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절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 - 디나의 출생 연도는 요셉과 엇비슷하기 때문에(30:21-24), 37:2에 근거하면 이때 디나의 나이는 약 15, 16세 가량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근동에서의 여자들은 12세를 전후로 하여 혼인하였기 때문에 디나의 나이를 13-15세 사이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Keil, Lange). 그 땅 여자를 보러 - 어떤 역사가는(Josephus) 당시 세겜 여자들이 마을에서 베푼 잔치를 줄기기 위해 모여 있었던 것으로 보는데 아마 디나도 낯선 땅의 풍물에 관한 호기심과 이런 사교성 모임에 이끌려 나들이를 나간 것 같다.
====34:2절
그 땅 추장 세겜 - 추장은 당시 부족 사회에서 개인의 생사(生死)를 주관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통치자였다. 그러므로 세겜은 자기 땅에 체류하는 처녀들을 임의로 취하여도 무방하다는 특권 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그를 보고 끌어들여 - 강제로 끌어갔거나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혹했을 것이다. 한편 세겜의 강요에 디나가 거부했는지 아니면 소극 동조했는지에 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시 결혼하지 않은 여인이 보호자 없이 외출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험에 노출 시키는 일이었기에 디나의 부주의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 - 한때 사라와 리브가도 애굽에서와 블레셋에게서 같은 위험에 처했던 상황을 상기해 보면, 그곳에서 홀로 다니는 여인은 그 누구든 겁탈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가나안 족속의 낮은 도덕 수준을 보여 준다(12:15 ; 20:2 ; 26:7).
===34:3절
그 마음이 깊이...연련하며(* , 티드바크 나프소) - '집착하다'(룻 1:14 ; 삼하 20:2 ; 왕상 11:2)란 뜻을 지닌 동사 '다바크'의 3인칭 기본형과 '영혼', '생명','마음', 곧 전인격을 뜻하는 '네페쉬'에 3인칭 접미어가 합쳐진 말로 '그의 영혼이(디나에게)깊이 빠져 있었다'란 뜻이다. 즉 세겜은 디나에게 온 정신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의 마음을 말로 위로하고 - 문자적인 뜻은 '그 소녀의 마음에 말하고', '그녀의 마음을 위하여 말하고'이다. 아마도 세겜은 디나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보상과 더불어 행복한 결혼을 약속했던 것 같다. 이것은 비록 세겜이 디나를 욕보이기는 했지만 원주민의 세도(勢道)나 일시적인 욕망에서만이 아니라 불타는 연정(戀情)에서 나온 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순간적인 욕정의 결과는 엄청난 비극을 그 성읍에 초래하고 말았다.
===34:4절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 당시 근동의 결혼 풍습은 (1)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양측 부모의 의사가 더 중요시 되었으며(21:21 ; 24:37-53 ; 삼상 18:17, 19 ; 25:44), (2)신랑측은 출산과 노동력 등의 경제적 가치로서의 인원 손실을 당한 신부측에게 상당량의 예물을 주어야 했다(24:53 ; 34:12). 특히 후대의 율법에 의하면 처녀를 유혹한 남자는 강간을 당한 처녀와 결혼해야 함은 물론 보통의 경우 보다 더 많은 예물을 보내야 했으며 후에 그녀를 내어 쫓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출 22:15 ; 신 22:28-30).
===34:5절
그가 더럽혔다(* , 타메) - '모욕하다'란 뜻으로 부정(不淨) 개념과 함께 '폭행' 이라는 의미도 있으며(민 19:13 ; 왕하 23:19 ; 시 79:1, 2) 폭넓게는 윤리적 의미도 함축한다. 야곱이 ...자기 아들들이 들에서 - '야곱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들은 들에 있었다'란 말로서 집안의 대소사(大小事)를 관장하는 책임이 비단 아버지에게 뿐 아니라 오라비들에게도 있음을 암시한다. 집안의 대사(大事)를 결정할 때 슬하에 장성한 아들들이 있으면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당시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24:29). 잠잠하였고(* , 웨헤헤리쉬) - '잠자코 있다', '귀먹게 하다'란 뜻을 지닌 동사 '하레쉬'가 미완료 형태로 사용된 경우 이다. 즉 마음으로는 불타오르는 심정이나 손으로 입과 귀를 막음같이 자신을 굳게 제어하는 모습을 강조한 표현이다.
