리지못한다는 의미이다<민 9 : 13>.
=====12:16
첫 날 - 아빕월 15일 낮을 가리킨다(레 23 : 6 ; 민 28 : 17). 15절에서와 16절에서 첫날이라는 말이 혼용된 것은 유대인들이 하루의 시작을 저녁부터 생각한데서(창 1: 5) 연유한것 같다.
성회(* , 미크라 코데쉬) - 이것은 여호와를 예비하기 위해 모이는 종교적 모임이다(겔 46 : 3, 9).
제 칠 일 - 무교절의 마지막 날 즉 아빕월 21일을 가리킨다.
아무일도 하지 말고 - 이는 6일간의 창조 사역을 마치시고 제 7일째 휴식하신 하나님의 안식에 동참하는 신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다<창2 : 2, 3>. 따라서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말은 도무지 수족을 놀리지도 말고 음식 장만하는 일도 하지 말라는뜻은 아니다. 여기서 금하는 노동은 직업상의 일이나 경제적인 활동을 가리킨다(레23 : 7). 따라서 여기서 휴식은 소극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일을 쉬면서 여호와께 경배와 감사를 드리는 적극적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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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절 - 아빕월 15일부터 21일 까지를 말한다(레 23 : 6). 유월절이 하나님의 심판과 구속의 밤을 상기시키고 기념하는 절기라면, 무교절은 출애굽한 사실 자체를 기념하는 절기이다<레위기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
이 날 - 무교절 첫날을 가리키는데, 이 날은 아빕월 15일이다.
너희 군대 - 애굽에서 비겁하게 도망쳐 나온 것이 아니라, 애굽의 모든 신들을 철저히 정복하고 당당히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모습에서 군대라는 표현이 나온것이다. 이제 이스라엘 민족은 힘없는 노예 집단이 아니라 가나안을 정복하러 가는막강한 군대, 곧 하나님을 대장으로 모신 여호와의 군대가 되었다<민 1 : 3>.
=====12:18
정월 - 아빕(니산)월 즉 종교력으로 1월을 가리킨다.
십 사 일 저녁부터 이십 일 일 저녁까지 - 유월절을 포함하는 광의의 무교절 기간을 가리킨다.
=====12:19
칠 일 동안 - 성경에서 '7'이란 숫자는 종종 '완전수' 내지는 '하나님의 수'를 상징한다. 따라서 '7일 동안'의 무교병 취식 규례는 죄악으로부터의 완전한 분리, 곧절대 성결을 강조하는 규례라 할 수 있다.
누룩을...있지 않게 하라 - 여기서 누룩을 제하는 것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월절 어린 양의 피로 새 피조물이 된(고후 5 : 17) 이스라엘에게는 새 존재에 합당한 생활이 요구되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집안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죄악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 내고 새로 태어나는 역사를 이뤄가야 했다. 사실 하나님의 백성에게 있어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성결이다.
유교물 - '누룩이 든 음식'(공동번역). '발효된 것'(What is leavened)을 말한다.이 모든 것은 과거의 죄악된 삶, 즉 부패한 육신의 삶을 상징한다.
타국인 - 이스라엘인과 함께 살던 잡족(雜族)을 말한다. 잡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38절을 참조하라.
본국에서 난 자 - 여기서 '본국'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일컫는다. 따라서 위의 말은 '가나안 땅에서 난 자'로 이해할 수 있으나 좀 더 광의적인 의미에서 출생 때 부터이스라엘 백성이 된 자를 가리킨다. 한편 본절은 단순히 15절 내용의 반복이 아니다.15절에는 타국인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그 대상이 타국인에게도 확대되었다. 이는 여호와의 종교가 폐쇄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이방인도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12:20
모든 유하는 곳 - 15절에 이어 여기서는 지리적 범위가 보다 확대된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뿐만 아니라, 향후 그들이 거하는 곳이 어디든지 간에 같은 규례로 무교절을 지켜야 했다. 무교병 <12 : 8>.
=====12:22
우슬초 - 박하과에 속하는 키가 작고 보잘것 없는 식물로(왕상 4 : 33) 팔레스틴등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것은 잎사귀에 털이 많아 액체가 쉽게 들러붙고, 또한 줄기에 힘이있어 짧은 막대기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요 19 : 29). 이것은 문둥병자를정결케하는 의식에 사용되었으며(레 14 : 2-7), 붉은 암송아지를 희생 제물로 드릴 때도 사용되는(민 19 : 2-6) 등 구속과 정결의 도구로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었다. 문 인방과 좌우 설주 <12 : 7>.
아침까지 - 아침까지 한 사람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이 아빕월 15일 아침에 출애굽의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 밖에 나가지 말라 - 어린 양의 피로 적셔진 문 하나 사이로 죽음과 생명이 교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문설주에 피를 발랐다 하더라도 죽음의 천사가 방문한그 밤에 집 밖으로 나간다면 그는 죽음을 면치 못할것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구원은예수 그리스도의 보혈과 그 보혈의 능력을 믿는 믿음(순종)으로 이뤄진다(계 7 : 3,4).
=====12:23
피를 보시면...넘으시고 - <12 : 13>.
멸하는 자 - '벌하는 사자'(시 78 : 49)로도 표현되었다. 즉 '장자를 멸하는'(히11 : 28) 죽음의 천사였다. 여기서 우리는 본절 앞 부분의 '여호와께서...두루 다니실 때에'라는 말과 연관해 보면 하나님께서 애굽 전역을 두루 다니시며, 죽음의 천사를 친히 지휘하셨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는 죄인에겐 파괴와 멸망을 가져오며, (구속의 피로 정결케 된) 의인에게는 보호와 생명을 가져오는 2중적 역할을 함을 발견할 수 있다.