====34:6절
왔으며(* , 야차) - '나가다'(go forth)란 뜻이다. 즉 야곱 일행은 가나안에 새로 이주해 온 자로서 성밖에 장막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하몰이 그를 만나러 나간 것이다. 한편 세겜족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처리치 않고 일부러 찾아가 정중히 청혼한 까닭은 (1) 기왕지사(旣往之事) 불미스러운 일을, 혼사로 원만히 처리해 보자는 의도가 작용하였으며 (2) 비록 객지인이지만 이미 상당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야곱 집안은 이삭과 에서의 세력이 뒷배경이 되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4:7절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으니 - 불타듯 이글거리는 분노로 마음이 상하고 괴로운 상태를 뜻한다. 이것은 자기 누이 동생이 외간 남자에게, 그것도 더욱이 짐승같이 여겨왔던 할례 받지 못한 자에게 욕당한 데 대한 격분이다(삼상 17:26, 36 ; 31:4 ; 삼하 1:20). 이스라엘에게 ...행하였음이더라 - 얍복강 사건(32:28) 이후 '이스라엘'이란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이름이 사용된 배경에 대하여선 두 가지 해석이 있다. (1) 선민 이스라엘 내부의 문제로 조망한다면 수치스러운 일이 '이스라엘 민족안에서'(KJV ; in Israel) 범하여졌다는 견해와 (2) 선민과 이방인의 대립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스라엘에 대항하여'(against Israel) 치욕스런 일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두 가지 중 디나가 단순한 자연인(自然人)을 넘어 언약 백성에 속한 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자(前者)의 견해가 더 타당성이 있다. 부끄러운 일 - 선민으로서의 이스라엘 가문의 명예와 자부심을 짓밟는 행위로서 특히 육체적 범죄를 가리킨다(신 22:21 ; 삿 20:10 ; 삼하 13:12).
===34:8절
그를...아내를 삼게 하라 -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혼인을 위한 관례적인 사항만을 언급하는 하몰 부자(父子)의 자세는 (1) 이 땅의 추장인 자신의 가문과 사돈지간(査頓之間)을 맺자는 제안에 기꺼이 야곱 집안이 응하리라 기대한 결과이며, (2)그만한 물질적 보상이면 그간의 불쾌한 감정과 오해가 풀릴 것으로 예측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연련하여(* , 하솨크) - '더불어 나누다', '함께 연합하다'는 뜻으로 매우 흠모하여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나타낸다.
===34:9,10절
디나를 세겜에게 혼인시키는 조건으로 야곱의 집에 제시한 약속은 일면 호감을 살 만한 관대함이 있었다. 즉 통혼으로 (1) 상호 친선 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것과(10절) (2) 세겜 땅에 안주할 수 있는 정착권과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통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과 또한 (3) 결혼 예물로 요구하는 액수는 얼마든지 다 치루겠다는 내용이다(12절). 그러나 언약의 후계자로서 가나안 땅 주권 의식을 내심 다지고 있던 야곱과(28:13 ; 31:13)인간적 차원을 떠나 종교적 차원에서(6:1-4 ; 신 7:3, 4) 격분한 야곱의 아들들에게 이미 이 제안은 설득력을 상실하였음이 분명하다.
===34:10절
매매하며(* , 사하르) - 장사 목적으로 '두루 다니다'란 뜻이며 '무역을 하다'(42:34)라고도 번역되었다. 기업을 얻으라(* , 헤아헤즈). '붙잡다'란 뜻을 지닌 동사 '아하즈'의 단순(Niphal)명령으로 '기업을 획득하라'는 의미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기업'은 '땅'을 가리키는데(17:8 ; 48:4 ; 민 27:7), 곧 유목민인 야곱에게 농경민으로 정착할 것을 권고하는 하몰의 제안이다.
====34:11절
은혜를 입게 하라 - 이미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세겜은 마음이 달아 어떠한 대가를 치뤄도 좋으니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구걸하다시피 애걸하고 있다.
===34:12절
빙물(* , 모하르) - 딸을 데려가는 대가로 신랑측에서 신부측 집안에게 지불하는 결혼 지참금을 의미하며 빙폐(출 22:16), 혹은 폐백(삼상 18:25)으로도 보=가역되었다. 예물(* , 마탄) - '주다'란 동사의 파생어로 빙물과는 구분되며 신부에게만 주는 선물을 뜻한다<강해, 빙물과 예물>.
====34:13절
속여 대답하였으니 - 뿌리 깊은 야곱 집안의 거짓과 간사성이 대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장면이다(27:19, 20). 야곱은 그 속임수의 대가를 외삼촌 라반(29:25)과 자식들에게서 되돌려 받고 만다(37:31-33). 누이 디나를 더럽혔음이라 - 고대 근동에서 남자들은 아내의 수치보다 누이의 욕당함을 더 심각한 문제로 여겼다. 왜냐하면 그 아내는 이혼으로 새로운 출발을 게획 할 수 있었지만, 누이는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Kurtz).
===34:14,15절
할례(* , 올라) - '벗는다'란 '아랄'에서 유래된 말로서 일반적으로 남자 성기의 표면 윗부분을 잘라내어 귀두 부분이 덮이지 않도록 하는 행위이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이방인으로부터 구별됨을 뜻하며 여호와의 언약을 대대로 준수케 하여 메시야의 소망을 간직케 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17:9-14, 할례와 신앙>. 받지 아니한 사람 - 하나님과의 언약과 관계없는 성별되지 못한 이방인들을 뜻한다.율법에 의하면(출 12:47, 48) 이방인이 언약 백성에 참예하고자 할 때에는 여호와 신앙을 고백하고 할례 의식을 행함으로써 영적 이스라엘인 곧 아브라함의 후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의 진정한 의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단순한 육적 할례만을 요구함으로써 거룩한 언약의 증표를 망령되이 취급한 죄를 범했다.
===34:16절
함께 거하여 한 민족이 되려니와 - 복수책(復讐策)의 일환으로, 하몰 부자(父子)의 제안에(9, 10절) 기꺼이 응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방심케 하려는 말이다.
===34:17절
딸을 데리고 가리라 - 돌이킬 수 없는 연정(戀情)의 병에 걸린 세겜에게 다소 위협적인 말로서 (1) 아직도 디나는 세겜의 집에 갇혀 있다는 사실과(26절) (2) 세겜이 이 행위를 저지하기에는 야곱 집의 세력에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34:18절
좋게 여기므로 - 문자적으로 '...의 눈에 좋았다'란 말로 흡족히 여김을 나타낸다. 이처럼 혼사의 성취를 위해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야곱 아들들의 제안이 쉽게 세겜족에게 수락된 이유는 (1) 당시 '할례'란 의식 행위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21:4) (2) 그 '할례'를 야곱 집안의 전통적인 의식으로 이해하여 그들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했으며 (3) 그 성에서는 하몰 부자의 영향력이 막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4) 야곱의 경제력을 세겜 지역으로 흡수하여 부족을 강화시켜 보자는이해 타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5) 세겜의 사랑이너무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육에 어두워진 저들은 야곱 아들들의 무서운 음모를 간과하는 덫에 걸리고 만다.
===34:19절
이 소년(* , 하나아르) - '세겜'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구태여 '소년' 혹은 '젊은이'를 뜻하는 '나아르'로 일컫고 있는 이유는 인생 중에 때가 가장 혈기 있게 왕성하여 쉽게 정욕에 어두워지는 시기임을 암시하기 위함인 듯하다(8:21 ; 삼상 17;33 ; 욥 31:8). 특히 정관사를 붙여 '그 소년'이라고 지칭한 것은, 자기 자신 하나 정욕을 주체치 못하고 무분별하게 행동함으로 그 성 전체가 엄청난 비극을 불러 이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일(* , 다바르) - 문자적으로는 '말'(言語)을 나타낸다. 이는 본문에서처럼 '행위'를 의미하기도 하나(왕상 16:20) 일반적으로 명령 또는 규례를 일컫는다(44:2).
===34:21절
넓어 그들을 용납할 만하니 - 문자적으로는 '그들 앞에 양편으로 넓으니'이다. 성읍 사람들로 할례를 받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세겜은 지리적 여건을 들어 지역 사회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즉 야곱이 지닌 자본을 지역내에 유치함으로써 저들과 교역하여 얻는 실리적 이득을 피력한 것이다.