=====12:24-28
지금까지는 유월절 준수 방법에 대해 상술하였으나, 여기서는 유월절이 거룩한 예식으로 오고오는 세대에 영영히 지켜져야 할 것과 그 예식에 관한 자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유월절은 어린 양의 구속의 피로 새 생명을 얻은 구속의 날로서 모든 믿는 자들의 영적 생일이며, 자유와 해방의 축제일이다. 더욱이 이 사건은 후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승화된 복된 날이기에 성도의 가슴 가슴에 영영히 기억되어야 마땅한 소망의 축일이다(16:32-36).
=====12:25
너희에게 주시는 땅 - 곧 가나안 땅(3 : 8, 17)을 가리킨다. 따라서 본장에 언급된 유월절 규례는 출애굽 당시에만 국한된 것이아니라, 가나안 정복 이후에도 계속 지켜져야 할 규례임을 알 수 있다.
예식 - 유월절을 지키는 의식(ritual, 27절)이란 뜻이다. 물론 예식은 그자체가 구원의 방법인 것은 아니지만, 구원받은 백성들이 참여하는 구속 사건의 상징적 증거였다. 따라서 예식의 형식화도 배격하여야 할 일이지만 의미 깊은 예식을 범하는 것도 큰 죄악인 것이다.
=====12:26
이 후에...묻기를 - 지나온 역사를 정확히 조명하는 일이야말로 바로 현재와 밝은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으로 선민이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거 조상들의 삶 가운데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묻고 또 물어 그 구속 사건을 현재화 함으로써, 자신들의 삶을 신앙으로 정립하여야 할것이었다.
====12:27
구원하셨느니라 (* , 히칠) - '움켜 빼앗다', '해방하다'는 뜻의 '나찰'(* )에서 유래한 말로서, 대적의 손아귀에서 강탈하듯이 구출하는 장면을 상기시켜 준다. 이는 출애굽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였던가와 또한 하나님의 구원 행동이 얼마나 신속했던가를 암시해준다.
백성이...경배하니라 - 여기서 직집 머리 숙인 자들은 모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모였던 이스라엘의 장로들이었다(21절). 그러나 장로들은 전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표하는 자들이었으므로, 모는 백성이 머리 숙인 것이나 다름없다.
====12:28
그대로 행하되 - 참 믿음은 말씀에 대한 순종을 동반한다. 이스라엘이 죽음의 천사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은 것은 바로 이같은 믿음에 따른 순종의 결과였다. 비록 고귀한 진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의 삶과 결부시키지 않고는 무의미한 가르침에 불과하다.
=====12:29
바로의 장자로부터 - 애굽에 10대 재앙이 내려지던 당시의 바로 왕은 아멘호텝 2세(B.C. 1448-1424)였다. 그런데 성경 기록에 의하면, 마지막 열번째 장자 재앙시 그의왕위를 이을 장자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그의 뒤를 이은 애굽 왕은 그의 장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된다. 이러한 사실은 성경 외적 자료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즉 애굽 기제(Gizeh)에 있는 대형 스핑크스의 발 사이에 기록된 '꿈' 비문이 이를 입증한다. 곧 그 비문에는, 이 스핑크스가 꿈에 한 젊은이(아멘호텝 2세의 뒤를 이어애굽왕이 된 투트모세 4세))에게 '특별히' 애굽의 왕위를 약속하는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이것은 곧 이 젊은이가 애굽의 정상적인 왕위 계승자가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만일 애굽 왕의 장자라면, 그는 당연히 합법적이고도 자동적으로애굽의 왕위 계승권자가 됨으로 이와 같은 치장된 꿈 내용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Leon Wood, A Survey of Israel's History ; W.C. Hayes, The scepter of Egypt, 2.p.147).
옥에 갇힌 사람 - 가장 미천한 자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된 말인데, 11 : 5에서는'맷돌 뒤에 있는 여종'으로 표현되어 있다. 당시 이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힘겨운 강제 노동을 하였다(삿 16 : 21).
다 치시매 - 혹자는 이 열번째 재앙을 급성 전염병에 의한 자연적인 동시 다발적죽음으로 해석한다(Knobel, Hartmann). 그러나 분명 이 열번째 재앙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심판 사건이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11 : 4-8).
(1)재앙이 분명히 미리예고되었다.
(2)사람과 짐승을 막론하고 정확히 처음 난 것에만 국한되었다.
(3) 지리적으로 엄격히 애굽인들에게만 적용되었다.
=====12:30
일어나고 - 죽음의 재앙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발생하여 애굽인들이 놀라 급히일어난 것을 묘사하는 동사이다.
큰 호곡이 있었으니 - 11 : 6에서 이미 예고된 말의 성취이다. 애굽인들에게 있어가계의 대들보이자 소망인 장자를 잃은 것은 무엇보다 큰 슬픔이었다. 그러나 이 통곡의 밤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개조차 그 입을 봉하고' 고요히 잠든 평안의 밤을 지낼 수 있었다.
하나도 없었음이었더라 - 아들이 없는 집도 있었을 것을 감안할 때 이 표현은 수사학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이는 그 대상 지역이 전국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있다.
=====12:31
바로가 모세와 아론을 불러서 - 바로와 모세의 마지막 대면에서 바로는 '다시 내얼굴을 보지 말라'(10 : 28)고 모세에게 말했으며, 모세도 '내가 다시는 왕의 얼굴을보지 아니하리이다'(10 : 29)라고 말했다. 따라서 여기서 바로가 모세를 불렀다는 것은 바로가 모세를 만났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마 호출을 받은 모세는 바로가 보낸 그의 신하(11:8)들을 만나서 바로의 말을 전해들은 것으르 생각된다(Pulpit Commentary).
너희의 말대로 - 지금까지 모세와 아론은 몇번씩이나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 줄것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번번이 거절되었던 이 요구가 마침내 열번째 재앙이 임하고나서야 비로소 성취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계획은 비록 간교한 인간의 방해를 받을지 모르나, 끝내 당신이 정하신 때에 성취되고야 만다(엡 1:9).
====12:32
너희의 양도 소도 몰아가고 - 이로써 양과 소를 남겨두라던 바로의 주장(10 : 24)은 무너지고 대신 모는 백성이 모든 재산을 갖고 나가겠다던 모세의 본래 요구가 관철되었다. 더욱이 애굽인들에 의해 신으로 숭배되어 온 바로 조차도 모세에게 '자신을축복해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실로 장자 재앙은 어떤 면에서 전 애굽의 멸망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그들은 도무지 하나님의 능력을 부인할 의지가 없었고동시에 애굽 신의 무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하여 축복하라 - 여호와의 능력과 모세의 권위 앞에 완전히 압도당한 연약한 인간 바로의 절실한 요청으로서, 곧 다시는 이러한 재앙들이 애굽 땅에 임하지 않도록 제발 여호와께 축복 좀 빌어달라는 뜻이다. 이는 모세로 하여금 바로에게 신(神)이 되게 하겠다던 여호와의 말씀의 성취이기도 했다(7:1).
====12:34
발교되지 못한 - '발효되지 않은'이란 뜻으로 이러한 반죽을 구운 떡이 곧 무교병이다<12 : 8>. 이는 '고난의 떡'으로 흔히 묘사되는데(신 16 : 3),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당한 고난을 회상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옷 -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시믈라'(* )는 '감싸다'는 뜻의 '사말'에서유래한 말로 내복 위에 걸쳐 입는 외투용 '넓은 천'을 말한다. 이는 여러 조각으로된 커다란 옷감으로 물건들을 싸는 데도 쉽게 이용될 수 있었다.
====12:35,36
3 : 22의 예언이 성취되었다. 이것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자들이 전리품을 얻는것과 흡사하다. 이스라엘은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했으나, 하나님은 이제 지난날그들의 수치를 완전한 승리로 바꿔 주셨다.
구하매 - '빌다'(KJV, borrow)란 뜻이 아니고, '요구하다'(RSV, ask)란 뜻이다(Kurtz, Hengstenberg).
은혜 <11:3>.
=====12:37
라암셋 - 이스라엘의 고역으로 건축된 도시로 생각되는데(1 : 11), 나일강 동쪽 삼각주에 위치하였다. 한편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곳을 타니스(Tanis) 지역으로 추정한다(G.E. Wright, J. Finegan).
숙곳(* ) - 문자적으로 목자들의 숙영지인 '오두막집'을 뜻하는데 이곳은 에담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했다(13 : 20 ; 민 33 : 5, 6). 한편 야곱이 에서와 재회 후 축사를 지었던 곳도 '숙곳'(* )이라 했는데, 이 경우는 히브리어 철자도 틀린 다른 지역이다(창 33 : 17 ; 수 13 : 27).
유아(* , 타프) - 이 말은 보행하지 않고 짐승과 마차를 타고 여행한 여자들과 아이들을 의미한다(Keil). 따라서 이 '타프'는 '딸린 식구'(공동번역), '여자들과 아이들'(TEV, women and children)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육십 만 가량 - 모세가 출애굽 후 시내 산에서 백성을 계수하였을 때 레위 지파를제외한 20세 이상의 장정이 603,550명이었다(민 1:46,47). 따라서 이 숫자를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4로 보고 여자들과 아이들의 수까지 더한다면 백성의 총수는 약2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가나안을 떠나 애굽으로 70명의 숫자로 이주한 야곱 후손이 430년어간에 이렇게 엄청난 국가적 규모의 숫자로 불어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번식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이 의심을 품어 왔으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사실이다. 즉 (1)아브라함에게 훈련된 종들만 318명이나 있었듯이(창 14:14) 야곱의 12아들들에게도 각기 딸린 종들이 있어 함께 애굽으로 이주했을 가능성. (2)비옥한 지역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출산의 축복을 받았다는 점(1:7). (3)출애굽시 많은 잡족(雜族)들이 같이 따라 나왔다는 점 등이다. 여기에 인공적인 인구피임 정책이 없을 경우 매 25년마다 인구가 배가(倍加)한다는 경제학자 맬더스(Malthus)의 이론을 적용시키면 200만 명 이상의 출애굽 인구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한 가족(70명)에 불과했던 이스라엘이 430년만에 한 민족으로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당신의 나라를 건설코자 하셨던 하나님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상근 - 카일- 델리취는 4백년을 10대로 보고(1대를 40년으로 계산하여), 처음 6대까지는 한 대에 6 자녀를, 다음 4대는 4 자녀를 가진 것으로 계산하여 정확하게 603,550명이 되는 계산을 제시하고 있다.)
====12:38
중다한 잡족 - 이스라엘 민족과 섞여살던 여러 이방 족속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결혼이나 직업 등의 이유로 해서 이스라엘 집안의 일원이 된 자들이거나 혹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위하여 베푸셨던 여러 이적과 기사들을 보고 이스라엘의 출애굽에가담했던 자들이다. 아마 이들은 나일 강 삼각주 지대에 거주하던 다른 셈족들과 일부 애굽인들로 생각된다. 이들은 후에 광야 여행시 고기를 먹게 해달라고 불평함으로써, 이스라엘 민족들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한 적도 있다(민 11 : 4). 그러나 한편이렇게 스스로 원하여 출애굽에 동행한 이방인들은 사회적으로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은 물론 48절에서 보듯이 할례 예식을 통하여 종교적으로도 이스라엘 공동체에 포함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은 폐쇄 집단이 아니라 개방적 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이방화(세속화)는 철저히경계하는 대신 이방인의 이스라엘에로의 개종에는 항상 관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12:39
쫓겨남으로 <6 : 1 ; 11 : 1>.