===34:22절
한 민족 되기를 - 성읍민의 염려 중 하나는, 통혼의 필연적인 결과인 부족의 단일성 상실이었다. 이에 관한 세겜의 변(辯)은, 히위족의 인구가 단연 이스라엘보다 많기 때문에 통혼하여도 그 문화가 동화되어 흡수되는 쪽은 오히려 이스라엘일 수밖에 없다는 일면 근거 있는 주장이었다.
===34:23절
생축과 재산과...짐승 - 인구에 비해 땅이 넓던 고대에 있어서 부동산은 그리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반면, 1차적 산물인 가축이나 재화에 관한 관심은 지대하였음을 보여 준다. 여기서 '재산(* , 킨얀)은 넓은 의미로 '소유물'(시 105 :21)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말이 '가축'과 쌍을 이루어 표현되는 관계로 '가축'과는 구별된 기타의 소유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31:18).
====34:24절
고대 민족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렘 2:10, 11) 타민족의 종교 의식을 세겜 사람들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1) 세겜의 교묘한 설득이 주효하였거나 (2) 당시 추장의 권한이 절대적이었음을 시사한다.
====34:25절
제 삼 일에 미쳐 - 이 날은 수술로 인한 염증과 고열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가장 거동이 괴로울 때이다. 시므온과 레위 - 디나의 친오라비들로서 세겜 복수극의 주모자들이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가장 혈기 왕성한 20세 안팎이었다. 훗날 야곱은 임종시에 이들의 잔인성을 지적하면서 '나누임과 흩어짐'의 저주를 내렸다(49:5-7). 부지중에(* , 베타흐) - '신뢰하다', '마음이 편하다'란 동사의 파생어로 평안을 뜻한다. 이것은 전혀 의심이나 저항을 받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겜 사람들이 그릇된 계약을 믿고 평안을 누리던 중 재난을 당했음을 나타낸다.
===34:26절
칼로(* , 레피 하렙) - '레'(~을 따라)와 '페아'(모서리), '헤렙'(칼)이 합쳐진 말로 '칼날을 따라' 란 뜻이다. 일찍이 전례없는 무자비한 학살을 생생히 묘사한 말이다.
===34:27절
야곱의 여러 아들 - 학살극(25, 26절)에는 참가하기를 망설이며 남아 있던 다른 형제들도 도성의 이 약탈극에는 적극 가담했음을 나타내 준다. 한편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정의로운 침략은 이처럼 인간의 사악함이 반영된 '노략질'을 용인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공의의 칼에는 인간의 감정과 욕심이 배제된 거룩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야곱의 아들들의 허물은 매우 크다.
===34:28절
양과 소와...들에 있는 것 - 세겜족의 부를 형성하는 소유물들로서 약탈시의 일반적인 대상물들이다.
===34:29절
다 노략한지라 - 복수란 명분 아래 감춰진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증거해 주는 구절이다. 이처럼 성경이 위대하다고 여겨지리만큼 탁월한 인물들에 대하여 그들의 실책이나 범죄를 아름답게 미화하거나 가리우지 않고 오히려 무참하리만큼 폭로시키는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허물투성이의 인간을 바라보기보다는 온전하신 하나님께 시선을 붙들어 매도록 하기 위한 선하신 하나님의 섭리 때문이다.
====34:30절
나로 ...냄새를 내게 하였도다 - 자식들의 세겜 살인과 약탈 사건으로 말미암아 범죄 방조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증오의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는 야곱의 탄식이다. 이처럼 깊이 야곱이 괴로와 한 이유는 (1) 가나안 땅에 어엿한 자신의 집을 세우려 기대했던, 하란을 떠날 때의 처음 의도(30:30)와는 달리, 또한 명망있던 조부 아브라함(21:22)과 아비 이삭(26:28)과는 달리 자신의 집은 디나의 치욕적인 강간 사건과 그로 인한 아들들의 잔인한 피의 복수로 인해 하나님의 언약으로 이룩된 가문의 위엄이 이방인 사이에서 여지 없이 실추되었기 때문이며 (2) 이 소식을 듣고 인접한 부족들이 분노의 칼을 자신을 향해 갈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가문의 존립마저 위태로와졌기 때문이다.
===34:31절
창녀같이 대우함이 가하나이까 - 야곱의 아들들이 디나의 사건을 이스라엘 집 전체에 대한 모욕과 도전 그리고 택한 백성의 순결성을 강탈한 치욕적인 사건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더욱 격분했었음을 나타내 준다.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 - 디나의 출생 연도는 요셉과 엇비슷하기 때문에(30:21-24), 37:2에 근거하면 이때 디나의 나이는 약 15, 16세 가량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근동에서의 여자들은 12세를 전후로 하여 혼인하였기 때문에 디나의 나이를 13-15세 사이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Keil, Lange). 그 땅 여자를 보러 - 어떤 역사가는(Josephus) 당시 세겜 여자들이 마을에서 베푼 잔치를 줄기기 위해 모여 있었던 것으로 보는데 아마 디나도 낯선 땅의 풍물에 관한 호기심과 이런 사교성 모임에 이끌려 나들이를 나간 것 같다.
====34:2절
그 땅 추장 세겜 - 추장은 당시 부족 사회에서 개인의 생사(生死)를 주관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통치자였다. 그러므로 세겜은 자기 땅에 체류하는 처녀들을 임의로 취하여도 무방하다는 특권 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그를 보고 끌어들여 - 강제로 끌어갔거나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혹했을 것이다. 한편 세겜의 강요에 디나가 거부했는지 아니면 소극 동조했는지에 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시 결혼하지 않은 여인이 보호자 없이 외출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험에 노출 시키는 일이었기에 디나의 부주의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 - 한때 사라와 리브가도 애굽에서와 블레셋에게서 같은 위험에 처했던 상황을 상기해 보면, 그곳에서 홀로 다니는 여인은 그 누구든 겁탈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가나안 족속의 낮은 도덕 수준을 보여 준다(12:15 ; 20:2 ; 26:7).
===34:3절
그 마음이 깊이...연련하며(* , 티드바크 나프소) - '집착하다'(룻 1:14 ; 삼하 20:2 ; 왕상 11:2)란 뜻을 지닌 동사 '다바크'의 3인칭 기본형과 '영혼', '생명','마음', 곧 전인격을 뜻하는 '네페쉬'에 3인칭 접미어가 합쳐진 말로 '그의 영혼이(디나에게)깊이 빠져 있었다'란 뜻이다. 즉 세겜은 디나에게 온 정신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의 마음을 말로 위로하고 - 문자적인 뜻은 '그 소녀의 마음에 말하고', '그녀의 마음을 위하여 말하고'이다. 아마도 세겜은 디나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보상과 더불어 행복한 결혼을 약속했던 것 같다. 이것은 비록 세겜이 디나를 욕보이기는 했지만 원주민의 세도(勢道)나 일시적인 욕망에서만이 아니라 불타는 연정(戀情)에서 나온 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순간적인 욕정의 결과는 엄청난 비극을 그 성읍에 초래하고 말았다.
===34:4절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 당시 근동의 결혼 풍습은 (1)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양측 부모의 의사가 더 중요시 되었으며(21:21 ; 24:37-53 ; 삼상 18:17, 19 ; 25:44), (2)신랑측은 출산과 노동력 등의 경제적 가치로서의 인원 손실을 당한 신부측에게 상당량의 예물을 주어야 했다(24:53 ; 34:12). 특히 후대의 율법에 의하면 처녀를 유혹한 남자는 강간을 당한 처녀와 결혼해야 함은 물론 보통의 경우 보다 더 많은 예물을 보내야 했으며 후에 그녀를 내어 쫓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출 22:15 ; 신 22:28-30).
===34:5절
그가 더럽혔다(* , 타메) - '모욕하다'란 뜻으로 부정(不淨) 개념과 함께 '폭행' 이라는 의미도 있으며(민 19:13 ; 왕하 23:19 ; 시 79:1, 2) 폭넓게는 윤리적 의미도 함축한다. 야곱이 ...자기 아들들이 들에서 - '야곱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들은 들에 있었다'란 말로서 집안의 대소사(大小事)를 관장하는 책임이 비단 아버지에게 뿐 아니라 오라비들에게도 있음을 암시한다. 집안의 대사(大事)를 결정할 때 슬하에 장성한 아들들이 있으면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당시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24:29). 잠잠하였고(* , 웨헤헤리쉬) - '잠자코 있다', '귀먹게 하다'란 뜻을 지닌 동사 '하레쉬'가 미완료 형태로 사용된 경우 이다. 즉 마음으로는 불타오르는 심정이나 손으로 입과 귀를 막음같이 자신을 굳게 제어하는 모습을 강조한 표현이다.