====12:40
사백 삼십 년 - 야곱이 그 가족과 함께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이주한 연대(V.C.1876)에서부터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출애굽한 연대(B.C. 1446)까지 총 애굽 거주 기간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기간은 창15:13에 제시된 400년이란 숫자와 30년의 시차가 있다(행7:6). 이에 대해 랑게(Lange)는 이스라엘 민족의 애굽 정주 기간은 430년이나 실제 압박을 받은 기간은 400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확실한 근거가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혹자는 이 기간이 아브라함 언약으로부터 시내 산에서 모세가 율법을 받은 때까지를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정확한 역사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스라엘 민족의 애굽 체류기간은 정확히 430년이고, 창 15:13에 언급된 400년이란 숫자는 1대(代)를 100년으로 계산하여 '4대'(代)에 맞춘(창15:16) 예언적 숫자라고 볼 수 있다<창15:13>.
(이상근- 이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구구하다. 1) 창15:13, 행7:6에는 애굽체재 기간을 400년으로 하고,
2) 갈3:17의 주해에는 아브라함이 언약을 받았을 때부터 율법을 받았을 때까지를 430년이라하며, 3)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에는 400년 설과 430년 설이 같이 나타나고, 4) 혹은 이삭의 탄생부터 430년이라 하며(유대 랍비들), 5) 70인역에는 "애굽땅과 가나안 땅에 산 기간은 430년"이라하여 애굽 체재 기간은215년으로 반감하나 별 지지를 얻지 못하고, 6) 보다 다수의 학자들은 400년이란 대체의 숫자로 보고 있다. 마지막 설을 취한다.)
* 세일해머 - 430년이란 숫자는 성경의 다른 연대기들에 있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사사시대로부터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긴 때(삼상7:2)까지의 햇수를 더하면 - 중복되는 기간은 고려하지 않고 - 그 총 햇수는 430년이 된다(사사시대 410년에다가 언약궤가 기럇 여아림에 있었던 20년을 더하여, 삼상 7:2). 또 성전을 건축한 때로부터 유다 열왕들의 햇수를 더하면 역시 그 총수는 430년이 된다.
(언약궤 이전의 기간) (성전 이전의 기간) (성전재건 이전의 기간)
430 + 430 + 430 = 1290
흥미롭게도 이 숫자는 다니엘서에서 새로운 성전이 건축되기 전의 날들의 숫자와 동일하다:"매일 드리는 제사를 폐하며 멸망케 할 미운 물건을 세울 때부터 일천 이백 구십 일을 지낼 것이요"(단 12:11). 다니엘은 미래 성전을 건축하기 전의 때를 계산함에 있어 이와 동일한 구조를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12:41
사백 삼십 년이 마치는 그 날 - 이 말이 곧 애굽에 체류한 지 정확히 430년 후 애굽에서 나왔다는 뜻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물론 Living Bible에서는 '제 430년의 마지막 날'(on the last day of the 430th year)로 번역하여 하루의 오차도 없는 430년만기일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크노벨(Knobel)은 야곱이 아빕월 14일에 애굽에 들어갔다고 보았다. 그러나 반면 혹자(Keil, Delitzsch)는 '그 날'을 14, 51절 및 13 : 4과연결시켜 '아빕월 15일'로 해석함으로써 그 정확한 숫자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여호와의군대 <6 : 26 ; 7 : 4 ; 12 : 17>.
===12:42
여호와의 밤 - 애굽인에게는 하나님의 심판이, 이스라엘인에게는 하나님의 보호가있던 그 밤 곧 유월절 밤을 의미한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모든 절기 중 밤에 지키는유일한 절기이다. 이 밤은 아빕월 14일 저녁이다. 실로 이 밤은 오랜 고통과 속박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구속받은 기쁨의 밤이요, 해방의 밤이다. 동시에 이 밤은 구속사적으로 예수의 성만찬의 밤(고전 11 : 23-26)을 예표하는 여호와의 특별하신 밤이다.이스라엘 자손이 다 대대로 지킬 것이니라 <12 : 14>.
=====12:43
유월절 규례 <레위기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
이방 사람은 먹지 못할 것 - 유월절이란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 어린 양의 피로 구속함 받은 백성들이 그 구속의 기쁨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따라서 이방인 곧 할례받지 못한자들<48절>이 유월절 식사에 참여할 수 없는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어린 양이 상징하는 구속의 은혜가 그 효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12:44
돈으로 산 종 - 이는 후일 이스라엘 사회 내에서도 노예 계층이 존재할 것이고, 또한 그들이 재산적인 가치로 매매될 수 있음을 밝힌 말이다(21 : 20-27).
할례를 받은 후 - 할례는 하나님의 언약을 받아들이는 외적 증표이다<창 17 :10-14>. 따라서 이것이 구약 시대에는 종교적으로 하나님의 백성과 이방인 사이를 구분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12:45
거류인과 타국 품군 - 여기서 거류인은 영구 거주의 의사가 없이 잠시 머물다 가는자, 그리고 타국 품군은 품삯을 위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비이스라엘인을 가리킨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이동 집단의 사람들로서 이스라엘에 대한하나님의 언약과 별관계가 없는 자들이기 때문에 유월절 예식에 참여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유월절 예식의 의미를 깨닫고 함께 참여하고자 하여 할례를 받을 경우에는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었다.