====34:6절
왔으며(* , 야차) - '나가다'(go forth)란 뜻이다. 즉 야곱 일행은 가나안에 새로 이주해 온 자로서 성밖에 장막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하몰이 그를 만나러 나간 것이다. 한편 세겜족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처리치 않고 일부러 찾아가 정중히 청혼한 까닭은 (1) 기왕지사(旣往之事) 불미스러운 일을, 혼사로 원만히 처리해 보자는 의도가 작용하였으며 (2) 비록 객지인이지만 이미 상당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야곱 집안은 이삭과 에서의 세력이 뒷배경이 되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4:7절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으니 - 불타듯 이글거리는 분노로 마음이 상하고 괴로운 상태를 뜻한다. 이것은 자기 누이 동생이 외간 남자에게, 그것도 더욱이 짐승같이 여겨왔던 할례 받지 못한 자에게 욕당한 데 대한 격분이다(삼상 17:26, 36 ; 31:4 ; 삼하 1:20). 이스라엘에게 ...행하였음이더라 - 얍복강 사건(32:28) 이후 '이스라엘'이란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이름이 사용된 배경에 대하여선 두 가지 해석이 있다. (1) 선민 이스라엘 내부의 문제로 조망한다면 수치스러운 일이 '이스라엘 민족안에서'(KJV ; in Israel) 범하여졌다는 견해와 (2) 선민과 이방인의 대립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스라엘에 대항하여'(against Israel) 치욕스런 일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두 가지 중 디나가 단순한 자연인(自然人)을 넘어 언약 백성에 속한 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자(前者)의 견해가 더 타당성이 있다. 부끄러운 일 - 선민으로서의 이스라엘 가문의 명예와 자부심을 짓밟는 행위로서 특히 육체적 범죄를 가리킨다(신 22:21 ; 삿 20:10 ; 삼하 13:12).
===34:8절
그를...아내를 삼게 하라 -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혼인을 위한 관례적인 사항만을 언급하는 하몰 부자(父子)의 자세는 (1) 이 땅의 추장인 자신의 가문과 사돈지간(査頓之間)을 맺자는 제안에 기꺼이 야곱 집안이 응하리라 기대한 결과이며, (2)그만한 물질적 보상이면 그간의 불쾌한 감정과 오해가 풀릴 것으로 예측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연련하여(* , 하솨크) - '더불어 나누다', '함께 연합하다'는 뜻으로 매우 흠모하여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나타낸다.
===34:9,10절
디나를 세겜에게 혼인시키는 조건으로 야곱의 집에 제시한 약속은 일면 호감을 살 만한 관대함이 있었다. 즉 통혼으로 (1) 상호 친선 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것과(10절) (2) 세겜 땅에 안주할 수 있는 정착권과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통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과 또한 (3) 결혼 예물로 요구하는 액수는 얼마든지 다 치루겠다는 내용이다(12절). 그러나 언약의 후계자로서 가나안 땅 주권 의식을 내심 다지고 있던 야곱과(28:13 ; 31:13)인간적 차원을 떠나 종교적 차원에서(6:1-4 ; 신 7:3, 4) 격분한 야곱의 아들들에게 이미 이 제안은 설득력을 상실하였음이 분명하다.
===34:10절
매매하며(* , 사하르) - 장사 목적으로 '두루 다니다'란 뜻이며 '무역을 하다'(42:34)라고도 번역되었다. 기업을 얻으라(* , 헤아헤즈). '붙잡다'란 뜻을 지닌 동사 '아하즈'의 단순(Niphal)명령으로 '기업을 획득하라'는 의미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기업'은 '땅'을 가리키는데(17:8 ; 48:4 ; 민 27:7), 곧 유목민인 야곱에게 농경민으로 정착할 것을 권고하는 하몰의 제안이다.
====34:11절
은혜를 입게 하라 - 이미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세겜은 마음이 달아 어떠한 대가를 치뤄도 좋으니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구걸하다시피 애걸하고 있다.
===34:12절
빙물(* , 모하르) - 딸을 데려가는 대가로 신랑측에서 신부측 집안에게 지불하는 결혼 지참금을 의미하며 빙폐(출 22:16), 혹은 폐백(삼상 18:25)으로도 보=가역되었다. 예물(* , 마탄) - '주다'란 동사의 파생어로 빙물과는 구분되며 신부에게만 주는 선물을 뜻한다<강해, 빙물과 예물>.