====12:46
한 집에서 먹되 - 모든 음식은 그것이 준비된 그 집안에서 먹어야 했다(3-10절). 이말은 곧이어 나오는 '조금도 집 밖으로 내지말고'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뼈도 꺾지 말지며 - 희생 제물이 된 유월절 어린 양은 장차 십자가 수난을 겪으실그리스도의 몸을 예표한다<8절>. 따라서 이것은 그리스도의 몸의 뼈가 하나도 꺾이우지 아니할 것을 암시한다(시 34:20; 요19:36). 동시에 이것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온전히 하나로 연합될 것임을 상징한다(Kalisch, Rawlinson).
====12:48
본토인과 같이 될 것 - 이는 나면서부터 이스라엘인인 것처럼 취급받을 것이라는의미이다. 즉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완전히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 포함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혈통과 신분을 떠나 할례가 이스라엘 공동체의 안과 밖을 갈라놓는 유일한 기준임을 알려 준다. 따라서 이것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초월하여 오직 믿음만이 구원의 유일한 길임을 제시하는 이신득의(以信得義) 교리의 구약적 형태이다. 또한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모든 사람은 혈통, 계급, 지역을 초월하여 모두 평등한 자유민임을 암시한다.
======12:49,50
이 부분은 하나님께서 명하신 유월절 규례가 이스라엘 백성들 뿐 아니라, 할례를받은 이방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그대로 실시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하나님의 구속의 규례를 백성들이 믿음으로 순종함으로써 위대한 출애굽의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실로 인간의 순종은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 이루는 첩경이다.
======12:51
그같은 날에...인도하여 내셨더라 - 본장의 마무리 글이자 다음 장(13장)의 서론으로서 여호와의 유월절 규례가 그대로 준수된 그날에 구원과 해방이 주어졌다고 요약하고 있다. 이처럼 출애굽의 역사는 그 계획부터 성취까지 하나님의 단독 주권에 의해이뤄졌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인간의 믿음과 자발적인 순종이 꼭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믿음과 순종은 하나님의 뜻을 기뻐하는 성도가 취할 유일한 태도이다. 그 군대대로 <6 : 26>.
마지막 장자 사망의 재앙 결과(29-36절)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하게 된 것(37-42절)을 전제로 하여 그들이 출애굽한 후에 지켜야 할 유월절(1-14절)과 무교절 규례(15-20절)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장(章)이다. 특히 하나님께서는 여기서 열번째 재앙과 관련된 유월절 규례의 의미를 강조하시면서(21-28절) 이스라엘이 항상 이를 지키라고 명하고 있다(43-51절). 즉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해방과 관련하여 이제 새롭게 태어날 이스라엘이 선민으로 지켜야 할 새 절기인 유월절과 무교절에 대한 규례를 내려 주신 것이다. 한편 절기에 따라 축제를 벌이는 것은 모든 민족이 지닌 문화 형태로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아름다운 풍습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도 새로운 월력(月曆)을 제정해 가면서까지(1,2절)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킨 출애굽의 기쁨을 기념하였는데 이 출애굽을 기념하는 대축제가 바로 유월절과 무교절인 것이다. 한편 출애굽(37-42절)의 환희는 어떤 의미에서 비단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국한된 기쁨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은 그들과 동일한 노예적 삶을 살아 온 이방 여러 족속에게는 희망을, 그리고 그동안 이스라엘을 속박함으로써 재앙을 겪어야만 했던 애굽인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지긋 지긋한 재앙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속시원함을 안겨다 주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역사는 궁극적으로 보면 어느 누구만을 위한 제한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며, 우주적인 성격을 띤 것임을 알 수 있다.
1. 유월절(逾越節) 규례의 제정(12:1-14)
출애굽과 관련된 절기 중에서도 유월절에 관한 규례가 서술되어 있는 부분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유월절을 선포하시면서 그 달을 일년의 첫 달로 정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 일대 변혁의 날로 삼으셨다(1,2절). 그리고 어린 양을 예비하는 절차(3-5절) 및 유월절 예식을 행하는 구체적 방법(6-11절)에 대하여 일러주셨다. 또한 그에 덧붙여 이러한 유월절 의식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 주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12-14절). 즉 이 유월절이 이스라엘 절기 중 가장 중요한 축제가 된 이유는 배경들이 애굽의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받은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를 통해 성취된 인류 구원을 예표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아뭏든 하나님께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을 잊어 버리는 인간에게 애굽에서의 고통과 거기서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신 하나님의 능력을 대대로 기억시키기 원하셨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유월 예식을 제정하셨을 것이다. 따라서 출애굽 사건은 과거 어느 한 시점에 일어났던 사건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생생히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로 말미암아 인류를 항상 고통과 죄악 가운데서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역사를 찬양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로 존속되어야 할 것이다.
* 유월절 규례의 의미.
애굽의 압제하에서 비참하게 노예 생활을 해야 했던 이스라엘의 역사적 해방과 구원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유월절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영적 교훈을 준다.
첫째, 피로 이룬 구원 사건이란 점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 사건을 연상시킨다. 즉 여기서의 피는 세상의의 모든 죄악을 깨끗히 도말할 예수 그리스도 곧 어린양의 피를 의미한다(히 9:14).
둘째,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어린 양의 고기로써 구원을 얻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구원을 얻게 된 것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한 희생 제물로 내주셨기 때문이다(히 10:10).
세째, 이스라엘을 낡은 관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동시에 죄악의 요소로 상징되는 누룩을 제거함으로써 새롭게 변화된 인간상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네째, 쓴 나무로가 무교병은 애굽 땅에서의 고초와 그곳에서부터 황급히 빠져 나온 것을 상징하니 곧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고통스런 죄에서부터 신속히 빠져 나와야 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다섯째, 항상 신을 신고 지팡이를 준비하는 행위는 그리스도의 부름이 있을 때 지체없이 응답할 태세를 완비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유월절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깊은 의미는 인간을 향한 구원의 거룩한 섭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즉 유월절은 그리스도 예수의 구속 사역을 예표하는 사건이란 점에서 과거 이스라엘에게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영적 의미를 지닌다.
* 히브리 역법(曆法)에서의 첫달.
히브리인들은 하나님께서 새로 제정해 주신 종교력 이외에 일상 생활에서 오래 전부터 지켜 오던 민간력이 있었다. 이 민간력은 유목민인 히브리인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즉 민간력의 첫 달은 이른비가 내린 후 곡식을 경작하기 시작하는 달이고, 마지막 달은 경작물 중 가장 늦은 소출을 맺는 포도의 추수를 마치는 달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유월절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구속함을 받아 새로운 관계를 맺은 것은 기념할 새로운 월력을 제시하셨다. 그리스도 탄생을 계기로 제정된 B.C.(Before Christ)와 A.D.(라틴어, Anno Domini : in the year of our Lord)의 역법이 하나님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역사적 정립을 상징하듯이 히브리인의 이 새로운 종교력은 하나님과 택한 백성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상징한다. 그 뿐 아니라 현실적인 실생활의 관점에서 볼 때도 이 새로운 월력은 이스라엘의 종교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즉 지금까지는 인간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던 생활에서 돌이켜 이제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역사의 주(主)로 고백하고 순종하는 신앙 안에서 여호와께서 친히 제시하신 시간에 맞추어 자신의 신앙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것이다. 한편 새로운 월력의 첫 달은 민간력 제 7월로, 하나님께서는 아빕(Abib)월이라 하셨다(13:4). 이 아빕월은 오늘날의 태양력으로 환산할 때 3,4월에 해당하며, 이스라엘의 바벧론 포로 이후에는 니산( Nisan)월(느 2:1;에 3:7)이라는 바벨론식 명칭으로 바뀌었다.
2. 무교절(無酵節)규례의 제정(12:15-20)
유월절 규례에 이어 본문은 무교절에 관한 규례를 언급하고 있다. 이 무교절은 유월절에 바로 이어 7일 동안 지켜지는 기념 절기로서(15,16절) 이 기간 동안에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이 누룩없는 빵을 먹어야 했다(18-20절). 그런데 사실 유월절과 무교절은 따로 구별된 각각의 절기이기 보다는 출애굽이라는 하나님의 거대한 성역사(盛歷史)에 그 기원을 둔 하나의 연속된 기념제이다. 그러나 이를 엄격히 구별한다면 유월절은 아빕(Abib)월 14일 저녁에 어린 양을 잡아 제사를 드리는 날을 가리키며, 무교절은 15일부터 1주일 동안 무교병을 먹는 기간을 가리킨다(16절). 그리고 유월절이 장자 사망의 재앙 곧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끊쳐지는 형벌에서 구원함을 얻은 데 대한 감사제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면, 무교절은 고난의 땅 애굽으로부터 급히 빠져 나오기 위해 서둘러야 했던 백성들의 심령 상태를 기억하는 추억제(追億祭)의 성격을 지니다(17절). 이처럼 오늘의 성도들이 믿음을 소유하고 이를 계속 보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이전에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던 은혜를 잊지 않고 항상 감사하는 것이다(시 143:5,6). 또한 여기서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은 단순히 절기를 기억하여 지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현실적 삶 가운데서 무교절 곧 출애굽의 참된 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 무교병과 누룩이 상징하는 의미.
누룩이 갖는 발효 작용은 오랫동안 선과 악에 대한 비유로 많이 사용되었다(신 16:4).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16장과 6절과 11절에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심으로쓰 그 누룩을 위선과 악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바울 역시 누룩을 악의 침투에 대한 상징(고전 5:6)으로 사용하면서 유월절에 누룩을 제거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한편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유교병은 이스라엘 백성의 주식이었다(호 7:4). 그런데 반죽을 부풀릴 시간조차 없어 퍽퍽한 떡을 먹어야 했던 출애굽의 상황(34절)은 그것이 얼마나 급박한 탈출이었는가를 잘 보여 준다.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러한 무교병을 먹음으로써 기억해야 했던 사실은 죄악의 소굴이었던 애굽에서 탈출한 자신들은 더 이상 누룩으로 상징되는 죄의 요소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촌극(寸隙)을 다투는 급박하고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성도들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분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한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3. 마지막 재앙의 대비책(12:21-28)
애굽에 마지막 재앙 곧 장자 죽음의 재앙이 임할 때 이스라엘 백성이 이 재앙을 모면할 수 있는 의식적 방법(21-23절) 및 그 의식의 역사적, 종교적 의의(24-28절)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단락이다. 이처럼 장자 사망의 재앙으로부터 이스라엘이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서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진노를 피할 방도를 알려 주셨으며, 실제 이 규례대로 실천한 자에게는 심판의 형벌을 내리지 않았다.