====34:13절
속여 대답하였으니 - 뿌리 깊은 야곱 집안의 거짓과 간사성이 대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장면이다(27:19, 20). 야곱은 그 속임수의 대가를 외삼촌 라반(29:25)과 자식들에게서 되돌려 받고 만다(37:31-33). 누이 디나를 더럽혔음이라 - 고대 근동에서 남자들은 아내의 수치보다 누이의 욕당함을 더 심각한 문제로 여겼다. 왜냐하면 그 아내는 이혼으로 새로운 출발을 게획 할 수 있었지만, 누이는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Kurtz).
===34:14,15절
할례(* , 올라) - '벗는다'란 '아랄'에서 유래된 말로서 일반적으로 남자 성기의 표면 윗부분을 잘라내어 귀두 부분이 덮이지 않도록 하는 행위이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이방인으로부터 구별됨을 뜻하며 여호와의 언약을 대대로 준수케 하여 메시야의 소망을 간직케 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17:9-14, 할례와 신앙>. 받지 아니한 사람 - 하나님과의 언약과 관계없는 성별되지 못한 이방인들을 뜻한다.율법에 의하면(출 12:47, 48) 이방인이 언약 백성에 참예하고자 할 때에는 여호와 신앙을 고백하고 할례 의식을 행함으로써 영적 이스라엘인 곧 아브라함의 후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의 진정한 의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단순한 육적 할례만을 요구함으로써 거룩한 언약의 증표를 망령되이 취급한 죄를 범했다.
===34:16절
함께 거하여 한 민족이 되려니와 - 복수책(復讐策)의 일환으로, 하몰 부자(父子)의 제안에(9, 10절) 기꺼이 응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방심케 하려는 말이다.
===34:17절
딸을 데리고 가리라 - 돌이킬 수 없는 연정(戀情)의 병에 걸린 세겜에게 다소 위협적인 말로서 (1) 아직도 디나는 세겜의 집에 갇혀 있다는 사실과(26절) (2) 세겜이 이 행위를 저지하기에는 야곱 집의 세력에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34:18절
좋게 여기므로 - 문자적으로 '...의 눈에 좋았다'란 말로 흡족히 여김을 나타낸다. 이처럼 혼사의 성취를 위해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야곱 아들들의 제안이 쉽게 세겜족에게 수락된 이유는 (1) 당시 '할례'란 의식 행위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21:4) (2) 그 '할례'를 야곱 집안의 전통적인 의식으로 이해하여 그들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했으며 (3) 그 성에서는 하몰 부자의 영향력이 막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4) 야곱의 경제력을 세겜 지역으로 흡수하여 부족을 강화시켜 보자는이해 타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5) 세겜의 사랑이너무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육에 어두워진 저들은 야곱 아들들의 무서운 음모를 간과하는 덫에 걸리고 만다.
===34:19절
이 소년(* , 하나아르) - '세겜'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구태여 '소년' 혹은 '젊은이'를 뜻하는 '나아르'로 일컫고 있는 이유는 인생 중에 때가 가장 혈기 있게 왕성하여 쉽게 정욕에 어두워지는 시기임을 암시하기 위함인 듯하다(8:21 ; 삼상 17;33 ; 욥 31:8). 특히 정관사를 붙여 '그 소년'이라고 지칭한 것은, 자기 자신 하나 정욕을 주체치 못하고 무분별하게 행동함으로 그 성 전체가 엄청난 비극을 불러 이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일(* , 다바르) - 문자적으로는 '말'(言語)을 나타낸다. 이는 본문에서처럼 '행위'를 의미하기도 하나(왕상 16:20) 일반적으로 명령 또는 규례를 일컫는다(44:2).
===34:21절
넓어 그들을 용납할 만하니 - 문자적으로는 '그들 앞에 양편으로 넓으니'이다. 성읍 사람들로 할례를 받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세겜은 지리적 여건을 들어 지역 사회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즉 야곱이 지닌 자본을 지역내에 유치함으로써 저들과 교역하여 얻는 실리적 이득을 피력한 것이다.
===34:22절
한 민족 되기를 - 성읍민의 염려 중 하나는, 통혼의 필연적인 결과인 부족의 단일성 상실이었다. 이에 관한 세겜의 변(辯)은, 히위족의 인구가 단연 이스라엘보다 많기 때문에 통혼하여도 그 문화가 동화되어 흡수되는 쪽은 오히려 이스라엘일 수밖에 없다는 일면 근거 있는 주장이었다.
===34:23절
생축과 재산과...짐승 - 인구에 비해 땅이 넓던 고대에 있어서 부동산은 그리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반면, 1차적 산물인 가축이나 재화에 관한 관심은 지대하였음을 보여 준다. 여기서 '재산(* , 킨얀)은 넓은 의미로 '소유물'(시 105 :21)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말이 '가축'과 쌍을 이루어 표현되는 관계로 '가축'과는 구별된 기타의 소유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31:18).
====34:24절
고대 민족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렘 2:10, 11) 타민족의 종교 의식을 세겜 사람들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1) 세겜의 교묘한 설득이 주효하였거나 (2) 당시 추장의 권한이 절대적이었음을 시사한다.
====34:25절
제 삼 일에 미쳐 - 이 날은 수술로 인한 염증과 고열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가장 거동이 괴로울 때이다. 시므온과 레위 - 디나의 친오라비들로서 세겜 복수극의 주모자들이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가장 혈기 왕성한 20세 안팎이었다. 훗날 야곱은 임종시에 이들의 잔인성을 지적하면서 '나누임과 흩어짐'의 저주를 내렸다(49:5-7). 부지중에(* , 베타흐) - '신뢰하다', '마음이 편하다'란 동사의 파생어로 평안을 뜻한다. 이것은 전혀 의심이나 저항을 받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겜 사람들이 그릇된 계약을 믿고 평안을 누리던 중 재난을 당했음을 나타낸다.
===34:26절
칼로(* , 레피 하렙) - '레'(~을 따라)와 '페아'(모서리), '헤렙'(칼)이 합쳐진 말로 '칼날을 따라' 란 뜻이다. 일찍이 전례없는 무자비한 학살을 생생히 묘사한 말이다.
===34:27절
야곱의 여러 아들 - 학살극(25, 26절)에는 참가하기를 망설이며 남아 있던 다른 형제들도 도성의 이 약탈극에는 적극 가담했음을 나타내 준다. 한편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정의로운 침략은 이처럼 인간의 사악함이 반영된 '노략질'을 용인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공의의 칼에는 인간의 감정과 욕심이 배제된 거룩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야곱의 아들들의 허물은 매우 크다.
===34:28절
양과 소와...들에 있는 것 - 세겜족의 부를 형성하는 소유물들로서 약탈시의 일반적인 대상물들이다.
===34:29절
다 노략한지라 - 복수란 명분 아래 감춰진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증거해 주는 구절이다. 이처럼 성경이 위대하다고 여겨지리만큼 탁월한 인물들에 대하여 그들의 실책이나 범죄를 아름답게 미화하거나 가리우지 않고 오히려 무참하리만큼 폭로시키는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허물투성이의 인간을 바라보기보다는 온전하신 하나님께 시선을 붙들어 매도록 하기 위한 선하신 하나님의 섭리 때문이다.
====34:30절
나로 ...냄새를 내게 하였도다 - 자식들의 세겜 살인과 약탈 사건으로 말미암아 범죄 방조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증오의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는 야곱의 탄식이다. 이처럼 깊이 야곱이 괴로와 한 이유는 (1) 가나안 땅에 어엿한 자신의 집을 세우려 기대했던, 하란을 떠날 때의 처음 의도(30:30)와는 달리, 또한 명망있던 조부 아브라함(21:22)과 아비 이삭(26:28)과는 달리 자신의 집은 디나의 치욕적인 강간 사건과 그로 인한 아들들의 잔인한 피의 복수로 인해 하나님의 언약으로 이룩된 가문의 위엄이 이방인 사이에서 여지 없이 실추되었기 때문이며 (2) 이 소식을 듣고 인접한 부족들이 분노의 칼을 자신을 향해 갈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가문의 존립마저 위태로와졌기 때문이다.
===34:31절
창녀같이 대우함이 가하나이까 - 야곱의 아들들이 디나의 사건을 이스라엘 집 전체에 대한 모욕과 도전 그리고 택한 백성의 순결성을 강탈한 치욕적인 사건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더욱 격분했었음을 나타내 준다.