한편 우리가 어떠한 사건을 기념하는 것은 그것을 대대로 기억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유월절을 지키라고 명하신 것도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단 맛은 선호하나 쓴 맛은 싫어하여 피하듯, 쾌락을 찾는 인간은 많으나 좁은 길을 걷는 자는 드문 법이다. 마찬가지로 죄악의 뿌리는 깊어 인류의 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지만,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기억과 헌신은 오히려 쇠퇴한다. 이는 청교도들의 신앙적 유산인 개척자 정신(the frontier spirit)이 오늘의 미국인에게 확산되지 않고 퇴폐와 환락의 문화가 번성하는 것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하나님게서는 이러한 신앙적 퇴락을 이미 예견하고 계셨다. 그러기에 선민 이스라엘이 신앙 유산을 이어 나가도록 유월절 축제를 주셨으며 이 축제의 의미를 찾는 후손들에게 역사적 사건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전하라고 하신 것이다(26,27절).
* 유월절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
열번째 장자 죽음의 재앙이 애굽 전역에 임했을 때 이스라엘이 그 재앙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양의 피 때문이었다(21-23절). 그렇기 때문에 유월절 어린 양의 피는 대속적 의미를 지니며 그 어린 양은 인간의 죄를 짊어진 속죄 제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볼 때 유월절 어린 양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돌 구속 사역의 모형이며 범죄한 인류의 대속은 오직 피흘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진리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에게 구원의 능력을 지닌 유월절 양의 피는 모든 인간을 영원한 죽음의 죄에서 건져 주시는 하나님의 어린양(요 1:36), 예수의 보혈을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유월절 어린 양과 같이 흠 없고 순진하시며 인간의 모든 죄를 짊어진 화목 제물이셨다. 그러나 유월절의 어린 양은 매년 행사 때마다 죽임을 당하나, 그리스도는 단 한번 자신의 몸을 희생제물로 내어 줌으로써, 인간의 죄를 완전히 없이 하고 구원에 도달하게끔 하셨다(히 9:28). 이처럼 유월절 어린 양의 피는 재앙을 눈앞에 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전적인 은총에 의해 계시된 구원의 방법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복음의 역사 역시 자신의 죄에 짓눌려 괴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은총이며 영원한 생명의 보고이다.
4. 열번째 장자(長子) 재앙(12:29-36)
모세를 통해 예고된 장자 사망의 재앙(11:4-7)이 마침내 애굽에 임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많은 재앙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불순종한 바로와 애굽에 임한 이 마지막 재앙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해방과 자유인으로서의 출발을 알리는 위대한 서곡이 되었지만, 애굽인들에게는 처참한 패배와 죽음의 처절한 장송곡(葬送曲)이 되고 말았다(29,30절). 그러나 그때서야 바로는 황급히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허용하고 애굽인들도 이를 재촉한다(31-33절). 그리하여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서둘러 양식을 챙기고 애굽인에게 은 금 패물과 의복을 구한다(34-36절).
이와 같이 하나님을 배반하는 자에 대한 징계는 필연적이다. 그것은 잘 쌓아 놓은 벽돌의 한 귀퉁이를 빼내었을 때 모든 담이 무너지고 마는 것과 같은 결과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스스로 제거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바로는 자신의 죄를 사할 분이 하나님이며 오직 그분에게 자신을 의지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장자 사망의 재앙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들이 신(神)이 장자라고 자처한 애굽의 교만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 결과 이제 애굽은 이스라엘을 지배할 명분과 능력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그들은 이스라엘을 더 이상 억류하지 못하고 해방시켜야만 하였다. 즉 장자 사망의 재앙은 이제껏 일치하지 못했던 이스라엘과 애굽 사이에 상호 공통 분모를 찾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곧 이스라엘의 해방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 한밤중의 나일 강 삼각주에는 요란한 소리로 가득 찬다. 즉 장자를 잃고 통곡하는 애굽인과 급히 떠나려고 짐꾸러미를 꾸리는 이스라엘 노예들로 그곳은 때 아닌 새벽을 맞고 있는 것이다.
* 여호와의 10대 재앙.
본문에 나오는 장자 재앙을 마지막으로 이제 애굽에 내린 10대 재앙은 끝이 난다. 이처럼 완전수 '10'으로 현시된 여호와의 10대 재앙은 '참 신'과 '거짓 신'의 존재를 선명히 드러내 준 구속사적인 사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10대 재앙은 애굽의 우상 종교에 대한 여호와의 심판이요(출 12:12), 열방에 유일하신 참 신의 존재를 선포한 여호와의 능력이었다(출 9:16). 동시에 이것은 오늘날 믿는 자들에게는 구원을, 불신자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하는 종말론적인 심판의 예표적 사건이기도 하다. 이제 이러한 의미를 지닌 여호와의 10대 재앙을 간략히 도표화하여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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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 앙 | 관련 성구 | 깨뜨려진 애굽의 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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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물이 피로 변함 | 7:14-25 | 나일강의 수호신 '크놈'(Khnum), 나일강을|
| | | | 주관하는 신 '하피'(Hap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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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개구리 | 8:1-15 | 개구리 형상을 한 부활과 다산(多産)의 신 |
| | | | '헤크트'(Heq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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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이(모기) | 8:16-19 | 흙의 신 '셉'(Se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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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파리 | 8:20-32 | '하트콕'(Hatk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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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가축의 악질 | 9:1-7 | 신성한 황소의 신 '아피스'(Apis)와 '므네 |
| | | | 비스'(Mnevis), 암소의 수호신 '하도르' |
| | | | (Hathor) |
+---+---------------------------+------------------+------------------------------------------------------------------------+
| 6 | 독종 | 9:8-12 | 의술의 신 '임호텝'(Imhotep)과 '타이폰' |
| | | | (Typhon) |
+---+---------------------------+------------------+------------------------------------------------------------------------+
| 7 | 우박 | 9:13-35 | 하늘의 여신 '누트'(Nut), 대기(大氣)의 |
| | | | 신 '수'(Shu) |
+---+---------------------------+------------------+------------------------------------------------------------------------+
| 8 | 메뚜기 | 10:1-20 | 메뚜기의 재앙을 막는 신 '세라피아' |
| | | | (Serapia) |
+---+---------------------------+------------------+------------------------------------------------------------------------+
| 9 | 암흑 | 10:21-29 | 태양의 신 '라'(Ra), 태양의 여신'세케트' |
| | | | (Sekh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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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초태생의 죽음 | 11:4-12:30 | 생명을 부여하는 신 '오시리스'(Osiris), |
| | | | 생명을 수호하는 '이스스'(I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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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출애굽하는 이스라엘(12:37-42)
마침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을 향한 첫 여정을 딛고 있는 역사적인 장면이다(37-39절). 이때는 야곱이 그 가족과 함께 애굽을 이주하여 거주한 지 430년이 되던 때로서 이스라엘이 영원히 기념해야 할 날이었다(40-42절).
한편 이상에서와 같이 우리가 지금껏 살펴본 애굽과 이스라엘이라는 두 민족의 대립 관계는 오늘날 육적인 생활과 영적인 생활이라는 인간의 서로 상이한 두 삶의 양태(樣態)를 예시한다. 즉 애굽의 압제 밑에 시달리는 불행한 이스라엘의 노예 상태는 오늘날 육에 예속되어 타락하고 비참해진 영혼을 가진 인생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만다. 그러나 이 오랜된 무기력한 삶이 끝났다. 바로 출애굽의 역사는 인간이 타락한 육적 생활을 벗어나서 하나님과 친교하는 영적인 세계로 진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출애굽 사건의 주역인 모세의 행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십자가를 향한 수난의 일생과 유사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모세는 예수 그리스도인들에게 연관되고 있으며 또한 연관되어야 한다. 즉 모세를 통해 이루어진 출애굽의 의미는 오늘날 예수를 믿음으로써 구원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가슴 속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져야 한다.
* 출애굽의 구원 역사.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은 식민 통치를 거친 그때 어느 국가도 체험하지 못한 놀라운 이적의 결과였다. 이제 그 같은 이스라엘 출애굽 사건의 특징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굽인들은 이스라엘을 강제로 밀어내다시피 했다(31-33절). 이처럼 압제자가 피압제자를 스스로 해방시킨 일을 다른 어느 역사적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하나의 이적이다. 그런데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의 구원 사건 역시 성령께서 범죄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인간을 예수께로 몰고 가는 기적이다. 둘째, 하나님의 선민은 출애굽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초라한 모습으로 나오지 않았다(35,36절). 이는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의를 덧입고 성령의 은혜로 당당히 악의 소굴에서 빠져 나오게 됨을 의미한다. 세째, 이스라엘은 급히 애굽을 빠져 나왔다(33,34절). 마찬가지로 성령은 바로 우리가 죄의 세력에서 하루속히 벗어날 것을 요구하신다. 네째, 구원의 완전성이다. 모세는 "우리의 생축도 우리와 함께 가고 한 마리도 남길 수 없으니"(10:26)라고 하였다. 즉 그들은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함께 가지고 갔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은 인간성을 상실하거나 불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히 회복한다는 것이다.
6. 절기 준수에 대한 명령(12:43-51)
여호와를 따른 자라면 하나님께서 친히 명하신 율례를 잘 알고 지켜 나가야 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백성의 의무였다. 그러므로 하나님게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월절 의식에 대한 규례를 주셨다. 이제 이러한 규례의 주요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유월절 의식에 참여하는 남자는 할례를 받아야 하며, 무할례자라는 절대적으로 제외되어야 한다(43-45절). 둘째, 그 의식은 이방인과 선민의 혈통적인 구분을 무시하고 여호와를 섬기는 모든 자에게 개방된다(48-51절). 세째, 유월절 속죄양은 흠이 없어야 하므로 반드시 뼈를 꺽지 아니한다(46,473절). 한편 이러한 규례는 여호와께서 당신의 백성을 불신자들과 구별하며,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기념한 최소한의 규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하나님을 향한 최소한의 규례도 못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님의 계명을 못지킨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는 반증이 된다. 그런데 하나님은 인간을 위하여 율법마저도 누구든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얻는다는 복음으로 대처해 주셨다(히 8:5013). 따라서 이제 인간을 향한 가장 축약된 진리,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복음, 이것마저 모른다고 부인한다면 이는 자신을 죽음과 형벌의 심판 아래 내던지는 범죄 행위이며 당신을 내어 주시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거부이며 반역일 것이다.
* 출애굽과 유월절에 동참한 이방인.
성경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출애굽시 중다(衆多)한 여러 족속들도 함께 출애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민 11:4). 그러나 이들이 어떠한 자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스라엘 백성 이외에도 애굽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타민족들이 있었으며, 그들도 혼란의 와중에 이스라엘과 함께 탈출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함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과 이방인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중 하나가 이방인들의 희생 제사 참여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출애굽 직후 유월절 규례에 관한 여호와의 지시는 주로 희생 제사 참여 자격에 관한 문제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본문(43-49절)은 유월절에 참여할 자로 '이스라엘 원주민', '거류민', '타국 품꾼'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본토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할례 규정을 따라야만 했다. 즉 유월절에 참가할 수 있는 자는 할례받은 남자여야 한다는 규정에 이방인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유월절에 유교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규례도 이방인이건 본토인이건 간에 모두 다 지켜야 했다(19절). 이처럼 선민의 자격 조건은 민족적이고 혈통적인 구분에 따른 면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호와의 율법과 규례의 수행 여부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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